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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기대한 건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 보여진 유머와 엄청난 수다였다. 그런데 <둠즈데이 북>에 보여지는 건 페스트 시대의 비극이었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이 책은 우리가 보통 시간여행을 다룬 책에서 기대하는 긴강감 따위는 없다. 그러니까 미래에서 온 사람과 과거의 사람이 만나서 미래를 바꿀 만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하는 긴장감 따위는 애초에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 시간 여행은 인과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꺼운 책을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재미가 있어야 했다. 그것이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는 독특한 유머였지만 이 책에서는 페스트 시대에 놓여진 나약한 인간상에 대한 묘사로 나타난다. 그것이 세밀한 고증을 거친 중세시대의 모습과 함께 보여지는 이 책의 재미이다.
신을 위한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닥친 재앙은 신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절망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건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약하지만도, 어리석지만도, 이기적이지만도 않은 존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게 이 두꺼운 책을 중간에서 덮지 않고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