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시간은 아주 유용하고 유익하게 채워졌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열심히 공부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즐거웠다. 잘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정체되어 녹과 곰팡이가 스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능력을 사용하며 갈고 닦아서 날카롭게 벼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코 좁다고 할 수 없는 경험이 내 앞에 펼쳐졌다.

단지 귀족들은 오만과 기만이 교묘하게 균형을 이룬 태도를 보이는 반면, 평민들은 훨씬 더 솔직하고 깍듯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귀족들에게는 종종 냉정하면서도 성마른 프랑스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싱싱한 체액은 유창하고 번드레하게 늘어놓는 아부나 거짓말, 가볍고 발랄하면서도 아주 매정하고 가식적인 태도로 나타났다.

그들은 거짓말을 꾸며대는 것을 미덕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가벼운 잘못 정도로 여겼다. "거짓말을 여러번 했습니다"1는 모든 소녀나 여자 들이 고해성사에서 늘 하는 말이었다. 사제도 전혀 놀라지 않고 쾌히 용서해주었다. 만일 미사에 가지 않거나 소설을 좀 읽었다면 문제가 달랐다. 그런 것은 마땅히 비난받고 참회해야 할 범죄였다.

나는 성공하기로 확고하게 결심했다. 내 일생에 최초로 주어진 기회를 제멋대로 날뛰는 여자아이들의 적개심과 버르장머리 때문에 망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쫓겨나길 자청하는 꼴이었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베끄 부인은 유쾌하고 사랑스럽고 호감을 살 만한 역할은 독차지하고, 성가신 위기가 닥치면 선생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해봐야 인기만 떨어질 뿐인 걸 부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믿을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어떤 학생이라도 영혼 속에 바람직한 경쟁심을 일으키거나 정직한 수치심을 느끼게 하면 그날부터 내 편이 되었다.

한번은 예배에 가끔 빠지는 것과 거짓말하는 것 중 거짓말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무심코 했다.

"하늘나라에서 확실히 구원을 받을 수 있게, 신교도는 지상에서 산 채로 화장하는 게 낫대요."7
나는 정말로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웃고 말았다.

그녀의 다른 감정들도 대부분 아주 약하게 표출됐다. 좋고 싫고도, 애증도 거미줄 정도로 가늘고 가벼웠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강력한 게 단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기심이었다.

그녀는 이런 약점들과 더불어 언급조차 할 필요가 없는 다른 결점들이 있었고, 고상하지도 않고 품위도 없었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베끄 부인은 아주 일관성 있는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을 참아냈지만 누구에게도 다정하지는 않았다. 자식이라고 해도 한결같은 그녀의 금욕적인 평정을 깨뜨릴 수는 없었다. 가족을 걱정하고 그들의 이익과 건강에는 늘 신경을 쓰지만,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발그레한 입술에 입맞춤을 하거나 다정하게 포옹하고 온화하게 쓰다듬으며 사랑 가득한 말을 쏟아붓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어느날 피핀은 돌계단의 꼭대기에서 아래로 굴러떨어져보기로 마음먹었다. 베끄 부인은 아이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그녀는 무슨 소리든 다 들었다) 식당에서 나와 아이를 안아올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팔이 부러졌군."7

그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나는 짐짓 태연한 양 억지로 용감한 척한 것이었는데, 그녀는 꾸미거나 억지로 강한 척하는 게 아니었다.

전반적인 외모, 즉 목소리와 얼굴과 태도에 부인이 호감을 느낀 것 같았다. 정말이지 독자 여러분도 그를 봤다면, 저녁이고 차츰 어두워지고 있어 불빛까지 밝힌다면, 베끄 부인도 한 사람의 여자인 이상 이 의사에게 호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리라는 것을 이해하리라.

피핀이 그의 손에서 풀려나자마자 데지레가 아프다고 나섰다. 이 악마 같은 아이는 흉내의 천재인데다 병상에서 받는 사랑과 관심에 매료되어 병이 자기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는 결론에 이르자 몸져누웠다. 이 아이는 연기를 잘했으며 그 어머니의 연기는 그보다 한수 위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뻔히 알면서도 베끄 부인은 놀랄 정도로 뻔뻔스럽게 그 말을 믿고 걱정하는 시늉을 해냈다.

그 말인즉, 나는 눈에 띄지 않는 가구나 목공이 만든 평범한 의자나 화려한 무늬가 없는 카펫 정도의 존재였다는 의미다.

오해를 받는데도 화가 안 나고 오히려 안심이 되는 수도 있다. 제대로 이해받지 못할 바에야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 정직한 사람이 우연히 가택침입자로 오인된다면 당황하기보다는 오히려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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