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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거나 하는 일로 힘이 들면 어김없이 꺼내 읽게 되는 책이 신영복 선생의 <청구회추억>이다. 이 책을 읽으면 관계의 순수함, 따뜻함을으로 모든 화나, 아픔이 치유되는 것 같아 좋다. 이번 신작 <변방을 찾아서> 역시 따뜻한 만남이 있는 변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니 기대가 크다. 신영복선생의 글씨가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곳곳, 변방을 찾아 떠나며 그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총 여덟 곳의 변방일지가 담겨 있다. '변방은 창조의 공간이며, 새로운 역사로 도래할 열혈 중심'이라고 말하는 신영복 선생의 혜안을 다시한번 곱씹어 읽게 될 것 같다.

 

 

 

 

내놓는 작품마다 수작이어서일까, 권정생 선생의 통장은 수억의 인세로 빼곡했지만 정작 초라하기 그지없는 삶으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며 사신 분이다. 초막살이를 마다하지 않으시며 언제나 고생을 옆에 두고 사신 분이고 유언은 인세를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써달라는 것이었다. 내면을 풍요로이 가꾸는 일을 부지런히 실천하셨기에 그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고 끊임없이 회자되는 지도 모르겠다. <빌뱅이 언덕>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저자의 생애부터, 사회와 현실의 성찰, 자전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과 사상, 문학관이 망라되어 있는 산문집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가치들을 이야기하고, 자연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권정생선생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는 심정으로 유월을 보내야 겠다.

 

 

이러 저러한 핑계를 둘러댈때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정말 시간이 허락한대도 여행을 떠나게 되지 않는 때가 더 많다. 그게 경제적 이유에서든 아니면 날씨나 시간 핑계를 대서든 이 정도라면 나는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걸까 자문해보곤 한다. 그냥 여행서 정도를 침대 위에 뒹굴거리며 읽는게 최고의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그런 와중에 예외가 있다면 '박사'의 책을 읽을 때는 몸의 온도부터 달라진다. 그녀의 여행서들을 읽으면 나도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구 솟아나고, 나도 내게 여행을 선사해서 기필코 나만의 일정을 짜고 그녀가 준 팁을 적극 활용하고싶다는 자극을 받는다. 이번 신작 역시 박사만의 소소한 여행의 묘미를 전달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휴가계획은 나에게 여행을 주는 것으로 시작해야 겠다.  

 

 

오기사는 세계 여러 여행지를 다녀보고 여러 책까지 낸 사람인데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는 것 보니, 정말 서울이 좋긴한가 보네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이 한결같이 '그래도 우리나라가 제일 좋다'라고 말하는 걸 의심없이 확실한 방점이라도 찍는 듯이 말이다. 익숙한 도시 서울을 건축가 답게 수많은 건축들을 돌아보고, 도시 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나, 복잡하고 짜증유발 도시라는 오명 속에서도 꿋꿋히 소소한 의미를 재발견해내는 작가의 시선이 무척 궁금해진다. 낯익은 서울의 변방 골목들, 미처 몰랐던 서울 곳곳의 정취들을 나중에 꼭 추억하기 위해서라도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야 생소하지 않지만, 정작 아는 바는 거의 없고 대표작가라는 데도 페르난두페소아라는 이름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라는 것, 이 책이 노벨연구소에서 선정한 100대작품, 무엇보다 독특한 자서전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초라하고 시시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인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던 비결과 단조로움으로 부터 벗어나는 여러 방편을을 알려준다니 일상의 위안이 되는 비결이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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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2-06-06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서울이 좋다>는 저도 올린 책인데,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변방을 찾아서>는 알라딘에서 알사탕과 1000원 추첨권이 있어서 구입했는데 오늘 도착했네요.
푸리울 님께서 읽고 싶은 책들이 선정되면 좋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puriul 2012-06-06 23:06   좋아요 0 | URL
와, 파트장님 반갑습니다 ^^ 앞으로 수고해주신다고 들었는데 암쪼록 잘 부탁드려요. 좋은책으로 같이 달려요~
 
신간평가단 10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꽤나 무료하게 살고 있는건지 모르겠는데, 만약 시간을 일주일 단위로 쪼개서 가장 흥분되고 기대되는 사건을 꼽는다라고 한다면 단연 신간평가단으로 신경쓰게 되는 시간들이라 답할 것 같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를 끝없이 도돌이표로 읊게 되는 나날이었지만, 지난 몇 달 신간 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 내심 어떤 책이 출간됐을까 기대하고 궁금해한 시간들을 어찌 쉽게 잊을수 있을까. 매순간 첫 장을 펼치게 되는 흥분만큼 기쁜 순간도 드물었으니 으레 고마운 채근질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일이 없겠다.

