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인가 생존인가 -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노암 촘스키 지음, 황의방 외 옮김 / 까치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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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촘스키식 글쓰기'라고 해야할까. 어느정도 그런 식의 말투엔 익숙해진 것 같다. 촘스키의 전작들, 언어학에 대한 책들 말고 '미국'에 관한 책들을 읽어왔던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은 낯익다 못해 솔직히 지겨운 감마저 든다는 점. 언뜻 떠올려봐도 '불량국가'라든가, '전쟁에 반대한다' 등등의 책들과 내용은 사실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촘스키의 작업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아직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저지른 일들은 (특히 국내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둘째는 촘스키의 책들이 '반미주의자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지명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중소설가가 아닌 이상에야, 그의 책을 한권이라도 꼼꼼히 읽은 독자들이 대한민국 국민들 가운데 '많다'고는 결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을 제대로 보고, 감춰진 사실들에 눈을 뜨고, 거듭해서 비판하고 비판하고 또 비판하는 것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보면, 촘스키 같은 지식인의 작업(저술/강연)은 아주 중요하다.

우선 책의 내용을 얘기하자면. 이 책은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미국이 저질러온 '제국 깡패 노릇'을 예로 들면서 미국의 위선을 폭로하고 있다. 이미 다른 저술들에서 미국이 저지른 짓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인지, 이 책에선 그저 '예를 드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아마도 촘스키의 다른 책들을 보지 않은 독자 혹은 미국의 위선에 대해 풍부한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촘스키는 훌륭한 지식인이지만 친절한 선생님은 아니다).
언제나 '언술'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온 촘스키답게, 이 책에서도 '미국의 위선'과 '미국의 위선적인 언술이 생산/유통되는 과정' 두 가지를 축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면 부시 개쉐이가 내세운 '테러'개념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미국이 저지른 짓들에 '국가테러'라는 이름을 붙여 '테러' 개념을 무찌르는 방식의 서술.

하지만! 의미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독자로서 이 책에는 선뜻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내용에 동의를 하지 않아서...는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미국의 '현재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해줬으면 하는 바램. 이런 저술들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면, 촘스키 책에 곧 물려버릴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정말이지 참을수 없는 번역! 안타깝게도 나는 촘스키의 책을 '한국말로' 읽는 독자다. 그런 만큼, 책 읽기가 무진장 괴로웠다면 그 책에 별 다섯개를 쳐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문장이 진짜 개판이다. 촘스키의 비비꼬인 문체를 감안하더라도, '숙명의 트라이앵글' 이후 다시 보는 '촘스키 최악 번역서'로 꼽을만 하다. 오자, 탈자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두 사람이 번역을 했는데, 예를 들어보면

"그(폴 월포위츠)의 입장은 특히 교훈적인데, 그것은 그가 중동 민주화의 십자군에서의 그의 지도적인 몽상가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173쪽)

너무하지 않은가? 저런 글로 가득찬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독자를 좀 생각해달란 말이다. 거의 범죄수준이다, 저런 번역은. 이 번역자들, 서로 상대방이 번역한 부분을 읽어보지도 않았나보다. 뒤의 후기에 가면, 앞의 저 문장이 이렇게 번역돼 나온다.

"월포위츠의 이런 행동은 특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그는 민주주의를 위한 십자군 운동을 이끄는 몽상가의 역을 맡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312쪽)

아마도 후기에 본문의 문장이 한차례 더 나오는 모양이고, 본문과 후기를 서로 다른 번역자가 각각 맡아서 했나보다. 후기의 문장은 100배 나아졌다. '이것이 나쁜 번역이다'를 보여주기 위해 두 번역자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독자를 약올리고 있는 것일까? 
또 아라파트를 '수상'이라고 해놨다. 가끔 번역책들에서 '수상'이라는 말이 보이는데, 우리나라에는 수상은 없고 총리만 있다. 과거엔 외국 정부기구 이름을 일본식으로 수상/국무성/외무성 이런 식으로 썼지만 벌써 오래전에 우리식으로 총리/국무부/외무부로 고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도 수상 어쩌구 하는 표현이 책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번역자들의 무성의와 무관심에 한숨이 나올 정도. 더우기 아라파트는 '수상'도 '총리'도 아니었다. -_-

한술 더떠 이 책은 인명색인조차도 엉터리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저렇게 한심한 번역책들을 더 읽지 않으려면-- 어서 어서 촘스키보다 더 멋지게 미국을 제대로보고 비판해주는 한국 지식인들의 책이 나와주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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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1-0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열받는 번역이로군. 나두 마침 열받는 번역을 읽은 참이라..공분중임.

