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5
프란츠 파농 지음, 남경태 옮김 / 그린비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파농의 이 책을 읽고난 뒤의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면 '슬픔'이다. 식민지 출신의 정신과 의사, '식민지 엘리트'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민주의에 맞서 싸웠던, 제3세계 민중들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진정한 투사, 상투적인 표현을 빌자면 '불꽃처럼 살다가 젊은 나이에 스러져간' 사람. 이 책은 파농이 죽기 불과 얼마전에 쓴 글들이고, 스스로 책의 제목을 정한 유일한 저작이라고 한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이 문장에서 가장 먼저 내게 전달되어왔던 것은 슬픔이었다.

그는 투사였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의 글에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을 먼저 읽는다. 그의 눈에 비친 식민지의 비참한 현실, 경제적 정치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식민지인들의 모습, 그것들을 지켜보고 치료책을 내와야만 하는 의사 파농, 한창 싸워야 했을 시기에 병으로 쓰러져야만 했던 젊은 지식인의 고뇌,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전해져오는 듯한 기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파농을 읽는다고? 그래, 나는 아주 감상적으로 이 책을 읽었다. 지금은 2004년, 대부분의 '식민지'들은 해방됐다. 형식적으로 지구상에는 190여개의 독립국가가 존재한다. 식민지를 겪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은 지금도 피칠갑을 해대고 있지만 어쨌든 제국주의의 총독들은 제 나라로 돌아간지 오래다. 그러니 파농의 책을 이제 그만 '과거의 이야기'라 생각하면서 다소 감상적으로 읽은들 어떠하리.


책에는 사르트르의 1961년판 서문과 알리스 셰르키의 2002년판 서문이 함께 실려있다. 알리스 셰르키는 "파농은 이 책에서 식민지의 폭력의 현실을 진단했다"고 말한다. 사르트르의 유명한 '서문'이, 자칫 30여년이 지난 지금 파농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폭력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심을까 걱정하는 듯이.

파농이 책에서 식민지 민중들(주로 알제리와 아프리카)이 보여주는 폭력성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과거 알제리를 비롯해 자국이 식민지로 삼았던 북아프리카인들을 '대뇌피질이 선천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폭력성을 그대로 노출하는 야만인들'로 보는 '의학적 견해'가 판을 쳤던 모양이지만, 이 부분은 사실 내가 궁금해했던 것이기도 하다.

파농이 활동했던 알제리, 프랑스에 맞서 싸웠던 전쟁의 기록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실은 지금도 폭력이 기승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역이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지금도 나타나는 폭력사태들을 놓고 '영국의 간접통치와 프랑스의 동화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하면 우스운 소리가 되겠지만(영국령이었던 나라들 중에서도 유혈사태가 계속되는 곳은 많다) 1990년대 이후 알제리의 폭력은 외신을 통해 들려오는 유혈사태들 중에서도 특히 끔찍한 축에 속했다. 알제리는 이집트 사우디 예멘과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 폭력의 '온상'이 되고 있는 곳이다. 80년대 아프간으로 건너간 무자헤딘(이슬람 전사)들의 상당수가 알제리안들이었고, 이들은 90년대에 본국으로 건너가 군사독재정권을 상대로 거센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독재정권이나 극단주의자들이나, 행사하는 폭력의 잔인성은 막상막하다. 귀를 잘라내고 사람을 토막내는 식의 폭력들. 물론 '북아프리카인들은 잔인하다'는 식으로 일반화시킬 마음은 전혀 없다.


아프리카도 그렇고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계속되는 나라들의 공통점이 분명히 있다. 식민통치를 가혹하게 겪은, 그리하여 원주민들의 저항이 거셌던 지역들은 두고두고 폭력의 악순환을 겪고 있으며 반대로 세력균형이든 무엇이든 외부적 내부적 이유로 해서 제국주의의 가장 잔인한 칼날을 피해갔던 나라들은 그럭저럭 잘들 꾸려나가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식민지 민중으로서는 폭력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폭력에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성격을 부여하게 된다. 폭력의 행사는 그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주며, 각 개인은 폭력이라는 커다란 사슬의 고리들이 된다. 이 거대한 폭력의 유기체는 이주민(유럽인)이 처음에 행사한 폭력이 클수록 덩치가 커진다... 개인적 차원에서 폭력은 정화의 힘을 가진다. 폭력은 원주민에게서 열등감과 좌절, 무기력을 없애주고 용기와 자존심을 되찾게 해준다.


