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생활의학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닥스메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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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미생물과 건강관리에 대해 진심임 사과나무 의료재단(치과병원 건강증진센터)

김혜성 박사님이 펴낸 짧지만 강력한 건강안내서이다.

짧은 책 내용을 보완하기 위한 많은 정보는 

QR 코드로 연결된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로는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생동감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고,

최신 연구결과 등의 자세한 정보는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로드 아티팩트로 생성한 퀴즈를 풀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미생물과 나의 통합체로 우리 몸을 인식해야 한다는

통생명체(holobiont)에 대해 쉽게 설명되어 있어

미생물과 건강에 대해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체 내 미생물 유전자 정보 전체를 의미하는 말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군집 전체를 가리킨다.

피부, 구강, 장, 폐 등 몸 곳곳에 살면서 나의 건강과 질병, 생명유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미생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 몸을 거대한 생태계, 인간 세포와 미생물이 하나로 융합된 복합 생명체로 보는 개념이

통생명체(holobiont)이다. 

대략 30조 개에 이르는 인간 세포보다 훨씬 더 많은 100조 정도의 미생물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 2.5바퀴를 돌 정도라니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미생물 유전자를 모두 합치면 우리 몸보다 150배 정도 많고,

장속에 우리 몸 미생물의 95%가 살고 있기 때문에 장내미생물이 그렇게 중요한 거다.

우리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지 질병 상태로 갈지의 90%를 결정한다니

미생물 생태계를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음식과 공기가 들어오는 구강은 면역 체계의 첫 번째 방어선으로

건강한 구강 생태계가 면역 체계의 우군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는데,

입맛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은 놀라웠다.

특정 미생물이 많으면 단 음식을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다고 하니

나쁜 세균들의 수를 적절히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음식을 먹고, 알코올 함유 가글이나 계면활성제 치약 사용은 하지 말고,

유산균 같은 좋은 세균을 보충해야겠다.


뇌 다음으로 많은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제2의 뇌, 장은

수십조의 미생물이 살아가는 거대한 생태계이다.

배짱, gut feeling 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을 통해 직접 연결되어 있고,

장내미생물은 이 소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호르몬과 신경망으로 장과 뇌가 연결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장 미생물이 장의 건강을 통해 간접적으로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부각되고 있다.

항생제는 유익균도 죽이므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 사용은 줄이고

프로바이오틱스의 훌륭한 공급원이 되는 

김치, 된장, 요구르트 같은 발효식품을 많이 먹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 채소, 통곡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

불안이나 우울증 등을 줄여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고 한다.

장-뇌 축은 양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가짐,

스트레스 관리, 명상 등이 장 미생물 균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건강한 장 미생물을 가꾸는 것이 건강한 마음을 가꾸는 길인 것이다.


통생명체로서의 건강 관리는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몸과 마음, 우리를 둘러싼 환경 전체의 조화로운 균형을 추구하는

우리 안의 작은 우주를 깊이 이해하고 돌보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마이크로바이옴생활의학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   #미생물과건강 #구강미생물  #통생명체   #holobiont  #김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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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봤니? 이런 평화중재자들
수재나 라이트 지음, 이승숙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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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르카 나타루크 지역의 한 석호에서 1만 년 전의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대량 학살로 희생된 인간의 유골 화석이었다.

그 옛날부터 인류는 끊임없이 폭력에 저항하고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것 같다.

평화를 추구하는 일은 그 자체로 투쟁일 때가 있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적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전쟁 중인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비폭력적인 대화를 이끌어

화합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줄이려는 평화중재자들이다.


인간은 존중받아야 하고 자유로우며 안전하게 살 자격이 있으므로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이 되도록 선한 영향력을 미친

평화중재자 20명의 용기를 소개한 책이다.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이 사랑이 모든 존재를 향해 흘러가

존경과 감사와 친절로 표현된다면 모두가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수 있다며

노자는 단순한 삶을 살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라고 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노자의 가르침은

마음 챙김, 명상과 감사를 통해 행복과 복지가 증가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오직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라고 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는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인격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꿈꾸었는데, 아직도목숨을 바쳐 모든 사람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말라라 유사프자이가

"온 세상이 침묵할 때는 하나의 목소리도 힘이 됩니다." 고 했다.

자신에게 총을 쏜 남자가 자신 앞에 서 있고 자신의 손에 총이 있다해도

그 남자를 쏘지 않을 거라는 어린 소녀가 생명을 잃을 위협에서 살아나서

평화롭게 지내며 모두를 사랑하라고 한 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서 활약한 20명의 평화중재자들을 만날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


#들어봤니이런평화중재자들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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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버드의 노래 - 흑인, 퀴어, 우아한 탐조자로 살아온 남자의 조용한 고백
크리스천 쿠퍼 지음, 김숲 옮김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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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퀴어, 우아한 탐조자로 살아온 남자의 조용한 고백이라고 해서

소수자의 삶이 녹록치 않았겠구나 하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한 것보다 더 극적이었다.


