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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잔혹사
김동춘 지음 / 한겨레출판

"정의를 모르는 국가에 대한 반격을 꿈꾸며"
대선 이후 한국현대사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박세길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서중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한홍구의 <대한민국사>가 그 주인공이다. 대체로 진보 계열의 학자들이라는 점에서 한국현대사 열풍의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김동춘 교수의 신작 <대한민국 잔혹사>를 마주한 내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지난 60년 동안 자행된 국가의 폭력을 고발하며 소리 없이 짓밟힌 시민의 이름을 찾아주는 이 책은, 이제 신자유주의와 결합하여 더욱 정교하고 악랄해진 오늘날의 국가 폭력이 과거의 그것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그러진 동심원을 그려가는지 차분하고 엄정하게 따져 묻는다.

한국현대사를 찾아 읽은 이들의 마음이 이 책과 자연스레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아쉽게도 확신은 없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가 ‘어차피 반복되는 거니 어쩔 수 없다.’는 의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어긋남 하나가 역사의 방치 속에 얼마나 큰 괴물로 변하는지 이 책에서 꼭 확인하길 바란다. 반성하지 않는 한 역사는, 아니 폭력의 과거는 반복되고 말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못 가진 이들이 연대를 하자면, 먼저 사회의 실상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힘이 정의 위에 군림해온 역사를 꼼꼼히 기록한 이 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의의 반격이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박노자, 오슬로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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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누추한 생, 환히 빛나다"
소설집 <행복>, <봄빛>을 통해 누추한 개인의 삶을 환히 비추었던 작가 정지아가 5년만에 새 소설집을 엮었다.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봄날 오후, 과부 셋>과 <목욕 가는 날>을 포함해, 이효석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등을 수상하며 귀히 읽혔던 열한 편의 소설이 실렸다.

남편을 잃고, 장애를 앓고, 아이는 울고, 길을 잃었다. 정지아는 이름없는 것들, 버려지고 상처입은 것들의 이야기를 사려깊게 풀어낸다. 이 누추한 개인의 삶도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로서 가치롭다고, ‘럭키 라이프’라고, ‘아름다운 날들’이라고, ‘절정’이라고 명명한다. “넘치기만 하는 인생이 어디있으랴”(272쪽)라고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귀하고 낮은 이들의 사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작가의 말대로 ‘사람을 살게 하는 쌀 같은 소설’이 세상에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너는 대체 무슨 맛으로 살았니?”
오래전에 궁금했던 것을 그녀는 이제야 묻는다. 돈도 없고 남편도 보잘 것 없고 직업도 없고 있는 거라곤 딸랑 아들 하나ㅡ어릴 때야 공부를 곧잘했지만 지금은 겨우 출판사나 다니며 셋방살이를 면하지 못한ㅡ뿐인 사다꼬가 평생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이유를 그녀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너야 자식 때문에 살았을 거고, 하루꼬는 남편 때문에 살았을 거고, 글쎄, 나는 뭣땜에 살았나……”
“사다꼬는 사상이 있잖아. 사상이. 우리 영감도 그랬는걸. 어쩌면 우리 영감은 나보다 그게 더 중요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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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공부는 그 자체로 성스러운 의무다"
공부에 왕도는 없다. 물론 “공부해야 대학 간다.”처럼 공부의 효용을 과소포장한다거나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같이 공부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며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부질 없는 외침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다. 하지만 모름지기 공부라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처럼 삶으로서의 공부에는 이르러야 하지 않겠는가. <공부하는 삶>은 서구에서 100년 넘게 읽혀온 공부의 고전으로, 공부는 지적 소명이며 이를 받아들인 지성인이라면 공부를 위해 삶을 규율하고 공부를 통해 자신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과정은 대강 이렇다. 우선 지성인의 소명을 받아들이고 지성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익힌다. 이를 위해 삶을 재구성하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공부를 위한 시간을 배치한다. 이제 공부할 때의 마음가짐과 실전에서 마주하는 읽기, 기억하기, 노트하기의 세세한 지침을 몸과 마음에 새긴다. 드디어 공부와 품성이 한데 섞여 삶의 기쁨,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이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되며 언제라도 흐트러질 수 있기에 늘 자신을 다잡아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냐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궁핍과 오랜 훈련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더러는 인간을 넘어서는 끈기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답변이다. 공부는 그 자체로 성스러운 의무라 말하는 이 책에는 다행히도 이런 지적인 삶을 사는 데 매일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말씀도 있다. 이 정도면 '공부하는 삶'에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강호제현이든 장삼이사든 공부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 늙은 사람 때를 가리지도 않는다. 그저 소명을 받아들이면 공부가 시작될 뿐이다. 이 책이 탄탄한 출발점, 올바른 방향타가 되어줄 거라 확신한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지적인 일을 하고 싶은가? 당신 안에 고요한 공간을 만들고, 회상하는 습관을 들이고, 세상의 이해에 초연하고 절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시작하라. 그러면 공부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인 일을 하는 이에게는 은총이나 다름없는 상태, 곧 욕망과 아집에 시달리지 않는 영혼의 상태에 도달하라. 그렇지 않고는 가치 있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으리라.(370, 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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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이벤트
존 L. 캐스티 지음, 이현주 옮김 / 반비

