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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발견 -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독 이야기
후나야마 신지 지음, 공영태.나성은 옮김 / 북스힐 / 2022년 9월
평점 :
인류와 오래도록 함께한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독 이야기를
독의 역사, 문화적 배경, 독과 관련된 여러 사건사고들을 통해 소개하고
마약과 각성제 등 우리 주변의 독성 물질들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유용한 책이다.
필로폰의 어원이 그리스어 philopons 일하기를 좋아한다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때 정제된 필로폰을 야간에 근무하는 군인이나
야간 비행하는 조종사, 군수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지급하여
계속 각성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하니 끔찍했다.
야간 군사 행동이나 특공대를 위해 공격 약이라고 하여 녹차 가루에 필로폰을 섞거나,
필로폰이 든 앰풀을 지급했던 것이 전쟁이 끝난 이후, 민간에 대량 방출되며
필로폰 중독에 시달리게 된 사람들이 급증했다니 안타까운 역사였다.
단맛은 에너지원이 되는 글루코스의 대표적인 맛이고,
감칠맛은 몸을 만드는 아미노산의 사인이고,
짠 맛은 소금으로 대표되는 미네랄의 사인이고,
신맛은 덜 익은 과일이나 부패의 느낌을 주는 사인이고,
쓴맛은 알칼로이드처럼 독성이 있다는 사인이기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신맛과 쓴맛을 피해왔다고 한다. 아이들은 신맛과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이다.
고사리와 머위의 약간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는데
고사리에 100% 발알 물질인 프타퀼로사이드가 들어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고사리를 베이킹소다를 넣은 끓는 물에 데친 후 떫은 맛을 제거해주면 프타퀼로사이드가
대부분 분해되거나 데친 물에 빠져나가서 괜찮다고 한다.
머위의 어린 꽃대에도 피롤리지딘계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기 때문에 데친 후 담가두어
독성을 제거해야 된다고 한다. 생고사리나 머위대를 먹지 않는 이유가 있구나 싶은 것이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 좋은 야채라고 생각했던 것이 위험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은행 열매 역시 자기 나이 수 이상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도 깅코톡신 때문으로
글루탐산탈탄산효소의 작용을 억제하여 GABA의 양을 감소시켜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은행을 먹고 경련을 일으키는 사고가 의외로 잦다라고 하니 유아들에게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고,
욕심내어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겠다.
약과 독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약에 대해서 잘 알고 싶으면
독에 대해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약물의 효능이 높으면 높을수록 부작용 또한 강하며, 독성이 반드시 감춰져 있기 때문에
약학 대학에서 독성 물질에 대한 강의를 개설하는 이유도 어떤 화합물의 효능만 강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에도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는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