2020년 5월 25일 뉴욕 센트럴파크 사건 이후

크리스천 쿠퍼는 가장 유명한 흑인 탐조인으로 등극했다.

탐조를 하다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을 발견하고

견주인 백인 여성에게 목줄 착용을 부탁했는데,

백인 여성이 되려 의기양양하게

"여기 나를 위협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있다고 신고할 거예요."

라고 말하면서부터 촬영된 69초짜리 동영상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했고, 

쿠퍼의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불꽃이 일어났다.


그 영상의 흑인 남성이 탐조 중이었다,

그런데 하버드 출신이래,

마블에서 일했대, 게이래.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그를 수식하는 말들과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라 곧 그의 삶을 

영화로 만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지금도 탐조는 자연에 미친 덕후의 활동이나 

자연친화적인 사람들의 고급 취미활동에 속하는 편이기에,

1970년대를 살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년이 백인으로만 구성된 

탐조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그의 표현에 의하면 

상아부리딱따구리보다 희귀하다.

상아부리딱따구리는 딱따구리 중 세 번째로 크고 아름다워

신의 새라 불렸지만 1944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후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새이다.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면,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생명체의 관계를 의식하게 되는데

쿠퍼가 특별히 새에 대해 매혹된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탐조는 접근성에 있어 큰 이점이 있다.

지구 어디에 있든, 볼 수 있는 새의 종류가 

동일한 지역에 있는 포유류의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다.

많은 종류의 포유류는 야행성이거나 땅 아래나 바닷속에서 서식해서 관찰이 어렵다.

곤충의 경우는 종류가 너무 다양해 모든 종을 파악하기 어렵고 겨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에 반해 새는 연중 어느 시기에나 다양한 종을 볼 수 있는 데다,

인간과 독특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

우리는 개와 많은 감정을 공유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된 감각이 다르다.

인간보다 후각 수용체가 50배나 많은 개가 감각하는 세상을 인간은 절대 경험하지 못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새는 굉장히 제한된 후각을 지니고 있어 

우리와 같은 방식인 시각과 청각으로 소통한다.

특히 명금류들은 경이로운 수준의 음악적 레퍼토리를 발전시켰고

인간은 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새와 함께라면 

시각과 청각이 언제나 발생한다.

도감 속의 새가 내 눈에 보일 때의 그 감동을 한 번 경험해 보면 잊을 수가 없다.


첫 뉴욕 방문이 한겨울이라서 눈에 뒤덮인 센트럴파트와 오리들도 좋긴 했지만,

초록 초록한 센트럴파크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앵그리버드를 발견하고 서운함이 1도 없이 사라졌다.

앵그리버드가 그냥 귀여운 캐릭터인 줄만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어서 그렇지 미국에는 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였구나를

깨달으며 분홍빛 북부 홍관조를 보며 얼마나 감탄했는지,

완전 새빨간 홍관조를 보지는 못했지만 큰 울림을 갖고

자연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센트럴파크는 사람만큼이나 하늘을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모으는, 

철새를 끌어들이는 덫이자 텃새들의 보금자리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다.

지상에 묶인 인간은 한계 없는 공간으로 몸을 던지는 새들을 보며 꿈을 꿀 수 있다.

그 작고 여린 도요물떼새들이 지구를 여행하는 거리를 알게 되었을 때

그 경이로움이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쿠퍼에게 탐조는 세상 속 퀴어 청소년으로서 고통받을 때 피난처가 되어주었고,

흑인이자 아웃사이더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해 

자신의 괴짜 같은 근간을 다지게 해주었다.

그가 전 세계를 여행하게 만든 것도 먼 곳에 있는 새를 찾으러 가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고,

미국인들의 양심을 돌아보게 한 사건으로 이끌어 그의 삶의 궤적을 바뀌게 한 것도

새였다.


교사였던 부모님과 6학년 때 여름휴가로 미국을 횡단하는 긴 여정 동안

4명의 가족과 강아지까지 욱여넣은 작은 캠핑카에서 

모든 탐조인의 성경인 로저 피터슨의 <탐조를 위한 필드 가이드>를

백 번쯤 돌려본 쿠퍼는,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운 새들의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며

실제로 그 새들을 보면 어떨지 상상했고, 여행 내내

쿠퍼는 도감 속의 내용을 무의식적으로 모두 흡수했다.

아들의 놀라운 관찰력을 확인한 아빠는 롱아일랜드로 돌아와서

일요일에 탐조 산책을 진행하는 오듀본 협회를 발견하고

그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거기서 만난 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자 활기 넘치는 유대인인

커트너가 흑인 청소년의 친구가 되어 

모든 고통을 초월하게 만드는 새에 대한 사랑을 알려줄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라 다행이었다.