딸기 2005-01-0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분할만 하다고, 저 책은. 어찌나 열받는지...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거꾸로 해석되기 쉬운 문장들도 많이 있었고.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1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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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이 소설의 제목을 들어본지는 너무 오래되었고, 읽은지는 며칠 되었다. 리뷰를 올리기까지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방드르디의 생명력, 로빈슨의 철학, 그것들이 어우러져 어째서 내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이래서 소설을 읽는다. 철학, 역사, 과학, 결국은 한권의 소설이 그 모든 것들의 집결체가 아니던가. 투르니에는 이 소설에서 '세계'를 창조해냈다. 더불어 하나의 신화에 도전하고,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가 도전했던 것은 이성과 합리성의 신화(서양의 신화)이고, 그가 만들어낸 것은 생명과 죽음을 오가는 역동성의 신화, 네이티브의 신화다.

책의 앞부분은 로빈슨의 고독을 묘사하고 있다. 투르니에는 어쩌면 끊임없이 '고독'에 대해 상상하고, 느끼고, 즐겼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는 투르니에 할아버지, 젊었을 적부터 이렇게 고독을 곱씹던 사람이었던가. 고독한 철학자 로빈슨은 합리성과 진보, 서구문명의 상징이다. 섬을 '조직'하고 '건설'하는데 매진하는 로빈슨의 고군분투가 실감나다못해 귀여워질 지경이었다. 
철학자 로빈슨의 세계는 방드르디라는 他者의 등장으로 여지없이 흔들리고 무너져내린다. 로빈슨 스스로 방드르디라는 '작명'의 이유를 설명했듯, 처음에는 '사물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었던' 타자의 등장. 로빈슨은 질서와 위계를 요구한다. 이 위계의 기반은 당연하게도 로빈슨의 문명이 가진 힘, 총탄과 화약이 지닌 힘, 파괴력이었다. 방드르디가 이것을 깨부수는 과정 또한 문자그대로 '파괴적'이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생명'으로서 방드르디의 모습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오래전 대학로에서 개그맨 출신 연극인 이원숭이 주연 겸 연출을 맡았던 '프라이데이'라는 연극을 본 적 있다. 투르니에에게서 시작된 '로빈슨 뒤집어보기'는 그 자체가 패턴화되어서 여러곳에서 반복됐던 모티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투르니에가 창조해낸 새로운 '방드르디'는 위계를 거부하는 연극속 프라이디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우아한 원주민도 아니고 야성의 절규는 더더욱 아닌 '어떤 인간' 방드르디에게는 파괴와 생명의 구분이 명확히 적용되지 않는다. 질서와 자유의 구분도 없다(물론 그것이 로빈슨을 당혹스럽게 했을 터이지만). 숫염소 앙도아르를 방드르디가 '재창조'하는 장면에 이르면 자연과 생명, 그리고 죽음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결합되어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이 모호해진다.

