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91세까지 딸의 도움을 받아 강연을 계속했으며, 지금도 컨디션이 좋을 때면 전쟁터라고 부르는 자신의 서재에서 여전히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BOKU WA YATTO NINCHISHO NO KOTO GA WAKATTA

저 자신을 세심히 관찰해 보면 한때 ‘기억의 천재’라는 칭찬을 듣던 사람답지 않게 이미 심한 ‘기억장애’를 겪고 있답니다.
꿈과 현실이 종종 혼돈되고, 안 급해도 될 일에는 서두르고 정작 급히 움직여야 할 땐 게으름을 부려서 생활의 중심과 리듬이 깨지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물건을 정리하는 일에 두서가 없고 죽음에 대한 책을 너무 많이 읽다 보니 명랑한 기분이 사라지고 자주 우울해지는 저를 봅니다.

100명 넘게 사는 공동체에서 누가 나를 따돌리거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와 긴장 속에 살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타인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치매 환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예비 치매 환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 자체가 실은 신에게 받은 특별한 보물

죽음도 삶의 일부인 것처럼 제가 어느 날 치매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가장 ‘나다운 나로 돌아가는 여행’일 수 있도록 순하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겠습니다.

이 책은 치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답하여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고, 치매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치매를 겪으며,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체험한 치매에 대해 말한다. 또 이렇게 도와주면 좋겠다는 소망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큰일이기에"라는 저자의 뜻에 따라, 요미우리신문사의 이노쿠마 리쓰코 편집위원이 함께 저술에 참여했다. 주변의 적절한 도움이 있다면 치매를 앓게 되더라도 여전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의 출간 자체가 보여 주는 듯하다.

어쨌든 당시는 ‘노망나면 끝!’이라고 하여 치매에 걸린 사람을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는 심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가정에서는 치매 당사자를 방에 가두기도 했고 정신과나 노인 전문병원에서도 침대에 묶어 놓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지요. 그런 시대를 살며 치매의 의료와 간병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에는 고령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인 약 700만 명이 치매에 걸릴 것이라는 후생노동성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애초에 치매가 생겼다고 사람이 갑자기 바뀔 리는 없는 것이지요. 어제까지 살아온 인생의 연장선상에 좀 더 노화된 자신이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치매에 걸리고 나서 절실히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일단 치매에 걸리면 증상이 하루 종일 그리고 매일 계속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번 걸리면 끝’이라든가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특별 취급도 하지 말아 주세요. 그것이 의사이자 치매 환자인 제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치매 당사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이 장애의 정도를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2021년 2월에 만 92세가 되었습니다. 신이 기다리는 곳으로 떠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줄곧 일을 중심으로 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돕기 위해 저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한 인생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 저 역시 가족과 이웃 사람들의 따뜻한 온정에 둘러싸여 영화를 보거나 교회에 가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찻집이나 이발소에도 들르면서 평온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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