파농은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원론적인 설명을 좀더 구체화시켜, 식민지에서 폭력이 식민지 민중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힘, 그리고 다시 태어난 개인들을 묶어주는 힘, 그들을 '민족'으로 서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폭력은 식민지의 독립전쟁과 이후의 건국과정이 식민주의에 물든 부르주아지들의 득세와 식민제국의 음모에 힘입어 왜곡되면서 또다른 폭력의 구조로 굳어진다. 종족-부족-종교집단 간 갈등, 옆나라에 대한 시기질투 등이 겹쳐지면서 식민지 민중들을 다시 태어나게 했던 폭력의 '순수성'은 폭력 그 자체로 남게 되고, 민족주의로부터 초(超)민족주의로, 쇼비니즘으로, 최종적으로는 인종주의로 옮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파농은 '독립 이후' 제3세계 국가들이 겪어야 했던 폭력사태들이 기본적으로 냉전 질서에 기인한 측면 또한 갖고 있음을 지적한다.


제3세계의 모든 소요사태, 모든 폭동은 냉전이 그려놓은 그림의 일부를 구성한다...식민지의 폭력과 지금(1950-60년대) 만연한 평화적 폭력 사이에는 일종의 공모적인 합의, 동질성이 있다.


파농의 시대는 가버린 것일까. 탈식민화가 화두였던 1960년대는 과거가 되었고, 21세기가 된 지금은 '민족'의 이름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일로 여겨진다. 심지어 '탈냉전'이란 말에서조차 과거의 냄새가 나는 요즘은. 그러나 9.11이 '탈냉전'의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인 것처럼, 지금 옛 식민지국가들에게서 나타나는 폭력의 악순환은 탈식민지, 탈냉전의 과정이 겹쳐지면서 나타난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탈식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과정의 이름이다. 볼리바르가 꿈꾸었던 라틴아메리카의 미래나 나세르의 '범 아랍주의 구상', 그리고 파농이 역설했던 '통일 아프리카'의 이상 같은 것들은 이 대륙들이 제각각 숱한 독립국가들로 찢어진지 반세기가 되어버린 지금은 역사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역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유물로 만들어버리는지!

얼마전 우연히도 알제리 사람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베르베르족의 얼굴을 한(전형적인 아랍인과 좀 다르지만 흑인과는 확연히 다른) 이 사람은 다국적 석유회사와 계약해 알제리 사막의 유전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기 팔뚝을 보여주면서 "나는 흑인이 아니지만 분명히 아프리카 사람"이라면서 아프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알제리의 현재 정치상황에 대해서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재선됐다는 것과, 폭력사태가 줄어들었다는 것만을 이야기했다. 어떨까. 파농이 진단했던 알제리의 '식민지 전쟁과 정신 질환'은 이제 치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우리가 겪어온 탈식민의 과정 또한 폭력과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보면, 그리고 우리가 겪어온 '대한민국 건설의 과정'이 파농이 아프리카에서 보았던 수준의 독립성조차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고 보면. 그래서 우리도 한국전쟁이니, 광주학살이니, 숱한 고문과 감금이니 하는 폭력의 역사를 걸어와야 했던 것일까. 파농의 책을 '감상적으로'만 읽는다는 것은 결국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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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0-1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퍼가도 될까요?

딸기 2004-10-1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셔요. 하지만 서평이라기보다는 그냥 책 읽고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을 일기처럼 적어놓은 것에 불과한 걸요. :)

릴케 현상 2004-10-1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을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님 글 보고 읽기로 했는 걸요 뭐^^
 

오늘 진종일 알라딘에서 놀다가, 기어이 장바구니를 가득 메우고야 말았다 -_-

지금 형편이 형편인지라, 읽을만한 책이 통 없다..는 것이 첫번째 핑계. 두번째 핑계는, 책이 눈 앞에 잔뜩 쌓여있어야 압박감을 느껴 독서를 하게 된다는 것, 세번째는, 네번째는, 다섯번째는...

책을 빨리/많이 읽기로 결심하면서, 첫번째로 '잼난 책을 읽자'라고 규칙을 정했는데 이제보니 이것이 '빨리 많이' 읽는데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책이 너무 재미있으면, 흥분해서 도저히 책을 읽을 수가 없단 말이다... 어찌하여 인생은 이렇게 아이러니 투성이란 말인가.

지금 나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은 엘러건트 유니버스. 이곳에 오기 전, 애지중지하던 과학책들 중에 핀치의 부리 하나만 남겨놓고 대충 친구들에게 뿌린 뒤 엘러건트 유니버스 한권만 달랑 들고왔다.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절반 넘어갔는데 어쩜 이렇게 재밌단 말이냐! 초끈, 너 무서운 줄만 알았더니 이제보니 재미난 구석도 있었네그랴. 역시나 물리학은 학문의 왕이다.

