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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피로한 자여, 이 책을 보라!"
이 책은 나오자마자 세간의 주목을 끌며 화제에 올랐다. <피로사회>라는 공감 백배의 제목 때문일까, 아니면 독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인의 저작이어서일까.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손이 가는 건 오늘 한국을 사는 사람들의 본능적 선택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이 책의 메시지는 70쪽 남짓한 본문처럼 간결하다. 근대 규율사회에서 서양을 지배해온 금지, 강제, 의무 등 부정성의 패러다임은 20세기 말 성과사회에서 능력, 성과, 자기 주도 등 긍정성의 패러다임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여기에서 만들어진 성과주체가 자기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며 스스로를 마모시킨다는 말이다. 열심히 일해도 떠날 수 없고, 박카스와 우루사로도 해소할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사실 이 책은 문예비평에 가까워, 본문에서 프로이트, 푸코, 아감벤, 아렌트 등 현대 사상가들의 당대 해석을 비평하며 자신의 ‘피로사회’ 개념을 구성한다. 하지만 이런 사상가들의 논의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비교적 쉽게 맥락을 따라갈 수 있다. 동시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 세계 해석이자, 자기 착취의 사회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절실한 철학적 진단이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추천사 :   사람들이 편안하게 마주하고 있는 한 시대의 확신을 한 편의 짧은 에세이로 이토록 간단히, 그러면서도 이토록 강력하게 뒤흔들어놓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디 차이트)
 
위대한 사상가의 짧은 에세이. 한병철은 영리하고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오늘의 성과사회를 진단하고, 심심함과 분노라는 처방을 제시한다.(쿨티베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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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아말리아
파스칼 키냐르 지음 / 문학과지성사

"바다에 다다를 즈음, 강은 사라져 버렸다"
그의 ‘마지막 왕국’ 연작을 접해 본 독자들이라면 키냐르의 이번 신작에 놀랄지도 모른다. 장르를 종잡을 수 없었던, 소설이라고도 다른 그 무엇이라고도 정의할 수 없었던 기존의 작품들에 비하면 <빌라 아말리아>는 무척 평온한 ‘소설’이다. 마치 잠언집처럼 도처에서 반짝거리던 키냐르의 문장들은 이야기와 묘사 속으로 숨어들었다.
 
동거중인 남자의 불륜을 목격한 뒤 인생을 송두리째 다시 시작하는 50대 여성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말에 의하면 여성적인 글쓰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의 전작들처럼 영원히 짜맞출 수 없을 보물지도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가 아니다. <빌라 아말리아>에서 세계는 탐색의 대상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으로 이미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은 강물을 관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물 자신이다. 느리게, 그러나 기필코 흘러가고야 마는 강물이다.
 
강의 종착지는 물론 바다다. 바닷가에 위치한 ‘빌라 아말리아’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강물은 흘러갈수록 그 자신의 일부를 떼어냄으로써 작아지고, 결국 바다에 다다르는 순간에는 마치 발원지처럼 작은 샘물로 변해 있다. 끝으로 다가갈수록 최초의 상태로, 보다 온전한 ‘삶’으로 되돌아가는 이야기는 어느덧 환갑을 넘긴 파스칼 키냐르가 죽음에 대해 쓴 기나긴 우화인 듯하다. 그는 말한다. 자발적으로 잃어버릴 것. 빼앗길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질 것.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사라질 것. <빌라 아말리아>는 인생을 빼앗긴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주어진 제안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제안. 그래서 이 소설은 영영 계속될 작은 꿈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그녀는 지아 아말리아의 집을, 테라스를, 만(灣)을, 바다를 열정적으로, 강박적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모든 사랑에는 매혹하는 무엇이 있다. 우리의 출생 한참 후에야 습득된 언어로 지시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무엇이 있다. 한데 그토록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은 이제 남자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오라고 부르는 집이었다. 그녀가 매달리려는 산의 내벽이었다. 풀과 빛과 화산암과 내부의 불이 있는 후미진 곳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용암의 상부 돌출부에 이를 때마다 매번, 강렬하고 임박한 어떤 것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것은 행복감을 주는 정체불명의 존재 같은 것이었다. 그 존재가 어떻게 그녀를 알아보고, 안심시키고, 이해하고, 알아듣고, 인정하고, 편들고, 사랑하는지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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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유은혜 지음 / 동아일보사

