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떼기 제1과정 - 드릴 프로그램 기탄 '떼기' 시리즈 한글떼기 1
기탄출판 편집부 엮음 / 기탄교육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딸은 이제 만 세돌이 지났다. 우리 나이로 네 살인데, 1월생이라 학교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유치원은 다섯살반을 다니고 있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핑계로 '불량엄마' 노선을 고수해왔던 나였지만, 요즘 아이 교육 문제에 나름대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들은 조기교육 시킨다는데 사실 우리 아이는 '만기교육'이다. 지난해 1년 동안 일본에서 살았던 탓에, 한국에 살았으면 자연스럽게 접했을 한글도 전혀 접하질 못했고 우리말 하는 또래 친구들도 없었기 때문에 어휘도 다른 애들보다 좀 딸린다.
지난달에 유치원 등록할 때, 한글-알파벳-숫자 따위의 인지 수준을 묻는 항목이 있었다. 내 딸에 대해선 전부 '모름-모름-모름-모름'으로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웃길래 내가 "이렇게 하나도 모르는 애들이 많이 있느냐"고 했더니 "없는 건 아니예요" 이러는거다. 즉, 거의 없단 얘기다.
어차피 한글은 깨우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지만... 유치원 다섯살반에 들어가있는데 나이도 어려, 수준도 떨어져... ㅠ.ㅠ

그래서!
한글을 가르치기로 했다.
과연 아이가 나의 교육열-_-;;을 따라와 줄지는 심히 의심스럽지만.
일단 교보문고에 가서 책 구경을 좀 했다. 난 사실 애들 조기교육이나 영재교육이니 하는 분야에 대해선 상식 이하의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인지라, 뭔가 '가르치는 책'을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이다시피 했다. 아무튼 유아들 한글 교재가 많이 나와 있었다. 솔직히 저런 것들이 필요할까, 책 고르러 간 주제에 맘속으로 의심 & 비아냥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무튼 몇권을 구경하고 골라낸 것이 이 책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알라딘에 주문을 했다. 
책을 고른 기준은 단순하다. 엄마가 보기에 예쁠 것. 어떤 책들은 현란하다 못해, 색깔들이 내 눈을 공격해오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 책은 비교적 색깔이 온순해서 맘에 들었다. 말이 '교재'일 뿐, 실제로는  그림 그리고 줄 그으면서 노는 책이다. 이걸 보여주면서 아이를 한글과 친해지게 만들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아그야, 너도 이제부터 공부해야 한다. 좋은 시절 다 간 줄 알어라."

엄마는 이렇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오늘 저녁 한글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의 순서는 선 따라 긋기. 그런데 요것이, 점선 위에다 그리라고 해도 자꾸만 딴데다 긋는 거다.
하다가 어쩐지 신경질이 나서(일부러 내 말을 안 듣는 것 같아서) 아주아주 조금 야단을 쳤는데
바로 주눅이 들면서 "엄마가 해줘" 그런다. 순간 각성 & 후회하고, 물어봤다.
"딸아, 여기 옆에다 긋는게 좋으니?"
"응."
"왜? 여기 위에다가 하면 왜 싫어?"
"길다래서 싫어"
논리적으로 설명은 안 되지만, 아무튼 자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이 책은 너무 맘에 들었나보다. ㄱㄴㄷ 들어가면 가르치는 엄마도 머리 아파질 것 같아서 오늘은 참으려고 했는데 아이가 계속 공부하자고 ^^;; 떼를 써서 억지로 떼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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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3-1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한 딸이네요.
글자는 금방 배우것 같은데요..

