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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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없다. 색깔도형태도 없는 기다림이 있을 뿐. 무언가를 기다리는것이 아니다. 이 기다림은 공기와 공기가 섞이듯 우리 안에 존재한다. 그 무엇과도 닮지 않은, 지루함의절정이라고나 할 수 있는 기다림. 이 기다림이 그곳에 항시 존재했던 건 아니다. 우리가 항시 무(無)였던 것도,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이었던 것도 아니다.
유년기의 우리는 전부였고, 신(神)은 우리 영역의 미미한 일부에 불과했었다. 풀밭 속의 풀잎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유년기가 끝나면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우리자신이 죽은 이후로 우리는 기다리기 시작했다.
유년기를 벗어난 우리는 몇 발 떼다 곧 멈춰 선다. 모래 위로 나온 물고기 같다. 성년이 된 우리는죽음 속을 제자리걸음 하는 사람 같다. 우린 기다린다. 기다림이 스스로 굴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잠을자거나 죽는 것이 매한가지일 때까지, 우린 기다린다. 사랑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사막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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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1-25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방식의 리뷰, 간단하고 좋습니다.
저도 해 보겠습니다. ^^

라로 2021-11-28 14:36   좋아요 1 | URL
이거 리뷰 아니고 밑줄긋기에요. 이 책은 거의 다 밑줄을 그었더라구요. 짧고 인상 깊은 독서였어요. ^^

2021-11-27 0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8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