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되어 영원히 빛나고
이계영 지음 / 조아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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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미술관에 가서 멍하니 그림을 보면서 위안을 얻게 될 때가 많아

명화로 보는 마음 챙김이라서 관심이 갔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장애인 재활을 수료한 세 아이의 엄마이자,

둘째의 공개 입양을 계기로 호주에 정착한 지 17년째 되는 이민자라는

독특한 이력의 저자는 현재 복합문화공간 "Joyce Art Lounge"를 통해

사람과 예술, 마음이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해서

저자가 어떤 명화를 엄선했을까 기대가 되었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고, 물 한 방울조차 주어지지 않지만

아스팔트 틈 사이로 묵묵하지만 단단하게 자기 삶을 피워 올리고 있는

작은 풀이 떠오른다는 추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

처음엔 여리고 섬세한 감성, 소녀다운 감상처럼 느껴지지만

읽다 보니 정말 그 안에 숨겨진 강인한 생의 결이,

온몸으로 세상과 마주한 고요한 용기가 전해졌다.

명화의 제목과 함께 써내려진 시를 읽으며 명화가 절로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그 명화가 맞나 긴가민가 하기도 하고,

어떤 명화일까 궁금해하며 나의 예측과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워낙 유명한 명화들의 경우는 저자의 감상과 시적 언어에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처음 접한 명화들을 통해서도

저자가 느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긴 감상평보다 절제된 시적 표현이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을 전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다양한 명화를 통해서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저자의 철학,

오늘이 삶의 조각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고 오늘에 감사하며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명화를 통해 진하게 전해지고

큰 울림으로 다가와서 좋았다.

요즘 속 시끄러운 일들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쓸데없은 걱정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는데,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놓치지 마세요라는 문장이

큰 도움이 되었다. 빨랫감을 너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햇살에 반짝이는 부분과

빛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 부분을 보며 무엇도 밀어내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여기 있음에 감사하는 저자의 마음에

나 또한 마음 챙김이 저절로 되었다.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점묘법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보니 인생은 반듯한 선이 아니라 수없이 찍혀 가는

작은 점들의 모음이라며, 우리 인생에 찍는 작음 점들이 모여

찬란한 명화가 될 것임을 각인하는 명화로 거듭나게 해주는

저자의 시선이 고맙고 많이 공감되었다.

명화를 고요히 더 깊이 있게 쳐다보며 소란한 마음이 잔잔해지며

평화로워지며 평안한 마음이 생겨서 좋았다.

#나는내가되어영원히빛나고 #명화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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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을 묻는 과학자의 문장들 - 시대를 초월한 과학의 통찰이 전하는 인문학적 위로
유윤한 지음 / 드림셀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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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위대한 발견은 단 한 번의 관찰이나 실험으로 밝혀지지 않는다.

똑같은 실험을 수천 번 반복하는 지루함을 견딜 줄 알아야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는 법이다.

과학자는 단순한 끈기로 지루함을 견디는 것을 넘어서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음을 믿고 어떤 보상이나 박수가 없어도 오랜 시간

자신의 연구를 묵묵히 이어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과학자의 언어에는 세대를 넘어선 통찰이 깃들어 있다.

85명의 과학자가 던지는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이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며,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했던 여성 과학자들이 누구보다 이 세상을 깊이 사랑했고

진리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던 용기와 결단의 역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잘 느껴지는 책이었다.

호기심이 멈추는 순간, 삶은 안쪽부터 서서히 굳어간다.

알지 못하는 세계 앞에 우리를 세우고 질질문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다시 새로운 질문을 부르는

순환 속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채우며 새로운 답을 찾도록 용기를 주고 길을 열어주기 위해

최대한 넓은 지식 세계를 탐험해야 한다.

종교적 광기와 분노가 지배하는 광란의 도시에서 히파티아는 제자들에게

단순한 수의 이치나 별의 움직임이 아니라 "왜?"라고 묻는 방법을 가르쳤다.

