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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미국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퍼스트레이디이자
재키 스타일로 우아함의 대명사가 된 올드머니 룩의 원조로만 기억되는 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재클린 사회학으로 그녀의 삶을 풀어낸 이야기이다.
전 남편 케네디 대통령의 명성에 가려진 그녀를 독립적인 존재로 오롯이 소개하고,
재클린 사회학을 통해 상속자 정신을 알리고 싶어 하는 저자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수저 계급론이 공공연히 언급되는 시대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재클린 사회학은 수저 계급론을 부정한다.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백인-앵글로색슨-개신교도)가 지배하고,
올드머니(old money, 대대로 이어져 온 부자, 밴더빌트가, 록펠러가, 애스터가 등)로 대표되는
미국의 상류사회에서 재클린 또한 상대적 약자였기에,
그녀는 상속자 정신을 통해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미래를 열었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의 후계자로, 부모로부터만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더 넓고 큰 의미의 상속인 '인생의 자율권 승계"를 물려받았다.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내 인생을 다시 쓰는 권한을 승계 받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녀의 어머니는 돈과 권력이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딸들을 교육시켰지만,
어머니의 가르침을 위엄있게 거절하고, 어머니의 조종을 받지 않았기에
어머니의 지옥을 물려받지 않게 되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여성 편력을 비롯한 자극적인 가십거리가 더 익숙했는데,
케네디 부부의 신혼 생활의 모습을 보니, 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대통령과 영부인인지
이해가 되었다. 다독가였던 케네디는 상원 의원 업무 도중에도 책을 읽기 위해
더 빠른 속도로 읽기를 원해서 속독 학원을 다녔고, 재클린은 남편이 몸담고 있는
정치와 외교라는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어 대학원에서 정치학과 미국사 수업을 들었다.
교녀의 집안 배경과 타고난 계층을 떠오르게 하는 미국사에는 원래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의 위치가 변함에 따라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며 도전했고,
미국 역사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졌다.
케네디 부부가 줄말마다 재클린이 배운 것을 직접 구경하러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고,
책과 역사에서 발견한 자신을 구원한 영웅을 공유하고, 세상을 증오하기보다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니 내가 막연히 알던 케네디 부부의 모습이 아니라 신선했다.

꿈의 공백기를 없애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꿈으로써
좌절감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던 재클린의 삶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그런 자기 믿음이 강했던 것은 재클린을 기어코 진짜 상속자로 만든
존 버노 부비에 주니어 할아버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부 프랑스 가톨릭계 상인 가문이라 평생 차별당한다고 느꼈기에
자손들을 위해 가상의 가계도를 구상하여 손수 작성한 새로운 족보를 성서처럼
여기며 프랑스 귀족 후손으로 둔갑시킨 갸륵한 정성은 자기 세대에서 겪은 한계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재클린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재클린이
자신의 특권을 넘어서 약자를 돌보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꿈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명품이 아닌데, 명품으로 칠갑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명품으로 휘감은 졸부의 모습은 옹졸하기 그지없다.
명품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질에 대해 점검하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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