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그 두 번째, 포르투갈 길 - 리스본에서 피니스테레까지 순례길 700km
정선종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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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중반 부부의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해도 대단한데,30년 전 포르투갈에서 삼성전자 주재원 시절 14살 된 딸아이를 잃었던 부부가
딸내미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낸지 30주기 추도식을 위한 순례길이라고 하니
더 마음이 먹먹했는데, 친구 부부와 함께 한 카미노 이야기는 유쾌했다.
많이 알려진 프랑스 루트와 달리 리스본 대성당에서 출발하는
포르투갈 길은 존 브리얼리의 포르투갈 길 안내 책자가 유일할 정도로
정보가 별로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리스본 대성당에서 걷기 시작부터 카미노의 노란 화살표나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구글 맵과 안내책으로 방향을 정해 걸었다니, 스페인 카미노에 비해
너무나 불친절한 길이다. 거기다 2차선 도로를 따라서 차들이 씽씽 달리는 곳을
걸어야 하는 구간이 많다 보니, 대부분의 포르투갈 길 순례자들은
리스본보다는 포르투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리스본에서 출발해도 리스본 구간은 건너뛰고 산타렝이나 토마르에서
걷기 시작할 정도로 차도가 많나보다.

첫 해외 출장지가 포르투갈이었고, 1990년부터 4년 반 동안 주재 생활을 한 곳이고,
사랑하는 딸을 잃고 가슴에 묻고 온 곳이기에 더욱 애증이 뒤섞여 있는 포르투갈이라
이 부부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길은 더 특별했다.
딸내미를 떠나보내고 5주기, 10주기, 20주기 세 차례 방문하고
이번 30주기가 네 번째인데 자신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마지막 추도식이 될 듯하다고 담담히 말하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기가 힘들었다.
딸이 다니던 학교에서 추모식을 준비해주고,
자신들의 키만했던 추모수가 10m 넘게 훌쩍 자라고
중년 여인이 된 딸 아이의 친구들과 은퇴한 선생님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삼성전자 직원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한 추모식을
딸이 하늘에서 감사의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 볼 것임을 느끼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다.

현직 때 출장다니며 쌓아 놓은 마일리지가 대한항공만 3백만 마일이 넘어
은퇴하고 나서도 십수년간 잘 이용한 밀리언 마일러인 점,
부부가 서로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여행을 다니는 점,
취향이 잘 맞는 부부동반할 좋은 친구가 있다는 점이
너무나 꿈꾸는 아름답게 늙어가는 어른의 모습이어서 참 부러웠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오롯이 혼자 걷는 길이라고 하지만,
함께 걷는 순례길 또한 너무 멋짐을 보여주어서
언젠가 꼭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언젠가 가고 싶은 길인데,
프랑스 루트에 한국인 기피 현상이 일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자 세계 10위권이라 프랑스 루트에서 만나는 동양인은
거의 한국인인데 일부 어글리 코리안 순례자들 때문에
우리나라 순례자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이렇게 보기 좋은 70대 부부 2쌍의 아름다운 동행,
거기다 어설프지만 포르투갈어를 하는 대단한 70대 한국인 순례자의
모습이 더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산티아고순례길   #포르투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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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이탈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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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60여 쪽의 얇디 얇은 단편소설이 이렇게 강렬하게 충격을 주다니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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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이탈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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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손바닥만 한 60여 쪽의 얇디 얇은 단편소설이 이렇게 강렬하게충격을 주다니 신선한 경험이었다.
2015년 단편소설로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라서
필력이 남다른 것 같다.

누군가의 거짓된 '말' 한 마디에 근거 없는 이야기가 부풀려져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학교라는 축소된 사회 속에서 바라보니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연예인 아빠를 닮아 꽃미남인 정국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기 때부터 방송 출연을 했는지라
자신의 얼굴이 공공재라도 되는 줄 알고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그래서 콰지모도만큼이나 기괴하고 괴팍한 표정을 연습해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세상 착한 천사 코스프레를 즐기는
엄마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게 하는 걸 즐겼다.
고등학교 입학 후 서너 달에 한 번씩 사고를 치는 정국과
퇴학 대신 돈의 힘으로 전학 처리를 받아내는 정국의 부모,
그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정국이 왜 사고를 치는지 그 맘을 제대로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담임에게 욕하고 주먹을 휘둘러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인
학교로 전학 온 정국은 또 사고를 치는데 문신사건은 경악 그 자체였다.
문신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며 거짓말을 시부렁거리며
지랄을 떠는 같은 반 아이의 꼴이 보기 싫어
문방구에서 파는 잉크를 사다 직접 '짜져새꺄'라는 문신을
새기는 청소년이라니 너무 무서웠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자신의 고뇌와 외로움을 폭력만으로
표출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니 너무 슬펐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정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친구 가을이를 만나서 안식처가 생겼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날 가을이 방송반 퀸카인 다혜를 쫓아다니다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혜 앞에서
자기 얼굴을 난도질하는 자해를 한 것이다.
다혜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가을은 핏물이 배어나는 얼굴을 하늘색 모포로 덮은 채
들것에 실려나갔다. 게다가 누군가 학교폭력 신고함에
정국이가 시켜서 가을이 자해한 것이라는 투서를 넣어 모함을 했고
결국 정국은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무시무시한 문신 사건에도 돈의 힘으로 무마되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을이가 병원에서 송곳니로 동맥을 끊으려고 자살시도를 해서
정신 병원행이 예정된 데다
정국과 가을이의 추문 때문에 전학이 결정되었다.
둘이 게이라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며
아이들이 왜 어른들에게 위선자라고 하는지,
세상은 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않고
소문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짧지만 강력한 단편 성장소설이었다.