"생각하라. 그리고 분별하라." 단지 미신에 대한 반론이 아니라 거짓에 안주하지 않고

왜를 지키고자 이성과 학문을 중시했던 그녀의 죽음은 인간 정신의 자유와 과학을 위한 투쟁으로

평가받으며, 생각할 권리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관찰하는 우리 눈과 머리는 완벽하지 않아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본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세상도 불확실하고,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도 불완전하다는 깨달음이다.

모순과 갈등이 가져오는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그 불편함 속에서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새로운 질문이 싹튼다.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사유의 시작이다.

핵분열의 개념을 정립하고 원자력의 원리를 설명한 리제 마이트너는

노벨상 발표 날, 동료 오토 한의 이름만 불렀어도 평생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여성, 유대인, 망명자인 자신에게 실험실 뒷문을 열어주며 곁은 내주며 협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을 기억하며, 오롯이 일을 향한 집중력으로 평생을 견디며 자신을 지켜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외부의 인정이 아니라 내면의 만족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유전자가 고정된 위치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자리를 옮긴다는 혁신적인 개념은

당시 과학계의 통념을 뒤흔들며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아, 바버라 매클린톡은

침묵 속에서 연구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유전자 조절의 복잡성을 밝힌 공로로

단독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이 되었는데 그녀는

"살면서 내키지 않는 일들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중요한 일일수록 반복이 많고 지루하며, 그것을 견대는 과정이 몹시 쓸쓸할 때도 있지만,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며 확신과 불안 사이에서 버티다 보면 감정보다 태도가 중요함을 알게 된다.

선택하기보다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더 많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리를 지켜야 할 때가 많은 게 인생임을,

그걸 버텨내면 값진 결실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니, 끈기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방향을묻는과학자의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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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는 말 - 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익숙한 세계
이수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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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자연스러운 풍경이 아름답고, 자연산 재료가 몸에 더 좋고,

성형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 하고,

우리는 자연과 좋음을 연관 짓는 데 익숙하다.

자연과 비자연, 자연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구별되는 어떤 경계에 관한 생각과,

그 경계를 넘어 자연스러움을 벗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가치 판단까지 담겨 있음을

지적하며 자연스럽다는 말에 담긴 뿌리 깊은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자연에는 질서가 있다, 낳아 보지 않으면 모른다, 여자라서 그렇다, 남자라서 그렇다,

이게 사람 본성이다, 짐승이다' 등 일상에서 많이 듣는 말들이 과연 사실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편견을 발견하게 되어 섬뜩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여전히 사냥꾼 가설로 설명한다.

수렵 채집 사회 시절 남자는 사냥, 여자는 채집을 담당하던 성역할 분담이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사냥에 주력하고 양육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은 남성의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냥꾼 가설이 사실이 아니라 가설이며 20세기 중반 이후 다방면으로 반박되었음은

안타깝게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 사냥과 채집으로 엄격한 성역할 분담이

진화했다는 가설에 부합하는 패턴이 없었고, 성별에 따라 행동과 역할을 규정하기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설령 여자가 남자보다 사냥을 덜 했다고 하더라도

사냥꾼의 역할이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질 만큼 핵심적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과학은 가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순간의 사건이 아니다.

그 자체로 옳고 그른 가설은 없다.

해당 가설을 지지하는 근거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무게가 달라질 뿐이다.

과학은 주어진 근거에 기대어 우리가 가진 믿음을 저울질하는 과정이다.

남자, 사냥꾼 가설은 종의 진화사를 이해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던 20세기 초

충분한 근거 없이 스토리텔링에 기대어 만들어진 그럴듯한 가설일 뿐이었다.

물론 제한된 자료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거나 제한된 자료를 내가 원하는 대로 해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남자, 사냥꾼 서사가 등장하고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성차와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이는 것과 실제로 그러한 것은 전혀 다르다.

확증 편향으로 차이를 부풀리고 각종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더욱 강화되면

그렇게 보이게 되는 것이지, 실제로 그렇지 않음을 자료를 통해 확인하니 놀라웠다.