"그는 웃는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폭소를 터뜨린다. 그 웃음은 총독과 그가 통치하는 섬의 겉모습을 장식하고 있는 그 거짓된 심각성의 가면을 벗겨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방드르디는 '노예'시절, 그 이후의 시절, 웃음으로, 생명력으로 로빈슨을 무력화한다. 그리하여 로빈슨으로 하여금 "해여, 나를 방드르디와 닮게 해다오, 웃음으로 활짝 피고, 송두리째 웃음을 위하여 빚어진 방드르디의 얼굴을 나에게 다오" 하고 기도하게 만든다. 로빈슨은 방드르디의 생명력에 불쾌해하다가, 마음속으로 모욕해보다가, 결국 동화되어버린다. 프란츠 파농이 "백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흑인의 생명력"이라고 지적했던, 바로 그 전형적인 '백인 심리'가 로빈슨에게서 진행되는 듯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드르디의 모습에는 항상 '죽음'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앙도아르의 '죽음'을 통해 '자연의 소리'와 '비상(飛翔)'을 얻었듯이, 방드르디의 생명력은 죽음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로빈슨이 방드르디를 닮고자 할 때, 자신의 문명적 기반을 거부할 때, 그렇게 로빈슨의 '극복'은 섬과의 화해, 혹은 합일과 함께 이뤄졌다. 그런데 삶과 죽음의 순환, 원주민의 생명력과 야만성, 방드르디의 생명력과 지성이 '죽음'의 냄새를 끊임없이 풍기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서방이 생명력 넘치는 부족 사회들을 죽였듯, 자연을 죽였듯, 결국 방드르디의 '예고된 죽음'(물론 그의 물리적 '죽음'이 소설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은 투르니에식 문명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르니에는 어째서 '마지막 희망'을 예비해두는 것일까.

책은 여러가지 화두를 던져줬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줄거리 못잖게 재미있었던 것은 투르니에의 글쓰는 스타일이었다. 지적이고 발랄하면서 의표를 찌르는 에세이들을 통해 투르니에 할아버지를 먼저 만났던 내게는, '젊은 투르니에'의 정열적인 문체를 만나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반면, 사족을 달자면, 투르니에 스스로 '투르니에 전문가'라 불렀다던 김화영 선생의 번역은 의외로 맘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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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1-0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추천은 제일 처음이군요. 제가.^^

딸기 2005-01-0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엉망진창인 글에 추천까지... 고맙습니다, 발마스님.

깍두기 2005-01-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좀 어렵던데...뒤로 갈수록 재밌긴 하더만요^^

딸기 2005-01-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왼갖 어려운 화두들은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

urblue 2005-01-0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부터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읽게 되려나. 하여간 땡스투!

딸기 2005-01-0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진짜예요! 읽어보세요 블루님.

하이드 2005-01-0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봐야 하나 심각하게 고려중입니다. 그러니깐, 진짜 재미있다는 부분에서 말이지요. 방드르디에서 맡으신 죽음의 냄새라는거는 잘 모르겠지만, 첫번째로 로빈슨 크루소의 문명, 방드르디의 자연. 그리고 로빈슨 크루소의 체계, 방드르디의 카오스. 세번째로 로빈슨 크루소의 파괴, 방드르디의 자연적 치유 이런거 생각하면서 읽기는 했지요( 수업시간에 배운게 저절로 생각나서 짜증나는) 혼자임에 몸부림치는 로빈슨 크루소가 귀여워질지경이었다는건! 동의하기 힘듭니다! 핵전쟁으로 산 속에 소와 고양이와 고립된 여자의 이야기를 쓴 독일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방드르디는 없었지만, 문명도 얼마든지 자연에 화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었어요. (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런 걸 만화로 만들어주면 좋으련만)

바람구두 2005-01-0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생각없이 읽으면 더 재미있는데... 흐흐.

딸기 2005-01-04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저는 오히려 저 책에서, 그런 이분법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로빈슨이 섬과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하고, 방드르디에게도 나름의 질서가 있다는 식으로요. 방드르디의 파괴(염소를 죽이는 행위)가 곧 창조(염소를 연/악기로 만드는 행위)로 이어지고, 섬과 하나가 된 로빈슨이 결국 문명을 거부하는 식으로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랜옛날 '나우시카'와 그 다음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그런 걸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어쩐지 '아니올시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요. '하울~'은 아직 못봐서 잘 모르겠지만요.

구두님, 흐흐...

바람구두 2005-01-0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령공주 까지의 세계에서 그가 보여줄 만한 것들은 거의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센과 치히로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일종의 바리에이션으로 보아야겠지요. 흠흠.... 천재가 나이먹으면 스타일만 남는 법이니까.

딸기 2005-01-0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의.

