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일반판 (1disc)
에모리 토루 외 목소리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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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예수의 탄생일에 시작해서 1월 1일을 맞이하는 '기적'같은 이야기. MUST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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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ge Against the Machine beat X Factor winner in charts  
  
Rock band Rage Against the Machine have won the most competitive battle in years for the Christmas number one.   
The band's single, Killing In The Name, sold 500,000 downloads beating X Factor winner Joe McElderry's The Climb by 50,000 copies to clinch the top spot.   
Their success followed a Facebook campaign designed to prevent another X Factor number one.   
One retailer said it was a "truly remarkable outcome - possibly the greatest chart upset ever".   
Speaking on the Radio 1 chart show, Zack de la Rocha from Rage said: "We are very, very ecstatic about being number one."   
He added it was an "incredible organic grassroots campaign".   
"It says more about the spontaneous action taken by young people throughout the UK to topple this very sterile pop monopoly," he said.  
 
Do you want to read more? (Click!)

 

   해체한 RATM이 2009년 크리스마스 넘버 원을 차지하다니... 그것도 10여년전 곡 「Killing in the name」이라니. 도대체가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없는 노래와 밴드가 크리스마스 넘버원이라니... 감격스럽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넘버원에 대한 내용부터, 이번 사건의 기승전결을 총 망라한 기사다.

   RATM도 복귀하는 마당에, HOT는 뭐하나? 그들이「열맞춰」를 부르는 모습을 신년 연예인 장기자랑에서 꼭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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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ge Against The Machine - Rage Against The Machine- Mid Price 재발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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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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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곡도 버릴 곡이 없는 명반. 오직 기타로만 저런 사운드를 뽑아낸 톰 모렐로에게 경배를!
Rage Against The Machine - Evil Empire- '김구라'가 강력 추천하는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고품격 음반 시리즈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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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ge Against The Machine - Live at the Grand Olympic Auditorium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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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 3집 Resurrection
에이치오티 노래 / 신나라뮤직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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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M까지 인용한 유영진에게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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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식 글쓰기의 정점... 뭥미???

결국 중요한 건 해결책이다.
한국의 진보학자들은 문제 제기할 땐 신나게 하면서 결론에 있어선 너무나 무책임하다.
문제 제기와 현실분석은 학자가 아니더라도 책을 많이 읽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최소한 '학자'라면 완벽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공론화할 수 있는 그럴듯한 새로운 해결책 정도는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자신이 쓴 책을 돈 내고 사는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내꺼님의 『촌놈들의 제국주의』리뷰를 신나게 읽다가 결말부에서 갑자기 멈췄다. 내 글읽기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글을 읽다가 갑자기 맥락에서 벗어나 딴생각을 하는 것인데, 이 글을 읽을때도 딴생각에 빠져버려 글의 맥락을 놓쳤다. 그러니까 이 글은 내꺼님의 리뷰에 대해 언급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딴생각을 하고 있는 Tomek의 글임을 거듭 밝혀둔다.  

 

   '책'은 한 인간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까? 누군가는 책 안에 길이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한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책은 누군가에겐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냄비 받침으로 쓰는 '기능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같은 보통사람들에겐 엔터테인먼트와 기능적인 요소가 클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책을 신성시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보통 그들은 '내 인생의 책들'을 가지고 있는 경운데, 책 한권으로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복음을 전파한다. 뭐 살다보면 그런 위대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지만, 난 정말 궁금하다. 정말 그 '책'이 인생을 바꾸었을까? 

   책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책은 항상 문제제기만을 한다. 아니, 결론을 내리건 문제제기를 하건, 책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책을 읽어도 변하는 건 없다. 늘 세상은 흘러간다. 결국 그자리다. 그렇기에, 변하는 건 '나'에게 달려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변해야하는 것이다. '독서'라는 행위는 늘 자신을 반추하는 것이다. 그 비친 모습을 보고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 '반성'을 해야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책이 내 인생을 바꿨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참 겸손한 사람들이다. 책은 그저 동기부여만 할 뿐, 인생을 바꾸는 건 그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가 오늘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사람들과 부딪히고, 밥을 번다. 그뿐이다. 

