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e라는 가수는 요즘에 와서 우리 나라에 많이 알려졌다. 알다시피,그녀는 미국계 아버 지와 한국계 어머니를 둔 혼혈 계통의 사람이다.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흑인 아버지를 둔 모양이다. 약간 흑인 삘이 나고,그녀의 보이스에서도 흑인 특유의 깊이가 묻어난다. 벅스 뮤직에서 그녀의 음악을 듣고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단 관심이 가면 나는 벅스 뮤직에서 음악을 듣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도 그것과 같은 케이스였다.
  에이머리의 음색은 상당히 시원시원하다.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카랑카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을 지니고 있다. 굉장히 좋은 보이스를 구사한다고 말해도 결코 오버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미국적이다. 음악 또한 미국에서 성장하지 않았다면 이런 노래를 부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단박에 스칠 정도로 미국적이다. 요즘 팝 시장의 추세는 단연 R&B와 힙합을 곁들인 노래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 노래들을 부르는 사람은 거의 흑인이 대부분이다. 이 부류에 에이머리도 낀다. 그러나 에이머리는 완벽하게 힙합으로 치우지지도 않은,그렇다고 제니퍼 로페즈 같이 완벽하게 댄스 플로어에서 에어플레이 되는 노래를 부르지도 않는다. 노래 자체는 흥겹지만 단순히 그것보다는 특별한 무언가가 더해진 느낌이다. 어쨌든 나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남의 말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벅스 뮤직에서 에이머리의 음악을 들을 때는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남의 평가와 내 평가가 상이하게 다른지,아니면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매우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들 굉장히 좋은 평가를 내놓는 편이었다. 또 하나. 내 친구가 말하길 에이머리의 보이스는 완전히 짬뽕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냥 스쳐가는 말이었는데 음반 밑에 달린 댓글들 중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본 것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유자재로 솟구치는 고음을 잘 컨트롤해낸다. 그리고 상당히 유혹적이다. 그리고 맛깔스럽다. 또한,자넷 잭슨의 보이스와 굉장히 많이 닮은 면이 있다. 듣는 순간 청아하면서도 꽉 찬 느낌이다. 마야의 보이스와도 닮은 면이 있다. 다만 약간은 불안불안하는 듯한 마야의 보이스보다는 강한 느낌이다. 약간 꺾는 듯 하며 노래 안에 자신의 감정을 잘 살릴 때는 비욘세의 보이스와도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즉,보이스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결코 에이머리의 개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친근하게 다가오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중독시킨다.

개인적으로 비욘세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비욘세의 고음은 약간 막힌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 바이브레이션의 강도도 약간은 높은 편이고 노래 잘하는 가수고,섹시하고 이쁘다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약간은 답답해. 라는 생각을 가끔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에이머리는 그 답답함을 말끔히 해소하는 좋은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강점이다.