딸기 2005-01-0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르니에 할아버지 취향이 원래 좀 엽기적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히히.
 

올해는 내겐 '문학의 해'라고, 맘 속으로 정했다. 계획은 단순하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것. 세계문학전집,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세계, 문학, 전집... '전집'류를 읽은지 얼마나 됐을까? 어릴적 계몽사 동화집과 에이브, 세계역사 어쩌구 하는 10권짜리 책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집에 있었을 시퍼런 을유문화사 문학전집, 그보다 조금 커서 읽었던 사루비아문고와 삼중당문고 몇권, 대학교 때 끼고다녔던 창비시선 몇권, 그리고는 끝이었나.

생각해보면 내 머릿 속 추억의 책꽂이는 그때 그 책들로 가득 차 있다. 추억의 책꽂이 제일 윗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시절 누구나 한질 갖고 있었을 계몽사 50권짜리 주홍빛 동화집의 책들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민담들, 엘리너 파아전을 거기서 만났다.
책꽂이 제일 윗편 맨 왼쪽 자리는 아마도 슈토름의 '호수'가 되지 않을까. (실은 이 서재질을 시작하면서 '내머릿속 책꽂이' 따위의 카테고리를 만든 것은 추억의 책들을 더듬어보기 위해서였는데 계속 미루고만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호수'는 '인형놀음장이 폴레'하고 같이 묶여 있었던 것 같다. 라인하르트, 엘리자베스, 이국적이고 멋진 이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그 책을 읽을 당시 나는 첫사랑 따위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을 것이다. 을유문화사의 시퍼런 두꺼운 문학전집에도 '호수'가 있었던가?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억만 가물가물한 것이 아니라, '첫사랑' 이런 말들이 던져주는 두근두근, 그런 것들도 가물가물하다. 늙지 않은 나이에 마음이 늙어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문학이 내게서 멀어져간 것'과 이유가 같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늙지 않은 나이에 마음이 늙어가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올해에는 소설을 읽기로 했다.

민음사 문학전집을 검색해보니깐... 실은, 어릴적 읽었던 책들은, 다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것들도 상당하다. 아무튼 대략 읽고 싶은/읽기로 마음 먹은 책들은.

4권 변신.시골의사
6권 허클베리 핀의 모험
7권 암흑의 핵심
8권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
11권 인간의 굴레에서 1
12권 인간의 굴레에서 2
13권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18권 고리오 영감
19권 파리대왕
21권 파우스트 1
22권 파우스트 2
25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6권 이피게니에/스텔라
27권 다섯째 아이
29권 농담
31권 아메리칸
32권 양철북 1
33권 양철북 2
36권 마담 보바리
37권 거미여인의 키스
40권 독일어 시간 1
41권 독일어 시간 2
42권 감옥에서 보낸 편지
43권 고도를 기다리며
45권 젊은 예술가의 초상
46권 카탈로니아 찬가
47권 호밀밭의 파수꾼
48권 파르마의 수도원 1
49권 파르마의 수도원 2
51권 황제를 위하여 1
52권 황제를 위하여 2
54권 조서
55권 모래의 여자
56권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1
57권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2
59권 아들과 연인 1
60권 아들과 연인 2
61권 설국
62권 벨킨 이야기 / 스페이드 여왕
63권 넙치 1
64권 넙치 2
65권 소망 없는 불행
67권 황야의 이리
68권 뻬쩨르부르그의 이야기
69권 밤으로의 긴 여로
70권 체호프 단편선
71권 버스 정류장
73권 대머리 여가수
75권 위대한 개츠비
76권 푸른 꽃
78권 영혼의 집 1
79권 영혼의 집 2
81권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82권 런던 스케치
83권 팡세
84권 질투
85권 채털리 부인의 연인 1
86권 채털리 부인의 연인 2
87권 그 후
88권 오만과 편견
89권 부활 1
90권 부활 2
92권 미겔 스트리트
93권 뻬드로 빠라모
94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95권 적과 흑 1
96권 적과 흑 2
97권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98권 콜레라 시대의 사랑 2

