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 강의 돈 까밀로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주효숙 옮김 / 서교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돈 까밀로 시리즈는 내가 초등학교때 만난 시리즈다. 그때 만난 돈 까밀로 신부님과 빼뽀네 읍장, 그리고 현명한 예수님에 반해서 그 책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책이 너무 낡아서 종이색도 바래고 책장도 떨어지려고 하지만 그책들은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책이고 가끔 꺼내 읽는 책이다.

그래서 서점에서 새로운 표지의 돈까밀로 시리즈를 발견했을 때 옛날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뽀 강의 돈까밀로>를 집어들었다.

그들은 아직도 여전했다. 공산주의자 읍장인 빼뽀네와 기독교 민주당을 자처하는 신부 돈 까밀로는 여전히 투닥거리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고 예수님은 현명하게 돈 까밀로를 다독이시고, 그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정이 많고 순박하고 인간적이었다.

맘에 안 드는 점은 이 책은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많은 에피소드들이 전작인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과 <돈 까밀로와 빼뽀네>에서 이미 나온 것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이 굉장히 오래된 책이고 목차 검색에 보여지는 에피소드들의 제목이 내가 갖고 있는 책들과 좀 다르긴 하지만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아서 본전 생각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같은 내용에 다른 두 번역본을 읽으니 서로 비교가 된다. 아무래도 예전 번역이 더 나은것 같다. 물론 익숙함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잔잔한 유머들이 잘 살아있지 않은 것 같다. 아..예전 번역본 구하고 싶다.

에피소드 구성과 번역 때문에 별 셋을 줬지만, 내용은 여전히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는 좋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만나시는 분이라면 틀림없이 돈 까밀로와 빼뽀네와 예수님의 팬이 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05-07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트 2006-05-0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합니다. ^^
인심이 너무 후하세요. 비자금 다 사라지셨겠어요. ^^
 
반 고흐, 우정의 대화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
빈센트 반 고흐 지음, 박은영 옮김 / 예담 / 2001년 5월
품절


그의 작품은 항상 격렬하고 비통한 무언가를 담고 있었네. 그것은 때때로 전율을 느끼게 하는 야생적인 그 무엇이었네. 빈센트는 일상의 측면에서는 전적으로 무방비 상태였고, 매순간을 아슬아슬하게 견뎌나갔네. 삶에 대한 그의 가치관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숭고하고 순수했네. 그 점에 있어서 그는 진실로 굳건했으며 아름다웠네, 그는 미치광이가 되었네. 분명, 그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걸세. 원인은 세상의 몰이해와 천박함에 대한 그의 저항도, 환멸로 상처받은 그의 숭고한 사상도 아니었네. 모든 원인은 그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머물러 있었네. 빈센트가 원한 것은 숭고한 예술이었으며, 그것을 표현하려는 어마어마한 투쟁은 그 어떤 예술가라도 지치게 했으리라 생각하네. 어떤 호인도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예민하고 감정적인 긴장감에 끝없이 저항하지는 못할걸세. 나는 그의 광적이고 폭발적인 기질에 대해 우정보다는 존경심을, 동지애보다는 숭배감을 느꼈네.-15쪽

체념은 체념할 줄 아는 사람을 위한 것이네.-54쪽

일례로, 나는 도덕적인 눈의 대들보들 때문에 여태껏 몹시 괴로워했고 괴로워하고 있네. 물론 앞으로도 괴로워하겠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대들보들을 뽑아냈고, 뽑아내고 있으며, 계속 뽑아낼 것이네.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비상구 역시 부쉈고, 부수고 있으며, 부수기를 계속할 것이네. 언제까지? 내가 자유로운 눈과 통로를 갖게 될 때까지.-57쪽

참으로 예술은 시샘이 많네. 우리한테 있는 모든 시간과 정력을 요구하지. 우리가 전적으로 그에 몰두한다 해도 줄곧 자기만 바라봐주기를 고집하네. 마치 실리에 어둡고, 때로 매우 신랄한 기호를 가진 사람처럼. 결국, 우리는 스스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하지.-68쪽