영화 '히치'에 삽입된 '1 thing'을 너무 들어서 질릴 즈음,나는 또 노래 탐색에 나섰다. 나는 제목만 보고 그냥 아무거나 듣는 편이 많아서 이 앨범의 여섯 번째 트랙인 'Takin' about'을 들을 때도 그렇게 즉흥적으로 골라서 들었다. 이 노래는 상당히 특이한 구성의 노래다. 아마 그 예전에(지금은 그냥 흔히 있는 노래다 라고 생각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oys'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 이 노래에서 재연됐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그냥 비슷하네,뭐-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많을테지만. 이 노래는 훅이 매우 강렬한 노래다. 노래가 시작될 처음에는 흥겨운 멜로디에 코러스를 깔며 들어간다. 관악기가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훅은 에이머리의 보컬 아래서 굉장히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한 부분 부르고-탁,한 부분 부르고-탁,한 부분 부르고 탁탁탁-이런 식으로 강렬하게,그러나 똑같은 음으로 이 노래의 1절을 장식하다 2절에 들어가는 부분,바로 'It's so hard for me to believe'이 부분에서 그 똑같은 음이 약간은 변질된다. 분위기가 그 하나의 훅으로 인해 확 바뀌는 것이다. 이 노래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에이머리의 보컬이 아니다. 바로 저 정기적으로 튀어나오는 훅이다. 몇 음 내려가고 몇 음 올라간 음을 연주한 것 뿐인데 노래의 분위기는 잠깐 바뀌었다,다시 원래대로-다시 잠깐 바뀌었다가 나중에는 더욱 더 고조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긴장감 또한 늦추지 않는다. 고음을 공략하며 즐겁게 노래하는 에이머리를 바로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그녀와 리듬과,멜로디와 가사는 잔뜩 밀착되어 있다. 흥겹게 고개를 까딱까딱할 수 있을 만큼 노래는 매우 훌륭하고 즐겁다. 여기서 이 노래는 약간의 엇박자를 잘 다룬 진수를 보여준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리듬이 많은 우리 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팝 음악들은 힙합의 영향인지 엇박자를 많이 차용하는 편이다. 물론 무엇이 더 좋고 훌륭한지는 가려낼 수 없다. 그것은 문화적 차이이기 때문이다. 엇박자와 미국 특유의 파티 넘버인 듯한 흥겨움은 잘 맞아 떨어져 여러 좋은 노래를 낳고 있다. 나는 단지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의 딱딱 맞아 떨어지는 댄스 넘버보다는 흥겹고 몸을 흔들 수 있는 미국의 파티 넘버를 좀 더 좋아하게 됐다. 에이머리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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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11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 수준의 글이군요. ^^
참, 늦었지만 '즐거운' 개학 축하합니다.

야간비행 2005-08-1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이제서야 댓글을 봤네요~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개학했는데도 여전히 졸립기만 해요,ㅎㅎ

야클 2005-08-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야간에 을 안자고 비행을 해서 그럴겁니다.ㅋㅋㅋ


야간비행 2005-08-1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하하하ㅋㅋㅋㅋ
 

 

I: 그들에게 잘난 체하는 우스운 년으로 보인 당신

           웃기는 년으로 보였다니....-_-착착도 들어맞는다;



       지성      
       추함      
       우스움    


사실 우리에게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당신은 그저 웃기는 년이다. 당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들, 전부 쉽게 폐기될 것이다. 그러나 너무 우울해 하지 말라. 그들과 일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의 반이다. 그들은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진지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을 옭매는 끈을 내어 노라. 인형이 아니고자 슬퍼졌던 노라'
- 나혜석 가상 인터뷰

야옹이

나혜석사진

(나혜석 언니는 산문 55편, 시 3편, 희곡 1편, 소설 4편을 썼으며, 주로 당대 논객으 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언니는 최초의 서양화가라 할 수 있으며, 꽤 많 은 미술작품과 작품에 대한 평론을 남겼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을 것이다. 그 래서, 두어달 전 언니의 서양화전시회가 열렸다는 것은 야옹이를 기쁘게 했다. 언니 의 한계에 대해서 사람들은 언니 자신의 왜곡된 애정행각과 입장과 내용은제거된 '준 포르노적인' 글귀를 통해 마구 이야기하고 있다.하지만 언니의 한계는 검증되지 않은 사생활의 센세이셔널함 - 하긴 실질로 그렇다고 해서 학문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 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언니의 부르주아적 한계에서근거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전자와 같은 비웃음은 똑똑한 여성을 '내용'을 제거하고 우 습게 비하하는 것 이외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혜석 언니와의 가상 인터뷰를 추진하였다.)

야옹이 : 안녕하세요? 저는 달나라딸세포라는 여성잡지(웹진을 어떻게 설명해야될지모 르는 야옹이는 그냥 여성잡지라고 얼버무림)에 있는 사람입니다. 언니가 김정애씨와 만든 여자계와 비슷한 잡지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제가 혜석언니에 대해서는 평소 부터 많은 관심을가지고 있었어요. 몇 가지 질문을 해서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나혜석 : 뭐라고요? 달나라딸세포라고요. 거 참 요상한 이름입니다. 어쨌든 뵈어서 반 갑습니다.

야옹이 : 아참. 양해를 구해야 되겠네요. 혜석언니라고 불러도 괜찮겠어요? (참 빨리 도 말하지...) 너무 친근하게 느껴져서요.