그때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백인 우월주의자를 만났더라면

지금의 쿠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쿠퍼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던 아빠 프란시스 쿠퍼가

브루클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과학 선생님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

흑인 시민권 활동가임에도 불구하고 쿠퍼가 어린 시절 아빠를 두려워하는

공포 속에서 살았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였다.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잔인할 정도로 감정적이었던 아빠의 삶도

참 드라마틱 했다. 쿠퍼의 엄마와 고통스럽게 이혼하고 재혼한 이후에도,

전 아내의 어머니를 존경하며 돌본 남자가 자녀를 따뜻하게 돌보지는 못했다니 말이다.


<스타트렉>은 부모님이 양육하며 가르친

인종 평등, 평화적 협동, 더 나은 인간성에 대한 약속이 충족된 미래를 속삭였고

스타플릿에서 살아가는 스팍은 게이 소년에게 

인간의 성가신 감정을 모두 걸어 잠근 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게이스로움을 억압하며 에너지를 공부로 쏟아 부운 그는

하버드에 입학했지만 변호사가 자신의 천직이 아니라고 빠르게 결론지었다.

1980년대 초 흑인이자 성소수자인 사람은 기득권과 잘 지내지 못할 것이라는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 장벽에 쌓여서 내린 결론이라서 

안타까운 면이 있었다. 변호사를 현대의 기사단으로 인식하며 정의가 승리하도록

언쟁을 벌이는 일이 다소 낭만적이라는 사실을 체감한 

하버드대 정치학 전공 흑인은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중대한 갈림길을 대면하는 대신

하버드 졸업생을 위한 여행 장학금으로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떠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흑인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원하는 백인들에 둘러싸이는

놀라운 사건을 겪으며 미국에서의 성장 배경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일생 동안 흑인으로서 백인보다 쓸모가 덜하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음을 깨달았다.

<스타트렉>만큼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조차도 백인이 디폴트라는 설정이

지배한 미국에서 살다 보니 똑똑하고 좋은 교육을 받은 흑인이

외계인이 화이트워싱을 당했음을 깨닫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울루루에서 열기와 경이로움을, 이구아수에서 감정과 경외심을 느끼고

웅고롱고로에서 인류의 기원으로 시간을 돌려보며

비교적 성공적인 전 세계 순례길을 밟았다.

하지만 전 세계를 여행하며 그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유대인이,

호주에서는 아시아인이, 베를린에서는 터키 후손을 업신여기는 분위기를 보며,

어디를 가든 또 다른 '니거'가 있음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고,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는 뉴욕에서 괜찮은 저녁 한 끼를 먹을 때 쓰는 백 달러가

네팔 대학에서 공중위생학 석사 학위를 밟고 있는 짐꾼의 한 학기 학비임을 알게 된다.

새로운 새를 만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을 통해 그는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 것 같다.


뉴요커들의 오아시스 센트럴파크가 그 시작부터 국가 규모의 분노를 유발하는

인종차별의 유산이 남겨져 있는 줄 처음 알았다.

88 서울 올림픽이 많은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없앴던 것과 유사하게

센트럴파크가 조성되기 전,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는

지금의 웨스트 80번가와 웨스트 89번가 사이에 대부분 있었다.

19세기 초 뉴욕의 가난한 사람들은 위한 피난처였던 '세네카 빌리지'는

흑인들과 아일랜드 이민자 일부, 당시 미국의 사회적 위계질서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던 백인들을 위한 곳이었다.

무허가 판자촌이 아니라,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크게 억압받았지만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세 개의 교회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교를 포함해 자신들만의 장소를 개척해

비교적 편안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50번가에서 100번가에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토지 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동산 매입이 시작되었다. 

세네카 빌리지 주민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채, 1857년 세네카 빌리지는 사라졌다.

세네카 빌리지가 무허가 판자촌이었따는 거짓말은 

백인으로만 구성된 체재의 지도자들이 만들어냈던 거짓말이고

그 거짓말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음이 씁쓸했다.


미국에서 평생 살아온 백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본질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인종차별적 고정관념,

블랙 메네스(Black Menace)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흑인에 대한 공정성과 정의, 성소수자를 위한 평등,

새들이 전해주는 순수한 기쁨, 야생동물이 사는 지역을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에

맞서 싸우고 있는 크리스천 쿠퍼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블랙버드의노래   #BlackLivesMatter  #블랙메네스 #센트럴파크사건  #크리스천쿠퍼 #조지플로이드 #센트럴파크탐조  #탐조  #흑인탐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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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산책 - 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여행 철학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편역 / 지콜론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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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가 당신의 여정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보내는

이탈리아 여행 안내서라서 신기했다.