흑흑 색칠하기도 힘들다. 뭘 알아야 색칠을 하지 -_-;;

아무튼 올해는! 나는 문학으로 거듭나련다! 쿵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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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1-0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가 민음사판으로 읽은 녀석들은 아메리칸(강력 추천. 킥킥대고 읽어 헨리 제임스의 페이퍼백까지 구해다놓고 먼지 쌓여가는중-_-), 감옥에서 보낸 편지, 카탈로니아 찬가(르포. 라는게 더 맞을듯), 벨킨 이야기 / 스페이드 여왕,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건 글자를 눈에 넣었다 뺐다는 표현이 맞을듯요) 정도네요. 요즘은 위대한 개츠비에 필 꽃혀서 하루에 한 챕터씩 읽고 있습니다. 꽤 재밌는걸요. 간혹 수업하다 애들이 지긋지긋해 하면 펴들고 매너가 밑줄 그은 문장 쓰고 해석 같이 해 보는것도 잼나더군요. =)

하이드 2005-01-0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6권 마담 보봐리,48,49 파르마의 수도원,56,57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81권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는 혹시 생각 없으세요? 이중에서 36권 마담보봐리라도.

urblue 2005-01-0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의 여자 /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도 좋은데요.

딸기 2005-01-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추천작들이 마구마구 들어오는군요.

매너님, 헨리 제임스하고는 여지껏 인연이 없었어요. 책을 거의 줍다시피 한 적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안 땡겼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매너님 추천이니, 시도해봐야 되겠군요. 카탈로냐 찬가하고 짜라투스트라는 꼭 읽어볼 생각이고요. 하이드님 & 유어블루님, 마담 보봐리하고 모래의 여자 색깔 바꿔놨습니다. 읽어보지요!

딸기 2005-01-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 가만, 이 멍청이가요, 지금 보니깐... 문지 외국문학선 쪽이 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고 있지 뭡니까. 그쪽이 책이 더 얇은 것 같애요!

마냐 2005-01-04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스트롱베리틱함다. 고전의 바다로 용감하게 다시 나가시다니....잊고 살고, 버리고 살고, 왠지 찔리면서 무시하고 있는 그 고전들!!!

딸기 2005-01-04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고전의 바다로 '다시' 나가는게 아니고, 처음으로...

물장구라도 한번 해볼까 하는 건데. ^^

갈대 2005-01-0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학이라는 장르를 잘 읽지 않는데,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명쾌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명쾌하게, 숨김업이,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지요. 어쩌면 이건 게으름을 가리기 위한 변명일 수도 있겠네요. 숨겨진 의미를 파내는 것보다는 한 눈에 들어오는 의미를 잡아내는 것이 훨씬 편할 테니까요.
 

안그래도 알라딘 플래티넘(맞나 -.-a) 회원이신 딸기님.  

흑흑 내년엔 이래저래 돈이 더 들어가게 생겼다. 괜히 서재질 시작해서, 보관함엔 책들이 가득한 판에. (어케된 인간이, 보관해둔 책은 기어이 사고야 만다;;)  연말연시 일본 가요프로그램 후벼파다가 급기야 알라딘의 '음반' 분야에까지 검색을 시작하고야 말았다. 필 꽂힐 기미가 보이는 그룹들이 꽤 생겨났으니...책값만 해도 장난이 아닌데, 이젠 음반 값까지 들이게 생겼다.

Dreams Come True와 Orange Range, 히라이 켄, Glay, MISIA의 씨디 몇장을 '일단' 보관함에 넣어놨다.
하지만 모리야마 료코와 포르노그라피티의 음반은 알라딘에 없으니 일본에서 사가야 할 듯. 처음 일본 왔을 때 버닝 기미를 느끼게 만들었던 Husking Bee의 음반도 구입 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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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1-0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새해를 맞이하야 폴더의 색깔이 변했네요. ^^

저도 안그래도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인 미스하이드. -_-a 내년엔 책 그만 살라요.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딸기 2005-01-0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걸 폴더라고 부르나보죠?

