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한 시간 정도 시간 때우냐고 어린이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제일 처음에 읽은 책은 <A different pond>인데 첫 페이지부터 내 호감을 자극했다.
주인공(?)인 아들과 아버지는 새벽에 일어나서 낚시를 가는데 자고 있는 엄마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랑 자나? 내가 아는 어떤 엄마도 아이가 12살이나 넘었는데도 같이 잔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럼 남편도 같이 셋이 자냐고 하니까 남편은 따로 잔다고;; 그런데 이 그램책도 아빠가 이미 준비를 끝내고 엄마와 함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이다. 베트남 부모인데 그럼 아시아 사람들은 엄마와 자식이 함께 자는 경우가 많은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해든이가 막내인데다 늦둥이라 너무 이뻐서 3살까지 해든이 침대를 우리부부의 방에 놓고 해든이는 해든이 침대에서 우리 부부는 부부 침대에서 잤는데도 남편에게 지금까지 그것에 대한 원망 비슷한 얘기를 듣고 있다. 큰아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기들의 방 아기 침대에 재워서 아이들이 독립심이 강한데 해든이는 부모랑 같은 방에서 잤기 때문에 아직도 어린아이 같다고.(10살면 아직도 어린아이지!) 그러면 나는 그래서 아이가 우리에게 더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러워 좋지 않냐고 대꾸하는데 어쨌든 이런 일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결론을 내릴 수 없는듯.
암튼 이 책의 아빠처럼 남편도 아침 일찍 서핑을 갈때 나를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준비해서 나간다. 하지만 나는 깊은 잠을 잘 자는지 그렇게 안 해도 어지간히 시끄럽지 않으면 안 깨는데 요즘은 오십견 때문에 내가 먼저 깬다. ㅠㅠ
지난 번 베이비 샤워에서 카드 대신 책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내가 가져간 책은 Maurice Sendak의 “In the night kitchen”이었다. 태어날 아기가 남자아이라고 하니 주인공인 남자인 책을 고르고 싶기도 했지만 읽어줄때마다 신나게 읽어 줄 수 있어서 골랐다. 이 책의 일러스트를 맡은 그림작가도 아들에게 수백번을 읽어 줬다고 나온다. 나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좋아해서 가장 많이 읽어 준 책 중에 하나라서 그런지 작가의 말이 무척 반가웠다.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라도 나처럼 그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 준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동지감. 더구나 엔군이 그 책을 아주 좋아했었다.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면 늘 커다란(우리 집에 있는 책은 컸다) 그 책을 들고 얼굴에 큰 웃음을 짓던 엔군의 사랑스런 모습이 떠올라 더 좋아하는 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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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8-02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심과 부모랑 같이 자는 건 상관없는거 같아요. 해든이가 그런건 막내라서 ㅎㅎ 저희집은 큰 딸은 오래 혼자였으니 부모랑 같이 잤구요. 미국와서도 원베드 아파트라 어쩔수없이 같이 잤고, 엔양도 우리랑 자다가 제가 엠군 임신하고는 아빠랑 같이 잤었죠. 그와 달리 엠군은 일찍부터 혼자 잤는데요. 독립심은 제일 떨어진다는... ㅎㅎ

라로 2018-08-02 08:1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이 얘기 나중에 제 남편 만나시게 되면 꼭 해주세요!! 아직도 원망을 갖고 있는지 생각나면 그 얘기해요. ㅎㅎㅎㅎ
근데 역시 부모랑 잤냐 아니냐를 떠나서 막내라서 그런 건가봐요??? 막내들이 역시,,,, ㅎㅎㅎㅎ
근데 한국 얘기 해주실 건가요??? 따님들은 싱가포르 갔다 왔어요??? 아 궁금해라. ㅎㅎㅎㅎ

psyche 2018-08-02 08:20   좋아요 0 | URL
이게 그때그때 썼어야하는데 말이에요. 마음은 언젠가 정리하리라인데 정말 하게 될지는...
딸들은 싱가폴 잘 다녀왔구요. 엔양은 워너원 콘서트도 잘 봤구요. 제가 싱가폴 더운데 뭐하러 라고 했었는데 아이들말이 서울이 싱가폴 보다 더 덥다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