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씨는 <내가 좋아하는 클랙식 3>에서 클라라의 화신이라고 칭송(?)하면서 엘렌 그리모에 대한 글을 썼다.

블론드와 브라운이 적당히 섞인 부드러운 머리를 질끈 묶고 있다. 눈을 감은 얼굴은 평화로우면서도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하늘을 향한다. 새하얗고 가는 두 손은 마치 두 마리의 작은 새처럼 희고 검은 건반 위에서 가볍고 유연하게 춤춘다. 

pg.87

이렇게 시작해서 계속 그리모에 대한 칭찬일색이다. 본인의 표현에 심취한 것인지 더 심한 비약도 한다.

당시 시커먼 남자들과 허연 노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독일 음악계에 그녀는 마치 구름 속에서 내려온 미네르바처럼 등장했다.

pg.90

그리모가 이쁜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외모에 대한 칭찬만 하는 거 아닌가? 남자의 관점이라 그런가? '아저씨 정신 차리세여'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며 계속 읽어가다 보면 그의 진의를 알 수 있다.

그녀는 눈에 띄는 외모 때문에 실력을 의심받기도 했다. 그러나 단언컨대 그녀의 실력은 놀랍다. [뉴욕 타임스]에서는 그리모에 대해서 "그녀를 여성 피아니스트라고 부르지 말고, 프랑스 피아니스트라고 부르지 말라"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맞는 말이다. 그녀의 힘과 파워는 남성의 그것에 못지않다. 격정적인 연주와 파괴적인 타건은 종종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pg.94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거장은 박종호 씨가 여신과 비교하며 칭찬하는 그리모가 아니라 바로 그리모가 멘토로 삼았다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마르헬 아르헤리치의 나이가 올 79세이기 때문에 얼마나 더 연주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연주회는 그 어떤 연주회보다 마르헬 아르헤리치의 연주다.

그녀는 물론 거장답게 카리스마 있지만, 그것보다 내 눈에는 박종호 씨가 미네르바라고 표현한 그리모보다 그녀가 더 아름답다. 클래식의 나라가 아닌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서 세계의 정상에 오르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그녀는 겸손하다. 그녀의 연주는 화려하지 않지만 정확하고 진지하며 예리하다. 나에게 그런 행운이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연주회에서 빛나는 은빛 머리를 휘날리며 작곡가의 음악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그리고 최대의 역량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그녀를 보고 싶다.



이 동영상에는 앙코르와 백스테이지 장면을 함께 볼 수 있어 옮겨왔다. 78세에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사람들이 계속 앙코르를 하는 것이 맘이 아프기는 또 어떻고...


그런데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보면 그 사람을 만나게 된 후 나는 늘 그분이 떠오른다. 

알라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친구가 된 psyche 님!

psyche 님이 나이가 들면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무척 닮아 있을 것 같다. psyche 님의 이국적인 외모도 그렇지만, 풍성한 머리도 마르타 아르헤리치처럼 길러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어쨌든 함께 오래오래 멋지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psyche 님.

사진 출처: https://www.pinterest.com/pin/189503096790857650/


젊은 시절의 마르타 아르헤리치. 24살의 나이에 International Chopin Piano Competition에서 우승했다.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artha_Argerich


이제는 살아있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어쨌든 psyche 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만 계실 것 같은데도 알라딘 서재에 글도 안 올리시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님 덕분에 제 세상이 많이 따뜻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비록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에만 계셔야 하겠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가족들과 맛있는 케이크도 먹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많이 보고싶어요, 멋진 psyche 님!!♡

Happy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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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4-21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 왜 이 중요한 글을 못 봤죠??
라로님 너무 감사해요. 카드도 보내주셨는데 이렇게 생일 축하 글 까지 써주시고, 거기에 저렇게 멋진 마르타 아르헤리치랑 닮았다는 극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저야말로 라로님을 만나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항상 주저만 하는 제게 용기를 주신 분이에요. 우리 서로 든든한 동지로 오래 오래 우정 나누며 살아요!

라로 2020-04-21 06:52   좋아요 0 | URL
감사하긴요!! 직접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이번엔,,,,그노무 코로나 때문에!!ㅠㅠ
용기를 줬다고 말해주시니 저야말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원래 준비가 되신 분이시잖아요!! 우리 늙어 죽을 때까지 우정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