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평가단 10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꽤나 무료하게 살고 있는건지 모르겠는데, 만약 시간을 일주일 단위로 쪼개서 가장 흥분되고 기대되는 사건을 꼽는다라고 한다면 단연 신간평가단으로 신경쓰게 되는 시간들이라 답할 것 같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를 끝없이 도돌이표로 읊게 되는 나날이었지만, 지난 몇 달 신간 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 내심 어떤 책이 출간됐을까 기대하고 궁금해한 시간들을 어찌 쉽게 잊을수 있을까. 매순간 첫 장을 펼치게 되는 흥분만큼 기쁜 순간도 드물었으니 으레 고마운 채근질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일이 없겠다.

수많은 책 가운데서 겨우 다섯손가락에 끼워넣어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한권 한권 독자들과 함께 하고픈 책을 추리는 일 역시 소소한 기쁨이었다. 어찌됐든 계절은 바뀌었고, 10기 신간평가단을 마치게 된다. 

적잖이 애로사항을 감내하셨을 신간평가단 담당자님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전보다 더 많이 읽게 되면서 몇 배는 더 마음이 풍요로워진 것 같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   

 

 

 

 

1)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좋았던 책

 

살아가면서 위로를 받고 싶은 순간이야 셀 수 없이 찾아온다. 이런 순간 저마다 하릴없이 눈을 지긋이 감거나, 잠을 청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눈물을 한 말이나 쏟고 나서야 풀 수 있다면 다행인 일일까. <소울푸드>는 그 수많은 처방 가운데 가장 따뜻한 한 그릇의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유명 작가들이 풀어 넣는 쓰디쓴 한순간의 기록에 마법의 가루가 뿌려져서 이윽고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스프가 된 것 따위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자가 맛 본 참으로 소박한 한그릇의 위로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미각과 후각을 모두 자극한다. 물론 이럴 수 있는데는 거기에 진짜 마음이 담겼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타인에 의해서든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씀씀이의 마음이든 말이다. <소울푸드>를 읽으며 별스럽지 않은 태도나 마음따위가 어떤 식으로 큰 위로와 빛이 될 수 있는지를 엿보게 되었다. 한번도 위로받은 적 없는 나만의 소울푸드는 어떤걸까, 부쩍 궁금해지는 밤이다.

 

 

  

2)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 5

 

 

<16인의 반란자들>은 노벨문학상의 세계 문호들의 인터뷰집으로 어떻게 반란자들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개인의 역사들을 통해 엿볼 수 있어 좋다.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시대의 불의에 가장 먼저 앞설 줄 아는 지식인의 자세를 깊은 한숨과 함께 되짚어가는 소중한 기록들이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 기꺼이 노동자의 삶을 걸어가며 투쟁가로서 그들을 위한 시를 쓰고 시대에 쓴 소리를 하는 꿈꾸는 시인 송경동. 시인의 신분으로 어떻게 감옥에 갇히는 기획자이자 투쟁가이게 되었는지 개인의 역사가 그의 시와 함께 펼쳐진다. 아프고 암울한 시대를 희망으로 저항하고 꿈꾼 자의 목소리는 퍽이나 곱다. 

 

     

 

프랑스 문단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가 전하는 세상의 본질에 대한 다름의 인식을 전하는 이 책은 인간의 감각 능력과 경험 밖의 이야기에 화두를 던지는 개념서이다. 그 어떤 책보다 쉽고 재미있어서, 전혀 뜻밖의 상상력에 핑퐁이 왔다갔다 하는 흥미로운 시간을 맛볼 수 있다. 개념서인지도 모를만큼. 계속 읽다보면 문득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개념을 창조(?)해보고 싶어지는 욕심도 드는 개념 권장서랄까? 

 

 

  

히라노게이치로의 <소설 읽는 방법>은 책을 읽는 방법 가운데서도 ‘소설’에 대한 좀 더 특화된 읽기 제안을 하는 책이다. 읽는 방법에 대한 빌미를 얻어 우리의 관습적 태도에 대한 성찰을 도와주고, 책을 대하는 창조적 해석을 이끌어내는 흥미로운 책이다. 무엇보다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는 것,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태도다.

 

 

 

<잡문집>은 하루키의 사적인 면모와 생각들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아주 반갑고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책이다소설가로 살면서 매일 허구의 인물에 말을 걸고, 그들을 통해 보편적인 삶의 이면을 들여다 보게 하는 것. 삶을 어딘가 색다르게 펼쳐보이는 다양성을 일깨워 준다. 도무지 늙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언제나 변함이 없는 사람 '하루키' 그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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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2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자면, 저는 <꿈꾸는 자 잡혀간다>와 <소울푸드>가 제일 좋았어요. 다른 책들은 어려워서 원. 특히 잡문집은 첫 챕터부터가 읽히질 않더군요. 고양이, 고양이 하는 부분만 수 번을 읽었는데도 뒤로 넘어가질 않아 접었어요. 미셸 투르니에의 책은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네요.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았구요.

puriul 2012-05-24 00:53   좋아요 0 | URL
하핫 고양이고양이하셨나봐요^^ 다 좋은 책이 와서 기쁘긴 했지만 저로서도 잘 읽히지 않을때는 이걸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저 역시도 이 두권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

알라딘신간평가단 2012-05-2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리울님. 제가 감사하지요.
10기 활동하시는 동안 기쁨을 드렸다니, 제가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계절 보내세요! :)
(어제 화제의 서재글에서 이 글을 만나고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