나혜석 : 물론입니다. 나도 친한 아우님 같아서 좋습니다.

야옹이 : 언니 머리가 너무 멋져요. 전 지난 토요일날 머리 모양을 바꿨는데 넘 마음 에 안들어서 우울해 하고 있거든요.(더벅머리 야옹이란 슬픈 모양새다.)

나혜석 : 왜 괜찮은 모양새인데요.(아무래도 믿기 어렵지만, 언니의 친절함에 고마워 하는 야옹이) 아무래도 신여성은 머리를 잘라야 해요. 우선은 기능적이지요. 저도 처 음엔 '보브'모양으로 잘랐는데, 지금은 길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호리즌탈', '싱글 컷트', '보이쉬 컷' 등 요즘 활발히 가두로 진출하고 있는 신여성들한테 인기지요.
얌전하게 따서 내린 머리 그것은 얌전한 데는 틀림없지만 거기는 이 시대에 뒤진 봉건 시대의 꿈이 흐릅니다. 제가 이런 머리를 하고 지나가면 작난치던 아동배들이나 일상 에 전념하던 동네사람들이 무슨 구경거리가 생긴 듯이 쳐다보아 딴에 부끄럽기도 하지 만, 구습과 결별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옹이 : 우히히히. 우리 시대에도 긴 머리는 여자다움의 하나의 상징이에요. 미스코 리아라고 하는 미인선발대회가 있는데요, 대회참가자들은 모두 긴 머리로 나와야 해요 . 그게 여성미의 규범인 것처럼 그러지요. 머리짧은 사람들은 가발 -인공머리까지 쓴 다니까요.

나혜석 : 후후, 참으로 우습습니다.

야옹이 : 언니 때는 여자가 배운다는 것이 힘들었죠? 집에서는 언니가 배운다고 하니 까 머라고 했죠? 당시 동경유학까지 가기는 힘든 것이었쟎아요.

나혜석 : 아휴. 말도 말아요. 저희 친척들, 특히 할머니네들이 뭐라 말이 많았죠. 다 행히 저희 집안이 시대조류에 뒤지지 않아서 그래도 갈 수 있던 것이죠.
옛날에는 여 편네가 배우지 않아도 수부다남(壽富多男)하고 잘만 살아왔다 하시죠. 여편네는 동서 남북도 몰라야 복(福)이 많다고 하면서. 결국 저같이 공부한 여학생들도 보리방아만 찧게 된다면서.
글쎄. 우리 할머니는 뭐라시는 줄 알아요? 첩하나도 둘 줄 모르는 것 이 사내냐하고. 당신 그저 인고로 사신 것이죠

신여성이미지 야옹이 : 그랬을 것 같아요. 요즘도 여자는 적당히 배우는 것이 미덕이라고 하니까요. 언니 개인적으로 일본유학이 어떤 식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나혜석 : 유학하다가 집에 들어와서 풀을 쑤는데, 위에서는 '푸푸', '부글부글'하는 소리, 아래에서는 밀짚이 탁탁 튀는 소리 이런 것들이 동경 음학학교 연주회석에서 듣던 관현악주소리 같기도 하덥니다.
또 아궁이 저 속에서 밀짚 끝에 불이 댕기며 점 점 불빛이 강하게 번지는 동시에 차차 아궁이까지 가까워지자 또 점점 불꽃이 약해져 가는 것이 마치 피아노 저끝에서 이끝까지 칠 때에 붕붕 하던 것이 점점 띵띵하도록 되는 음률과 같아 보이덥니다.
아주 미세한 생활 속에서 묘한 미감(美感)을 느끼게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재미도 스러운지

야옹이 : 하하.. 피아노 소리같다고요. 제 친구 중 난다란 애가 있는데요 타자기 칠때 , 피아노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데요. 칠 때마다 타닥타닥하는 것이 경쾌해서요.

나혜석 : 타자가 무엇이지요. 아..그 서양에 있는 활자본 기계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야옹이 : 예. 비슷한 거지요.(^^; 옛날 분이랑 이야기 나누는 것은 생각만큼 힘들다.)

