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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 궁리 공동선 총서 1
인디고 연구소 기획 / 궁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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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입문서로는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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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역사 나남신서 72
미셸 푸코 지음, 이규현 옮김 / 나남출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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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대인의 필독서. 권력과 이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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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중심 - 가리타니 고진 인터뷰 궁리 공동선 총서 3
가라타니 고진 지음, 인디고 연구소 기획 / 궁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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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라타니 고진 사상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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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정의 -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마사 누스바움 지음, 박용준 옮김 / 궁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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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법과 정의가 강자의 힘에 굴복해버린 이 시대에, 우리가 다시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책!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적 상상력이 공적 삶을 바꾼다! 시대의 변호인이자 재판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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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정의 -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마사 누스바움 지음, 박용준 옮김 / 궁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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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만남은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결코 잊히지 않는다. 나에겐 하워드 진과의 만남이 그랬다. 평생 불의에 맞서 싸웠고, 소외되고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실천적 지식인이자 '미국의 양심'으로 불렸던 하워드 진. 그에게서 받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인간적 따뜻함과 다정함은 여전히 내 삶의 가장 '결정적 순간'으로 남아 있다.


  진을 만났을 당시 그는 87세였다. 인터뷰 내내 나는 어떻게 하면 한 인간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삶의 어떤 가치와 경험이 당신을 형성한 것인지. 나의 이 질문에 대해 진은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등 몇 권의 책으로 답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답변의 이유는 진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의 집에는 단 한권의 책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이주노동자였던 진의 부모님은 아들이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러던 중 당시 <뉴욕포스트> 지에 실린 한 광고를 보게 된다. 10센트와 함께 쿠폰을 보내면 찰스 디킨스 전집을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진의 집에도 책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진은 이 책들을 전부 읽어치웠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도 언젠가 디킨스처럼 많은 이들의 가난과 역경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고, 진의 삶은 어린 시절의 이 꿈이 그의 삶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진과의 만남 이후, 나는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어떻게 정의로운 인간을 만드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문학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가? 문학적 상상력은 정의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가? 과연 문학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 끝에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이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의 번역은 시작되었다.
 


발터 벤야민은 카프카 작품에 대한 비평에서 훌륭한 문학 작품은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바로 이 말 속에 이 책의 본질이 담겨있다. 각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월트 휘트먼의 『풀잎』이나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과 같은 문학 작품은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공적 영역을 변화시키는 전복적 힘을 가지고 있다. 둘째, 소설(특히 사실주의 소설)은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게 하며, 이러한 상상(공상)이 궁극적으로 더욱 인간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문학적 상상력에 깃든 공감과 연민 등의 감정은 공공의 합리적 추론의 근본 토대가 된다. 넷째, 개인과 사회가 문학적 상상력 및 합리적 감정 등의 요소들을 고루 갖추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시적 정의에 도달할 수 있다.


  요컨대 이 책은 문학의 쓸모 있음을 주장한다. 즉, 삶의 부박함과 인간의 비속함에 맞서 어떻게 생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지, 비통하고 억울한 자들에게 어떻게 정의를 되돌려줄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문학은 본디 시대의 총체에 관여하는 것이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우리는 어떤 변화도 꿈꾸기 어려울 것이다. 말하자면 문학은 폐허가 된 이 세계에서 인간의 가능성과 의미를 찾아 탐사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실과 현상들 너머엔 복잡하고 신비로운 삶의 진실이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실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진을 치고서 구체적 삶의 현장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입체적으로 탐색하고, 생명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문학의 존재 이유가 아니겠는가.


  또한, 문학은 우리 삶에 인간의 얼굴을 찾아주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찰스 디킨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강한 개성이 있는 글을 접할 때 사람들은 글 뒤편 어딘가에서 얼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본 디킨스의 얼굴은 넓은 도량으로 분노하는 얼굴이다." 좋은 문학이란 공포, 불안, 비애, 연민, 분노, 환희 등 우리에게 격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실천의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 문학을 통해 세상의 불의와 참상을 목격한 이상, 고통 받는 타인의 얼굴을 마주 본 이상, 이제껏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와 소설, 즉 문학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결국, 문학적 상상력이란 가능성의 사유다. 즉, 지금까지와는 완벽히 다른 삶의 양식을 창조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희망과 도래하지 않은 세계를 꿈꾸게 하는, 이러한 돈키호테의 망상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 것이며, 그 중심에 문학이 있을 것이다.


"판사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던 20세기 후반 영국 법조의 신화적 인물 알프레드 데닝 판사는 법관이 갖추어야 할 최대의 덕목은 시적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의 기원이 되는 로마법 일부는 아주 시적인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시적이라는 것을 나는 인간의 좌절과 고난에 귀를 기울인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즉, 법의 시선은 깊고 따뜻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삼성반도체, 용산참사 등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송경동)을 시인은 기록하고 법정은 심판해야 한다. 카프카는 "인간에 대한 무관심을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 법학을 택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는데, 과연 지금 우리의 법정은 어떠한가?
  자기 아들을 윤리적으로 교육하는 최상의 방법을 묻는 한 아버지의 질문에 피타고라스학파 크세노필로스는 "아들을 훌륭한 법률을 가진 국가의 공민이 되게 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훌륭한 법은 도덕적 사회의 기반이다. 그렇기에 이 땅의 법이 진실과 정의와는 결별한 듯 보이는 지금, 시적 정의는 더욱 절실하다.


  이 책에서 누스바움은 휘트먼을 인용하면서 시적 재판관의 시선이란 마치 햇빛과도 같이 세상의 존재들을 구석구석 살피고 감싸 안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시적 지혜sapienza poetica"는 곧 인간 존재의 역사성을 두루 살필 줄 아는 인식을 말하며, 인간의 가치를 그 본래적 의미에서 부터 파악할 줄 아는 자각과도 같다. 이는 조르조 아감벤이 말하는 '동시대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시인(동시대인)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 동시대인이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지각하는 자이다. 모든 시대는 그 동시대성을 체험하는 자들에게는 어둡다. 따라서 동시대인이란 이 어둠을 볼 줄 아는 자, 펜을 현재의 암흑에 담그며 써내려갈 수 있는 자이다." 휘트먼의 햇빛을 뛰어 넘어, 어둠까지도 지각할 수 있는 재판관, 그리고 읽을 수 없는 것을 읽고,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시인, 이 둘이 하나가 될 때, 법은 인간의 얼굴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이 당장의 사회적 평등과 법적 정의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시절에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은 지금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라는 하워드 진의 말처럼, 공감, 용기, 친절, 희망 등을 마음속에 품는 것은 그 자체로 변화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세상의 정의와 진실이 끝내는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또한 소설은 종말을 고했고, 시와 예술은 죽음을 선언했고, 법과 정의는 강자의 힘에 굴복해버린 이 어려운 시절에, 여전히 뜨거운 희망을 가슴 한 편에 품고, 고독한 투쟁 속에서 늘 최후의 순간까지 남아 있는 자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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