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에서 이메일이 왔는데 인터뷰를 했을 때 디렉터가 적어준 자격증 중에서 ACLS와 NIH Storke Scale 자격증 만 받으면 된다고 해서 ACLS를 우리 학교 아이들이 받았다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받기로 했다. 




저렴하다는 D 아저씨께 연락을 했더니 지난주 토요일 아침 일찍 디브이디를 가지러 오라고 해서 갔었고 (우리 집에서 고속도로 타고 35분 거리-왕복 1시간 넘는다. 길 막히면 더 걸림) 그 사람이 보내준 스터디 가이드와 디브이디를 다 보고 Pretest를 보라고 해서 그것을 어젯밤 12시가 넘어서까지 디브이디 보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그냥 Pretest를 봤다. 사무실 컴퓨터랑 집에 있는 컴퓨터 등등 노력했지만 플레이 버튼이 안 눌러져서 결국 빡치고 포기. 그래도 한 번에 겨우 합격 점수 나와서 그것을 프린트하려고 했더니 이번엔 프린트 컬러가 부족하다고 프린트가 안 됨. 어쩔 수 없이 스크린 샷해서 내 이메일로 보낸 뒤 집에서 다시 프린트 시도. 성공! (이런 일이 눈물 겨울 정도로 왜 다 안 받쳐주는지.ㅠㅠ)



D 아저씨가 아침 7시까지 자기네 집에 오라고 해서 6시에 일어나서 나감. 친절한 라로 아줌마는 D 아저씨에게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서 마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내가 사다 줄게. 그러니까 나중에 운전하는 중에 연락이 왔는데 캐러멜 마키아토를 사주면 고맙겠다고 해서 오다가 다시 스타벅스 검색해서, 친절했던 D 아저씨의 와이프 것도 같은 것으로 주문해서 가져갔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차를 타려고 하니까 아침부터 그 유명한 Santa Ana 바람이 거칠게 불고 추워서 잠깐 무스탕을 입고 갈까? 했지만 실내에서 시험을 보는데 뭐 그리 춥겠어? 생각했기 때문에 오버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그냥 평상시처럼 청재킷 하나 걸치고 감. 아저씨 집에 도착 (아저씨네는 좀 동네가 안 좋은 곳인데 더구나 집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주차하기 힘들고요, 플러스로 새벽이라 나간 차가 거의 없;;;


그래도 끈질기게 주차할 곳을 찾아서 주차한 뒤 커피 두 잔을 들고서 아저씨 집에 갔더니 뒷문만 열어놓고 불러도 안 나와. ㅠㅠ 계속 앞뒤로 오가면서 부르니까 겨우 나온 아저씨. 나와서 한다는 말이 안전을 위해서 뒷마당에서 수업을 하고 시험을 볼 거라고. 뒷마당에 갔더니 책상이 준비되어 있고 새니타이저등등 다 준비를 했는데 가만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오는지 두 사람분의 종이 등이 더 준비가 되어 있다. 나만 수업을 하는 건 줄 알았더니. (아저씨가 전화로 얘기할 때 나만 해주는 것처럼 말하면서 생색을 냈었음) 잠깐 배신감을 느끼며 커피 괜히 사다 줬다 싶었는데, 다른 학생들이 안 와. ㅠㅠ 나를 밖에 세워두고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 오면 같이 수업 시작하자고 하면서 자기는 따뜻한 마키아토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감. ㅠㅠ


15분 정도가 지나서 한 사람이 옴. 20분이 지나고 30분이 다 되어가는데도  다른 사람 안 오고 있음. 나는 더위는 잘 참지만 추위는 정말 잘 못 참는 편이라 점점 머릿속이 하애지기 시작함. ㅠㅠ 이때 돈이고 뭐고 그냥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그 사람이 안 오는 것 같다면서 그냥 시작하자고 함. 


디브이디도 안 본데다가 추워서 아저씨 설명도 귀에 안 들어오고 (더구나 아저씨 말하는 스타일이 입안에서 웅얼거리는 스타일인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는 데다 바람까지 세게 불어서 잘 안 들림 ㅠㅠ),,, 미치는 줄 알았지만 설명이 다 끝나고 시험 보는데 추우니까 문제를 서너 번을 읽어도 이해를 못 하고 있;;; 결국 다른 사람이 간 지 한 10분 정도가 지나서 다 마침. 많이 틀렸을 줄 알았는데 4개 틀려서 겨우 합격인 듯. 나중에 틀린 문제 보니까 정말 쉬운 것만 틀렸다는. 왜 그 답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쉬운 문제. ㅎㅎㅎ 그중 하나는 closed loop communication에 대한 질문인데, 예를 들어, 리더가 Atropine 0.5 mg을 주라고 명령을 내리면 어떤 대답이 closed loop communication을 잘 표현한 대답이냐는 질문이었는데 내가 고른 답은 "O.K."였다는. 아 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가 고른 답 보고 추워서 얼어붙은 입으로 나도 막 웃었음. 만약 내가 패스하지 못했다면 울었겠지만.


