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프리 메이슨 지음, 오영진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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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전하는 나만의 이야기,

어머니께 당신이 주연을 맡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선사하는

특별한 어버이날 선물이다.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엄마의 삶으로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책에 담긴 질문은 한 권의 자서전을 완성할 수 있는 영감과 단서를 제공한다.

잊고 지냈던 엄마의 소중한 어린 시절,

자식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스쳐지나간 엄마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신중하게 자신의 삶을 기록해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엄마의 어린 시절이 그랬구나, 한 번도 뵌 적 없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랬구나,

희미해진 외할머니의 모습도 엄마의 글 속에서 되살아나니 나 또한 저절로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신이 모든 곳에 함께 할 수 없어서 만들었다는 어머니,

이 세상 모든 사랑의 근원인 엄마의 인생을 책에 담아 보니,

내가 이렇게 귀하게 컸구나, 우리 엄마가 혼신을 다해 사랑으로 길러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져 너무나 감사하고 따뜻해졌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느라 잊고 살았던 엄마의 어릴 적 꿈과

소녀 감성을 확인하니, 울 엄마도 할머니에게 더 없이 사랑스럽고

애달픈 막둥이 딸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이렇게 여린 엄마가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 강인해졌다는 걸 생각하니 가슴이 찡했다.

엄마의 삶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람들의 응원과 사랑을 만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엄마의 헌신과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너무나 착하고 성실한 우리 엄마가 웅변 원고를 다 외우지 못해

학교를 빼먹은 적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책임감이 투철한 우리 엄마에게도 그런 꼬맹이 시절이 있었다니,

당연히 엄마에게도 철부지 어린 시절이 있었을텐데

처음부터 엄마이지는 않았을텐데, 우리 엄마도 외할머니에게는 늘 걱정되는

사랑스런 아기였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니 늘 엄마에게 기대기만 한 것 같아 미안해졌다.

대학교 진학을 하고 싶었지만 보탬이 되고자 취업을 하고,

결혼 후에는 본인의 삶보다 늘 자식과 가족이 우선이었던

착하고 착한 우리 엄마의 삶에 이제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부모기록찾기 #어버이날선물 #부모님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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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과학편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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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순한 세계 여행기가 아니라 숨겨진 세계사까지 배울 수 있어

tvN <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특히나 세상을 바꾼 과학 관련 사건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시청했기 때문에

벌거벗은 세계사 과학편을 모아서 다시 볼 수 있어 아주 유익했다.

사라지지 않을 공포의 존재, 벌거벗은 세균 전쟁은 다시 봐도 끔찍했다.

지구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가장 단순하지만 대단한 생명체 세균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류를 초토화할 만큼 위협적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인류 역사에서 치명적인 감염병을 일으켜왔고,

항생제의 발견으로 물리치는 듯 했으나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한데다

아직도 2% 정도밖에 밝히지 못해서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성병 매독은 피부 궤양이 매화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492년 콜럼버스의 교환을 통해 두 세계가 접촉하면서 무역품만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감염병도 교환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천연두, 홍역 등의 바이러스가 전파됐고

아메리카에서는 매독균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페스트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던 유럽에서는 현재를 즐기자는 쾌락주의가 만연했다.

군인, 귀족뿐만 아니라 교황까지도 방탕한 생활을 했고, 많은 예술가들이 매독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매독은 수치스로운 병으로 여겨져 각 나라에서 서로

다른 나라의 이름을 붙였는데, 신대륙 발견 이전부터 매독균이 유럽에 존재했다는 증거도

제시되고 있다. 매독의 신대륙 기원설과 유럽 내재설 모두 충분한 근거가 없어서

여전히 논쟁 중인데, 20세기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 감소하다, 최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매독 환자가 급증했다니 의외였다. 치료를 받으면 없앨 수 있음데도 불구하고,

은밀한 감염 경로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있어 그 생명력이 유지되고 있다니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다.

인도의 풍토병이던 콜레라를 세상 밖으로 퍼트린 영국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제국주의 정복욕 또한 인류가 잊어서는 안 된다.

1817년 1차 팬데믹을 시작으로 150여 년간 7차 팬데믹을 일으키는 동안,

다행히도 국제적 공조를 통해 감염병을 인간이 정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얻게 되었지만,

여전히 위생시설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며 콜레라균에 노출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가슴이 아프다.

산업혁명 시기 열악했던 근로환경에 의해 결핵균이 활개를 친 것처럼 가난한 자들의 질병이

여전히 유명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결핵균은 자외선에 약해서 햇빛을 받으면 전염력이 떨어지는데,

환기도 안 되고 햇빛이 차단된 공장에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며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아

면역 기능이 떨어져서 결핵이 발병했는데, 결핵에 걸려 살이 빠지고 창백해진 외모를

미인상으로 동경하여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결핵을 아름다운 질병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니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참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 OECD 가입한 이래 2021년까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를 우리나라가 차지했다니

좀 무서웠다.

