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따옴표 안의 문장을 쓴 이는 사르트르일 것이다. 저런멋진 말을 나는 할 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덜 재미없는 쪽으로 가게 돼 있고 나도 그렇다는 말을 하려는 것뿐이다. 그런데 오랜 친구는 더 재미없다고 말한다. 사르트르를 재미로읽은 적이 없다고 고백한 친구니까 친구에게는 일관성 같은게 있는 걸까. - P44

그동안 무슨 재미로 소설을 써왔던가. 변덕 부리는 재미가아니었다면 계속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써봐야지, 다음에는 저렇게 써봐야지. 끝없이 소설을 쓰도록 유혹했던 게 있다면 그것이었을 것이다. 변덕의 심보 혹은 심술. - P45

라는 말도 전적으로 말장난이다. 내 말만큼은 장난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데 그 스스로 자신의 위험성을모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말로써 보장될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것을 말로 보장할 수밖에 없는 세계에 살아야 하므로, 우리는 끔찍하다. - P47

어쩌면 우리는 허(虛와 망(妄) 때문에 사는지 모른다. 허와 망 때문에 쓰는지 모른다. 이미 가득 차서 빈틈이 없다면 더 이상무엇을 알려 하고 더 이상 무엇을 쓰려 하며 더 이상 무엇을살려 하겠는가. 기껏 그것을 깨려고나 하겠지. - P49

내가 나를 보려면 나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나의 대기에서벗어나보려고 로켓의 언어로 쓰고 읽는 것이 문학이겠지. 그것을 잘할 수 있다면 최소한 안과 밖, 나와 대상이 둘인 세상에는 갇히지 않겠지. 그러면 하나일까. 모르겠으나 그 무엇도 멈추지는 않겠지. 그리고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보이는 것 없이 그 전부를 알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거겠지.
그러니 어쨌든 계속해보는 수밖에 쓰는 수밖에. 아랑곳 않고, 멈추지 않는 거니까.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재미며 유혹이니까.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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