"예측할 수도 없는 문명 붕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X 이벤트>란 제목을 보고도 이게 무슨 책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해 <대중의 직관>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 바람에 한국에도 다녀간 존 캐스티의 신작이라는 걸 알고는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복잡성 과학자가 말하는 11가지 문명 붕괴 시나리오’란 문구를 보고는 도대체 마야력 말고 또 다른 멸망 시나리오가 열 가지도 넘는단 말인가 싶어 책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종말에 대한 책이 아니라, 흔히 예년, 통상, 평균치라고 예기하는 예상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그러니까 전에 없던 엄청난 일이 어떻게 위험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위험을 측정하고 대비할 수 있는지를 묻고 답하는 책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11가지 시나리오에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디지털 암흑, EMP 폭탄에 의한 전자 기기의 파괴처럼 현대 문명과 연관된 사건도 있고, 전염병 창궐, 정전과 가뭄처럼 인류가 종종 겪어본 사건도 있다. 문제는 이 세계가 카드로 지은 집처럼 한 부분만 흔들려도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로 변한 데다, 서로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이루어져 잠복하고 있는 치명적인 재난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다행히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 캐스티는 이런 ‘X 이벤트’가 일어나는 까닭이 복잡성의 격차 때문이라 분석한다. 예를 들어 아랍의 봄의 경우 독재 정권과 시민들 사이에 복잡성의 격차가 벌어졌고 이를 메우기 위해 정권 붕괴라는 X 이벤트가 일어났다는 말이다. 물론 격차를 줄이는 일은 예측과 대비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X 이벤트는 꼭,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X 이벤트를 에측하기 어려운 만큼, 인류의 가능성 역시 늘 예측을 뛰어넘었음을 기억하자.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캐스티가 지적했듯 안타깝게도 인류 역사에서 한 사회가 스스로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복잡성 격차를 줄여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이는 연구자에게 굉장히 큰 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필자는 캐스티에게 “이런 연구를 할 때 우울하지 않은가?” 하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러자 캐스티는 그것이 운명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결국 인간은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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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2-0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의 의미를 모르겠네요. 네이버 메인 제목 클릭하듯 들어와보긴 했습니다만.

주간편집회의 2013-02-12 18: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하이드님. 연휴라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네이버 메인 제목 클릭하듯"이라고 말씀하셨듯, 해당 카피는 책에 대한 호기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화제를 모은 <습관의 힘>이란 책의 제목을 끌어와 '공부의 힘'을 강조하고자 한 목적이었습니다. <공부하는 삶>은 공부를 소명으로 여기고 삶 전체의 방향을 공부에 맞춰야 한다는 메시지와 방법론을 담은 책이라, 공부를 습관으로 만들고 여기에서 얻은 힘을 삶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연결지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