동시에 방바닥에는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프란츠 파농이라니, 좀 기묘한 조합이긴 하지만. 투르니에도 한 권 펼쳐져 있고, '평행과 역설'은 화장실에 버티고 있다. 주제파악 못하고 벌려놓은 감이 없잖아 많지만 그래도 또 주문해야지. 비싼 돈 주고 책 사서 지저분하게 읽은 뒤 친구들에게 주어버리는 것이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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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0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친구삼아주세요, 저한테 주세요, 저두요, 저두요, 저두요... ('' )( '')쩝쩝...

갈대 2004-10-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이랑 친하게 지내야겠습니다. 물리학이 학문의 왕이란 말에 동감 200%!!

딸기 2004-10-0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데 갈대님, 저 물리학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거죠 ^^;; (납작 엎드림)
처음과끝님, 그럼 친구해요 *^^*
 

 놀랍다...

나의 서재에도 들어오는 분들이 있었다! 이렇게 놀라운 사실을 왜 나만 몰랐지?

 나는 홈피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리고 책에 대한 열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재 인테리어에 몰두하기는 쫌 뭣하고. 하지만 손님이 있으면 일단 접대를 해야하니, 써~비스를 해놓고 넘어가자.

(손님들한테 왜 반말이냐고? 반말이 아니라 혼잣말이었다)

 

얼마전에 해봤던 장난질-- 작금 유행을 탔던 진주귀고리에 대한... 스토킹...

천천히 진주귀고리 소녀를 구경해보자.

문제의 진주귀고리 소녀는 이렇게 생겼다.

 




근데 소설을 보면, 화가는 소녀한테, 안보이는 쪽 귀에도 구멍을 뚫고 귀고리를 걸라고 한다. 왜 그랬을까? 바로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시메트리의 미학!

 
영화에서는 바로 요런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나보다.
(아직 영화 못 봤음)
 



근데 저 사진은 아무래도 넘 잘 나왔다.
실제 그 소녀는 못생겼었다는 소문이 있다.
바로 이렇게...



(항상 유사품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타 유사품들





 
진주귀고리를 한... 인형
 


진주귀고리를 한 아줌마 ...


진주귀고리를 한 섹시녀



윗그림의 모델



그리트를 돌려가며 보면, 이렇게 생겼다.




그 다음은 입체 화면으로 재구성한, 베르메르 작업의 진실...




작업의 진실~~을 알고 싶으면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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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0-0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 본격 써비스 나선건감? 웃겨 죽는줄 알았네...ㅋㅋㅋ 딸기네도 함 가봐야겠네...

갈대 2004-10-0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신참 손님입니다. 일단 인사라도..^^

딸기 2004-10-0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호! 하루죙일 알라딘에서 노니깐 손님이 걸려든다! (거미여인의 독백)

마냐님, 본격 써비스...라기보단 걍 장난질이라고 했잖아요. ^^ (장난은 나의 힘)
갈대님, 반갑습니다.

2004-10-08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4-10-0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가봐야겠다. 선배도 계속 알라딘에 들어와있네. ^^

마냐 2004-10-08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나 오늘 노는 날이잖아. 피같은 휴일을 알라딘에서 놀고 있으니..휘유...오후엔 애들 데리러 유치원갔다가 계속 놀기 모드...지금은 서영이와 그 친구, 그리고 준영이 한꺼번에 목욕탕에 거품 목욕 시켜놓고 잠깐 도망나와서 또 서재질...-,.-

딸기 2004-10-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서영이와 그 친구, 준영이를 한꺼번에 목욕통에 넣어놨구나!
나는 쫌전에 꼼꼼이랑 목욕탕 다녀왔지.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비옷입고 손붙잡고
동네 목욕탕 가서 잠겨있다 오니깐 살만 하네.

balmas 2004-10-0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미있습니다.
퍼갈게요. 추천도 한 방~~

로드무비 2004-10-1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재밌습니다.

에레혼 2004-10-1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들어온 방인데, 아주 재미있네요!
딸기님의 서재 소개 글도 근사하구요! 그런 '무소유'의 자세를 실천하기란 얼마나 깊은 내공이어야하는지ㅜㅜ
저도 '귀고리 소녀' 제 방에 가져갈게요, 그래도 되죠?