야옹이 : 책에서 보니, 언니는 당시 결혼과 연애에 대해서 파격적인 주장을 했던 걸 로 알고 있거든요. 시험결혼, 신정조관 같은 것도 주장하고요. 그냥 하신 주장은아닐 것 같고요, 어떠한 근거에서 이루어진 주장인지요

나혜석 : 역시 물어 볼 줄 알았습니다. 제 말이 센세이셔날하긴 한가 봅니다. 여러번 이에 관한 문헌을 요청받았지요. 정조는 취미다라고 했죠.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떡 먹고 싶을 때 떡 먹는 거와 같이 임의용지로 할 것이요, 결코 마음의 구속을 받 을 것이 아니다라고 했죠.
남자 자신은 성적 관계에 있어서는 사회적으로 관대한 처 분을 내리면서 여자가 만일 그러한 불품행한 일이 있다 하면 그것은 이 세상에 다시 머리를 들을 수 없게 영영 장사를 지내어버리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나의 생각은 일 반 여성은 성적으로부터 먼저 모반을 하여야 될 것이야요. 사회의 금기를 깨는 차원 에서 말입니다. 잡지[신여성]


야옹이 :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심한 당시 여성들이 그러한 모반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혜석 : 아마도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여자도 배워야 했어요. 노예 같은 결혼을 하 지 말기 위해서. 먹고 입고만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알아야 사람이에요.
영감 아들간에 첩이 넷이나 있는 것도 배우지 못한 까닭이고 그것으로 속을 썩이는 부녀들도 알지 못한 죄이에요. 그러니까 여편네가 시집가서 시앗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고 여편네 두고 첩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도 가르쳐야만 합니다

야옹이 : 사회 일반의 편견이 신여성하면 바로 스캔들, 난잡한 연애하는 사람으로 일 반적으로 생각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장의 획기적인 성격과 단어나 형용어 때문 인 것 같은데요.
아무리 올바른 주장을 해도, 당시 신여자에 관한 시선은 상당히 희 화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아요.

나혜석 : 하.. 정말 문제였습니다. 신여성이 항용 하는 소리가 '연애'다 '계약결혼'이 다 '이혼'이다라고 떠든다고 온갖 신문과 잡지에서 비판하더이다.
또한 신여성 중에도 사회주의적인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을 굳이 맑스 껄, 엥겔스 레듸라고 부르며 고깝게 보았지요. 남자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볼품행이니 무엇이니 하지마는 자 기 자신의 하는 행동을 돌아보면 그런 말이 아니 나올 줄 알아요.
제가 김우영씨와 이혼했을 때도, 세간에서는 거봐라 나혜석이 봐라. 일본가면 계집애 버린다는 등 별별 못들을 말씀들을 많이 했죠. 당시 어디 이혼이라니. 그래도 어쩌겠 어요. 전 이혼에 대해, 특히 억울한 이혼과정에 대해서 바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 래서 '이혼고백서'를 당당하게 쓰게 된 것이지요.

야옹이 : 당당한 언니가 보기 좋아요.(하지만 분명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언니 인생 의 후반에 나온 글들을 보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황폐해 있었으니까.)

야옹이 : 그래도 같이 유학을 갔던 신남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적당한 말이 없네요여 하튼 그런 신지식인들은 어땠나요? 언니와 여성들의 입장을 옹호하였나요?

나혜석 : 사실 가장 실망했던 것은 동료 남성문인들이었습니다. 그치들이야 봉건적 가 치관과 구례의 관습을 가지고 있어서 손해날 것이 없었으니까, 언제나 불분명한 태도 를 지녔지요.
그치들도 유학을 가서는 여자들도 세상으로 나와야 하네하며, 같이 입 센의 '인형의 집'을 탐독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했읍니다. 하지만 조선에 들어와서는 같이 유학한 나같은 여학생들에 대해서 험담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네들의 학문적인 성과나 곧은 의견보다는 자기 친구네들과의 연애사실 등에 대해 못된 말들을 많이했습 니다.
좀더 나쁜 이들은 우리를 빗대어서 소설까지 썼지요.

야옹이 : 무슨 소설까지 쓰면서 유달리 군 되먹지 못한 사람이 있어요?

