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무래도 나 자신이 매정하고 못되었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언제나 떠나는 쪽이 잘못이게 마련이다. - P19

나는 남자들대부분은 자신이 떠나려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깨달았다. 결혼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에도 그들은 아내로 하여금 떠나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이룬다. 아들들이 남편과 나의 관계대해 정말 걱정하게 된다면 분명 나보다는 남편에게 훨씬 더마음을 쏟을 것이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아버지에게서는 잘못된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남편은 책임감이 강하고 합리적이고 정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차분하지 못하고 수다스럽고 흥분을 잘하며 툭하면 소리를 지르고 마는 사람이다. 정작 상황을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는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 P19

그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뉴헤이븐, 맙소사,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수백 번 여길 지나치면서도 과거를 떠올려본 적이 없다. 뉴헤이븐은 바로 남편과 내가 처음 만난 곳이다. 예일 대학이만남의 시작이었다. 과거와 마주하고 정든 곳들을 찾아보고 싶다.
는 갑작스런 충동에 이끌린 나는 브레이크를 세차게 밟아 한 출구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 P20

새 학년이 시작되는 가을이면 늘 그렇듯 캠퍼스는 의지와 활력이 넘친다. 해맑은 얼굴들이 여기저기에 모여 나누는 활기찬 대화, 강의실로 향하는 경쾌한 발걸음들. 우리도 그랬었지, 생각하다가 갑자기 한 사건이 떠오른다. 우리의 관계가 깊어져갈 무렵그가 나를 떠난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 그를 보내줬어야 했겠지만, 남편감을 찾고 있던 내게 그는 가장 그럴 듯한 후보자였다. 그래서 나는 나를 붙잡아줄 때까지 그를 쫓아다녔고, 얼마 뒤 그의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반지를 내 손가락에 약혼반지로 낄 수 있게 되었다. - P20

한편 나의 어머니는 마땅히 흡족해했는데, 그가 의사의 아들이므로 모든 것을 잘 갖추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화려한 저택과 해변 클럽하우스에 마음을 빼앗긴 내 어머니는 그의 부모들의과도한 음주 문제를 지나쳤는데, 결혼이라는 토양에 결코 가장 좋은 거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겉모양새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 P21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의 주 경계선을 넘어서자 비로소 뉴잉글랜드에 왔다는 기분이 든다. 이제 여행이 두 시간 정도면 끝난다는 생각에 나는 들뜨기 시작하고 흥분감마저 느낀다. 고향(혹은고향 같은 곳으로 가는 것은 늘 놀라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케이프코드가 그런 곳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해마다여름을 보낸 그곳은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 P21

정든 곳에서의 새 출발. 마음에 꼭 드는 말이다. 우리의 오두막집 싱크대에는 웬들 베리의 글귀가 붙어 있다. "자기가 있는 곳을모른다면 자기가 누군지도 알 수 없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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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22-10-30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있는 곳을 모른다면 자기가 누군지도 알 수 없다˝!

˝모두가 나쁜 곳에서는 최악을 아는 것이 좋다˝ (제가 회고록 제목으로 쓰려고 하는 ;;;;;) 이 말과 같은 뜻의 말로 들려 옵니다!

라로 2022-10-31 04:10   좋아요 1 | URL
몰리님의 회고록 진행은 잘 되어 가시나요? 많이 기대됩니다! 회고록 나오면 사서 읽겠습니다!! 미리 예약 구매!!^^;;

2022-10-31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31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3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1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