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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으로 의학하기 - 기념일로 배우는 24가지 의학 이야기
김은중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0월
평점 :
누구나 건강한 삶을 위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에 관심은 많지만,
의학은 과학과 기술의 집합체라 생각해서 다소 어려워한다.
그런데 의학은 생명과 삶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쌓인 결과이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의학자들의 노력을 달력 속 의학 기념일을 통해 알고,
모두의 건강은 서로에게 달려 있음을 인식하여 더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맑은세상 이비인후과' 김은중 원장님이 쓴 책이다.
우리 몸의 구조부터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극복해 온 의학의 역사는 물론, 환자에 대한 편견을 일깨우기 위한
24가지 의학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과거에는 자신만의 치료 비법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는데
1728년 <치과의사>를 발간해 치의학을 공부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좋은 교과서를 제공한
피에르 포샤르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충치 치료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문제가 생기면 치아를 뽑는 게 전부였는데
크고 뭉툭한 기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를 뽑다 턱뼈가 부러지기도 했다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했다. 시계 수리업자와 보석상이 다루는 정밀한 기구를 개조한
포샤르 덕분에 환자의 치아가 최대한 보존되었고,
치아를 뽑아낸 자리엔 인공 치아를 끼워 넣고,
철삿줄로 삐뚤어진 치아를 제자리에 고정하는 방법도 고안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지금 치과에서 사용하는 많은 시술 방법을 포샤르가 다 고안했다고 한다.
11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은 인슐린 연구로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레더릭 밴팅의 생일이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함을 알게 된 과학자들이
인슐린 추출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쉽지 않았는데 해결책을 밴팅이 찾아냈다.
그리고 밴팅은 억만장자가 되기보다는 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인슐린의 특허권을 1달러에 대학에 기증한다.
덕분에 제약회사에서 싼 가격으로 인슐린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수많은 당뇨병 환자가 혼수상태에서 되살아났다.
3월 4일은 비만의 날인데 뚱뚱함은 게으름과 무관하며,
사회경제적 맥락이 담겨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은 열량은 높지만 영양 수준이 낮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너무 힘들어서 요리할 시간이 부족하고
늦게까지 일하느라 잠잘 시간도 부족하니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비만은 개인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이유가 합쳐져 발생하므로 비만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는 인류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3대 감염성 질병인데, 가장 심각한 말라리아로 해마다 50만 명의 목숨을 잃는다.
서로마 제국 말기에 이탈리아반도를 정복한 훈족이 로마 장악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철수한 이유가 말라리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5월 31일은 금연의 날인데,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중독이다.
정맥주사로 마약을 투여할 때 뇌에 도달하는 시간이 20초인데
기체로 흡입하는 니코틴은 딱 7초 만에 도파민을 방출하기 때문에 중독성이 크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폐를 통해 바로 혈액으로 흡수되고
몇 초 만에 뇌에 도달해 더 강한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데다,
뇌에 이르는 시간과 투여 횟수를 고려하면 코카인이나 필로폰 이상으로 강력하다.
어떤 약물도 담배 외에는 1년에 수만 번씩 투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니
중독되지 않으려면 호기심으로도 시작해서는 절대 안 된다.
6월 25일 세계 백반증의 날은 백반증으로 힘든 삶을 살았던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날이다. 백반증은 육체적인 불편함은 하나도 없는 질환이지만
피부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심리적 고통이 매우 심한 피부 질환이다.
얼룩말이라 놀림에 고등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로 결심하고 모델이 된 위니 할로는
외모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백반증 환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질병의 원인을 제대로 알면 환자들을 놀리거나 차별할 수 없다.
7월 6일은 세계 인수공통전염병의 날인데 루이 파스퇴르가 1885년
세계 최초로 광견병 백신을 개발해 투여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동물과 인간의 건강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원헬스(One Health) 접근법을 통해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 감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한센병, 에이즈, 뇌전증, 백반증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단순히 의학적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아직도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간다.
질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환자들을 낯설고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을 멀리하거나 외면하게 된다.
편견과 차별을 넘어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게
환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하자는
의사 선생님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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