딸기 2004-10-1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수에 걸려주신 로드무비님과 라일락와인님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두분의 닉네임이 몹시 이쁩니다. 공통점이 있군요. 영어, 그리고 두 단어로 되어 있다는...
저도 닉네임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샘솟고 있습니다. 반갑고요, 자주 오세요. 잘해드릴께요...

릴케 현상 2004-10-1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재밌는 장난(?)이네요^^

panda78 2004-10-19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재미있는 페이퍼네요! 저도 퍼 가도 될까요? ^^

딸기 2004-10-1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뜨거운 호응에 간이 부어서, 퍼가는 분들에게 요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퍼가시고, 그 대신 팬더 한 마리 구해다 주세요. ^^

딸기 2004-10-1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새벽별을보며님... 팬더는, panda78님께 부과된 요금이고요
새벽별을보며님께서는.. 별.. 새벽별... 갖고오세요!

panda78 2004-10-1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여요. ^^

재롱금지 이미지가 아주 재밌어서 찍어두고 가끔씩 들락거렸는데 [인사도 없이... 쿨럭;;]
앞으로는 안그럴게요. ^^;;;


딸기 2004-10-1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판다로군요! 아주 좋아해요. 요금도 받았으니, 판다님 퍼가실만한 재미난 것들 많이 준비해놓고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로군요. ^^

panda78 2004-10-2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것 요청. ^ㅡ^
 

나는 왜이렇게 책을 지저분하게 볼까...

아니다.

왜 내가 읽고나면 책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될까...

워낙에 책을 천천히, 여러권 여기저기 펼쳐놓고, 오랜시간에 걸쳐 게으르게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려서 도저히 속독/다독을 할수가 없다. 요사이 빨리/많이 읽는 연습중.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빨리, 많이 읽는 비결이 뭘까.

1. 재미난 책만 골라 읽는다
2. 책을 한번 잡으면 최소한 10분 이상 읽는다
3. 한번에 3가지 넘는 책을 벌려놓지 않는다

* 빨리,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 인생은 짧고 궁금한 것은 많다. 헌데 인생을 늘이는 것보다는, 빨리 많이 읽는 방법을 배우는 쪽이 더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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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08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서는 차라리 느리게 읽는 법을 배우는 편이 훨씬 더 좋다고 보여집니다. 니체가 말했듯이 "느리게, 깊게, 조심스럽게 앞뒤를 재어 보면서, 성급한 결론을 유보하고, 가능성의 문들을 열어 놓은채로, 예리한 눈과 손가락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궁금한 것들이 많을 수로 더욱 더.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먼 길을 우회할 각오를 해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실은 결코 눈에 보이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지 않을까요?

마냐 2004-10-08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그건 정말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책에 혹해 빠져버리면, 천천히 음미한다는 생각 따위는 까먹게 마련이고, 느리게 읽는 경우는 책의 매력이 덜 해서..혹은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변명할 어려운 책들...인듯 합니다.
딸기님, 요즘 독서에 속도가 붙는 것이 쫌 살만하신 겁니까..혹은 옛날에 읽은거 새삼 하나씩 푸시는 겁니까? ^^

비로그인 2004-10-08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니체의 말은 철학에 대해서 한 말이긴 합니다만, 저는 영화에 대한 오래된 격언이 여기서도 통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 이상 볼 가치가 없는 영화는 한번도 볼 가치가 없다." 차라리 더더군다나 책이라면 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군요. 두번 볼 가치가 없는 책이라면 우리의 의문을 해소하기 보다는 그러한 의문들의 그럴싸한 포장지이거나 혹은 우리들 자신의 눈가리개로 쓸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Paper들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음.. 너무 격하게 말했나요? 좀 온건하게 표현해 보죠. 나쁜 책들은 우리 머리 속의 위장에 포만감을 주지만 좋은 책들은 생각에 굶주리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딸기 2004-10-0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 마지막 이야기(나쁜 책들은~~) 멋져요! 그렇지요, 책 읽고나서 기분 좋을 때 중의 하나는 "그동안 내가 생각을 너무 안 하고 있었구나"하는 각성을 하게 될 때이지요.
마냐님, 요새 빨리 읽는 연습하고 있다니까요 ^^

마냐 2004-10-0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정말 멋진데요. 흐흐. 전 머리속 위장의 포만감에도 길들여진게 아닐까 걱정되네요. ^^;;
 
물전쟁
반다나 시바 지음, 이상훈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사실 그닥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역시나, 머릿속으로 '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아는(안다고 착각하는) 것과, 구체적인 사실들이 적시된 보고서를 읽는 것하고는 다르다. 이 책은 반다나 시바가 전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물전쟁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적은 보고서다.