하이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내년엔.. 글쎄요, 책 그만 사실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요. :)

숨은아이 2005-01-0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역 확장을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전 영역 확장도 못하고, 잘 읽지도 못하면서 왜 자꾸 질러대는지... 흑흑.

딸기 2005-01-0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오늘 질러버렸어요. ^^;; 여기 CD값이 장난이 아니라서요.

싱글 음반은 겨우 한두곡 들어있으면서 기본이 만원 넘어가고요

모리야마 료코 베스트음반, 포르노그라피티 음반 2장, 허스킹 비 1장, 애기 동요집 1장, 남편이 고른 '기지단'(캡 웃김) DVD 1개... 이렇게 해서 18만원 정도 나왔어요. 나머지 것들은 알라딘에서 찾아보니깐 베스트음반이 대략 1만3000원 정도인 것 같던데. 서울 가서 사려고요.
숨은아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91년부터 독서카드를 정리해왔으니,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여지껏 연말결산은 해본 적이 없다. 책을 '결산'한다는 웃기고 재미난 아이디어가 여지껏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연말결산을 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알라딘 서재질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연말 독서결산을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난 좋아보이는 게 있으면 무조건 따라해본다. 그래서 지금 연말결산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지금 나의 처지가 처지이니만큼 올해 읽은 것들 중엔 일본에 대한 책들이 많았던 듯 싶다.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정신의 기원'으로 시작해서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마루야마 마사오 '번역과 일본의 근대' 그리고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도쿄이야기', 박지향 '일그러진 근대', 후지따 쇼오조오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코모리 요우이치 외 '내셔널 히스토리를 넘어서', 가와무라 신지 '후쿠자와 유키치', 다카시 후지타니 '화려한 군주', 아사오 나오히로 '새로쓴 일본사', 비즐리 '일본근현대사'를 읽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 내지는 감동적이었던 것을 꼽자면, 역시나 마루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이 될 것이다. 어째서 마루야마가 일본 학계의 '텐노(천황)'라 불렸는지를 알게 해주는 저작, 1940년대 말 일본에는 이미 이런 수준의 '전후 분석'이 나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으로 와닿았던 책.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은 '일본을 알자'라는 맥락에서 읽은 책은 아니고, 일본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지만 끊임없이 비판하고 회의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채찍같은' 책이었다. '도쿄이야기'와 '화려한 군주'는 각각 '근대 도쿄', '일본 근대의례의 발명'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밀도깊게 다뤄서 맘에 들었던 책들이었다. 이밖에 (일본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가라타니 고진의 책들 몇권, '화려한 군주'에서 가지를 뻗쳐 에릭 홉스봄 등의 '만들어진 전통'도 펼쳐봤었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도 올초에 읽은 몇권의 책 중 하나다.

굳이 구분하자면 '사회과학'이 되려나? 인문학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 분야에서 좋았던 책들을 꼽자면 안토니오 네그리 '제국'이 아주아주 재미있었다. 하버마스-데리다 '테러시대의 철학'도 괜찮았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엮은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도 누구에게든 추천하고픈 책이었다. 반다나 시바의 책 두 권(물전쟁/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은 그것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었고 장하준의 책들(개혁의 덫/사다리 걷어차기)도 제법 재미있었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들뢰즈 '의미의 논리', 윌리엄 모리스 '에코토피아 뉴스'는 빚독촉 받는 심정으로 읽었다고 할까. 군주론은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재미없었다. (좋은 책들의 가치를 '재미'라는 기준으로 잘라버리기가 뭣하긴 하지만 어쨌든 기준은 '나'이니까)

반면에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들은 아무래도 업무를 떠나있다 보니 많이 읽지를 못했다. 그대신 그동안 통 안 읽었던 역사책들에는 재미가 좀 붙었는지, 조너선 스펜스의 책 왕창, 그리고 중국에 대한 책을 몇권 읽었다. 또하나의 수확이라면 프란츠 파농의 책들을 읽은 것.