지난주 토요일에 디브이디 가지러 오라고 할 때부터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하지 않은 걸 후회했는데 오늘은 더 후회막급. 그렇게 춥고 바람이 엄청 불어서 (14mph) 나뭇잎이 얼굴에 귀싸대기를 때리는 상황에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시험을 보려고 하니 얼굴은 그나마 마스크를 써서 덜 아프지만, 손가락에 피 순환이 안 되는 것이 보이고, 볼펜을 잡아서 답안지에 동그라미 치기도 어려웠음. ㅠㅠ (남가주 살면서 그렇다니 엄살이 넘 심한 거 아니신가요? 하겠지만, 엄살 1도 없음)


이게 다 그동안 돈을 벌지 못하고 지출만 하다 보니 이왕이면 저렴한 곳을 선택해서 나름 세이브를 해보겠다는 갸륵한 마음에서 나온 선택이긴 하지만, 물건도 싼 게 비지떡인 것처럼, 교육도 너무 싸면 이런 애로 사항이 있다는. ㅠㅠ


그래도 오늘 오후에 ACLS 자격증 보내준다고 하니 돌아오는 길에 강한 산타 애나의 바람으로 인해 쓰레기, 나뭇잎, 나뭇가지까지 마구 날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히터를 틀어 몸과 손이 정상으로 돌아오니 고생은 좀 했지만, 그래도 저렴한 곳을 선택하길 잘했나? 뭐 이런 위안을 하고 있는 나는 참 저렴한 인간이야. 흑


이렇게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후  [장미의 이름]을 계속 읽는다. 저렴한 인간이든, 고급 진 인간이든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데, 책에서 받는 위로는 지친 몸을 금방 잊고 책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 더구나 머리 좋고, 잘생긴 남자가 주인공인 책은 더욱더! 히힛 윌리암 수도사 넘 멋지다!! 옛날 내가 30대에 읽었을 때는 나이든 아저씨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윌리엄 수도사보다 더 나이가 많아지고 있어서 그런가? 멋진 남자로 보이기 시작함. ㅎㅎㅎㅎㅎ


그는 꽃피는 봄을 쉰 번이나 본 분이어서 당시 이미 노경이었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항상 민첩하게 움직이는 그의 몸과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이북이라 페이지 수 모름


노경 (老境) [노ː경] 발음듣기

[명사] 늙어서 나이가 많은 때. 또는 그때 즈음.


-네이버 국어 사전 출처

네이버 사전에서 노경을 검색하니까 늙어서 나이가 많은 때라고 나온다. 나는 쉰이 넘었으니 빼도 박도 못하고 늙어서 나이 많은 때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겠구나. 저렴한데 늙기까지 했다니 갑자기 슬프네.































그래도 이제 따라는 자격증 하나 더 따고, 신체 테스트 준비하면서 (아마도 무거운 거 25 파운드 드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 같은데..) [장미의 이름] 다 읽으면 레샥매냐 님이 보셨다는 BBC에서 만든 [장미의 이름] 드라마를 다 볼 거다!! 빨리 읽고 보고 싶은데 진도는 빨리 나가지 않는 책이다. 아직 초반부라 그렇겠지? 어쨌든 고생해서 아낀 돈으로 또 새로운 이북을 찾고 있는 가련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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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0-27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 저도 다시 읽고 싶다_ 넘 좋았는데_ 라로님 진짜 대단하세요 자격증 따고 공부하실 거 다 하시면서 책도 읽으시고_ 멋져 멋져.

라로 2020-10-28 01:26   좋아요 0 | URL
드라마도 좋다고 하니까 다시 리후레쉬 할 겸 또 읽어요. 저는 이번에 읽으니까 그래도 기억이 나는 것이 있네요. 내용보다 지도 이런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책을 너무 많이 읽으시던데,,이 긴 책 넣을 시간이 있으시겠어요? 수연 님도 아주 멋져요, 제겐! 멋쟁이!!^^

2020-10-27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8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