나혜석 : 말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야옹이 : 말해주세요. 억울하쟎아요.

나혜석 : 김동인이라고요. 맨날 우스운 성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있지요. 「김 연실뎐」이라고, 탄실 김명순언니를 비판한 것이지요. 작품이 없는 문학생활을 일 삼 고, 방종하다고 비난하지요.
저 역시그 소설인지 공개 비난인지하는 그러한 문헌에 송안나라고 지칭되어서 방종하다 손가락질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찌하면 좋은가 그 소설을 읽고 전신이 천근만근이 되도록 무거워졌으며, 머리 위에는 큰 동철(銅鐵) 투구를 들씌운 것같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옛날 말이나 되풀이하는 소설이 무어에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납득 시켰습니다. "지금은 계집애 도 사람이라 해요, 사람인 이상에는 못할 것이 없다고 해요", 하며 그이에게 마구 따 지고 싶었지만, 참았지요.

야옹이 : 정말 너무하군요. 엄청 화났을 것 같아요.

야옹이 : 힘든 길을 택했던 것 같아요. 야옹이의 짐작에 언니는 굉장히 단호하게 자 신의 삶을 결정했을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소심하거든요. 그래서 언니가 부러웠어요.

나혜석 : 아무렴 저도 조선사회에서 살아온 여자이지 않습니까.
조선가정의 인습에어 느 정도 파묻힌 여자입니다. 여자란 온량유순(溫良柔順)하야만 쓴다는 사회의 면목(面目)이고 여자의 생명은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가정의 교육입니다.
일어서려면 압박 하려는 주위(周圍)요,움직이면 사방에서 들어오는 욕입니다. 다정하게 손 붙잡고 충 고하는 동무의 말은 열 사람 한 입같이 "편하게 전(前)과 같이 살다가 죽읍세다" 하 는 말입니다.
그러니 제 속이야 오죽할까요. 그래도 그렇게 살면 사람이 될 수 없겠 거니 하고 제 앞의 두 길 중에 하나를 택했죠. 비단치마를 늘이고 사는 인생이 무어에 의미가 있겠나 해서요.

야옹이 : 질문에 열심히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니의 다른 산문들도 같이 읽어 보고, 그림도 보고 그럴께요.

나혜석 : 예.. 벌써 끝났나요. 그럼 제 작품에 대한 곧은 평가와 비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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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순이랑 똑같아요...

야간비행 2005-08-10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이니....좀 위안-_-;
 

 

     

 

 

 

친구들과 만나고 집에 오다가 주머니를 탈탈 털어보니 만 오천원이 나왔다. 씨디나 살까. 해서 바로 음반 가게에 들렸었다. 그것도 혼자. 나는 혼자 음반 가게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음반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이 앨범을 발견했다. 케이티 턴스텔. 낯선 이름이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몇 번 봐서,보관함에 저장해놓고 있었던 앨범이었다. 다른 앨범을 살까. 그냥 가볍게 들을까,해서 애슐리 심슨 것도 고려해보고. 개인적으로 애슐리 심슨의 허스키한 음색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브룩 발렌타인 것을 살까 한번 보고. 블루 베스트는 어떨까. 아니면,백스트리트 보이즈? 아니면 좀 예전 음반? 마돈나나,좀 시끄러운 섹스 피스톨즈? 아니면 재즈로 전향? 난 수차례 고민하다가 결국은 케이티 턴스텔을 선택했다. 그냥 묘하게 앨범 자켓에 끌렸다. 겸연쩍은 듯이 머리를 만지고 있지만 표정은 잔뜩 뭔가에 차 있는 모습. 그녀의 정지된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그래,한번 들어보지 뭐. 옥석은 밝은 곳에만 있는게 아니라고 했으니까.  결국은 씨디 하나 달랑 든채로 전재산을 다 쓰고야 말았다. 집에 와서 찬물로 샤워하고,얼음물을 마시면서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 아…순간,감탄사가 샌다. 바로 이런 거였어,이런 게 느릿느릿하지만 울림이 있는 음악이야. 요즘엔 십대 중반에 데뷔하는 애들이 마구 쏟아지는데,이 여자는 아주 늦깍이인 29살에 데뷔 앨범을 냈구나. 확실히,확실히-무언가 성숙한 기량이 넘쳐 흘렀다. 결코 빠른 음악은 없다. 그리고 시끄러운 음악도 없다. 그냥 조용히,느긋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녀의 음색에,그녀의 음악에 사람을 묘하게 홀리는 매력이 있다. 멍하니 듣고 있어도 귓 속을 제대로 파고드는,마음 속에 가느다란 빛 줄기 하나 남기는 듯한. 이렇게 좋은 음반은 한 순간에 찾아온다. 아무리 깊게 숨어있어 잘 알려지지 않아도,누군가를 이끄는 울림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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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5-08-09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비행님의 모습을 보니 저의 예전 학창시절을 보는 듯 하네요..저두 혼자서 레코드숍이랑 비디오 도매상을 기웃거리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저두 한번 들어보고 싶은 음악이네요