과학분야도 좀 소홀히 했었는데;; 재밌었던 책이라면-- 단연 '엘레건트 유니버스'. 매트 리들리 '본성과 양육',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QED강의', 그리고 올해의 책으로 꼽은 '총,균,쇠'가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노는! 만큼, 평소 안 읽던 책들을 좀 읽어보자 하는 생각에서 손을 댔던 것들도 꽤 있다. 조셉 캠벨 '신화의 힘'은 단순한 '신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노학자의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올해 나의 독서행태를 되돌아볼때 또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소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 단편집 몇권을 읽었지만 아주 재미있는 것은 없었고, 기억에 남는 소설이 있다면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서평을 못 올리고 있다 ^^;;

앗차차, 까먹을뻔 했다. 소설 분야에서는-- '반지제왕' 다 읽었다. 어언 몇년 만이냐... (폼을 한껏 잡고, 옆구리에 한손 올리고) "영어로 읽었또요~"

올해의 마지막 책은 아마도 '반투 스티브 비코' 혹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년의 첫 책도 그 둘 중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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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2-30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나두 결산 따라해야지, 했는데...역시..흐흐. 91년부터 쌓아온 독서카드는 정말 대단해...2000년이었던가? 덕분에 독후감 정리하는 습성을 배운거, 많이 많이 고맙게 생각해.

딸기 2004-12-3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바람구두님이나 마냐님은 책을 많이 읽으니깐 결산하면 폼이 나는데 나는 별로 읽지도 않아놓고선 결산을 해놨더니 폼이 안 나... 적자야 적자... ㅠ.ㅠ

바람구두 2004-12-3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마왕.... 짱! 동방박사는 지금은 구하지 못할 듯 싶은데요. 음, 딸기님의 연말 결산 책들 가운데 뜨끔해지는 몇몇 대목들이 있어서 물론 엘리건트 유니버스 같은 책은 제가 아직 못 봤고, 딸기님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역시 (그거 과학책이지?). 후쿠자와 유키치 말인데... 저는 지식산업사 것으로 예전에 읽었는데, 조금 아쉬워서 그런데 가와무라 신지는 어땠는지... 궁금궁금... 가라타니 고진부터 마루야마 마사오 부분에 이르는 대목은 거의 겹치고, 도쿄 이야기, 화려한 군주에 대한 평가는 저랑 흡사한 듯... 화려한 군주는 만들어진 전통이랑 함께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 싶더군요. 상상의 공동체는 읽어 보려고 보관함에 넣어놓았는데... 그래서 뜨끔하다는 말인데, 읽었거나 읽어보려고 하는 책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겹친다는... 하여간 소설 읽는다니 어째 두렵소. 흐흐.

urblue 2004-12-3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자 아니에요. 폼도 많이 나요. 어려운 책들이 많아서...^^;;

딸기 2004-12-3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뭔가 안내가 되었다니 기쁘네요. 운빈현님 '마왕'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다른 곳에서도 들었는데, 꼭 읽어봐야겠네요.

구두님, 엘레건트 유니버스는, 과학 분야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만하지만 '누구에게든 강추' 뭐 이런 책은 사실 아닙니다. 과학책 읽다보면 의외로 재미가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는 것 뿐이지요.

후쿠자와 유키치, 굳이 평가를 내리자면-- '기업 사외보' 같은 느낌. 후쿠자와의 영향력을 좀 부풀려 놓은 점(칭찬 일색 위인전의 특징), 하지만 그래도 후쿠자와라는 인물이 일본 근대의 일단을 담고 있긴 하니깐. 아무튼 추천할만한 책은 전혀 아닙니다.

저는 '만들어진 전통'보다 '화려한 군주' 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어요. 구두님 결산글에도 '만들어진 전통'이 들어가있는 거 봤어요. 근데 만들어진 전통, 그렇게 밀도 있는 책은 아니었거든요. 홉스봄의 '총론'과 전체적인 주제는 맘에 드는데 각론 하나하나가 역시나 '영국식'이어서요. '상상의 공동체'는, 구두님의 리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근데 내가 소설 읽는다는데 왜 두려워요. 흐흐.

딸기 2004-12-3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새 유어블루님이 오셨다!

블루님, 저도 폼 나나요? 아이 좋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