경계에 대한 완고한 환상이 인수 공통 감염 사례가 늘어나는 근본 원인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되었다. 사람이 끝내 짐승이 아니라서, 말 없는 자연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발상은

지속 불가능한 소비와 생산 패턴을 유지시키고 거기서 기인하는 불균형과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이 시스템 안에서 촘촘하게 조직된 일상이 우리를 시스템 자체에 둔감하게 만든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났다.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박쥐와 숙주 사이의 접점이 늘어나며,

새로운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그 중간 숙주가 육류로 소비되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자, 차단과 단절이라는 키워드로 재편성된 우리 일상이

사태의 근본 원인에 점점 무감각해져갔고, 포스트 코로나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일상을 반복한다는 말을 들으니 슬퍼졌다.

전 세계적 바이러스 유행은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했던 일이고, 또 다른 바이러스 유행은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대규모 공장 사육, 서식지 파괴, 과도한 항공기 이용과 같은 지금의 시스템이

인수 공통 감염의 위험의 근본 원인임을 자각하고

사람이 자연 생태계의 온전한 일부임에 대한 행동 개시를 다 함께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다윈처럼 비범한 과학자도 부족한 자료로 인한 증거의 한계,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살았다는 역사적 한계,

영국 중산층 남성이라는 개인적 한계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자 자신의 위치성에서 빚어진 생각의 습관을 벗어나

완전한 중립성을 가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법은 오직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과학을 하는 데 있다고 한다.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증가가 많고 다양할수록 좋기 때문에

인종, 성 정체성, 사회 및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과학 활동에 개입되는 가정과 편견도 발견되기 쉽다.

과학적 발견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이루어진다."라고 했지만

그 거인들 또한 주어진 시기와 장소의 한계 속에서 과학을 하는 인간 과학자들일 뿐이다.

한 사람의 어깨가 아니라 여럿의 어깨를 나란히 한 위에 섰을 때,

우리는 더 많이 더 넓게 살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희망이 느껴졌다.

#자연스럽다는말 #확증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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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 - 기후 붕괴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케이트 마블 지음, 송섬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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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NASA 기후학자가 써 내려간 지구의 비망록이다.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 100년이 넘었는데도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극히 부족했음에 화가 남과 동시에,

누가 온실가스를 배출했는지 떠올리면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괴로워하는 저자의 심정이 잘 전해졌다.

우리가 영영 잃어버릴 것들을 생각하면 지독한 슬픔이 차오르고

머지않아 분명 다가올 재난이 두렵기도 하고

지구를 참을 수 없이 사랑하는 너무나 많은 복잡한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기후 변화 연구자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확하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가는 세계에서 기후과학을 연구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조금이나마 설명하고, 기후 문제에 대해 과학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너무나 복잡한 감정들을 전하고 싶은 저자의 간절함이 전혀졌다.

과학자라면 우리가 연구하는 세계에 대해 완벽하게 객관적인 태도로 감정을 배제한 채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은 지구에 대한 이해 상충이 있음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지구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로서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더 많은 공격에 노출되거나

기후과학의 토대를 위태롭게 할까 봐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뼛속부터 과학자인 자신은 언제나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하고,

중요한 사실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지구상에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인간은 어리석고 비열한 동시에 영리하고 친절하며 규칙을 준수하는 존재라

예측하기 어렵다. 미래의 기온은 예측할 수 있어도 우리의 마음과 의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그런 인간에 의해 미래는 결정될 것임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기후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시스템과 권력자들이다.

미래에 더 강한 기후 재앙이 찾아와 더 많은 피해가 생겨난다면,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예방책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시스템이다.