백두산 괴담과 화산 폭발, 진화론을 잘못 해석한 우생학의 과오, 퀴리 가문의 과학 DNA, 스파이로 몰린

원자폭탄의 아버지 등 세계사 속 과학 벗기기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했다.

#벌거벗은세계사과학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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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누는 시간 12초 오줌 누는 시간 21초 - 내 몸을 살리는 평활근 생물학
김홍표 지음 / 지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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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건강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하루도 쉼 없이, 묵묵히 일하는 평활근에 얽힌 이야기와

그동안 잘못 알아왔던 연구들에 대한 최신 생물학 이야기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당연한 생리 현상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제대로 숨 쉬고 잘 먹고 똥 오줌을 제대로 싸는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위대하고 대단한 일인지를 새삼 인지하며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는 재미있는 명강의였다.


서른 즈음이 서글퍼지는 이유는 근육의 소실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 줄기세포 수의 감소,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단백질 품질 저하 및 회전율 감소, 호르몬의 조절 기능 약화 등으로 인해

근감소증이 진행된다. 60세가 넘은 사람들의 25%, 80세가 넘은 사람들의 절반은

젊었을 때보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가진다.

다행히 육체적 활동이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하게 만들고 단백질 회전율을 높여

근육의 기능에 참여하는 신호 전달 물질의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노화를 막거나 역전시킬 수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자세한 근육 수축 기전의 내막을 속속들이 모르지만, 근육 피로의 원인을 짐작할 수는 있는데

한동안 근육과 혈관에 축적된 젖산이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젖산과 같은 약산은 생리적으로 중성인 환경에서는 해리되지 않아

양성자를 내놓지 않아 젖산 자체가 근육 환경을 산성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대신 최근에는 ATP가 분해되는 동안 양성자가 축적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피로한 근육에 ATP 농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와 ATP는 피로 후보 물질에서 일단 제외되었지만

피로를 해소하다 보니 그 양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인산이 해리되고 근육의 산성도가 올라갔다면 ATP  대사율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인산크레아틴도 이 순환에 관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운동하는 동안 생기는 열로 인해 근육으로 가야 할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근육의 성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생리학자들도 있다.

각본이 복잡해졌지만 어쨌든 근육 피로이 원인 물질이 더 이상 젖산은 아니다.

과거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연로로 쓰다 보면

젖산이 생기고 근육이 산성화되면서 피로해진다는 믿음이 팽배했지만 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젖산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많은 증거들이 제시되었다.


멍게에 플라스마로겐이라는 지방산 계열의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뇌의 인지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라던지,

지방산과 아미노산을 만들 때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복제하고 수선하는 데

쓰리고 축삭을 피막처럼 둘러싸는 미엘린 절연체를 만들어야 하는 신경세포 또한

비타민 B12 의존도가 높은데, 비타민 B12는 동물성 음식물에서만 충족된다.

곰팡이나 식물은 B12가 없으므로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비타민 B12는 반드시 따로 챙겨 먹어야 한다는 등 소소하지만 중요한 

건강 지식을 넓힐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3kg이 넘는 동물의 배뇨 시간은 체중이나 방광의 크기와 무관하게

약 21초에 수렴한다는 오줌의 물리학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귀여운 외모뿐만 아니라 정육면체 똥을 누는 걸로도 유명한 웜뱃을

그저 귀여워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똥을 누는지 실험하고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참 기상천외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았다. 별걸 다 연구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됨이 고맙기도 하고 

참 세상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다양한 생활사가 

그 누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구나를

새삼 깨달으며 생명의 신비로움에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읽게 되는 책이라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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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SIMPLE 03 화학 SUPER SIMPLE 3
DK 슈퍼 심플 편집위원회 지음, 김현호.박은서 옮김 / 북스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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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DK 백과사전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SUPER SIMPLE 시리즈 또한 소장의 욕구가 뿜어나온다.

세계 최대 박물관 및 다수의 미술관, 연구소를 운영하는 교육재단 스미스소니언이라

대중적이고 믿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영국과 미국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지 않았나싶다.

풍부한 삽화와 간결한 설명으로 한 바닥 또는 두 바닥에 하나의 개념을 담아

과학 연구 방법부터 화학의 기초, 원소, 구조 및 결합, 물질의 상태,

나노 과학 및 지능형 소재, 정량분석, 산의 화학, 금속과 반응성, 에너지 변화,

반응 속도와 화학 평형, 유기 화학, 화학 분석, 지구와 화학, 여러 가지 자원까지

그야말로 화학의 모든 것을 슈퍼 심플하게 담아내었다.

모든 페이지가 거의 180도로 완전 펼쳐지기 때문에 가려지거나 하는 그림도 없이

완전 시원시원하게 개념과 그림이 한 눈에 들어와서 이미지화하기에 좋다.