2005-03-17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5-03-17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제 딸은요. 죽어라고 말을 안 듣습니다. 아주 죽겠어요. 얼굴도 그저그렇습니다. 머리마저 안 좋으면... 어쩌죠?
**님, 어제 첫날부터 혼자 신경질 냈다 말았다 했다니깐. ㅋㅋ

nemuko 2005-03-1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이 아이 붙들고 공부 시키는 모습 생각하니 왜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큰 애도 28개월이라 슬슬 한글을 가르쳐 볼까 생각 중인데 제가 워낙 게을러서 맨날 생각만 하고 있네요. 저 책 괜찮단 말씀이죠^^ 숫자나 알파벳은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제법 아는 척을 하는데, 한글은 그게 글자란 것도 아직 모르는 모양이라 약간 걱정도 될라고 하네요....

딸기 2005-03-1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우리 애는요, 숫자고 알파벳이고 아무것도 몰라요 ㅋㅋ

반딧불,, 2005-03-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일곱살짜리 요걸로 한글 뗐다구요.
넘 빨라요.빨라^^
아..방치의 일인자 엄마라서요. 다섯살 4월생 노랑이는 아직 ㄱ 밖에 모릅니다.
하나도 안가르칩니다. 에구 엄마가 게을러서지요. 당근!!

딸기 2005-03-1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예 질러버렸어요.
마냐님네 준영이랑 서영이가 한글나라로 한글 다 배웠다길래

한글나라 & 영어나라 신청했또요...

우리 애가 놀랄 것 같습니다. 저노무 엄마의 대가리는 어케 돼있길래
모 아니면 도, 방치 아니면 스파르타냐... 이럴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원체 좀 생각이 없거든요
근데 이젠... 돈도 없어졌어요 ㅠ.ㅠ

뼈빠지게 돈 벌어 아이 교육에 퍼붓는 이 놀라운 모정...

서연사랑 2005-03-1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글나라 괜찮았어요. 한솔교육에서 선생님 오시는 거 맞죠?
일단 교재가 가지고 놀기에도 좋고 - 요즈음은 스티커가 더 많이 들어 있어서 엄마가 복습해 주기도 좋게 되 있던데요? 저희 딸 교재는 스티커가 여분으로 많이 들어있지 않아서 별도로 구입하기까지 했답니다 - 선생님들도 잘 하시는 것 같구요. 그래서 지금은 계속 이어서 국어나라, 읽기나라까지 하고 수학나라도 하고........
그덕인지 한글은 빨리 깨우친 것 같은데,그러다보니 저도 돈 없어요. ㅠ.ㅠ

딸기 2005-03-1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게 한솔교육인지 뭣인지도 몰랐어요.
근데 첨엔 교재비가 넘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거 사면 책 되게 많이 준다면서요
그리고 애가 재밌어한다고 해서 걍 신청해버렸어요.
한글나라는 괜찮은데, '영어나라'가 걱정이예요.
우리 애는요... ㅠ.ㅠ
일본에서 1년간 살다 왔자나요?
걔는, 파인애플을 '파인아푸루'라 그러고요
산타할아버지 보고는 '산타상'이라 그래요.
그런 애한테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두둥~

nemuko 2005-03-1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인아푸루, 산타상..... 그렇군요...
저도 일본 가서 몇년만 살다 왔음 좋겠다 했었는데 그럴 수도 있군요....^^
근데, 갑자기 한글나라 말씀 하시니 귀 얇은 저는 또 '그렇군...'하고 있단 말입니다....

딸기 2005-03-1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
초극세사...ㅋㅋ

비로그인 2005-03-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나라는 여기저기서 호평을 받는군요...

으라차차 2006-03-1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저희 딸도 03년 1월생인디... 저도 울아이 "만기교육"좀 시켜볼라고 책을 알아보던 차에 딸기님 글 읽고 동감하믄서 많이 웃었습니다.
울딸도 말을 참 안듣습니다. 요거이 집에서는 호랑이고 나가서는 얌전한 토깽이입니다. 그려서 제가 별명을 "종이호랑이"라고 하지여.
딸기님은 5살반에 아이를 맡기셨나봐요. 저도 어린이집 보내고 싶은데 4살을 보낼지 5살을 보낼지 고민중이에요.
서로 좋은 정보나 자료 있으면 이야기해요. 서재친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