"남의 집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보는 내가 꿈꾸는 집, 그리고 인생"
유지 보수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되파는 것이 쉽지 않다, 겨울에 춥다... 아무튼 아파트가 더 편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단독주택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은 이러하다. 그러나 손바닥만한 마당에 꽃과 채소가 푸르러 여름이면 고기에 상추쌈을 싸먹고 싶고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를 벗어나 나만의 소울이 담긴 공간을 갖고 싶어질 때, 단독주택은 포기할 수 없는 영원한 꿈이 되어버린다.

단독주택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해 집 구하기부터, 고치기, 그리고 오래오래 살기까지의 방법을 담은 이 책은 허세만 가득 담긴 잡지 표 집 자랑은 지양한다. 대신 서울 한복판 30평대 아파트를 팔아 도심과는 조금 멀어졌지만 단독주택도 짓고 대출금도 갚은 신혼부부, 8년 동안 집값이 오를까 전전긍긍하며 아파트만 메뚜기 뛰기 하다 얼마 전 땅콩집으로 이사해 온 부부의 이야기들은 가득하다. 또한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집 안팎의 다양한 사진들과 도면, 인테리어 및 시공업체까지 공개하니 단독주택의 꿈이 현실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단독주택만이 우리 모두가 꿈꿔야 할 이상적인 거주형태인가? 그렇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한다. 문제는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가 아니라 내가, 우리 가족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를 무턱대고 비난하지도, 단독주택을 이유 없이 미화하지도 않는다. 현실의 집을 통해 꿈의 집을 탄탄하게 그려나가는 법을 이 책은 진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가정/실용 MD 도란

책 속에서 : 고백하건대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 역시 돈이 얼마나 있으면 괜찮은 단독주택에 살 수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런데 실상 사람들을 만나보니 돈이 ‘1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함께 하는 가족이 꿈꾸는 삶, 그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그림 속에 단독주택이 있다면 집값이 오르고 내리고는 크게 중요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는 적어도 비싼 값에 ‘팔기 위한 집’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집’이 1순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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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인디고 연구소 기획 / 궁리

"인디고 연구소와 지젝이 함께 사유한 공동선의 가능성"
인디고 서원 부설 인디고 연구소가 기획한 공동선 총서의 첫 책이다. 공동선이란 우리 앞에 펼쳐진 공동 투쟁의 장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이다. 편하게 접근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시도를 가능한 미래로 바꾸고자 하는 기획으로 보아도 좋고, 자유와 평등, 해방의 공동체를 이루는 근본 구조의 이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들의 첫 번째 만남이, 유연하면서도 전복적인 사고로, 불가능해 보이는 공동선의 도래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온 슬라보예 지젝인 건 필연이다. 이어지는 만남이 가라타니 고진과 알랭 바디우라니 오랜만에 마주하는 알차고 힘 있는 기획이다.
 
지젝은 ‘공동선이란 자유를 향한 공동투쟁’이라 정의한다. 배제된 자와 포함된 자를 가르는 자본의 장벽을 허물고 마주하는 보편적 해방의 장, 여기에 이르기 위해 정치적 이론화 작업과 실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선’은 선험적 결론이 아니라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찾아내야 할 ‘새로운 대의’이자 ‘우리의 과업’이다. 지젝을 아는 이에게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지젝을 모르는 이에게는 세계를 다시 사유할 도전이 되지 않을까. 세계적인 철학자에게 가르침을 얻거나 한국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자세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마주한 세계를 함께 사유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신선하고 반갑다.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 책은 국내의 지젝 관련 책들 중 최초의 인터뷰집이다. 이 책에서는 지젝이 수많은 저서들을 통해 말해왔던 사유의 궤적과 정치적 지향점이 압축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충실한 주해를 통해 그의 사상사적 연대기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강단 속에서 압살당한 이론과 철학이 아니라 이 세계의 육체를 절개함으로써 우리 삶의 실재를 드러내는 이론과 철학의 생생한 육성을 마주할 수 있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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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ee57 2012-03-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얘기

시몬느 2012-03-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소개한 글 중에 짧지만 가장 탁월한 소개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