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너머의 공간 이야기
장윤정 지음 / 푸른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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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실제 촬영지가 어디구나라는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 지역이나 건물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까지 알면 여러모로 도움이 됨을 알려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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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너머의 공간 이야기
장윤정 지음 / 푸른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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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명과 역사는 지리와 지형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지리적 미디어 문해력이 기르면 넓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

드라마, 영화, 광고라는 공간의 재현을 다루는 매체들이 많아지고

해시태그만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여서

커뮤니케이션 지리학 연구도 많아진 것 같다.

지리학의 대중화를 꿈꾸며 문화지리학에 매료되어 연구하던 저자가

영화지리학 석사논문을 작성한지 20여 년이 흐르고

박사학위를 마친 지 11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오랜 기간 육아에 전념했던 덕분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해져서 탄생한 책이다.

실제 장소와 연관된 인지 공간으로 영화나 드라마 속 장소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지리와 미디어의 만남을 분석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영화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고향은 코리아타운이 있는 

동부나 서부의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덴버이다.

감독의 아버지가 한국식 농사를 짓기 위해 아칸소 링컨으로 어린 시절

이사를 갔다고 한다. 낯선 땅에 뿌리내린 희망을 이야기했기에,

한국인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질적으로 촬영된 곳이 감독의 고향이 아니라 오클라호마주 일대가 된 것은

오클라호마주에서 세금 감면을 더 많이 해주기 때문이었단다.

그런데 오클라호마주는 원주민의 현지 적응 과정이 남아 있는 장소라고 한다.

1830년 앤드류 잭슨 대통령 때 인디언 추방법이 개정되면서

원주민들이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이동하기를 명령받았는데,

이를 거부했던 일부 부족이 1838년 가을과 겨울에 4000명 이상 사망하면서

눈물의 궤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오클라호마주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을 주었다고 한다.

실제 촬영지의 역사를 알고 보면 영화를 볼 때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영화 <도굴>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픽션일까 궁금했는데, 

오구라 컬렉션에 대해서 알게 되어 유익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조달품이 매매되기 시작하면서

조성되었는데, 1948년 건물이 지어지면서 자유시장으로 이름 지어졌으나

한국을 도와준 16개의 참전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2년 후에 국제시장으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은 충청도지만 실제 촬영은

포항의 구룡포 일대의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이루어졌다.

구룡포에 일본 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는 고래잡이를 하는 일본인 어부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란다. 어촌의 특성상 언덕 위에 배들이 들고나가는 것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였고, 일본 가옥의 특성상 목재 건물이 많아

근대문화역사관이 개관하면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로 

잘 보존되게 된 것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나서 대만 단수이의 담강 중학교와 

진리 대학교를 일부러 방문했었다. 단수이는 대만의 최초 선교사가 들어오고,

대만에 서북쪽으로 중국이나 기타 외국 문물이 들어올 때 통로 역할을 한 곳이다.

홍마오청을 단순히 인생샷 남기는 이쁜 건물이 아니라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나라의 식민지 세력에 의해 사용된

서구 열강과의 교류 역사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곳이라고 알았더라면

대만 여행이 더 알차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실제 촬영지가 어디구나라는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 지역이나 건물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까지 알면 

여러모로 도움이 됨을 알려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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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지음 / 청담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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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좋은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 육필원고를 바탕으로 읽기 쉬운 편집으로 재구성되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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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지음 / 청담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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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날씨가 급 쌀쌀해지면서 곧 2024년도 저물어가겠구나,

완연한 중년으로 접어들겠구나는 생각에 괜스리 서글퍼졌다.

기운을 내고 마음만은 청년으로 돌아가기 위한

나만의 비법 중 하나가 사춘기 때 열렬히 사랑했던

헤르만 헤세와 윤동주를 만나는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꼭 읽어야 할 이 시애의 고전인

윤동주 시집을 청소년기에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물아홉 해방되던 해에 가버려 더 가슴 저미게

우리에게 영원한 청년으로 각인된 시인의

출중한 외모에 반해 시집을 집었다가

그의 시를 가슴에 새기며 얼마나 먹먹했었는지,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을 읽으면 꿈 많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말주변도 사귐성도 없었지만 윤동주의 방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가득 차 있었고,

친구들이 찾으면 빙그레 웃으며 반가이 마주 앉아주었다는

수줍은 청년을 통해 내향인의 롤모델을 삼았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시인 발끝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이 존경했던 정지용 시인이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쓴 서문을

보니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였다.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극강의 I 성향 사람으로서 수줍었던 내향적이지만,

그 누구보다 굳건했던 한 청년의 외침에 공감이 되었다.

조용히 열흘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곰곰이 생각하여서 한 편의 시를

탄생시키기까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지나치게 겸허 온순했지만 시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던

그 굳건한 심지를 본받고 싶다.


서시와 길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만,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고민되는 이 시점에서

길은 더 마음 속 깊이 들어왔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9.31.



#윤동주 #시집 #하늘과바람과별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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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99세
산조 미와 지음, 오시연 옮김 / 지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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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생, 평생 독신으로 싱글 라이프를 즐기며 살고 있는 산조 미와는

98세까지 산조이비인후과 클리닉 병원장으로 주5일 환자를 보았다.

지금도 예전 환자들과 전화상담을 하고, 극단을 운영하며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무대에 배우로도 출연하는 현역이다.


비혼을 선택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지금 시대에도 여자 혼자 사는 게

녹록치 않은데 여성차별이 훨씬 심하던 그 옛날에 의사라 할지라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예상이 되었다.

98세까지 주 5일을 일했지만, 돈 먹는 하마인 극단을 운영하다보니

생활이 빠듯하긴 해도 좋아하는 일을 평생동안 하며 유쾌하게

살아가는 99세라니 너무 존경스러웠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 적도 없고,

심지어 밤에 잘 때 눈깔사탕을 물고 달콤함을 맛보며 잠드는 습관 때문에

전부 의치를 하고 있다니 시트콤에 나오는 세상 쿨한 괴짜 왕할머니 같았다.

장수하는 건강한 생활습관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때 그때 스트레스를 흘려버리면서 살아온 게 비법이었단다.

의사와 연극이라는 일을 양립했기에 적당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니

정말 멋진 인생이었다.

100세 기념 일인극 대본도 준비했다고 하시니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유쾌한 생활에 신기해하다가

연극의 주제를 들여다보니 숙연해지는 면이 있었다.

실제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기에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히 알고 있어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의 원념이 발현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슬펐다.

거의 한 세기를 마음 내키는 대로 본능에 따라 당당하게 살아온 어른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합법이고,

사람을 많이 죽이면 잘 하는 일이 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반대하며,

전쟁을 시작하는 건 정치인과 군인이나

희생자는 일반 시민임을 연극을 통해 외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큰 울림이 있었다.

#산조미와  #98세이비인후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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