   내게도 '내 인생의 책'이 있다. 여러권 있지만, 최근의 내 인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책을 꼽는다면,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그당시 난 중등 영어교과서를 편집하는 일을 했었다. 모든 교과서 개발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이 영어교과서는 더욱 일하기 드러운데, 진상인 저자들을 만나면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2007년 10월에서 12월초까지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잔날은 채 10일이 되지 못할정도다.(그 전 3월부터 10월까지는 항상 야근에 토요일 저자회의를 했다) 밤을 새고 일하다 잠깐 기절하고 다시 깨어나서 일하다 기절하는 일을 두달간 하니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첫 해를 어찌어찌 넘기고 그 다음해 결혼을 하게 됐다. 그때 또다른 교과서를 개발 중이었는데, 마감기간을 피하기 위해 좀 여유로운 8월에 결혼식을 잡았다. 그때 윗분한테 불려서 고마운 결혼 덕담을 들었다. "이 바쁜 때 결혼 하는 게 제정신이냐? 다들 여름 휴가도 반납한 상황에서 결혼하면 어쩌자는 거야? 신혼여행 갈거야? 도대체 무슨생각이야? 애인이랑 해외에서 한 번 하고 싶어 그런거야?" 난 아마 이 '덕담'을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결혼 후 밀려드는 야근에 지쳐갈 때, 무심결에 읽은 책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었다.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지." 그리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물론 이 책은 내 인생을 바꿨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다. 선택을 내리는 것은 '나'다. 책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직서를 낸 것을 후회한다고 박민규 작가에게 "내 인생을 망쳐놓았으니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인생은 다른 사람이 살아주는 게 아니다. '내'가 사는 것이다. 책속에 길이 있다하더라도, 그 길은 결국 '내'가 걸어야 한다.

   그러니 책을 너무 신성시하지 말자. 책안에 길이 없다고 너무 투덜대지 말자. 길이 없으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그저 그 길을 걸을지 말지를 '선택'하자. 

 

 

*덧붙임: 

1. 책에 대한 생각도 쓰고 싶고, 잊을 수 없었던 제 전 직장 이야기도 쓰고 싶었는데 생각과 감정이 뒤엉켜 토해놓은 글이 된 것 같습니다. 

2. 지금 직장은 전 직장에 비해 규모도 작고 환경도 열악하지만, 이유없는 야근은 시키지 않습니다. 덕분에 (전보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보내고 있습니다. 벌어오는 밥은 전보다 적지만, 밥은 굶어죽을 정도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3. 내꺼님의 리뷰는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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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 2009-12-2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토멕님 인생에 한표 던집니다.

Tomek 2009-12-30 09:1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전호인 2010-01-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멕님, 이 글이 다음 블로거뉴스 특종10에 선정이 되었네요.
추카추카 ^*^

Tomek 2010-01-05 11:00   좋아요 0 | URL
이런 개인적인 글이 '특종'이라는 감투를 써도 되는 것인지... 부끄럽습니다.
고맙습니다. ^.^;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나영이의 크리스마스 카드로 대신합니다. 

2010년은 모두들 긍정할 수 있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9년 12월 24일 

Tomek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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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io 2009-12-25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rry X-mas ^^

Tomek 2009-12-28 14:17   좋아요 0 | URL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
 

   이제 2009년도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회사와 각 부서에서는 연말결산을 준비중이고, 매체에서는 올해의 사건, 올해의 영화, 올해의 드라마... 뭐 이런 목록들을 양산하고 있고, 이곳 알라딘에서는 올해의 책 투표를 진행중이다. 나또한 개인적인 책, 영화 목록을 정리하려다 갑작스런 일로 인해 작성을 중단한 상태다. 조금 방향을 틀어, 올 한해 작별한 사람,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작성하려 한다.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 

           

   비록 말년에 '가슴 아픈' 말씀을 하셔서 여론에 뭇매를 맞으셨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행적은 고작 그정도의 '실수'로 덮어버리기에는 정말로 거대하다. 그 연세였으니 '호상'이란 말도 그리 잘못된 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어둠을 밝혀주신 '어른'을 떠나보냈다는 사실은 마음속에 큰 구멍을 만들었었다. 지금은 편히 쉬고 계실려나, 아니면 또 바쁘게 움직이실려나. 그곳에서는 좀 쉬시길 바랍니다. 

 

2009년 3월 7일 배우 장자연 氏

       

   한 여배우를 죽음으로 내몬 사건은 '역시나' 흐지부지하게 종결됐다. 죽음으로써 진실이 밝혀지길 원했던 그 절박함은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전보처럼 텅 빈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그녀가 죽었어도 세상은 아무일 없이 공장 미싱 돌아가듯 잘만 돌아간다. 다음 생에서는 부디 이 나라에 태어나지 마시길... 아무것도 하지 못한 우리는 그저 무력감과 허무감만 느낍니다.

