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철학사 1
이정우 지음 / 길
"명실상부한 세계철학사의 탄생"
많은 철학사 책이 있지만, 감히 ‘세계철학사’라 이름 붙인 책은 별로 없다. 우선 지리적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사유의 지형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세계’ 밖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확보가 원천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세계철학사’를 시도할 이유는 충분하다.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소통이 가능하고,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횡행 아래 거의 모든 가치가 맞물려 돌아가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고민하고 사유할 분명한 이유 되겠다.
넘지 못할 산에 담대하게 도전한 이는 철학자 이정우다. 그는 2000년 철학아카데미를 열어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철학사’ 강좌를 이어오며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유목의 사유를 실천해왔다. ‘그의 세계철학사’는 지중해세계의 철학, 아시아세계의 철학, 근현대 세계의 철학 3부작으로 나뉘는데, 전체 구성에서도 그렇지만 이번에 나온 1권만 보아도 그간 서구 중심의 철학사에서 철저히 소외된 이슬람 문명을 비롯한 아시아의 철학을 균형 있게 다룬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인물을 나열하며 시대와 사상의 흐름을 놓친 기존 철학사를 넘기 위해 그들이 놓여 있던 때와 장소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노력과 신화, 허무주의, 동방세계와의 대립이라는 지중해철학의 큰 맥락 위에서 철학자들의 사유를 전개하는 설명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출판사에서는 '우리 철학자의 손으로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라 했는데 '우리'를 덜어내도 어색하거나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이어지는 2, 3권은 2년 주기로 나올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도전이다. 과거의 복기가 아닌 미래의 사유, 개별성을 넘어서는 보편성의 확보에 도전하는, 영원히 오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다가서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외로운 사투(思鬪)이기 때문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새로운 세계철학사를 쓰는 것은 철학 자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유로써 미래의 시간을 준비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런 철학적 준비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또 그 비전이 삶 속으로 스며들어갈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세계철학사도 완벽한 객관성과 균형에는 도달할 수 없다. 따라서 다양한 관점들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종합을 통해 전체에 조금씩 가까이 가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만 ‘철학의 모든 얼굴’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