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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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구행성물리학을 전공한 나오키상 수상 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의 이요하라 신이

2017년 지구행성 과학연합 고등학교 포스터 발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오사카 부립 오테마에고등학교 야간반 과정과 오사카 부립 가스가오카고등학교 야간반

과정의 '중력가변장치로 화성 표층의 물의 흐름을 해석한다' 연구에

감명을 받아 작가의 상상을 더해 소설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나이도, 학력도, 사연도, 성장 과정도 제각각인 야간반에는

자기 문제로 머리가 꽉 차 있고 나와 세계가 다른 사람과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

결속감이란 게 없다. 하지만 검정고시가 아니라 야간반이라도 학교를 선택한 것은

어느 한구석에 학교에서 구원의 손길을 만났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과학부에서 실험을 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제각각의 상처를 치유하며 회복하는 이야기라니 너무 좋았다.

지구행성물리학 연구자에서 전업 작가로 전향했기에 가능한 스토리라고 생각했을 때도 감동적이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라는 사실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부모로부터 불량품 취급을 받은 상처로 인해 한 단계 올라가려고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오히려 한 단계 떨어지는 마이너스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싫은 아이,

죽고 싶어서 손목을 긋는 게 아니라 사라지고 싶을 만큼 지독한 괴로움에서 해방되고 싶어

리스트컷에 매달리는 아이, 하루하루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

쇼펍에서 일하는 외국인 엄마와 무책임한 일본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어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어른,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오지랖을 부리는 어른,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싶은 어른...

모두들 이유는 다르지만 자신을 구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증오하며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했다.

각자 살아온 궤적도 사연도 다르고 과학 교사의 수업에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다들 과학부의 실험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다.

과학의 즐거움과 훌륭함을 통해, 실험을 통해 성공이라는 경험을 처음 맛보게 되는 순간

세상이 달리 보이니 말이다.

'오퍼튜니티의 바큇자국' 사진 이야기에는 나 또한 깊은 상념에 빠졌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붉은 대지에, 구불구불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진 작은 두 개의 바큇자국은

오퍼튜니티가 자기 혼자 온 길을 돌아보고 찍은 듯한 착각이 든다.

예상 운영 기간 약 3개월보다 40배가 넘는 14년을 혼자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열심히 살아왔다는 발자취처럼 보이는 사진은 큰 울림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오퍼튜니티의 운용이 끝났을 때 15년간 임무를 수행하느라 수고했다며

관리자가 미션 종료를 선언했을 때 다들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통해

오퍼튜니티가 마지막 순간 자신의 뒤에 끝없이 이어지는 바큇자국을 보고

단지 고독만 느낀 것이 아니라 지구의 동료들의 존재를 느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쓸쓸하게 홀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오퍼튜니티가 되도록 오래 여행할 수 있도록 함께 여행한 미션의 스태프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니 오퍼튜니티의 바큇자국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졌다.

이런 다채로운 사연을 지닌 야간고 학생들의 우주를 향해 걸어가는 청춘의 궤적

너무 흥미롭고 좋았다.

#하늘을건너는교실 #이요하라신 #야간반과학부 #오퍼튜니티의바큇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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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스 콜 - 주의력 자본주의는 우리 시대의 비즈니스와 정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크리스 헤이즈 지음, 박유현 옮김 / 사회평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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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잉 시대에서 주의력이 어떻게 생겨나고 우리를 착취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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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스 콜 - 주의력 자본주의는 우리 시대의 비즈니스와 정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크리스 헤이즈 지음, 박유현 옮김 / 사회평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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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마트폰 중독, 자극적인 뉴스, 알고리즘에 의한 편향적 정보의 노출 등

도파민 중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주의력은 이미 상품화되었다.

정교하고 즉각적인 알고리즘 경매를 통해 주의력이 거래되고,

구매와 판매가 가능하다. 우리의 시선이 집중된 1토마다 가격이 매겨지며

새롭고 혁신적이고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주의력 자본주의가 우리 시대의 비즈니스와 정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다른 종에 비해 인간은 유아기에 너무나 무력하기에 주의력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직립 보행을 위해 좁아진 여성의 골반과 산도로 인해 인간은 여타 종과 구별되는

중요한 진화적 발전을 하였다. 모성 사망이 여성에게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되기에

아기의 뇌와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고 유연한 시기에 일찍 분만한 여성들이

더 오래 생존하고 더 많은 자녀를 낳았다. 완전히 무력한 작은 생명체를 낳는다는 것은

단순한 주의력만으로 생존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방치되면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음이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영원히 다른 사람들의 관심에 구속되어 주의를 기울이는 존재가 되었다.