그러나 우리는 매일 그렇게 이기적이지는 않네. 그리고 이기적이지 않을때 후회는 쓰라리다네......-114쪽

나는 사랑하면 할수록 활동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믿네. 사랑이란 단지 감정 자체로 전부인 것이 결코 아니네.-134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04-28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트 2006-04-2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아니에요.별 말씀을.^^ 아.. 이렇게 직접 와서 알려주시다니.감사해요.^^
 
와인전쟁
돈 클래드스트럽.페티 클래드스트럽 지음, 이충호 옮김 / 한길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를 지루하게 하지도 짜증나게 하지도 않는 훌륭한 상담자이자 진정한 친구. 우리를 잠들게 하지도 않고, 깨어 있게 하지도 않는...... 포도주는 항상 우리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도와주려고 하지,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p.17)

샤토 라피트-로트실드, 샤토 무통-로트실드, 샤토 라투르, 샤토 디켐, 로마네-콩티.
첫 장을 열면 와인에 문외한인 나도 들어본 최고급 와인들의 이름이 보인다. 그리고 그 와인들이 히틀러가  숨겨둔 비밀 장소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이 책은 시작한다.

<와인전쟁>은 2차대전 당시 프랑스의 주요한 산업이었던  와인 산업을 지키기 위한 프랑스인들의 노력에 관한 책이다. 프랑스인들이  "포도주는 우리 역사의 일부이다. 포도주는 우리를 정의하는 것 중 하나이다."(p.23) 라고 말하는 그 와인을 빼앗기 위해 독일군은 '포도주 총통'이라고 불리는 중개상까지 만들어 포도주를 약탈하려 하고 포도 재배자들은 와인을 감추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벽을 쌓아 포도주를 감추고 값싼 와인에 고급 라벨을 붙이고 화물차를 털고... 

이 눈물겨운 와인 사수기는 우리에게 와인이 프랑스인들에게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존심과 자부심이 강한 와인 제조업자들에게 와인은 그들의 정신이며 용기며 희망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래서 아마도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와인을 마실때 단순히 술을 마신다는 것 뿐만 아니라 와인을 위해 목숨까지 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해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포도주는 장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천천히 고상하게 익어간다. 이 땅은 우리가 오기 전에 이미 여기 있었고, 우리가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남아있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우리는 포도주와 함께 전쟁과 혁명과 포도나무뿌리진디를 견뎌내며 살아남았다. 수확 때마다 봄에 한 약속들이 갱신된다. 우리는 계속되는 순환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은 불멸의 느낌을 준다." (p.23)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6-04-1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는데..병적으로 와인에 집착을 하더라구요..^^
그래도 전 자만심이 지나치게 강한 프랑스인들은 정이 안가요.
그 커다란 궁전에 화장실 하나 없는 불결하기 그지 없는데 말이죠...^^

하이드 2006-04-1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인이 쓴 프랑스 사람의 와인 이야기라는것. 이 중요.

토트 2006-04-2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저는 딱히 편견이 없어서요. 그냥 그 열정이 부러울뿐이었어요.^^
하이드님/ 네, 맞아요. 아무래도 환상이 좀 있겠죠? ^^
 
바람의 그림자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모자라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겁쟁이들은 침묵하며, 현명한 이들은 이야기를 듣지.-92쪽

인생은 자기 자신에 대해 질책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럽단다.-135쪽

사람들중에는 기억의 대상과 꿈꾸는 대상이 있다. 내게 누리야 몽포르트는 환영처럼 집요하고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 진실성에 의문을 제시할 수 없고 단지 그것이 스스로 사라지거나 나를 파괴할 때까지 그녀를 ?아갈 따름인 것이다. -144쪽

언어보다 더 지독한 감옥이 있다.-186쪽

때때로 우린 사람들이 복권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 우리의 말도 안 되는 꿈을 이뤄주기 위해 거기에 있는 것으로 말야.-190쪽

