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2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2
강갑생 지음 / 팜파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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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교통전문기자가 열차, 항공기, 버스, 지하철, 도로 등과 관련한 궁금증과

교통 현안과 정책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비행기 창문이 세 번의 추락 끝에 지금과 같은 원형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어서 신기했다.

초창기에 항공 여행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기에 풍경이 잘 보이는 네모 형태로 크게 만들었다가

3번의 추락한 비행기에서 회수한 파편을 조사한 결과,

네모난 창문 모서리에서 시작된 균열이 주변 동체로 퍼져 나간 걸 발견하면서 교체되었단다.

승객들이 기압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여객기 내의 공기 압력을 높여 지상의 기압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는 걸 여압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여객기 외부와 내부의 압력 차만큼

여객기 동체를 팽창시키려는 힘이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팽창하려는 힘이 계속 창문에 집중되면서 당초 창문을 설계할 때 고려했던 힘보다

낮은 힘이 가해져도 부서지는 피로 파괴(fatigue crack)이 생긴 것이다.

응력 집중을 최소화해 피로 파괴를 막는 방법은 창문 모서리 부위를 최대한 둥글게 만들어

응력이 골고루 분산되도록 하거나, 모서리 부위의 두께를 더 두껍게 하는 것인데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동체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야 하니까

창문을 둥글게 만드는 방식이 채택된 것이라고 한다.

장거리 비행 때 기내식 제공이 끝난 후 승객의 편안한 수면을 위해 불을 끄는 경우도 있지만,

착륙 때 소등하는 것은 비상시를 대비한 암순응을 위해서라고 한다.

암순응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거나 갑자기 정전됐을 때처럼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인데,

밤에 객실 조명을 밝게 켠 채 착륙하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승객을 급히 밖으로 탈출시켜야 하는데 암순응 현상 때문에 우왕좌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야간에 착륙할 때 미리 객실 내 조명을 어둡게 해서 암순응을 앞당겨

유사시 밖으로 나갔을 때 시야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석이 편하고 좋지만 개발비가 생각보다 더 비싸서 놀랐다.

대한항공이 2005년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는 침대형 좌석을 독자 개발할 때

알려진 좌석 설치 비용이 개당 1억 원이었다고 한다.

2012년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등석 입구에 여닫이문이 달린

오즈 퍼스트 스위트를 도입했는데 개당 제작비만 7억 원이란다.

비슷한 시기에 대한항공이 A380에 설치한 일등석인 코스모 스위트는

대당 2억 5천만 원이라니 진짜 억 소리가 났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일등석은 대당 3억 원 이상, 비즈니스 석은 1억 5천만 원,

일반석을 700~800만 원 선인 것 같다는데, 아무리 자본주의의 논리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일반석이 너무 열악한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

고속철 디자인은 소음이나 공력, 저항 등을 따져가며 수정된다고 한다.

고속 열차가 터널을 들어가고 나올 때 순간적으로 소음과 진동을 밖으로 뿜어내는

미기압파가 강하면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상당한 진동이 생겨 인근 민가에 피해가 크다.

일본은 고속선로 인근 민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부리 위의 뭉툭한 콧구멍 부분이

미기압파를 골고루 분담함으로써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는 오리주둥이 디자인을 했다.

그런데 이 모양은 공기저항이 증가해 상대적으로 속도나 에너지 효율 면에서는

손해를 본다고 한다.

중국은 땅이 넓고 선로 길이도 워낙 길어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새 부리 형상을 한 열차가 많다. 낮은 유선형 형태가 바람의 저항을 덜 받아 유리한데,

그렇다고 무조건 길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 앞부분이 너무 길어지면 측풍이 약해져

주행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터널 진입 때 압력 저항 계수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해서

굳이 새 부리 형상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안정성이 있고, 터널을 건설할 때

상대적으로 넓게 만들어서 터널 소닉붐이 감소했다고 한다.

과학과 고민이 어우러진 뜻밖의 교통 상식을 넓힐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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