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150일간의 세계일주
세스 스티븐슨 지음, 윤미나 옮김 / 달 / 2011년 2월
절판


오손 웰스가 영화 <위대한 앰버슨 가>에서 말했듯,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남는 시간은 더 줄어든다."이제 삶은 휙휙 지나간다.-5쪽

또다시 편안함과 쳇바퀴 같은 틀이 가질처럼 일상을 뒤덮었다.-11쪽

어느 모로 보나 나쁠 게 없었다. 마음고생 하는 일도 없고 절실히 원하는 것도 없었다. 건강도 괜찮았다. 무아지경에 바지게 해주는 전자제품에 시들해지면, 갖가지 취할 거리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인생에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성가신 느낌에 시달리기 시작했다.-11쪽

제트 여객기를 타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그건 그냥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순간이동하는 것이다.
(중략)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훌쩍 뛰어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조금 힘겹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즐거움, 비참함, 행운, 재앙으로 가득 찬 진정한 모함을 만나게 된다.-19쪽

우리는 길 위에서 여행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짜 맞추어 나가기로 했다.-21쪽

레베카와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속옷을 그리 자주 빨 필요가 없을 것이다.-22쪽

그밖에도 처리해야 할 자질구레한 일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때로는 현실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기가 불가능해 보였다.-23쪽

나는 크루즈 여객선의 아첨 뚝뚝 흐르는 접대보다 이런 무뚝뚝한 효율성을 더 선호한다.-33쪽

해묵은 바다의 침묵에 비하면, 모든 것이 갑자기 사소해 보였다.-41쪽

모든 문화권에서 가장 소외된 소수계층에게 뒤집어씌우는 뻔한 누명이었다.-65쪽

유럽의 열차는 먹고사는 문제를 훨씬 더 솜씨 좋게 다룬다.-68쪽

대부분의 여행자는 의식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혹은 불편한 걸 못 참는 습성 때문에, 비행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한다.-71쪽

말하자면 레베카와 나는 역사의 재현자인 동시에 개척자다. 우리는 과거 사람들이 했던 그대로 여행을 할 뿐 아니라, 미래에 언젠가 사람들이 하게 될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73쪽

다른 사람에게는 이 무슨 지루하고 하찮은 일화냐 싶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굉장히 흐믓한 성과였다. 나를 유럽인으로 착각한 거니까! 위장은 성공적이었다. 나는 국가 정체성이란 족쇄를 끌러내고, 익명의 보편적인 여행자가 되어 길을 걷는다.-74쪽

헬싱키에 대한 내 첫 인상은 고급 안경점을 위한 TV광고 같은 도시라는 것이다.-91쪽

러시아는 세상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곳이다. 광대한 땅덩어리, 서사적인 테마, 풍부한 문화유산, 조잡한 소비재마저도.-97쪽

쪼그리고 앉는 변기 주변에 온갖 더러운 물질이 다양한 방식으로 튀어 있었다.(잠깐 쪼그리며 앉는 변기라니? 여기 유럽 맞습니까?) 소변기 절반은 깨져 있고, 몇군데에는 드라이버와 렌치가 들어 있었다.마치 수리공이 화장실을 깔끔하게 만들려고 애쓰다가, 그 모든 노력이 헛됨을 깨닫고 좌절해서 그냥 나가버린 것 같았다.-99~100쪽

우리는 그냥 갈까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미술관에 들어가는 것보다도 이 다다이즘적인 단막극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더 궁금해서 오기로 버텼다. -104쪽

잠시 후 내가 요구한 것을 정확히 받는 단순한 절차에서, 이루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107쪽

러시아 사람들의 자제력에 어떤 고결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러시아 사람들의 천성적인 진지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그것의 가장 저속한 요소에는 굴복하지 않았다.-118쪽

쥘 베른! 문체 죽이지! 문장이 다 명사로 끝나잖아!-120쪽

중요한 건 여행 중에도 삶은 계속 된다는 거다. 때로는 당연히 지루해 진다.-120쪽

마치 나라 전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를 지겨워하는 듯 보였다. 아무도 행복한 것 같지않은데 누구도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지 않는다.-128쪽

체호프는 글쓰기에 관한 자신의 야망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당신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고 따분한지 좀 보라구!' 요점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시 모습을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 좀 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129쪽

절반밖에 못 알아듣는 유쾌한 대화를 한 시간쯤 이어가는 동안, 참여자들의 선의와 의욕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인 소통의 3분의 2는 언어 속에서 길을 잃었다.-133쪽

장기 여행이 멋진 이유는 일시적인 우정과 정처없는 자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순간순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여행 자체가 쳇바퀴가 될 수 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인생을 풍요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대신에 거기서 벗어나려 할 가능성이 크다.-215쪽

모든 기본적인 육상(해상) 교통수단 중에서 버스는 가장 덜 낭만적이다. 배와 기차는뭔가 고전적인 매력이 있다. 자동차는 사용 인구가 많고 열정적인 숭배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버스 여행에 대한 랩소디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243쪽

예로부터 버스를 타는 건 예측 불가능한 모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대개 기차나 비행기보다 많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요금 대신, 형편없이 낮은 삶의 질을 감수하는 것이다.-244쪽

그러나 장담하는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나친 안락함에 분개할 수도 있다.-313쪽

크루즈 여객선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일 뿐이다.교통수단이 아니다.-318쪽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요즘 여행에 대해 생각할 때는 순전히 목적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331쪽

지금 내 주머니에 들어 있는 묵직한 열쇠는 마치 닻처럼 느껴진다.-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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