결국 우리의 안전은 서로의 손에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

기후 변화가 흑사병의 원인은 아니지만 기후 변화가 팬데믹과 연관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병원체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 진화할 수 있고,

기아와 스트레스는 숙주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기후 변화는 서식지를 이동시켜 동물과 인간이 접촉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을 높인다. 인간 사회 역시 기후가 변하면 사람들이 집단 이동하는 경향이 생기며

그 과정에서 전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진부한 말은 여전히 진실이다.

북아메리카 서부의 산맥들이 유럽의 기후를 온화하게 유지하고,

열대 태평양에서 형성된 엘니뇨가 수천 킬로미터 먼 곳의 날씨를 바꾼다.

어디선가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거나 휘고, 그러다가 먼 곳의 날씨가 변하면

그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 모두가 우리 주변 생명체들과 같은 행성에 의지해 살아가고,

지구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음을 자각하고 모두에게 역할이 있고,

낭비되는 것 없이 모든 생명체가 효율적으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변화해야만 함을

격앙된 목소리로, 때로는 차분한 목소리로 함께여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기후과학 #환경문제 #지구의비망록 #기후붕괴 #지구의위기 #나는미쳐가고있는기후과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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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 죽음 이후 남겨진 몸의 새로운 삶
메리 로치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빌리버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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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라고 평가받는 저자가

생소하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기증한 시신들의 과학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적나라하고 알고 싶지 않았던 시신에 대한

필요 이상으로 알게 되어 충격적이기도 했다.


우리가 죽고 나면 박테리아가 가장 많은 복부에서 팽창 현상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박테리아가 많이 모이는 입과 성기에서도 팽창이 일어난다.

박테리아가 만든 가스로 인해 입술과 혀가 팽창하는데,

종종 혀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부풀기도 한다.

눈은 액체가 일찍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팽창하지 않고 없어져 X가 된다.

만화에서 본 장면이 사실 기반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사실 기반이라니 기분이 이상했다.

박테리아가 가장 많은 소화기가 가장 먼저 분해되고,

뇌도 빨리 액화된다. 액체 형태로 귀를 통해 흘러나오고

거품 형태로 입을 통해 나와서 닭고기 수프같이 노랗게 된다고 한다.

불경 중 <염처경>에 묘지에서 행하는 아홉 가지 명상이 나오는데,

비구들이 묘지에서 부내되어 가고 있는 여러 가지 시체들을 관찰하라는

가르침을 받는단다. 시체가 부풀어 오르고 검푸르게 변한 채 썩어 문드러지고,

갖가지 벌레들에게 먹힌 뒤 해골로 변해가는 과정을 차분히 바라보고

명상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육체는 덧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감정 변화와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다고는 하나,

정말 보통 사람은 하기 힘든 오싹한 수행인 것 같다.

블랙박스를 회수할 수 없는 비행기 사고의 경우 시신을 토대로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다.

비상구를 더 많이 만들면 비행기를 화재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데,

좌석을 떼어 내야 하니 수입이 줄기 때문에 비상구의 개수가 턱없이 작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사람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결정을 감히 내린 사람들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자동차의 에어백 장착 의무화도 15년이나 걸렸지만,

정착된 것처럼 비행기도 하루빨리 안전을 위해 재정비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전쟁에서 총격의 효과를 가르치기 위해 시체에게 총을 쏘았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사체들을 상대로 하는 탄도학 연구를 통해 적을 죽이는 게 아니라

싸울 수 없게 만들기 위해 사체에 총격을 가하기도 한다니,

생각하지도 못하고, 모르고 살아가는 세상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나라에서 시체를 포장해 향내 나는 허브를 첨가하여 고상한 이름을 붙여

거래하고, 약제사들에 의해 처방되기도 했다니 놀라웠다.

식인 행위에 대한 역사가 존재함은 알고 있었지만 인육의 취향이 계속 나열되니

이게 짓궂은 유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계속 읽기가 힘들었다.

특히 특정 나라 사람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공격하려는 의도인지,

진짜 사실인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인지,

너무 엽기적인 경우가 많아서 충격의 연속이었다.


#해부학 #죽음의과학적가치 #STIFF #죽은몸은과학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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