"일하는 동안에는 인생을 똑바로 보지 않아도 되거든요."-201쪽

"돈을 벌기만 하는 건 어려운 게 아냐." 그는 이렇게 한탄했지.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게 어려운 거지."-215쪽

그들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했을 때는 지금 나이의 절반이었을 때였지. 그들은 소년이었을 때 헤어졌는데 인생은 이제 한 사람을 도망자로 만들었고 또 한 사람은 죽어가고 있었어. 그 둘 다 그것이 인생이 자기들에게 돌렸던 카드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이 그 카드를 가지고 배팅을 했던 방법 때문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266쪽

"우리가 했던 계약을 기억해. 내가 죽으면, 내 모든 것은 내것이 될 거라는 계약을."
"...... 네 꿈을 제외하고."-273쪽

언젠가 훌리안은 이야기란 작가가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지.-328쪽

독서라는 예술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그것은 내밀한 의식이라고, 책은 거울이라고, 우리들은 책 속에서 이미 우리 안에 지니고 있는 것만을 발견할 뿐이라고, 우리는 정신과 영혼을 걸고 독서를 한다고, 위대한 독서가들은 날마다 더 희귀해져가고 있다고 베아는 말한다.-386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페인중독 2006-10-2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하는 동안에는 인생을 똑바로 보지 않아도 되거든요." 공감가는 말이에요...

토트 2006-10-2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카페인중독님.^^ 그쵸? 공감가는 말이에요.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네가 보는 책들, 한 권 한 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 한 권의 책이 새 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 때마다, 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13쪽

도서관이 하나 사라질 때, 서점 하나가 문을 닫을 때 그리고 책 한 권이 망각 속에서 길을 잃을 때, 이곳을 알고 있는 우리 수호자들은 그 책들이 이곳에 도착했는지를 확인한단다. 이곳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책들,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책들이 언젠가는 새로운 독자, 새로운 영혼의 수중에 들어가길 기다리며 영원히 살고 있지.-14쪽

언젠가 아버지 서점의 단골 고객 한 사람이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준 첫번째 책처럼 한 독자에게 그토록 많은 흔적을 남기는 대상은 거의 없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 첫번째 이미지들, 우리가 뒤에 남겨두었다고 생각하는 그 말들의 울림이 평생 동안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 기억에 하나의 궁전을 새겨놓는다. 조만간-우리가 얼마만큼의 책을 읽었는지, 얼마나 많은 세계를 발견했는지, 얼마를 배우고 또 잊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다시 돌아갈 그 기억에 말이다. 매혹적인 그 페이지들은, 내게 있어선, 언제나 '잊혀진 책들의 묘지'의 복도 사이에서 발견한 그 책이 될 것이다.-17~18쪽

유년기의 함정들 중의 하나는 느끼기 위해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성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을 때는 이미 가슴속의 상처가 지나치게 깊어진 후다.-58쪽

만일 내가 아주 우연히 저 무한한 묘지 사이에 있는 이름 모를 단 한 권의 책에서 온 우주를 발견했다면, 더 많은 수만 권의 책들이 알려지지 않고 영원히 잊혀진 채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버려진 수백만의 페이지들, 주인 없는 영혼들과 우주들에 둘러싸여 있음을 느꼈다. 그것들은, 그 도서관 담 바깥에서 맥박치는 세상이 더 많은 것을 잊어갈수록 더 현명해진다고 느끼면서 날마다 부지불식간에 기억을 잃어가는 동안, 어두운 대양에 가라앉고 있었다.-122쪽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 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282쪽

그때까지 그것이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임 부재와 상실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그 때문에 그 이야기와 내 자신의 삶이 혼동될 때까지 나는 이 이야기 속에 피신해 있었다고, 사랑해야 할 이들이 단지 이방인의 영혼에 살고 있는 그림자일 뿐일 것 같아 소설 속으로 도망가는 사람처럼 그렇게 했다고 그녀에게 고백했다.-28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