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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책에 관한 책'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알게 되고, 손에 넣고, 읽어 가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설렘과 유대감을 느끼면서 즐거웠었다.
이 책은 알베르토 망구엘이 2002년 6월 부터 2003년 5월까지 1년에 걸쳐서 써내려간 그의 독서 일기이다. 달 마다 한 권씩 12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그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일상과 결합하여 친근하게 풀어놓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책 소개와는 달리 자신을 독서가라고 칭하는 그의 책소개는 좀 다르다. 줄거리를 풀어놓거나 비평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누가 책의 줄거리를 요약해주는 건 질색이다. 제목이나 장면, 인용구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좋지만, 줄거리 전체로 그러는 건 사양한다. 열혈 독자들, 표지의 홍보 문구, 문학의 역사와 교사들은 플롯을 누설함으로써 책을 읽는 데서 얻는 즐거움을 무참히 파괴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는 기억력도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름으로 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동일인이라는 것을 몰랐을 때, 또는 크루소가 프라이데이를 만나게 되리라는 것을 몰랐을 때 어땠었는지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다. (p.44)
망구엘은 단지 그의 소소한 일상 속에 그가 고른 책들을 버무려서 감칠 맛 나는 하나의 '독서 일기'를 내 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 할 수 없을 정도의 효과를 불러일으켜 그가 소개한 책들을 당장 읽어보고 싶어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 그의 박식함과 방대한 독서량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연신 감탄과 질투의 시선을 저자에게 보내게 될지도 모르고 책 전체를 밑줄긋기 하고 싶게 할지도 모른다.
그가 소개한 12권의 책들은 다음과 같다.
2002년
6월 <모렐의 발명>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7월 <모로 박사의 섬> H.G. 웰스
8월 <킴> 러디어드 키플링
9월 <무덤 저편의 회고록> 프랑수아-르네 드 샤토브리앙
10월 <네 사람의 서명> 아서 코난 도일
11월 <친화력>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2월 <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케네스 그레이엄
2003년
1월 <돈키호테> 메겔 데 세르반테스
2월 <타르타르 스텝> 디노 부차티
3월 <필로우 쿡> 세이 쇼나곤
4월 <떠오름> 마거릿 애트우드
5월 <브라스 쿠바스의 유고 회고록> 호아킴 마리아 마차도 데 아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