수많은 책 가운데서 겨우 다섯손가락에 끼워넣어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한권 한권 독자들과 함께 하고픈 책을 추리는 일 역시 소소한 기쁨이었다. 어찌됐든 계절은 바뀌었고, 10기 신간평가단을 마치게 된다. 

적잖이 애로사항을 감내하셨을 신간평가단 담당자님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전보다 더 많이 읽게 되면서 몇 배는 더 마음이 풍요로워진 것 같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   

 

 

 

 

1)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좋았던 책

 

살아가면서 위로를 받고 싶은 순간이야 셀 수 없이 찾아온다. 이런 순간 저마다 하릴없이 눈을 지긋이 감거나, 잠을 청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눈물을 한 말이나 쏟고 나서야 풀 수 있다면 다행인 일일까. <소울푸드>는 그 수많은 처방 가운데 가장 따뜻한 한 그릇의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유명 작가들이 풀어 넣는 쓰디쓴 한순간의 기록에 마법의 가루가 뿌려져서 이윽고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스프가 된 것 따위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자가 맛 본 참으로 소박한 한그릇의 위로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미각과 후각을 모두 자극한다. 물론 이럴 수 있는데는 거기에 진짜 마음이 담겼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타인에 의해서든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씀씀이의 마음이든 말이다. <소울푸드>를 읽으며 별스럽지 않은 태도나 마음따위가 어떤 식으로 큰 위로와 빛이 될 수 있는지를 엿보게 되었다. 한번도 위로받은 적 없는 나만의 소울푸드는 어떤걸까, 부쩍 궁금해지는 밤이다.

 

 

  

2)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 5

 

 

<16인의 반란자들>은 노벨문학상의 세계 문호들의 인터뷰집으로 어떻게 반란자들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개인의 역사들을 통해 엿볼 수 있어 좋다.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시대의 불의에 가장 먼저 앞설 줄 아는 지식인의 자세를 깊은 한숨과 함께 되짚어가는 소중한 기록들이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 기꺼이 노동자의 삶을 걸어가며 투쟁가로서 그들을 위한 시를 쓰고 시대에 쓴 소리를 하는 꿈꾸는 시인 송경동. 시인의 신분으로 어떻게 감옥에 갇히는 기획자이자 투쟁가이게 되었는지 개인의 역사가 그의 시와 함께 펼쳐진다. 아프고 암울한 시대를 희망으로 저항하고 꿈꾼 자의 목소리는 퍽이나 곱다. 

 

     

 

프랑스 문단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가 전하는 세상의 본질에 대한 다름의 인식을 전하는 이 책은 인간의 감각 능력과 경험 밖의 이야기에 화두를 던지는 개념서이다. 그 어떤 책보다 쉽고 재미있어서, 전혀 뜻밖의 상상력에 핑퐁이 왔다갔다 하는 흥미로운 시간을 맛볼 수 있다. 개념서인지도 모를만큼. 계속 읽다보면 문득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개념을 창조(?)해보고 싶어지는 욕심도 드는 개념 권장서랄까? 

 

 

  

히라노게이치로의 <소설 읽는 방법>은 책을 읽는 방법 가운데서도 ‘소설’에 대한 좀 더 특화된 읽기 제안을 하는 책이다. 읽는 방법에 대한 빌미를 얻어 우리의 관습적 태도에 대한 성찰을 도와주고, 책을 대하는 창조적 해석을 이끌어내는 흥미로운 책이다. 무엇보다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는 것,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태도다.

 

 

 

<잡문집>은 하루키의 사적인 면모와 생각들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아주 반갑고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책이다소설가로 살면서 매일 허구의 인물에 말을 걸고, 그들을 통해 보편적인 삶의 이면을 들여다 보게 하는 것. 삶을 어딘가 색다르게 펼쳐보이는 다양성을 일깨워 준다. 도무지 늙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언제나 변함이 없는 사람 '하루키' 그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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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2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자면, 저는 <꿈꾸는 자 잡혀간다>와 <소울푸드>가 제일 좋았어요. 다른 책들은 어려워서 원. 특히 잡문집은 첫 챕터부터가 읽히질 않더군요. 고양이, 고양이 하는 부분만 수 번을 읽었는데도 뒤로 넘어가질 않아 접었어요. 미셸 투르니에의 책은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네요.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았구요.

puriul 2012-05-24 00:53   좋아요 0 | URL
하핫 고양이고양이하셨나봐요^^ 다 좋은 책이 와서 기쁘긴 했지만 저로서도 잘 읽히지 않을때는 이걸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저 역시도 이 두권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

알라딘신간평가단 2012-05-2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리울님. 제가 감사하지요.
10기 활동하시는 동안 기쁨을 드렸다니, 제가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계절 보내세요! :)
(어제 화제의 서재글에서 이 글을 만나고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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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람들의, 잊혀진 기록. 전해지지 못한 수많은 편지들의 무덤 우편함 4640호.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는 한국전 때 미군이 노획했던 북한의 여러 문서들 가운데 추려낸 100여편의 편지글과 화보로 구성된 책이다. 