 

2009년 5월 23일 - 노무현 전 대통령 

           

   누구에게나 2009년 5월 23일의 기억은 제가끔 존재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내게는 조금 더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난 이날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여느때처럼 웹서핑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포털에 올라온 속보를 보았다. <盧 전 대통령 응급실 행> 처음엔 노태우 전 대통령을 생각했었다. 원래 그 양반 지병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나니 <노무현 전 대통령 응급실 행>이라고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그 기사를 보고 웃었었다. "아~ 이 양반 이제 재판 받으려니까 링겔걸고 휠체어타고 가시려나. 가지가지 한다." 컴퓨터를 끄고 그날 아침 10시. 버스에서 다급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고, "사인은 자살"이라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 일을 하다가도 버스 안 출퇴근 길에서도 갑자기 올라오는 감정에 못이겨 손등을 물고 울음을 참았던 기억. 한 사람의 진심을 알기보다는 주위에서 수근대는 말에 한 사람을 재단하고 내친 그 미안함. 난 그를 몰라도 한참 몰랐다. 그도 다른 정치인들처럼 한 3년 독방에서 생활하고 사면 받은 후, 어른으로써 한국 정치에 대해 몇 마디 쓴소리 내지를, 그런 사람으로 알고있었던 것이다. 

   그는 죽었지만, 너무 많은 숙제를 남기고 갔다. 숙제를 할지, 미루고 놀다 혼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 생각하지 마시고 위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2009년 6월 25일 - King of Pop 마이클 잭슨 

           

   10대 때에는 영웅이었다가 20대 때에는 성형중독자이자 소아성애자인 괴물로 이미지가 박혀버린 마이클 잭슨. 그도 죽어서야 그런 불명예를 벗을 수 있었다. 단 한순간에 전설에서 괴물로, 다시 괴물에서 인간으로 그를 써내린 매체들의 장단에 맞춰 놀았다는 사실이 전 대통령의 죽음과 겹쳐 매우 심란해 했었다. 바닥을 친 영웅의 불명예를 되찾을 기회라 여겼던 <THIS IS IT>콘서트는 그의 죽음으로 무산이 됐지만, 유작 영화로 제작되어 그의 팬들은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됐다. 차라리 괴물이어도 괜찮으니 그냥 살아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이다. 

 

2009년 6월 28일 - 유현목 감독

             

   유현목 감독의 영화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고루하다. 하지만, '고루하다'는 말이 '재미없다, 지루하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고인에게 큰 실례다. 그는 『오발탄』으로 한국 영화를 서방에 알렸고, 한국 영화에 '모더니티'를 끌고 온 선구자다. 일본영화와 표절시비도 있긴 했지만, 실험성을 표현하는 담대함은 뛰어났다. 안타깝게도 시대에 도태되어 마지막 10여년은 전혀 작품 활동을 못하셨지만, 대신 남아있는 작품이 대신 그의 존재를 증명할 것이다. 

 

2009년 8월 4일 - 수영선수 조오련 氏 

  

   사람과의 비교 대상이 더이상 없어 바다 생물과 비교를 하곤 했던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단신으로 대한해협을 건넌 것이 몇번이었는지 셀 수 없을만큼, 그는 박태완 이전의, 수영계의 아이돌, 아니.. 이 말로는 부족하다. 그는 수영 그 자체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아이스 에이지2』에서 바다 거북이 역을 맡아 기꺼이 목소리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물론 영화사의 홍보효과의 일원으로 섭외되었겠지만, 지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몇 편의 뉴스클립을 제외하고는, 이것 뿐이다. 그저 죽어서도 사망신고를 올리지 못하는 그의 딱한 처지가 안타까울뿐이다. 