두 소년이 경로이탈을 하게 된 이유는 누구 때문일까
고민하며 나는 누군가를 제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인지
반성하게 되었다.
#소설 #단편소설 #성장소설 #경로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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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기 오리 지식 그림책 3
이루리 지음, 바루 그림,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기획 / 이루리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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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중요성과 오리과 곰 친구의 우정을 흐뭇하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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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기 오리 지식 그림책 3
이루리 지음, 바루 그림,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기획 / 이루리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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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기획 그림 동화책이라니

어떤 이야기일지 무척 궁금했다.

과거의 사람들이 남긴 중요한 기억들이 담겨 있는 소중한 기록유산 중

안타깝게도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훼손 위기에 있는 것들이 많다.

이런 기록유산들을 제대로 보존 보호하여 그 안에 담긴

세계의 기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설립되었다.

2020년 7월 우리나라 청주시에 문을 연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보존 보호를 지원하고 

세계기록유산을 통한 다양한 연구, 교육, 콘텐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그림책은 덴마크의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원고 및 서신에

대한 헌사였다.


예쁜 아기 오리는 곰에게 조금만 더 놀자고 하지만

곰은 충분히 놀았다며 제발 잠 좀 자자고 한다.

토라진 아기 오리가 달님을 보며

왜 따라오냐고, 혹시 곰이 밤길 비춰 주라고 했는지 묻는 장면은

투닥투닥 거려도 아기 오리가 곰과 사이좋은 친구임을 짐작하게 한다.

달님에게 퀴즈를 낼 테니 맞춰 보라며

쫑알쫑알 거리는 오리를 보니 호기심 대마왕 에너자이저 아이들과

그들의 체력에 못 미치는 부모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집에 갈 때까지 심심해서 그러니 제발 놀아 달라고 

달님에게 애원하는 오리의 밝고 명랑한 모습에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좋아하는지

소심한 여자 물고기가 무심한 남자 사람한테 반해서 짝사랑하는 이야기,

옷을 훌러덩 벗고 다니는데 사람들이 멋지다고 칭찬하는 이야기,

자기는 백조인데 오리한테 엄마라고 하는 이야기의 제목을

맞춰보라는 오리의 질문에 달님은 척척 답하고

달님과 오리는 신이 난다.

달님이 오리에게 왜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묻자

오리는 당황해서 내일 말해준다 하고

곰네 집으로 다시 와서 곰에게 왜 안데르센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곰은 엄마가 읽어주면 마음속에 뭐가 막 차올라 좋아한다고 답한다.

심심한 건 마음이 배고파서 그런 건데, 동화를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야무지게 답해주는 곰에게 오리는 자기들이 뭐 하고 놀았는지

곰이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궁금해한다.

곰은 일기를 써서 그렇다 답하고,

둘은 서로의 일기장을 읽어준다.

오리와 곰은 서로 놀아줘서 고마워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밤이라 제발 잠 좀 자자고 시큰둥했던 곰이지만,

오리가 다섯 번이나 찾아와서 특별한 날이었다고,

오리가 보고 싶은 날에는 일기를 꺼내 볼 거라고 쓴 

곰의 이쁜 마음이 느껴졌다.

오리도 감동했는지 자기도 힘들 때 자신의 일기장에도 

곰이 나오니 일기를 꺼내 볼 거라고 말하는

예쁜 아기 오리와 곰 절친을 달님이 흐뭇하게 쳐다보는

이쁜 그림 동화책이었다.


예쁜 아기 오리와 곰처럼 서로를 위하고 시간을 함께 나누는 

고마운 친구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일기를 쓰는 두 친구를 통해 기록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고

안데르센의 동화도 떠올리게 되는 책이었다.

#예쁜아기오리  #그림책  #동화책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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