여행 안내서 '베데커'에서 소개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여행자들이 종종 놓치는 특별한 곳을 추천하는 헤세는

가능한 한 많은 것들을 눈에 담는 것보다

하나의 도시, 호수, 지역을 철저하고 자세하게 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가 열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었을 때 로마를 아직 보지 못했을 정도니

헤세처럼 천천히 이탈리아를 음미할 수 있는 여행자는 드물기는 하겠지만,

헤세의 여행 철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피렌체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에서 자신을 안내하던 수도사에게

왜 이제는 수두원에서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냐고 헤세가 물었더니

나이든 수도사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방문객들은 이런 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500년이 넘지 않은 것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그들은 우리를 경멸합니다. 

우리 선조를 존경하는 만큼이나 우리를 경멸하지요." 라고 말했다.

헤세가 작별 인사를 하며

"아마도 그들은 여러분 안에서 자신의 시대,

어쩌면 자신을 경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라는 말을 건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헤세가 피렌체에 있는 동안 시간을 충분히, 

그리고 열심히 활용하려고 노력했는데

보볼리 정원에서 몇 번의 오후를 게으르게 보내고 

꿈꾸며 보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유명한 궁전들을 보았지만,

보볼리 정원에서 금붕어가 있는 분수 연못에서 보낸 시간이

더 인상적이고 결코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니

피렌체를 방문하면 온종일 보볼리 정원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어졌다.

무해한 산책이나 알려지지 않은 예배당을 방문하거나,

거리에서 즐거운 대화나 심지어 금붕어 연못을 보기 위한

15분의 여유도 없이 인증샷만 찍고 바쁘게 다니는 관광객의 모습을

경계하는 헤세의 여행 태도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헤세의 예술적 안목과 자연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력이 돋보이며

낯선 풍경과 도시에서 단순히 유명하고 눈에 띄는 것만을 좇지 않고

본질적이고 깊은 것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이면 

우연한 일들, 사소한 것들이 특별한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려주며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무해한산책  #헤르만헤세  #이탈리아안내서  #보볼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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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면 니체를 만나라
이동용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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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학장인 스승 발터 겝하르트 밑에서 

니체, 쇼펜하우어, 괴테, 포이어바흐, 키르케고르, 바그너, 릴케, 카프카, 헤세 등

실존철학의 계보에 선 이들의 철학을 전수받은

독일 철학박사인 저자가 독보적 니체 연구를 통해

현명하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니체의 가르침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인이 니체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방법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낙타의 단계에서 니체는 자기와의 싸움을 종용한다.

사람은 자기를 극복하기 전에 스스로 극복할 만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순종의 대명사답게 낙타는 짐을 거부하지 않는다.

운명이 인식될 때 그 운명이 아무리 비참해도 감사하며 끌어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정의 마지막 지점이 아무리 초라해도

자기 삶이 도달한 곳이므로 마지막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때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사자의 단계에서는 모든 짐을 벗어던져야 한다.

저기를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를 지배하고 즐기는 사자는

외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생각을 가져

금발의 야수로 성장을 거듭한다.

니체는 '웃는 사자들이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라고 했는데

사자가 아니라 사자들이라고 복수형으로 말했다.

나의 나다움은 단 하나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지만,

그것은 또다시 수많은 얼굴로 드러나는 법이다.

내가 나를 싫어할 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의 소재는 다 비슷하지만, 요리사가 어떻게 요리하냐에 따라 

요리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듯 내 인생 드라마도 나만의 것이 된다.

시작이 변하면 인식이 변하고, 인식이 변하면 생각이 변하며,

생각이 변하면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 세상이 변한다.

세상의 현상은 생각의 결과물일 뿐, 절대적이지 않음을 명심해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가 자기 자신이라는 적이다.

자신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기 자신과 매일 싸워야 하는 것이

삶이다. 하루에도 열 번씩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내야 신이 될 수 있단다.

니체는 삶과 의지를 동의어로 간주했다.

삶이 있는 곳에 의지가 있고, 의지가 있는 곳에 삶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지가 있으므로,

사회의 의지에 맞서 자기의 의지로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삶의 비결은 운명애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사랑하면 못 할 일이 없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는 말처럼,

인연은 순리 속에서 형성되는 법이다.

괜히 인연을 자기 의지대로 하려 하면 악연이 되는 법,

살면서 인연은 만들되 악연은 지양해야 한다.

그냥 저마다 제 갈 길을 가면 된다.

끝까지 가보고 한계에 직면하면 하늘이 내려준 운명을 알게 될 것이니

끝장을 보면 되고 그 과정에서 '운명애=자기애'를 잊지 않으면 된다.

자기를 사랑한다면, 자신은 자기를 위한 구원자가 될 수 있다.



#니체   #꽤괜찮은어른이되고싶다면니체를만나라  #운명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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