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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제 인생의 의미를 묻고, 변화를 꿈꾸는 일을 얼마나 하고 살아가는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별로 답하지 않고 싶은 걸 보면. 사실 대단히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고서야 일에 치이며 한치 앞의 미래도 불안하다 보면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이게 사는 건가’ 싶어지지 않겠나. 서글프게도 이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처지를 신세 한탄이라 또 자책만 해댈게 뻔하니, 이 또한 일단 인생의 의미를 묻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짜 큰 문제는 바로 ‘변화’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누구나 좀 더 자유롭고 진짜 내 인생이기를 꿈꾸지만 사회는 호락호락 내버려 두지 않는다. 치열하게 경쟁 속에 살아남기를 종용하고, 조용히 가만히 걸어가는 인생을 택한들 도태되었다는 둥 낙오자라는 둥 제멋대로의 잣대에 휘둘리기 쉽다. 누구나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 감언이설의 구호를 미덕으로 포장하는 사회에서 한치 앞의 길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 없는 답답한 구조의 덫에 빠진 셈이다.
모두가 자기 성찰의 기회를 발판 삼아 내외적인 변화를 택하면 좋겠지만,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적 변화만을 훌륭하게 이끌어낸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긴 할텐데, 각자의 상황에 맞는 괜찮은 ‘변화점’은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책 <1인분 인생>에서는 한국사회의 몸통과 디테일한 작은 부분까지 총체적 문제들이 등장한다. 살아간다는 것의 탐구와 체념과, 희망과 좌절이 온통 질퍽한 라운드 안의 싸움처럼 느껴진다. 몇 년째 우석훈의 개인 홈페이지를 드나들면서 봐온 글이었는데도,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1인분 인생의 탐구서로 놓고 보니 새삼 그의 글이 참 쉽고 재미있다라는 것,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것들도 역시 경제학자의 눈에는 보이는 세심함도 연신 감탄하며 들여다보게 된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궁극의 발화는 곧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나의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용기 내어 나만이 살아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 내봐' 쯤일 것이다. 다시, 묻는다. '나는 행복한가? 내 인생의 의미는 뭐지? 변화할 수 있을까?
새벽부터 일어나 늦은 밤이 다 돼서야 일을 마치는 전국의 수많은 무가지를 줍는 노인들의 삶을 지켜 본적이 있는가? 물론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리어커를 끄는 모습은 인생이 얼마나 고달프고 넘지 못할 벽처럼 거대한 장애물을 매일 넘어가는 일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그 장면을 보면, 그럴 것이다.
그야말로 전력투구의 삶을 살아가는데도 아주 많은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불안과 빚만 늘어가는 벅찬 인생, 어마어마한 문제들이 행복을 가로 막는다. 물론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고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건 개인의 몫이지, 사회가 외면해도 되는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간다 한들 사회의 시스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개인의 생활은 점점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고 사회가 분명 행복의 질을 떨어뜨리는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데도 가끔 정부가 내놓는 공익광고물 따위를 볼 때 웃지 못할 광경에 실소할 때가 더러 있다. 아직도 사회는 개인의 노력만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정신세계를 시사한다. 사회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이고 뭐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는데 이걸 왜 우리 시대 잘난 분들만 모르는건지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1인분의 인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권리를 주장해야 하고, 혹 우석훈처럼 많이 배운 사람들이라면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발언하고 바꾸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시작점을 아주 근본의 선으로, 그러니까 한참이나 뒤로 가서 바로 잡고 오라고 용기를 준다. 구체적으로는 독립하는 일에서 출발하라고 지적하는 것인데 물론 이는 물리적인 독립을 의미한다. 이 말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한국사회의 적지 않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관습적으로나 사회적인 문제들이 간단치 않으니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충분한 공감이 간다. 실질적으로 결혼 전에는 독립을 꿈꾸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보니 혈연중심의 사회, 지연, 학연 등이 공공연하게 중요시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사회를 배우는 황금의 20대를 우리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고리를 제 몸에 안착시키며 관통이라는 것을 어이없는 방향으로 해버린 셈이다. 이렇다 보니 1인분의 인생을 살아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고, 혹여 이렇게 살게 된들 남에게는 인정머리 없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온 일상을 사회의 구조와 어떻게 좌충우돌 투쟁하며 버텨 가는지를 보여주는데 숨김이 없다. 개인사를 잘 버무려서 보편적인 삶들의 애환을 잘 묻어나도록 한다. 나라의 핵심적인 사안이나 대기업의 주역이던 삶을 버리고, 고양이 몇 마리의 행복을 눈물겹도록 고맙게 느낄 줄 아는 섬세한 사람이기를 선택했다.
빠른 시일내 은퇴해서 시골에 내려가 조용히 살기를 꿈꾸는 그의 ‘변화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이 담담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사실 그 변화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가까운 데라는 것을, 조심스러운 용기와 함께 불어넣어 준다.
축하할 일이 있어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작은 철칙 같은 것이 이제보니 저만의 작은 소신이 있어서였으니 바로 이런 태도 같은걸 닮고 싶어 진다. 작은 일들로 사실은 나만의 깃발이 만들어지는 것일테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많은 사람들이 알아 주지 못한대도 적어도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삶이라면 이런 깃발쯤 펄럭이는 게 아주 멋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