야간비행 2005-08-0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키노님도 그러셨구나ㅋㅋ저도 자주 그래요,그래서 친구들이 약간 놀려요....혼자 심각하다구요,하지만 그게 좋은걸요ㅋㅋㅋ
 

 

 

     2005년 8월 8일 월요일.

 

    학원에서 수업듣고 있는데 걔한테 먼저 문자가 왔다. 처음엔 좋아라,했는데

    얘가 학원 우리반에 있는 다른 학교 여자애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이 말했다;

    순간 정말 비참.......관심 있냐고 했더니,그냥 좀 아는 사이라고 하면서 슬쩍 말꼬리

    돌리고 앞으로는 뭐-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맞춰서 변화를 할꺼라나....

    말도 잘하고,쾌활해진다고-_-;뭐 어쩌구 저쩌구,결국 걔가 좋아서 문자했었던 나는

    걔의 사랑을 응원해주는-졸지에 제 3자가 되어버렸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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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5-08-09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원래 모든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여...그럼 인생이 잼 없잖아여. 힘내시고 fighting

야클 2005-08-09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동지 계시네. -_-;;
나도 힘든 하루.

야간비행 2005-08-0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노님/안녕하세요,키노님 말씀이 맞아요ㅠㅠ제뜻대로만 되는게 아니죠...
야클님/야클 님은 왜 힘드셨나요? 에구..ㅠㅠㅠ
 

 

우리나라처럼 한 때의 유행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마구 쏟아지는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아니라,대체로 검증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미국 팝 시장에는 그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빌보드 차트에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 차트다. 마구 잡이로 선곡된 것이 아닌,그 시대의 경향을 따른 음악들을 결산하여 모아놓은 가치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미국 빌보드 차트에는 컴필레이션 앨범과 정규 앨범이 조화를 이루는 성적들이 고루 빛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팝을 세계 음반 시장에 널리 알리는 굵은 뿌리가 되어 나날이 자라나고 있다.

 

Top Compilation AlbumsTM
Top 10 Positions /Issue Date:August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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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2 Various Artists, Now 19
The EMI Group/Universal/Sony BMG/Zomba | 12133 | Capitol | (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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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 Ruff Ryders: Redemption Volum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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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 The Source Presents: Hip Hip Hits 10
Source | 0956 | Image | (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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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8 Various Artists, Vans Warped Tour 2005 Compilation
SideOneDummy | 1268 |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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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20 Various Artists, Now 18
Sony BMG/Universal/EMI/Zomba/Epic | 93863 | Sony Music | (18.98)
1
6 2 2 Various Artists, Jermaine Dupri Presents... Young, Fly & Flashy Vol. 1
So So Def | 73874* | Virgin | (18.98)
2
7 5 5 Various Artists, Slow Motion
Razor & Tie | 89096 | (18.98)
1
8 6 25 Various Artists, Totally Country Vol. 4
Sony BMG/WEA/Universal | 67287 | RLG | (18.98)
1
9 8 17 Various Artists, WOW #1s
Provident/Word-Curb/EMICMG | 10769 | Provident-Integrity | (22.98)
3
10 11 18 Various Artists, More Than 50 Most Loved Hymns
Liberty | 60812 | Capitol | (21.9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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