주인을 찾지 못해 우는 미아의 울음이 가득 들리는듯 제목만으로 들려오는 서늘함이 가슴을 다 덮을 것 같다. 편지 한장 한장의 영혼의 무게를 느끼면서 전쟁의 상처가 이들에게 무엇을 빼앗고 무엇을 남겼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반세기만에 한을 내려놓게 되기를 바라본다.   

 

 

 

 

 

 

장석주 시인의 신작 에세이 <오늘, 명랑하거나 우울하거나>는 휴식과 위안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주는 비타민같은 처방전이다.

장시인은 시를 통하여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천천히 짚어주는 시선으로 여러 복잡한 감정의 선을 되잡아 준다. 또한 이 책은 많은 동시대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현대시를 알게 되는데도 좋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장시인이 사는 시골집처럼 고요한 마을 길을 같이 걷는 듯한 기분으로 오로지 휴식만을 위한 글을 읽고 싶다.    

 

 

 

 

 

 

 

 

 

변두리 곳곳 다녀본다고 해봐야 어릴 때 살던 그 마을쯤만 하지 못할 것이다. 요새는 개발이다 뭐다해서 골목이 사라진지 오래고 특유 개성을 보유하고 있는 장소는 그나마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잘도 헤집어서 소개하는 책을 만나면 무척 반갑고 소중해진다. 여기 <지금, 이 길의 아름다움>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든다. 열여섯의 작가들이 각자의 아름다운 길을 직접 걷고 느낀 소회들을 옮겨낸 이 책은 우리가 걷는 바로 지금 이 길에 대한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낸다. 특히 여행지의 역사라던가 지역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보다 풍부한 정보와 요소를 짚어내는데 주력한다. 구효서, 신용목, 함성호작가 등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글을 선보이는 작가들의 눈에 보인 각각의 길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빨리 함께 걷고 싶다.

 

 

 

 

 

박사, 이명석 최상의 콤비가 만나 도시 이야기를 펼친다. 이번에는 '도시수집'이란 말을 붙였다. '수집'이라니 이유가 뭘까?

많은 사람들은 여러 도시에 가서 그곳을 충분히 알고 느끼고 오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뿐이다. 두 작가는 바로 이점에 착안해서, 도시의 가장 특성있는 부분만을 부풀려 상상해본다. 즉 도시의 가장 대표적일 만한 상징과 예술품을 보여줌으로서 가장 갖고 싶고 보고 싶은 장면만을 수집 한다는 것이다. 한장의 지도로 축약한다거나, 개성있는 도시의 모습을 다루면서, 52개 도시의 한눈에 볼 수 있는 여러가지 표정을 담아낸다. 가보지 못한 도시 천지인 나같은 사람들에게 두 작가의 도시 수집장을 펼칠 기회를 갖게 되는게 무척이나 설레인다.  

 

 

 

 

 

삶의 속도나 느낌들을 음악적 기호로 자주 비유하곤 한다. 예를들면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을 때, 칸타빌레처럼 아름답게 흘러간다고 하거나, 스타카토처럼 발랄하게라는 말처럼 음악적 표현을 쓰는 것이다. 자주 변화하는 삶의 기운들을 클래식 음악처럼 조율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바로 현대인의 감정에 음악을 얹어서 동화되고 때로 치유할 수 있는 클래식의 존재를 상기 시킨다. 때와 장소, 감정의 높낮이에 선별된 곡을 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낮은 시선으로 맞춘다. 자주 들어볼 기회가 없던 클래식을 가끔 필요해지는 순간에 정말 몇 곡쯤 떠올리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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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삼인 2012-10-1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를 토대로 구성,창작된 연극 <달아나라, 편지야>가 2012년 10월 10일 (수)부터 15일 (월)까지 홍대입구 인근에 위치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무대에 오릅니다.