영장류가 그루밍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듯, 인간은 가십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

그루밍을 통해 유인원이 서로 간의 관계를 쌓고 동맹을 구축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깨어 있는 시간의 20%나 소비하는데, 각 관계마다 이러한 노력을 투입해야 해서

유인원의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반면, 인간은 가십이라는 형태로 사회적 집단에 내포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루밍은 1:1 활동이지만 대화는 그룹 단위로 할 수 있고,

말하기는 다른 활동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라 제한된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효과적으로 시간 공유룰 할 수 있게 된다.

식욕이나 성욕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주의 또한 동물적 유산인 셈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 가치관,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 많았다.

인간의 주의력은 항상 존재해왔지만 클릭 수, 콘텐츠, 참여, 시선은 주의력 자본주의의 창조물이다.

태블릿, 스마트폰, 여러 방에 설치할 수 있는 저렴한 평면 스크린 TV의 보급 등은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었다. 워크맨이 음악 감상의 방식을 가족에서 개인의 경험으로 바꾼 것처럼

영화나 TV를 보는 일도 가족의 공유된 경험이 아니라 점점 개인화된 경험으로 옮겨갔다.

세계 10억 명의 사용자 중 누구에게도 동일한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는

맞춤형 앱의 등장으로 개별화 수준은 극단적으로 높아졌고

알고리즘의 마법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의력 기술이 우리를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연결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고 싶어 공유하고 싶어하므로 정보 과잉 시대에서

주의력이 어떻게 생겨나고 우리를 착취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사이렌스콜 #크리스헤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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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옛 도시를 걷다 - 오랜 기억을 간직한 옛 도시에서 마주한 시간과 풍경
여홍기 지음 / 청아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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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억을 간직한 27개 옛 도시 이야기에서 방문했던 도시를 마주하니 너무 반갑고 그 때 몰랐었던 정보를 알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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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옛 도시를 걷다 - 오랜 기억을 간직한 옛 도시에서 마주한 시간과 풍경
여홍기 지음 / 청아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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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고학을 전공하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충청남도청 학예연구사,

부여군청 문화재계장, 정림사지박물관장, 문화재사업소장, 사적관리소장 등으로

재직한 저자가 동아시아 고대 도시를 두루 방문한 경험을 계기로

유럽, 북아프리카까지 세계 곳곳의 옛 도시를 찾았던 여행 기록물이다.


이집트 여행을 하면서 조상님을 잘 둔 덕분에 무덤으로 먹고 산다는

농담을 많이 들었는데, 중국 안양시 또한 조조의 묘로 막대한 관광 수입을

얻는다고 한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조조가 72개의 거짓 무덤을

만들게 했다는 대목으로 인해 조조의 무덤에 대한 진위 논란은 끝임이 없지만

낙후된 시골 마을이 조조의 묘 덕분에 조조고릉유적박물관이 개관한 지

한 달 만에 10만여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으니,

역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것 것 같다.

타지마할을 위해 아그라로 가는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번성했던 역사 도시 시안은 세계 4대 고도 중

하나로 꼽히며 수많은 유적이 있어 중국 최고의 관광 도시로 유명하다.

중국의 고성 가운데 오늘날까지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곳으로

성벽 위로 전기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튼튼하고 넓다.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의 유명세 덕에 다른 장소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사극 세트장 같았던 중국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독특한 이슬람 사원, 청진대사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독특한 장소였던 것 같다.

중국 사찰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정통 이슬람 예배소로 꾸며져 있음은

당나라 시기에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페르시아, 아랍계 상인, 군인, 사절단 등

에게는 중요하고 신성한 장소였을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 유행 당일치기 톨레도 여행시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톨레도 대성당과 세계 3대 성화로 꼽히는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보기 위해 산토 토메 교회를 찾아 가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어 헤라클레스 동굴에 가지 못했는데

1세기 후반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 시대의 지하 유적을 보니 신기했다.


오랜 기억을 간직한 27개 옛 도시 이야기에서

방문했던 도시를 마주하니 너무 반갑고 그 때 몰랐었던 정보를

알게 되어 좋았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전공자의 눈으로

보는 도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들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알고 방문하면

더 많이 보일테니까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되는 책이었다.

#세계옛도시를걷다  #인문 #도시의역사 #문화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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