나 또한 이른바 '생수'를 사먹었더랬다. 무엇이 살아있는 물이고 무엇이 죽은 물이냐. 반다나 시바가 다루는 '물전쟁'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물을 상품으로 보는 '세계화된' 시각(가치관)과 물을 자연의 선물로 소중히 여기는 생태정 가치관 사이의 전쟁,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물 파는 기업'과 지역사회 간의 전쟁. 흐르는 강물을 놓고 싸우는 국가간의 전쟁, 물 관리에도 '중앙집권'을 도입해 결국 생태계를 파괴해버리는 정부와 '물 관리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지역사회 간의 전쟁.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갈길은 너무도 멀기 때문에 책을 읽고 오히려 아득해졌달까. 책은 인도의 '파괴와 저항'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케이스스터디라고 보기엔 '논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정도라도,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지.

일단 반다나 시바의 이름 때문에 책을 골랐다. 반다나 시바를 처음 접한 것은 반세계화론자 몇명의 글을 엮은 책에서였고, 그 뒤에 중앙일보에서 '21세기 지식인지도'를 연재했을 때 다시한번 이름을 확인하게 됐다. 그 뒤 반다나 시바의 이름은, '반세계화운동'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볼 수 있었다. 세계사회포럼이라든가, 환경회의 같은 데에는 어김없이 그녀의 이름이 보였다(내 친구 중 하나는 반다나 시바와 아룬다티 로이가 인도가 낳은 가장 유명한 여성들이라고 주장하는데, 인디라 간디가 이 얘기를 들으면 몹시 서운할 것 같다). 아쉽게도 '물전쟁'이라는 이 책은 반다나 시바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을 해놓고 있지 않기에, 그녀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더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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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08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아나키즘,생태주의, 협동조합 등에 관심을 가졌을 때, 알게 된 인물이죠. 핵물리학자였다던데, 환경과 여성운동으로 관심을 돌렸다고 하지요. 요즘엔 아룬다티 로이가 유행하나봐요. 권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살아남기"와 "에코페미니즘"(공저)가 그녀를 더 많이 알게 해줄 좋은 책들이라고 봅니다. 또...세계화와 관련지어 관심이 있으시다면 "여성과 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도 추천하고 싶네요.
아, 초면에 죄송합니다. 저도 이 책을 알게 되어서요...

딸기 2004-10-0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면에 계속 죄송해주십시오. 훌륭한 도움말 고맙습니다. *^^*
아룬다티 로이는 벌써 오래전에 '작은 것들의 신' 나왔을 때부터 알게모르게 유행(??)하지 않았던가요? 저의 경우는, 그 소설을 나오자마자 사놓고 결국 안 봤습니다만, 제 친구 중 한 녀석이 아룬다티 로이를 몹시 좋아해서 언제나 기억하고 있답니다. 그녀석은 무려 인도까지! (물론 업무차 간 거였지만) 가서, 아룬다티 로이를 만날거라고 뽐내더니, 정작 로이의 남편만 만나고 왔답니다. ^^
저는 세계화에 특별한 관심은 없지만 세계가 세계화된다고, 혹은 되었다고 하니... 관심 여부를 떠나서 결국 존재의 기반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여성과 환경 그리고~~' 이 책은 한때 어디선가 굴러들어와서 책꽂이에 꽂아뒀다가, 제목이 넘 길어서 그냥 버렸는데... ㅠ.ㅠ 아깝군요. 읽을 걸 그랬네요...

비로그인 2004-10-0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그냥 절 주시지 그랬어요. 헤헤...
친구분이 환경이나 여성운동... 하여튼 시민운동에 관계하시나요? 올해 초에 간 인도라면... 올해 초의 세계사회포럼을 말씀하시는 건가....저는 로이의 이름을 올해 갑자기 많이 듣게 되어 알게 되었는데, 읽은 책은 하나도 없어요. 저는 원래 많은 사람들이 권하면 권할수록 안읽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딸기 2004-10-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친구는 여성 -_- 에게 관심이 많지만 여성의 관심을 별로 못 받고 있는 녀석일 뿐입니다 ^^ 올해 초에 간 것은 아니고... 작년인가 갔던 것 같아요. 아주 로이한테 홀딱 빠져있었답니다, 그 친구.

panda78 2004-10-1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은 것들의 신 몇년 전에 사놓고는 아직도 안 읽고 있는데.. ;;;

딸기 2004-10-1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러시군요! 반가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