공연정보 바로가기 ▶ http://daristory.tistory.com/61

특히 원작을 포스팅해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티켓 할인 이벤트(1만5천원 → 1만2천원)를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람을 원하시면 메일을 통해 제목 [달아나라편지야/포스팅이벤트/관람일/성함/연락처]으로 예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ycdari@daum.net 070-8668-5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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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일평생 어디론가 훌쩍 떠나본 일이 드물고, 떠난다고 해봐야 정해진 루트대로 우르르 몰려갔다가 먹여주는것 먹고 사진 몇 장 찍고 오는게 다라고 여기는 그런 여행만이 즐비하다. 몇 시간 눈을 정화시키고 일탈의 자유를 잠시나마 느끼는 것, 뭐 나쁠 건 없지. 그러나 이런 여행은 그곳을 안다고 하기도 민망해서 편한게 다가 아닌데란 말을 곱씹게 될 때가 많다. 

사실 내게는 며칠이었지만 딱 한번 혼자 여행해본 경험이 있긴 하다. 정보도 별로 없이 떠났고, 이방인인 채여서 처음 느껴보는 이질감이 무척 흥분되고 오래 기억 남는 여행이었다. 다행히 좋은 추억이 되어서 여행의 참 묘미라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알고 마음에 새기는 일은 언제나 좋은 에너지와 살아갈 의지같은 것을 북돋아 주는듯 하다. 끝없이 낯섬을 찾아 유랑하는 이들, 탐험가나 여행가라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마냥 설레고, 마치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양을 지키는 목동의 일처럼 느껴진다.   

 

 

여행가를 여행가이게 하는 것, 여느 직업군과는 다르게 본인의 의지만이 순수하게 많이 담긴 직업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작업물을 보다보면 이들이 참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가들에게는 참으로 거대한 여백이 있고, 그들이 전혀 말을 하지 않고 단 한장의 사진으로만 전하는 순간에도 그 적막은 참으로 근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새삼 여행에 매료된 단 한가지의 이유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극적이고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여행가에게 부러운 성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들에게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엄청난 호기심과 사랑이다.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들을 보고 탄성을 내지르며 호기롭게 ‘나중에 여기서 살아봐야지’라고 떠들 수는 있지만 정말 그렇게 살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제 삶의 모든 삶을 ‘공간’을 떠도는 것만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부러운 삶이지 않은가.

 

호시노 미치오의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는 우연히 본 텔레비전의 알래스카의 정경에 단숨에 매료되어 일생 탐험하고 관찰해온 여행가의 미완 여행기이다. 그가 담아내는 알래스카의 풍경을 순수하게 다 느끼기는 힘들더라도 더없이 섬세한 설명들과 무수히 많은 별처럼 느껴지는 시 적인 묘사들을 보고 있으면 알래스카의 바람과 푸르름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니면 오도카니 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강아지풀의 몸짓마냥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지의 고요를 맛보는 것 같기도 하다. 빙하가 있고 또 안개가 자욱한 숲도 있다는 매력의 공간 알래스카. 그 한 가운데서 온도를 느끼고 입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호흡의 순간을 느낄 때마다 그는 자연과 하나 되는 아찔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곰의 습격을 받아 영원히 자연에 묻혔지만 마지막 순간, 왠지 그 삶이 허무하다거나 불행하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나라, 어느 누구에게는 불쾌하고 한없이 빈곤해 보이기만 한 척박한 땅이지만 그곳을 수백 수천 년간 지켜온 원주민들과 동식물과, 그곳을 사랑한 탐험가 호시노에게 만큼은 더없이 풍요로운 땅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그는 비록 미완인 채로 알래스카의 더 많은 일상을 담아 내지 못했지만, 왠지 하늘에서도 멈추지 않고 알래스카의 땅을 같이 일구고 또다른 면모를 들춰내는 몽상가인 천상 여행자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머지 3회의 이야기를 더보지 않아도 전혀 아쉬운 마음이 남거나 하지 않는다. 

 

어쩌면 호시노가 첫 발을 디뎠을 때의 감흥처럼 언젠가 혼자 대자연의 한가운데 서서 온 자연이 나를 응시하고 교감하는 전율을 느끼게 될 날을 꿈꿔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말 나도 진짜 여행을 한 걸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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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제 인생의 의미를 묻고, 변화를 꿈꾸는 일을 얼마나 하고 살아가는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별로 답하지 않고 싶은 걸 보면. 사실 대단히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고서야 일에 치이며 한치 앞의 미래도 불안하다 보면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이게 사는 건가’ 싶어지지 않겠나. 서글프게도 이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처지를 신세 한탄이라 또 자책만 해댈게 뻔하니, 이 또한 일단 인생의 의미를 묻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짜 큰 문제는 바로 ‘변화’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누구나 좀 더 자유롭고 진짜 내 인생이기를 꿈꾸지만 사회는 호락호락 내버려 두지 않는다. 치열하게 경쟁 속에 살아남기를 종용하고, 조용히 가만히 걸어가는 인생을 택한들 도태되었다는 둥 낙오자라는 둥 제멋대로의 잣대에 휘둘리기 쉽다. 누구나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 감언이설의 구호를 미덕으로 포장하는 사회에서 한치 앞의 길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 없는 답답한 구조의 덫에 빠진 셈이다.

