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이유를
진화론의 최전선 가운데 하나인 유전자 문화 공진화론을 통해 풀어내며
실제 유전학 연구를 바탕으로 문화와 생물학의 교차점을 알려주는
아주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K팝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친숙한 멜로디와 리듬에 결합한
춤이다. 여럿이 같은 동작의 안무를 보여주는 칼군무는 K팝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개다리춤부터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까지 팝 음악에도
춤은 존재했지만, K팝 아이돌그룹의 칼군무는 조금 다르다.
칼군무는 수많은 관객이 따라 하면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함께 칼군무를 추면서 우리는 옛 조상들이 집단적으로 사냥을 할 때나
다른 부족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일 때처럼 아드레날린과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흥분과 감정의 고조를 느끼게 된다. 수렵채집 시절의 동시적 집단행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관람하며 응원 구호를 외칠 때도 나타난다.
인류가 수렵채집 시절에 집단을 이루어 사냥할 때부터 진화한 일체감이
같은 문화적 선호를 지닌 이들과 집단을 이루는 일체감 속에서
사람들이 얻는 안도감과 든든함의 연대 의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요리를 만들고 즐기는 동물인 인간은 음식을 익혀서 먹는다.
불을 사용한 조리는 먹거리 성분의 구조를 변화시켜 소화와 영양 섭취를
용이하게 만들었고 이에 맞춰 몸의 구조도 많이 바뀌었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음식을 조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섭취한다.
자연 상태와 달리 조리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되되니
자연적인 것이 더 좋다며 자연 그대로 섭취하자며 생식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을 불로 익히면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많은 병원체를 제거하고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여러 독소 화학 분자를 변형시키며,
열량의 밀도가 커져서 날음식보다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칼로리를 얻게 된다.
생물학적 특징에 의해 특정 문화가 출현하고 이 문화가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하여 유전자가 변한다.
유럽 왕족들이 고귀하고 순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한 근친혼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친교배의 실험 기록을 후대 과학자들에게 남겨 주었다.
입을 똑바로 다물기 힘들 정도의 주걱턱을 가진 합스부르크 왕가,
혈우병을 물려준 빅토리아 왕조 등의 사례를 통해 근친혼 문화는 사라졌다.
과학과 의학의 영향으로 여성 할례의 부정적 영향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할례가 여성성을 증가시키고 결혼 전 성적 방종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며 지켜나가고 있는 문화권이 있다.
건강과 성생활 모든 측면에서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출산 때 과다 출혈과
사산의 위험성도 크다. 202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개 국가에서
2억 30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할례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유발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매해 2조 원에 육박하는
경비가 필요하다니 놀라웠다. 과학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아직도
남성 중심의 지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의 성적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부적절한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니 말이다.
근친혼처럼 생물학적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문화가
하루 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할리우드가 지고 K드라마가 뜨는 진화적 이유, 뒷담화의 진화적 이유,
농업 혁명이 바꾼 유전자, 인종 차별에 악용된 우유 등
유전자 문화 공진화론으로 인류의 과거를 해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이야기가 명쾌하게 펼쳐져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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