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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학교 - 세상을 품은 학교의 시대가 온다
함돈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초연결성을 지닌 아날로그적 인간이 추구하는 세상을 품은 학교의 시대,
평균의 종말 후 맞이할 미래교육에 대한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서이다.
초연결 학교는 인문과 기술, 인문과 예술, 정신과 물질, 배움과 삶,
교실과 공동체, 학교와 사회, 학교와 일터, 로컬리티와 국제적인 것을
긴밀하게 연결시켜 보려고 했던 몇 가지 실험들과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적 도전 사례를 분석한 문학평론가이자 인문학자인 저자가 제안하는 학교 개념이다.
입시 명문학교 수업을 들으며 '대체 이 공부가 좋은 삶을 살아가는 데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라는 회의감이 들었던 저자가 배움과 삶, 학교와 사회 간의 불일치를 해소할
미래학교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 학생들이 전기가 들어가지 않아 우물의 물을 퍼올릴 수 없는
남미의 오지 마을에 혁신적인 전기모터펌프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했다.
별도의 추가 시설 없이 전기를 간단하게 발전시키면서
아이들의 건강과 놀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획하에
어린이 공동 놀이터의 회전목마가 탄생했다.
아이들 스스로 회전목마를 발로 돌리며 놀 때, 그 힘으로 터빈이 돌아가는
모터펌프시설을 개발한 학생들은 기뻐했다.
하지만 그 지역 여러 현장 놀이터에 설치하고 나서야
학생들은 그들의 프로젝트가 실패했음을 알고 크게 당황하게 된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커피농장, 사탕수수 농장, 목화 농장의 노동자로
일을 해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이용할 시간도 없고,
배가 너무 고파서 놀이 기구를 돌릴 육체적 에너지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창의성 못지않게 사회 혁신적 교육 프로젝트는
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력, 열린 마음과 체력을 기르는 것 또한
공부의 중요한 일부가 됨을 보여주는 웃픈 사례이다.
삶의 현장성을 전혀 모르고, 삶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최첨단 부자 나라 교실의 배움과 앎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있었던 것이다.
대도시의 중심부를 제외한 우리나라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 학교에
이미 교실 구성원 상당수가 다문화 구성원이지만,
한국 사회는 그런 학교를 국제 학교나 글로벌학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뼈 때리는 지적에 마음이 아팠다. 글로벌은 역설적이게도 다문화를 빼고
남은 여집합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참 서글펐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로벌, 국제, 세계시민이 현실과는 분리된 채
따로 노는 학교 현장에서 세상 자체가 다양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허구와 인종주의에 가까운 문화적 다양성을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인종주의적 편견과 시장주의적 관점으로 가득 찬 글로벌의 온전한 의미가
지구시민성임을 상기하고, 지구적 삶의 실제성을 연결하는 것 또한
미래학교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미네르바 대학이 대중적으로도 가장 노출도가 높은 미래학교이자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학교를 세상과 연결시킨다는 컨셉을
교육과정 전체에 유기적으로 실현시켰기 때문이다.
자기를 위한 학교가 아니라 세계를 구하기 위하여,
세계를 지키기 위한 비판적 지혜를 양성한다는 모토대로
세계와 학교, 학생을 시대의 방식에 맞게 가장 적절하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설계되어 있다.
캠퍼스가 따로 없고, 샌프란시스코에 아주 작은 규모의 헤드쿼터가
있을 뿐인데 세계 7개 도시에 기숙사를 갖고 있다.
지역 기반의 맥락화 학습, 다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몰입학습을 통해 삶에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시야와 삶,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1학년 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역동적 사회 트렌드와 혁신적 비즈니스 환경 및
활동을 경험하고, 2학년 때는 서울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분단 사회,
사회적 분열, 식민지 피지배의 뼈아픈 현실을 경험한 나라가
엄청난 고도성장과 문화적 복합성 및 역동성을 발취하는 이유를 탐구하고,
3학년 때는 베를린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전쟁과 극심한 국가 및 사회 분열을
경험한 국가에서 성장과 폐허의 경험을 동시에 지닌 도시에서 탐구하고,
4학년 때는 런던과 타이페이에서 경제적, 문화적 역동성을 경험하며 학습한다.
기존 학교의 전형적 관념 자체를 지워버리고 세상 속에 학교를 구축한
미네르바 대학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다.
건물-캠퍼스-부동산을 유지하는데 쓰이는 막대한 비용을 없애고,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일에만 집중 투자해야겠다고
가상성의 원천인 물리적 교실을 없앤 것이다.
교사와 교실이 없어도 학교는 건재하며 학생은 수동적 학습자가 아니라
주도적 학습자임을 잘 보여주는 파격적인 모델이라
학생이 자기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실천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사회적 연결의 경로를 가이드하고 제공하는 연결 플랫폼만으로
수준이 다양한 학생들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연결학교 #미래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