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시대의 사진 - 사진의 오래된 미래
김경훈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평점 :

과거의 사진이 앨범이나 액자 안에 머물려 극소수에게만 보였던 것과 달리,
오늘날의 사진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천, 수백만 명에게 전달될 수 있다.
누구나 주머니 속에 고성능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에게도
손쉽게 도달할 수 있는 만국 공용어가 된 사진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공감과 연대를 불러일으키는 순기능을 수행하기도 하고,
과장과 거짓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진이 원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논란을 촉발하기도 하는 원인을
저자는 21세기에 사진을 20세기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기자로 20년 이상 일한 기록사진 전문가이자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이터 동신 김경훈 기자가 풀어낸
AI 시대에 다시 생각해 보는 좋은 사진의 모든 것을 통해
사진의 기록으로서의 가치,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로의 사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거장의 작품이 후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만,
카메라 없이 텍스트 프롬프트로 만들어내는 사진은 어딘가 씁쓸하다.
한 사진가가 평생에 걸쳐 이룬 스타일과 암묵지를 너무나 쉽게 복제하는,
인공지능이 따라 만든 이미지는 오마주라기보다는 기계적 표절이라고 보는
저자의 맘이 사진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사진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 회화의 시대는 끝났다는 우려가 많았다.
물론 사진의 등장으로 인해 역사화의 기록 매체로서의 위상은 무력화되었지만,
더 이상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는 임무에 몰두할 필요가 없어진 화가들은
빛과 색채, 순간의 인상, 주관적 감각과 내면 등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를 탐구해 나갔다.
사진이 할 수 없는 영역으로 회화가 발전되었듯이,
학습을 통한 모방과 짜깁기라는 AI가 하지 못하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는 꿋꿋이 살아남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손쉽게 사진과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하나의 장면과 감정이 정확히 맞닿는 찰나의 순간과 마주하기 위해
기꺼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생산적이고 즐거운 활동을 하려는 인간의 본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진가의 시선과 해석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창조적 매체로 기능하기 때문에
기록으로서의 사실성과 예술적 표현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진다.
포토샵이 주는 안도감이 촬영 현장에서의 치열함을 약화시킨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포토샵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되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으려고,
그 순간의 추억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다.
#AI시대의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