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공부할 나이에는 집에 쭈그리고만 앉았다가 나이 들고 형편이 조금은 나아졌을 때, 나는 배울 기회만 있으면 정말이지 앞뒤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갔다.

번번이 무리해서 떠나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 앉으면 숨 고를 사이도 없이 일거리를 펴게 된다. 떠날 때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발표장으로 달려가야 할 상황이 대부분이고, 돌아올 때는 벅찬 경험이었던 지난 며칠을 기록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 못 챈 그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장면이 마음을 오래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작은 ‘셈’을 하며, 도토리 키를 재며 우리가 허비하고 있는 시간, 그 시간에 우리가 놓친 것은 얼마나 클까. 우리가 각박하게 만들고 있는 세상은 결국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몸담고 있어야 하는 곳 아닌가.

그 어린아이의 눈에도 선명할 만큼 평생 책을 읽고 쓰고 살아왔다. 그러느라 버려야 했던 것도 참 많고, 그래도 사람 도리는 하고 살고 싶어서 때로는 죽을 듯 무리하며 살아왔다. 왜 다른 길은 가지 않았을까. 실리를 추구하는 다른 길도 많았을 텐데.

돌아보니 책을 읽는 시간은 무엇보다 생각하고 탐구하는 시간이다. 어린 날, 젊은 날 그토록 진지하게 많이 생각하였으니 자기가 갈 길도 신중히 찾았을 것이다. 찾은 길은 또 성심껏 갔을 것이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이 가니 누구든 자기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책은 그래서 읽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눈 반짝이던 사람에게는 여전히 대답이 안 될 것 같다. 물음 자체가, 책을 읽으며 스스로 찾는 답만이 힘을 갖는 그런 물음인 것 같다. 그만큼 중요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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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11-27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 시간과 글을 쓰는 시간은 생각에 집중하는 시간이더라고요. 평상시엔 생각을 별로 안 하고 그냥 살아요.ㅋㅋ

라로 2022-11-28 14:47   좋아요 0 | URL
저는 글을 쓸때도 생각에 집중을 하지 않으니 생각이 깊지 않고 뭐랄까 그게 이유인가 싶다는 생각이 댓글을 읽으며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