예를 들어 몰에 대해 한바닥 개념 정리를 한 다음,

다음 한 바닥으로 몰 계산 연습을 할 수 있게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주요 개념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화학에서는 물질에 포함된 입자의 수, 물질의 양을 알아내는 것이 유용한데

물질의 양은 몰(mol) 단위로 측정한다.

1몰의 입자는 아보가드로 수만큼의 입자를 의미하며,

물질 1몰의 질량은 평균 원자량 또는 화학식량을 그램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몰 수를 계산할 때 원자의 경우 평균 원자량을, 화합물의 경우 화학식량을 사용한다.



화학 교과과정의 알짜 포인트를 280 페이지 정도의 한 권에

아주 간결하게 담아내었기 때문에 심화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용도보다는

꼭 알아야 할 화학의 모든 핵심 주제를 가볍게 알고 싶거나,

기초를 효과적으로 빠르게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서는 아주 탁월할 것 같다.

주요 개념이 간단한 그림과 함께 짝지어 있고 핵심요약도 박스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긴 글을 읽기 부담스럽거나 핵심과 군더더기의 구별을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경우에

시각적으로 핵심 개념을 살펴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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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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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현재 활동하는 작가 중 약 380권 정도 가장 많은 책을 펴냈고,

연 300회 이상 가장 많은 강연을 다니고 있고,

아동 및 청소년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25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후보로 오른 고정욱 작가님께서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5 가지 단어라 지치고 힘들 때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 나.

상처를 치유하는 단어, 사랑.

인생의 변환점이 되는 단어, 책.

변화를 이끌어 내는 단어, 용기.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단어, 소명.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했으나, 예전에는 불량 백신도 많았던지라

소아마비로 인해 중증 장애를 갖게 된 작가님은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싶었지만,

목발을 짚는 한 계속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좌절하고 한탄스러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작가님은 덕분에 상처보다 회복에 집중하는 버릇을 길렀다.

상처를 받고 아물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회복에 집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왜 하필 내가 다쳤는지 고민해도 다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왜 하필 나만 상처 입었을까?' 자책하지 말고

'나나 되니까 이 정도만 다쳤지.'라고 위안하는 것이

삶의 고통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된다.

작가님은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해서 또래들이 뛰어놀 시간에 주로 책을 읽었고,

자연스럽게 책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흡수하고 따라 하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혼자 걷는 길은 편안하지만 살다 보면 어려움이 닥치고,

그때는 손을 내밀어 잡아 줄 사람이 필요하다.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마음의 짐을 덜어 주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준다.

관계 속에서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해 나가기도 한다.

리얼리즘 작가님에게 요즘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콘텐츠 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초능력을 지닌 아이가 학교폭력을 타파하는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을 때,

솔직히 이런 것까지 쓰면서 작가 생활을 이어가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꼭 봐야 한다고 추천받은 웹툰과 드라마를 보며 끝없는 회의에 빠졌지만

"하던 것을, 잘 하던 것을 버리고 시장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뒤늦게 시작한 반도체 사업에서 선두 주자가 된 최태원 SK 회장의 말에

요즘 독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써보기로 도전했고 <버그 소년 우안태>가 나왔다.

<까칠한 재석이>시리즈를 썼던 작가님의 작품 세계가 크게 변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존의 스타일이 아니라 다른 작품 세계를 넓혀간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나는 기계치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 선호한다며

시도조차 하지 않고 무관심했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스스로 남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계단, 휠체어가 넘기 힘든 문턱, 장애인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화장실 문,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통로 등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춰 놓은 차별이

나중에야 눈에 띄는 건 장애인이 돼 보지 않으면 직접 느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님께서 사회를 바꾸려고 시위도 하고 권익을 위해 글도 쓰며 활동했지만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편견이 자리한 세상에서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의

인식을 바꾸면 어린이들이 주역이 될 세상은 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어린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자라나게 할지는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 삶이 힘들고 어렵고 실패했을지라도 내 아이의 삶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보듬어야 한다.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어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기 위해서 장애인을 위해 실천할 일을 생각해 내기보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편이 좋다. 이때 장애인이 퉁명스럽게 반응해도

속상해하지 말고, 소통하는 것에 서툴러서 그런 것이니 한 번 거절당한 경험으로

도움의 손길을 멈추지 않고 용기를 내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면 된다.

작가님은 길을 가다 넘어지고 계단 앞에서 망설이는 일이 잦았지만 먼저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일으켜 세워주고,

계단을 오를 수 있게 업어 주곤 했기 때문이다.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힘과 마음을

기꺼이 나누어 준 그들의 선한 마음과 먼저 내민 손길이 큰 은혜로 남았다고 한다.

누군가 보여준 따뜻한 헌신은 오래도록 남아 그 사람 역시 누군가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게 만든다. 좋은 관계는 그런 작은 선의의 연결에서 자라남을

작가님의 삶을 통해 증명하고 계신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고 지쳤다면, 어릴 적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떠올려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고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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