모두가 자기 성찰의 기회를 발판 삼아 내외적인 변화를 택하면 좋겠지만,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적 변화만을 훌륭하게 이끌어낸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긴 할텐데, 각자의 상황에 맞는 괜찮은 ‘변화점’은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책 <1인분 인생>에서는 한국사회의 몸통과 디테일한 작은 부분까지 총체적 문제들이 등장한다. 살아간다는 것의 탐구와 체념과, 희망과 좌절이 온통 질퍽한 라운드 안의 싸움처럼 느껴진다. 몇 년째 우석훈의 개인 홈페이지를 드나들면서 봐온 글이었는데도,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1인분 인생의 탐구서로 놓고 보니 새삼 그의 글이 참 쉽고 재미있다라는 것,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것들도 역시 경제학자의 눈에는 보이는 세심함도 연신 감탄하며 들여다보게 된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궁극의 발화는 곧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나의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용기 내어 나만이 살아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 내봐' 쯤일 것이다. 다시, 묻는다. '나는 행복한가? 내 인생의 의미는 뭐지? 변화할 수 있을까?

 

새벽부터 일어나 늦은 밤이 다 돼서야 일을 마치는 전국의 수많은 무가지를 줍는 노인들의 삶을 지켜 본적이 있는가? 물론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리어커를 끄는 모습은 인생이 얼마나 고달프고 넘지 못할 벽처럼 거대한 장애물을 매일 넘어가는 일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그 장면을 보면, 그럴 것이다. 

그야말로 전력투구의 삶을 살아가는데도 아주 많은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불안과 빚만 늘어가는 벅찬 인생, 어마어마한 문제들이 행복을 가로 막는다. 물론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고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건 개인의 몫이지, 사회가 외면해도 되는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간다 한들 사회의 시스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개인의 생활은 점점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고 사회가 분명 행복의 질을 떨어뜨리는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데도 가끔 정부가 내놓는 공익광고물 따위를 볼 때 웃지 못할 광경에 실소할 때가 더러 있다. 아직도 사회는 개인의 노력만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정신세계를 시사한다. 사회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이고 뭐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는데 이걸 왜 우리 시대 잘난 분들만 모르는건지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1인분의 인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권리를 주장해야 하고, 혹 우석훈처럼 많이 배운 사람들이라면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발언하고 바꾸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시작점을 아주 근본의 선으로, 그러니까 한참이나 뒤로 가서 바로 잡고 오라고 용기를 준다. 구체적으로는 독립하는 일에서 출발하라고 지적하는 것인데 물론 이는 물리적인 독립을 의미한다. 이 말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한국사회의 적지 않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관습적으로나 사회적인 문제들이 간단치 않으니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충분한 공감이 간다. 실질적으로 결혼 전에는 독립을 꿈꾸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보니 혈연중심의 사회, 지연, 학연 등이 공공연하게 중요시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사회를 배우는 황금의 20대를 우리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고리를 제 몸에 안착시키며 관통이라는 것을 어이없는 방향으로 해버린 셈이다. 이렇다 보니 1인분의 인생을 살아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고, 혹여 이렇게 살게 된들 남에게는 인정머리 없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온 일상을 사회의 구조와 어떻게 좌충우돌 투쟁하며 버텨 가는지를 보여주는데 숨김이 없다. 개인사를 잘 버무려서 보편적인 삶들의 애환을 잘 묻어나도록 한다. 나라의 핵심적인 사안이나 대기업의 주역이던 삶을 버리고, 고양이 몇 마리의 행복을 눈물겹도록 고맙게 느낄 줄 아는 섬세한 사람이기를 선택했다.

빠른 시일내 은퇴해서 시골에 내려가 조용히 살기를 꿈꾸는 그의 ‘변화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이 담담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사실 그 변화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가까운 데라는 것을, 조심스러운 용기와 함께 불어넣어 준다.

축하할 일이 있어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작은 철칙 같은 것이 이제보니 저만의 작은 소신이 있어서였으니 바로 이런 태도 같은걸 닮고 싶어 진다. 작은 일들로 사실은 나만의 깃발이 만들어지는 것일테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많은 사람들이 알아 주지 못한대도 적어도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삶이라면 이런 깃발쯤 펄럭이는 게 아주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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