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CTComputed Tomography(컴퓨터 단층촬영)나 뇌의 형상을 조사하는 화상 검사 장치인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뇌의 혈류와 대사를 검사하는 SPECTsingle photon emission CT(단일광자 방사형 컴퓨터 단층촬영),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양전자 방사 단층촬영) 등의 검사도 실시합니다. 필요에 따라 뇌파 검사를 하기도 하고 뇌 주위를 보호하고 있는 뇌척수액을 채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검사 결과를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진단 결과를 고지합니다.

치매에 걸리는 가장 큰 위험인자는 노화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 유병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말이지요. 70대 초반 연령대에서는 치매 유병률이 3~4% 정도지만 80대 후반이 되면 40%를 넘어서고 90대 이상이 되면 60%가 넘습니다. 또한 80대가 지나면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이는 성호르몬이나 우울증 경향의 차이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정설은 아닙니다.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정상도 아니고 치매도 아닌 중간 상태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방치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유형의 치매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증세가 호전되기도 합니다.

피터슨 박사는 일주일에 총 150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권합니다. 30분씩 5일을 해도 되고 50분씩 3일을 해도 됩니다. 활기차게 걷기, 가벼운 조깅처럼 약간 땀을 흘릴 정도의 운동을 적어도 주 2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면 기억력과 사고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운동 부족, 고칼로리 식사, 과도한 염분 섭취와 알코올 섭취, 흡연 등을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치매는 고령이 된 후 걸리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40세 전후에 발병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65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①운동 ②금연 ③영양 관리 ④금주 ⑤인지기능 트레이닝 ⑥사회 참여 ⑦체중 관리 ⑧고혈압 관리 ⑨당뇨병 관리 ⑩고지혈증 관리 ⑪우울증 관리 ⑫청력 손실 예방으로 구성된 총 12가지 권장 사항이 담겨 있는데, 각 항목별로 권장 정도를 표시했습니다.

식생활에서는 생선을 비롯해 견과류와 올리브유, 커피가 치매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한편 비타민B와 비타민E, 불포화지방산 등의 건강보조 식품은 치매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권장 항목에서 제외됐습니다.

간병비와 의료비 등 치매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8180억 달러(약 910조 원)가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세계 GDP의 약 1%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비용도 2030년에는 연간 2조 달러(약 2200조 원)가 될 것으로 추계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점은 치매에 걸려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이어져 있는 같은 존재입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또한 치매는 비정상적인 상태만 계속되는 게 아닙니다. 평소처럼 하루하루가 쭉 이어집니다.

치매의 증상과 상태는 일률적이지도, 고착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항상 변동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치매 유형이 다르고 증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 저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의인 저 자신마저도 치매는 한번 걸리면 상태가 바뀌지 않고 고착화되거나 나빠진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면서 마치 그러데이션처럼 변화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요.

치매 당사자에게도 다른 사람의 말이 다 들립니다. 자신의 험담을 듣거나 비웃음받을 때의 불쾌한 감정은 가슴 깊이 생채기를 냅니다. 설령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해도 느낄 수 있습니다. 외국인도 욕은 알아듣고 갓난아이도 엄마가 화가 났다는 건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말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치매 당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 것은 못 알아들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멸시받을 때의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입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또는 직장이나 가정 등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크든 작든 경험했을 테니까요. 치매 당사자도 똑같습니다. 괴로운 경험을 인지할 수 있고 고통과 슬픔도 똑같이 느낍니다.

치매 당사자와 관련된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우리들을 빼놓고서 결정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치부하고 따돌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치매 당사자를 대할 때는 우선 상대가 하는 말을 귀담아들어 주겠다는 마음을 꼭 되새겨 주세요.

"이렇게 하세요",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 하고 혼자 이야기를 주도하며 뭐든지 결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당황한 치매 당사자는 혼란스러워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합니다

"오늘은 무얼 하고 싶으세요?" 하는 식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지 않은가요?" 하는 질문도 해 주세요.

하지만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을 내어 주는 일입니다. 들어 준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기다린다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는’ 일입니다.

치매는 당사자도 몹시 불편하고 답답해서 견뎌 내야 하는 일이므로, 주위 사람들이 진득하게 기다려 주고 차분히 대해 주면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안심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는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상대와 1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눈높이도 중요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에서 올려다보지 말고 똑같은 높이에서 눈과 눈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되풀이해 강조하건대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은 살아 있습니다. 불쾌한 일을 당하면 상처받고, 칭찬을 들으면 더없이 기쁘지요. 무엇보다 치매 당사자도 자신과 똑같은 ‘한 사람의 인간’이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생활환경은 최대한 간소하고 단순하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치매 당사자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 혼란스러워서 더 쉽게 피로해지거든요. 같은 말을 전할 때도 될 수 있으면 간략하고 쉽게 한 가지씩 알려 주세요.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마음을 써 주느냐에 따라 상대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을 단지 ‘다 해 줘야 하는 사람’으로 여겨 모든 역할을 빼앗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합니다.

