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뇌과학자가 밝혀낸 몸속의 기후재난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기후재난으로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결국 인간이 설 자리 또한 없어질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기후 불안을 넘어서 우리의 뇌, 신체, 마음속을 헤집는 기후 괴물이 튀어나와
습격을 당할 것임을 알게 되니 정말 소름 끼쳤다.
기후변화로 해수면과 기온이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솟으면서도
기후 애도, 환경 불안증, 환경 우울증, 외상 전 스트레스 장애 또한 심각해지면서
기후심리학이라는 신생 분야도 나타났다.
환경과 정신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어
기후변화는 우리 밖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
기후 불안은 생산성, 기억력, 언어생활, 정체성에 더해 실제 뇌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체가 없는 것만 같던 기후변화가
사실상 우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생각하니 무서웠다.
뇌는 우리 몸에서 총 질량의 2%밖에 차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포도당 1/5, 산소 1/4을 소비하는 기관이다.
뇌에 의해 신진대사를 거친 에너지는 전부 열로 방출되는데,
뇌가 1분당 생성하는 열에너지를 평균적으로 900J에 달한다.
일주일 동안 배출하는 열을 모으면 그 열로 물을 데워
10분 동안 샤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뇌세포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고열은 뇌를 과도하게 흥분시켜 발작을 유발할 수 있고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엉키게 됨으로써 뇌 조직 구조이 변형된다.
생리적 정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뇌가 생존에 필수적인 문제에 힘을 쏟고,
나머지 인지능력은 과감히 희생시킨 것이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기온과 폭력성 사이에는 확실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주변 온도가 섭씨 2도 상승하는 경우 폭력 범죄 발생률일 3% 이상 증가하는 것은
세로토닌 전달 체계의 자연적인 변동과 관계가 있다.
기온이 오르면 세로토닌 양이 줄어들고 충동성이 오르면 폭력이 늘어날 수 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잠들어 있던 수은도 깨어나 흘러나오고 있고,
기후변화는 신경독소 노출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기후변화가 사회적 불평등을 증폭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가장 큰 불공정 중 하나가 뇌 질환 부담이
부유한 국가 사람들과 비교할 때 기후 문제에 기여한 바가 현저히 적고
질병에 대비할 검증된 정치 및 의료 기반도 부족한
남반구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사실이 슬펐다.
환경이 변화하면 관행이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고 특정한 일들을 하지 않게 되면
관련 여휘를 사용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언어 손실이 됨은
생각지도 못한 변화라 놀랐다. 기후 요인이 사람들에게서 모국어를 빼앗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소름 끼쳤다. 언어 손실은 녹조, 산불, 노천 채굴, 폭염보다 더 은밀하게
우리의 현재와 과거를 모조리 절단한다. 언어가 사라진다는 건 인간 인식의
독특한 프리즘이 사라지는 것이라는 걸 생각하니 정말 슬펐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기후 불안의 그림자를 넘어 신선한 회복력과 공유된 결의를
이야기 나눔으로써 희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느끼는 것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인류의 연대와 투지가 집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며
모두가 공감하고 합의하는 원칙을 세우고 위기에 대응하는 회복력과 적응력이 있다.
뇌가 신경회로를 재배열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신경가소성은
우리가 회복력을 발휘해 역경에서 배우고 스트레스 요인에 적응하는 능력을 부여한다.
만성 스트레스와 기후 불안은 끔찍한 적이지만, 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회복력을 촉진함으로써 험난한 물길을 항해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다.
#내안에기후괴물이산다 #기후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