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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흥미로운 클래식
송현석 지음 / 링크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클래식 거장들의 이야기 자체도 흥미로운데
같은 시대, 전혀 다른 삶을 택한 음악가 30인의 결정적인 순간을
라이벌 스토리로 엮어내어서 너무 좋았다.
특히 음악가들의 삶을 한 편의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말해주면서
QR 코드로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클래식 초보자들에게는 너무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자가 책을 덮을 때 단순히 이런 작곡가였다는 생각보다
그 사람을 직접 만나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글을 쓴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두 인물의 삶을 나란히 놓고 바라보면서
같은 시대 다른 음악이 만들어진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어서
저자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었다.
서양 음악의 법칙과 질서를 완성한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와 명성을 누린 스타 작곡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다시 들어도 흥미로웠다.
바흐가 신을 바라보며 작곡했다면, 헨델은 사람들을 향해 작곡했다.
바흐가 신앙에 의지하여 음악을 만드는 동안, 헨델은 청중의 심장을 울리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바흐가 치밀한 음악적 구조로 신을 드러냈다면, 헨델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성보다는 감성, 논리보다는 감동으로 몰아치는 것이 헨델의 방식이다.
바흐의 <마태수난곡>과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을 비교해 보면
모두 신을 찬양하는 음악이지만, 바흐가 신 앞에서 내 모습이 어떤지 돌아보게 만든다면
헨델은 신의 위대함에 감동하여 저절로 일어서게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관객이 기립해 박수를 치는 문화가 1743년, <메시아>의 런던 초연에서
감동한 조지왕 2세와 관객들이 모두 기립한 데서 비롯된 공연 전통이라고 한다.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완벽한 주크박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와
운명에 맞서 인간의 의지를 음악으로 증명한 혁신적인 작곡가 베토벤의 삶과 음악도
인상 깊었다.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베토벤은 매일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순서와 방법을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아침마다 커피 원두를 정확히 60알씩 직접 세어서 내려 마셨고,
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함으로 악보 위 음표 하나하나의 위치를 수십 번 고쳤다.
매일매일 자신만의 철저한 규칙 하에 작곡이라는 규칙적인 노동을 했기에,
귀가 들리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모차르트가 끔찍하게 싫어했던 잘츠부르크가 모차르트의 도시로 재탄생해
클래식의 성지가 되어 매년 가장 화려하고 격조 높은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리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잘츠부르크가 모차르트 테마파크로 불릴 정도로 상업화된 반면,
본은 베토벤을 관광 상품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니 베토벤페스트 본이 참 궁금해졌다.
다른 축제와 달리 단순히 베토벤 음악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베토벤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재즈, 전자음악 등 새롭고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한단다.
베토벤이 인류애와 자유를 노래했듯이, 매년 자유, 연대, 기후 위기 등의 특정 주제를 정해
음악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니 개인적으로는 거대 자본과 관광객이 몰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보다는 베토벤페스트 본이 더 궁금했다.
진지한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학구적이고 친밀한 축제에 참여하여
베토벤하우스 홀에서 연주를 들으면 정말 황홀할 것 같다.
클래식 거장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지방에서, 어떤 가정 환경에서 자라는지가
사람의 성향에 참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후가 온화한 지중해 항구 도시 페사로에서 태어난 로시니는
활기찬 시장과 풍성한 먹거리를 보며 밝은 음악가이자 미식가가 되었다.
밝고 유쾌한 음악가 부모님을 둔 로시니의 집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극장 관계자와 배우, 악기 연주자, 시장 상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동네 사랑방 같은 집에서 성장한 로시니에게 음악은 엄숙한 공부가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기는 놀이에 가까웠다. 노래를 흉내 내고 장난처럼 선율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익혀갔던 것이다.
반면에 멘델스존 집안은 독일에서 손꼽히는 명문 가문이었다.
멘델스존 집은 유명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드나드는 살롱 문화의 중심지였고,
품위와 교양이 흐르는 공간이자 엄격한 규율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안정된 환경에서 차분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다듬어나간 멘델스 존은
자유로운 낭만보다는 체계와 질서를 중요하게 여겼다.
계획된 생활 속에서 감정을 무작정 드러내기보다 적절하게 다듬는 법을 배워서
그의 음악에서도 순간적인 영감의 폭발보다는 구조와 균형으로 빚어진 정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이지만 음악이 과장되지 않고 우아한 절제와 빈틈없는 형식미가 돋보이는
이유이다.

장터에서 시골 악사들의 음악에 맞춰 폴카를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라난 시골 순정남 드보르자크와
사교와 유행의 중심지인 화려한 도시에서 연애 스캔들이 좋았던 도시 카사노바 푸치니 등
정말 극과 극인 거장들의 음악을 비교하며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19세기 말 유럽의 도시인들은 겉으로는 예의와 전통을 중시했지만,
속으로는 뜨겁고 자유로운 사랑을 열망했는데 이런 시대적 욕망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냈던
사랑의 사냥꾼 푸치니는 여성의 눈물과 사랑의 고통을 먹고 산다고 말할 정도로
삶 자체가 화려하고 위태로운 한 편의 오페라였다.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를 산 사람의
한 명일 정도로 속도광이어서 짜릿한 스피드에서 삶의 의미를 얻었던 푸치니는
삶 자체를 창작의 연료로 사용해서 사랑과 욕망을 터뜨렸다.
반면 고향의 흙냄새를 품어 고향 들판과 신앙에서 위안을 찾았던 드로르자크는
정직함과 순수함으로 따뜻한 선율을 탄생시켰다.
위대한 음악가 30인의 삶을 라이벌 관계로 알아보니,
사람이 보이고 왜 음악이 이토록 다채로운지 와닿아서
클래식을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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