작든 크든 그 사람이 잘하는 일이라면 부탁하기도 쉽고 상대도 맡기에 부담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반드시 칭찬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치매 당사자를 대하는 자세를 생각할 때 ‘웃음’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부부란 가정에서는 거리낌 없이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에 무뚝뚝하게 대할 때도 있고 짜증도 내기 마련입니다. 내심 말처럼 그렇게 내내 웃고만 지낼 수는 없을 거라 여기면서 살펴보았더니 그들 부부는 정말로 줄곧 웃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생활 속에서 웃음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웃다 보면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어도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치매에 걸려 괴로운 마음이 끊임없이 밀려올 때는 특히 웃음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치매 당사자를 대할 때는 웃음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보아도 ‘나’라는 인간과 똑같이 살아오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 한 사람 외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존엄한 가치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존엄한 존재입니다. 치매인 사람도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잘 아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모두 존엄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당시 의사였던 숙부가 추천해 준,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의 전기를 읽고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역사와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건강하든 아프든 치매에 걸렸든 사람은 모두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고관을 학문적으로 연구해 널리 알린 인물이 바로 톰 킷우드Tom Kitwood입니다.

인간 중심 케어는 치매 환자의 인권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돌봄 방식입니다. 치매 당사자가 하는 말을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라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과 감정을 존중하고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서 돌봄을 실천하자는 의미입니다.

자연과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환자가 아닌 인간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지금 있는 곳은 어딘지 알 수 없게 된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두려울 것인가.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인가 생각하며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진정 도움이 되는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상당히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인간 중심 케어’는 여전히 힘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다르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 ‘인간 중심의 케어를 실천한다’ 이런 말을 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치매 당사자를 마주할 때는 반드시 이 말을 기억해 주세요. 인간 중심 케어는 정말 중요한 개념입니다.

공원을 걷고 있던 어린아이가 넘어져 울고 있자 어디선가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넘어진 어린아이를 일으켜 세워 주려는가 보다 싶었는데 여자아이는 어린아이 옆에 자신도 배를 깔고 누워 그 아이를 보며 방긋 웃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울고 있던 어린아이도 따라 웃었습니다. 잠시 후 여자아이가 "일어나자" 하고 말하자 어린아이는 "응" 하며 일어났고 두 아이는 손을 잡고 걸어갔습니다.

저는 이 여자아이가 ‘인간 중심 케어’의 근본을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한 행동은 아니었겠지만, 그 행동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는 인간 중심 케어의 시작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동안 함께 엎드려 있다가 적당한 기회를 살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지요. 자신의 힘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에 어린아이는 분명 기뻤을 겁니다.

여자아이가 보여 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이런 태도와 행동이 사회 전체로도 확산되면 좋겠다고 늘 염원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면 지금까지 몰랐던 많은 것들을 느끼고 알게 되는 법입니다. 제가 특히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일은 데이 서비스에 가서 받은 입욕 서비스였습니다. 직원이 욕실에서 목욕을 시켜 주니 스스로 씻은 듯 개운하고 기분이 좋아 마치 왕이라도 된 듯했습니다.

이용자가 돌아간 뒤에는 회의를 열어 돌봄에 관해 면밀히 검토하고 논의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이용자와 진지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데이 서비스는 굉장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케어 제도는 이분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음을 실감했습니다.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에게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어쩌면 의사보다 더 필요합니다. 치매 당사자가 되고서야 절실히 느꼈습니다.

복지 시설에 단기간 입소해서 목욕, 배설, 식사 등의 돌봄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살핌을 받는 ‘단기입소 생활 돌봄’과 의료기관에 단기간 입소해서 간호와 의학적인 관리하에 입욕, 배설, 식사 등의 돌봄과 기능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단기입소 요양 간병’입니다. 그리고 개호보험은 적용되지 않지만 유료 노인요양원에서도 단기 체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데이 서비스는 환자가 된 기분을 떨치기 힘듭니다. 지루하기도 해서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내가 가서 아내가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하고 마음을 고쳐먹곤 합니다.

치매 당사자를 만날 때는 ‘속이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거짓말로 속여서 검사를 받게 하는 사례가 많은데, 전 속이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조언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속이면 상대는 화가 나서 이번에는 나를 속이려 들 것입니다.

‘어차피 상대는 치매인데 속인다고 뭘 알겠어?’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도 들고 상대가 자신을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것쯤은 치매에 걸린 사람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되풀이해 강조하지만, 치매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고 평범하게 대해 주길 바랍니다.

저는 치매 당사자를 진찰할 때 항상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병원에 오도록 했습니다. 가족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는 사례도 있는 모양이지만 저는, 자신 모르게 가족과 의사가 똘똘 뭉쳐 자신을 입원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치매 당사자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거나 깊은 고민에 빠지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치매에 걸린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은 부인에게 "많이 힘드시죠?" 하고 말을 건넸더니 부인이 이렇게 대답하며 웃었습니다.
"우리 집 양반이 원래 말수가 적었는데 요즘은 자꾸 같은 걸 또 물어봐요. 그래도 같은 대답만 하면 되니까 힘들진 않답니다. 부부간에 대화가 늘었다고 생각하니 치매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 대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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