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난 내 인생으로 뭘 한 거지?

식탁 반대편 끝에서는 남편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무너지듯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뭐가 못마땅한 거지? 알 수 없었다. 알 바 아니었다. 대관절 어떻게 그에게 애정이든 그 어떤 감정이든 느낄 수 있었던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꿰뚫고 지나 벗어나 버린 듯한 느낌으로, 수프를 떠 담았다. 마치 거기 소용돌이가 하나 있어서 누군가는 그 안에 있을 수도 밖에 있을 수도 있는데 자신은 그 밖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대답하기를, 무엇인가가 일어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이런 건, 하고 그녀는 수프를 떠 담으며 생각했다. 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리고 좌중이 섞여 들어 어울리게끔 창조하는 노력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는 새삼 남자들의 무미건조함을 ─ 별다른 적의 없이, 그저 사실로서 ─ 느꼈다.

만일 자신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다른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마치 멈춰 버린 시계를 조금 흔들듯 자신을 추슬렀고, 그러자 시계가 똑딱이기 시작하듯이 저 익숙한 맥박이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고동치기 시작했다.

삶은 다시금 그녀에게 힘을 미칠 만큼 강해져서, 그녀는 또다시 그 모든 일을 시작했다.

부인은 남자들은 언제나 뭔가 결핍된 것처럼 동정하는 반면, 여자들은 뭔가 가진 것처럼 결코 동정하지 않았다.

눈은 그렇다 쳐도, 코며 손이며, 아마 그녀가 만난 가장 매력 없는 인간일 것이었다.

왜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전 존재가 마치 바람에 쓸리는 옥수수밭처럼 납작해졌다가, 힘들게 노력해 가며 겨우 그런 굴욕에서 일어서는 것일까? 그녀는 한 번 더 그런 노력을 해야만 했다. 식탁보 무늬의 나뭇가지, 저기 내 그림이 있다. 나무를 가운데로 옮겨야지. 중요한 건 그것뿐이야. 그것을 굳게 붙들고 성을 내지도 논쟁을 하지도 않으면 안 될까, 그녀는 자문했다. 보복을 원한다면 그를 비웃어 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그들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말까 한데, 그들은 내내 거기서 살고 있었다니 정말이지 신기했다.

그 세월 동안 그녀 자신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하지만 어쩌면 캐리 매닝도 그녀를 까맣게 잊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 생각은 낯설고 씁쓸했다.

그는 그저 혼자가 되어 읽던 책을 다시 집어 들고 싶을 뿐이었다

우정이란, 최상의 경우라도, 부질없기 때문에… 살다 보면 뿔뿔이 흩어지게 마련이다.

마치 회의에서 여러 언어가 혼란을 일으킬 때 의장이 통일을 기하기 위해 모두 프랑스어로 말하자고 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는 마음에도 없이 그의 비위를 맞춰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코 그를 알지 못할 것이고, 그 역시 그녀를 알지 못할 것이었다. 인간관계란 다 그렇지, 그녀는 생각했다.

거기서는 서두르거나 초조해하지 않고도 돌아다닐 수 있으니, 걱정할 미래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간을 지키는 것은 나이가 들어야 몸에 배는 사소한 덕목 중 하나라는

그러다 문득 그가 뭔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자기가 그를 숭배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남편과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칭찬하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를 칭찬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 기쁨으로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자기가 다 먹은 다음까지 계속 먹어 대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자기는 둔한 남자들이 더 좋다고. 그들은 거창한 논의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저 똑똑한 남자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보다 더 진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당신이 느끼는 거지, 하는 게 한 가지였고, 이건 내가 느끼는 거야, 하는 게 다른 한 가지였다.

나이 마흔이 되면 릴리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릴리에게는 무엇인가 심지가, 열정적인 것이, 자기만의 무엇인가가 있었고 부인은 그 점을 아주 좋아했지만, 그걸 알아보는 남자는 별로 없을 것이었다.

사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만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말하고 있나? 내가 좋은 인상을 주고 있나? 하는 생각과 뒤범벅이 되어, 결국 톨스토이보다는 그 자신에 대한 얘기만 듣게 될 게 뻔했다.

별로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그에게도 일종의 겸손함이, 상대방의 느낌에 대한 배려가 있어서, 적어도 어떤 면으로는 그런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자기 딸은 다른 사람들의 딸보다 더 행복하리라고 믿어 마지않았다.

저녁 내내 유지되던 균형이 기우뚱하며 바뀌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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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2-01-29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 시점, 라로님 인생은 환자들을 살리는 중^^ 첫 문구가 강렬합니다.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ㅠㅠㅠ 설 명절을 미쿡에서도 지내나요?? 암튼 우리 새해는 지금이므로 명절 인사 드려요. 올해도 책과 더불어 건강히 즐겁게 지내요 라로님~~~^^

라로 2022-01-29 19:52   좋아요 1 | URL
이 책이 점점 갈수록 재밌네요. 하지만 읽었어도 하나도 기억 안 날 것 같은 것도 이해되구요.ㅎㅎ 설명절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안 지내구요 그냥 선물 받기만;;;
새해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별로 찾는 이 없는 서재에 잊지 않고 발길 해 주셔서 감동이구요. ^^
행복한책읽기님께서도 늘 책과 함께 가족과 함께 친구분들과 함께 알라딘과 함께 하는 건강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