 

2009년 8월 18일 - 김대중 전 대통령 

          

   천수를 누리셨지만, 전직 대통령의 죽음의 충격과 그 빈자리의 상처가 치료되기도 전에 또 한 분의 어른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한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꿈속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뵜었다. 아침나절의 싱그러운 약수터였던 것 같은데,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김전대통령이 누군가와 함께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지팡이도 없이. 너무 놀란 내가 '감히' 말을 걸었었다. "아니, 병원에 누워계신다면서 언제부터 이렇게 걸어다니셨어요?" 그러자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 "아~ 언제까지 누워만 있을 수 있는가. 이제 움직여야지. 걱정해줘서 고맙더라고." 그리고 꿈에서 깼다. 아내한테 그 꿈 얘기를 하고나서 며칠 후 김전대통령이 서거하셨다는 뉴스를 속보로 접했다. 땅에 묻히시는 그 날까지도 나이 지긋하신 'tomb raiders'의 공격을 받으신 김대중 전 대통령님. 그곳에서는 지팡이 없이 편이 쉬시길 바랍니다. 먼저 가 있는 노통을 만나시거든 조금만 혼내주시길. 

 

2009년 8월 21일 - 배우 이언 氏 

       

   『천하장사마돈나』에서 이언은 정말 씨름선수 같았다. 이 말은 그가 씨름선수 출신이라서 씨름선수 같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씨름선수를 '연기'했다. 기능적인 역할이 아니라, 주인공과 반대되는 지점에서 부딪히는, 씨름만 알고, 씨름만을 위하는 진짜 씨름 선수 말이다. 그렇기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류덕환과의 씨름장면에서 그의 마지막 웃음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인생, 뭐 있나?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야지. 하루종일 똥싸는 얼굴로 살지마. 즐겨!" 하지만, 이제 더이상 그런 건강한 웃음을 볼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2009년 9월 1일 - 배우 장진영 氏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반칙왕』에서였다. '여자' 배우같지 않은 여배우. 중성적 매력의 털털함이 시선을 끌게 했다. 그러다 그녀를 내 세포에 각인시킨것은 『소름』이었다. 늘 얼굴에 멍을 지닌채로 미친여자처럼 오래된 아파트를 서성거리는 그녀. 벗어날 수 없었던 인연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 자꾸 그녀의 죽음이 오버랩되는 까닭은. 힘든 투병생활을 견뎠을 그녀.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랄 뿐이다. 

 

2009년 12월 20일 - 배우 브리트니 머피 

                      

   솔직히 얘기해 그녀의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원래는 히스 레저가 차지할 자리였으나, 바로 며칠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녀로 대체되었다. 

   지난 일요일에 아내와 함께 집에서 『씬 시티』를 봤다. 우리가 그 영화를 본 것은 순전히 미키 루크와 조시 하트넷 때문이었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 「The Big Fat Kill(성대한 살육)」을 보는 도중  유난히 눈에 띄는 여배우를 보고 대화를 했었다. 

"누구죠? 저 여자?"
"브리트니 머피. 애슈틴 쿠처랑 결혼하고 이혼했잖아요. 그 이후로 애슈틴은 연상에 빠지고."
"결혼 했었어요?"
"아닌가? 뭐 같이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녀가 죽었다는 뉴스를 봤다. 왜, 어째서 영화를 보면서 다른 배우들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했는데, 왜 하필 그녀에 대해선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저 갑작스런 죽음에 당황스러울 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명단이 많이 빈다. 망자는 말이 없고, 남은 사람들은 또 하루를 살아간다.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짐을 매고 꾸역꾸역 살아간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에게 해묵은 작별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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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2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특종으로 선정 될만큼 좋은 페이퍼네요.
참 많은 분들이 가셨죠~ 삼가 그분들을 기리며...

Tomek 2009-12-24 10:03   좋아요 0 | URL
아홉수라 그런걸까요? 2010년에는 좋은 소식만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novio 2009-12-2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우리 옆에 언제나 있을 것만 같았던 분들이 이미 세상을 달리했군요. 솔직히 실감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한국역사에서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그리고 브리트니 머피의 죽음은 한 해를 마감하는 상황에서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올해는 정말 이래저래 슬픔이네요.

Tomek 2009-12-24 14:54   좋아요 0 | URL
올해의 슬픔이 내년에는 기쁨으로 돌아와주길 바랍니다.
Adieu, 2009.

글샘 2009-12-29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죽었으면 떡돌린다는 넘은 안 죽고, 피눈물로 저문 한 해였습니다. 불은 유난히 많이 나구요. 슬픔이 새록새록 떠올라 마음이 아픕니다. 내년엔 또 얼마나 슬픈 한 해가 될는지요.

Tomek 2009-12-29 11:10   좋아요 0 | URL
2010년엔 좋은 소식만 들려오길 기대합니다. 그래도 아직 상자안에 '희망'은 남아 있겠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