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그제 두 개의 스케쥴이 겹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인생 절호의 경험(once in a lifetime experience-이라고 딸아이가 소속해 있는 Youth Orchestra의 지휘자가 남편에게 보낸 이메일에 쓴 표현) 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인 줄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두마리의 토끼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면 잡을 도리가 없다. 몸이 둘이 아닌 이상(도구를 사용하거나 어쩌구 하는 거 말고).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떤 쪽을 선택했던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을 통해 배우고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더 좋은 선택이란 없다는 생각을 해 왔다. 하지만 더 좋은 결과는 있다. 비록 남편에게는 ˝너랑 결혼을 안 했더라면,,,˝이라는 식의 말을 싱겁게 꺼내곤 하지만;;;쿨럭
딸아이가 소속해 있는 Youth Orchestra 에서 2년동안 끈질기게 LA Philharmonic의 지휘자인 Gustavo Dudamel과 단원들이 리허설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잡으려고 노력한 결과 결정된 날짜가 하필이면 딸아이 학교 오케스트라의 학기 마지막 연주회이면서 오케스트라 선생님의 퇴직 연주회! 딸아이는 학교 연주회보다 Gustavo Dudamel과의 리허설을 하고 싶었지만 학교 연주회에서 솔로로 연주도 하게 되었는데다 이 연주회를 안 하면 오케스트라 점수가 0점으로 나올 거라는 선생님의 압력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학교 연주회를 선택했다.
그 과목에서 낙제를 하게 되면 이미 갈 대학은 결정이 되었지만 고등학교 졸업을 못하게 되는 건가?? 암튼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지만 졸업이 달려 있으니 학교 오케스트라에 참석을 하는 게 울며 겨자먹기라고 생각했는데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어쩌면 학교 연주회를 보러 가면서 내가 더 억울하고 속상했던 것 같다. 자기 퇴직 연주회라고 우리 딸에게 가혹하게 한 것 같은 선생님도 밉고 막 그랬는데 연주회가 끝날 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유명한 지휘자와 호흡을 맞춰보는 것도 일생 절호의 기회일 수 있겠지만, 딸아이의 졸업 연주회이면서 선생님의 퇴직 연주회라 그런지 다른 학기말 연주회랑은 준비부터 달랐다.
유명한 지휘자와 1시간의 리허설 보다는 2년 동안 거의 매일 아침마다 만나 연주를 함께 한 친구들과 퇴직을 하시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연주회가 시간이 지날 수록 떠오를 것 같다. 젊었을 적 유럽으로 배낭 여행간 것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가족들과 함께 한 여행이 더 자주 생각나는 것과 같다고 하면 누군가 나에게 억지 부리지 말라고 할까?? ㅎㅎㅎ 근데 정말 그렇다.
더구나 딸아이가 그제 연주회를 안 갔으면 오늘 있었던 졸업생 장학금 수여식 만찬(이라고 티켓이니 팜플렛에 써놨지만 정작은 디저트, 음료수, 엄청 많은 사탕과 초콜렛;;;)에도 참석을 할 수 없었겠지?? 성적 하나가 빵구 날 뻔 했으니까??ㅎㅎㅎ
장학금 수여식이 끝나고 딸과 남편 이렇게 셋이서(만찬에는 졸업생과 두 명만 참석 가능;;; 초대권을 단 3장만 줬다는;;;) 식당을 가다가 생각을 해보니 딸아이는 지금까지 한 학교를 꾸준히 다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ㅠㅠ 초등학교도 3군데, 중학교는 2군데, 고등학교도 2군데... 막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생 장학금을 받고, 대학도 장학금을 받고 들어가 줘서 정말 고맙다.
참고로 오늘 미국의 고등학교는 장학금을 엄청 많이 준다는 것을 알았다. 상위 20% 안에 드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100.00부터 $5,000까지 지급을 하는데 복수로 받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는!!! 딸아이도 거의 $6,000 정도 받은 듯. 가장 많이 받은 아이는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한 아이인데 $10,000정도!!!
특이한 점은 개인이 주는 장학금이 많았는데 거의 memorial 형식의 장학금! 기억에 남는 장학금 3가지는 학교를 다니가 죽은 아이를 기념하기 위한 장학금과 성공한 졸업생이, 퇴직하신 선생님들이 준비한 장학금. 퇴직하신 선생님들이(개인적으로 지급) 해마다 일정 금액을 가르쳤던 학교의 학생들을 위해 전달하는 모습이 가장 좋았다. 그런데 특이할 만한 점은 거의 모든 장학금에 스토리가 있다는 것. 장학금을 전달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그래서 거의 3시간 정도의 행사;;;) 우리나라 장학금 수여식과 얼마나 다른지!! 어디에 의미를 두는지,,,결국은 그것 아닐까?? Gustavo Dudamel의 리허설? 퇴직하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마지막 졸업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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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5-2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자랑스러우시죠?^^

라로 2015-05-22 16:38   좋아요 0 | URL
벌써 자식이 자랑스러울 나이가 되었네요~~^^;;; 전 이렇게 늘 제 중심으로 생각을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