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 미래를 위한 자기발전 독서법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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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좋은 책은 두 번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작가에 의해서 한번은 독자에 의해서다"-안상헌의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5.자신만의 밑줄을 그어라' 중에서

'나는 어떤 독자인가.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가. 단지 책이 나에게 '좋은 책'이기만을 바라는 건 아닌가. 나의 책 읽기는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좋은 책을 거듭 나게 할 수 있는가. 나는 책을 통하여 어느 정도의 골수를 취할 수 있는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에 어떤 사람이 내게 인터넷의 화려한 클릭을 격찬하며 종이책이란 이제 박물관에나 전시되고 말 유물 취급하며, 책을 끼고 사는 사람들을 시대를 거슬러 퇴행하는 사람쯤으로 안쓰러워했다. 그는 다시 의기양양하게 덧붙이기를 "학생들의 교과서마저도 사라질 것이다. 머잖아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선생님은 컴퓨터를 통하여 모니터로만 공부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책읽기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으며 이제 책읽기는 더 높은 비중으로 점수와 연결되었다. 또한 '책을 위한 책들'이 최근 몇 년간 많이 나왔으며, 인터넷에서 폼 나고 똑 부러지게 글 쓰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까지, 소비자(?)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나오는 책들 앞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거듭 탄성을 지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몇 년 새, 책은 참으로 다양해졌으며 개성이 뚜렷해졌다. 책을 위한 책들도 많이 보이고, 글을 쓰기 위한 책도 많이 나오며, 이런 인터넷 공간에서 공감의 애정으로 탄생한 책까지, 누구나 자기의 전공 분야에서 애정과 열정이 뒷받침되면 다시 책으로 만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의 수다스러움-사는 이야기나 개인 블로그의 일상 이야기- 그 속의 진솔까지도 애정이 깃들어 있다면 책이 될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우리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맘껏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상헌의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미래를 위한 자기발전 독서법>은 책이 좋아 책을 늘 끼고 살며 책읽기에 전문적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읽기에 대한 여러 각도의 견해를 밝힌 글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책에 미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책이 좋아서 책에 미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또한 책과 사귀고 싶지만 막연히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책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그 길잡이라고 해도 좋겠다.

"책읽기, 그 내공을 쌓는데 훌륭한 길잡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급이면 좋은 책을 선택할 수 있는 법, 가급이면 같은 책을 읽더라고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며 읽어 나가며 자기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좋은 책을 읽었으면 나만의 글로 만들어 보는 것…. 말하자면 책에 미치더라도 제대로 미치자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잡기 중에서 책으로 시간 보냄을 제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방식과 안목을 제시하여 주는 책이다.

고백하건대, 그간 책이라면 어지간히 달려들어 볶아대며-밑줄 긋고, 떠오르는 생각들도 수없이 적어가며, 이리 저리 끌고(? 들고)다니며- 보았음에도 나의 책 읽기는 그다지 생산적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이 책 속에서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은 다른 책을 읽는 중에 곁들여 틈틈이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다시 보면 또 다른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은 절대로 책장에는 꽂아지지 못할 성 싶다.(가까운 곳에 두고두고 자주 보기를 희망하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제시하는 50가지 주제마다 달고 있는 부제가 좀 더 구체적인 책읽기 실천 방법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저자의 독서노트가 들어 있는데 한 작품에 대한 짧지만 함축적인 메모에서 얻어지는 것들도 많다. 저자의 풍부하고 다양한 상식을 곁들인 내용들은 전체적으로 쉽다.

혹자는 물을지도 모른다. "책읽기도 생산적이어야 할까? 그냥 좋으면 읽고 감동하고 말면 그만이지. 재미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지.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뭐가 될 것도 아니면서 그냥 일반 독자일 뿐인데 재밌으면 되는 거 아냐?…."

맞다. 책읽기는 그냥 우선 재미있어야 하며 읽는 동안 기분 좋고, 읽고나서 기분 좋으면 그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꼭 그럴까? 아니 가급이면 책을 읽으며 좀 남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자기만의 남다름을 이 책은 바라고 있다.

사실, 우리에게 널려있는 정보는 무한하다. 이 책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몇 번이고 재탄생 할 수도 있고 묻혀버릴 수도 있다. 누구나 활용하기 나름일 것이다. 이 책은 뭐 거창하게 어떤 용어들을 쓰지도 않는다. 그냥 저자의 순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뿐인데 왜 자꾸만 매력이 느껴지는 걸까? 선택하여 느끼는 사람의 몫으로 돌린다.

각 주제마다 곁들여 둔 독서노트도 꽤 쏠쏠하다. 나도 한때 보았던 책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책도 만난다. 저자보다 내 스스로 훨씬 멋있게 정의 내려버린 책도 만나며, 나는 이 생각을 왜 못했던가 싶어지고, 짧게 메모해 둔 노트에 감탄도 하고, 그러면서 역시 나는 책에 미쳐 사는 보람을 인생 최대의 행운으로 오늘도 자족한다. 그리하여 다시 들볶아대며 책을 만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책에 메모를 하거나 줄을 긋는 것이 책을 망치기라도 하는 양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룬다. 각자 개성이겠지만 책을 지나치게 소중하게 생각해서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비싸고 좋은 술을 장식장에 진열만 해놓아서는 술의 진정한 맛을 음미할 수 없다. 꺼내서 마셔봐야 술맛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에서

저자의 말처럼 나에게 좋은 책이란 밑줄을 긋고, 다시 거듭 그어가며, 관련한 것이 생각나면 메모해 두기도 하고,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여백에 몇 줄 생각나는 안부 글이라도 적어보고… 일도 해야 하고 책도 마음에 맴돌고 일 하는 틈틈이 여기저기로 끌고 다니며, 들볶아가면서 보는 책… 이런 책을 나는 좋은 책으로 생각한다.

이 책은 진즉에 나에게 속내를 들켰는데, 여전히 들볶아대기를 틈나는 대로 하고 있는 그런 책이다. 좋은 책이란 또한 수시로 펼쳐 들기를 희망하는 그런 책일 것이다. 문득 펼친 페이지에서 또 다른 것을 알게 하는 책… 펼칠 때마다 새로운 내용에 다시 밑줄을 긋고 그었다. 수많은 밑줄 긋기에서 자기 발전으로 가급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 것, 무엇보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인데 그 활용법이 이 책 어딘가에 있었다. 앞으로 종종 펼쳐 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책이다.

문득 다시 펼쳐든 페이지는 '홀로서기 50'이라는 독서 노트다.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 GS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기업 등에서 강의 중인 저자는 강의안을 만들거나 어떤 주제로 고민할 때 책을 참고삼는다고 한다. 어떤 일에나 자신만의 키워드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책읽기에도 자신만의 키워드의 필요함을 강조한다. 자신만의 키워드를 통하여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 생각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책읽기를 혁신함이라.

"안상헌… '책 읽기는 자신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다'. 현실을 벗어난 공허한 메아리 같은 책읽기를 탈피하고 자신의 생활과 책읽기를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들을 찾아가는 것이 그가 책을 읽는 이유다.-책표지 저자 소개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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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7-1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관한 책이군요. 읽고 싶어지네요.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이라 해도, 책의 시대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제대로 인터넷 활용하기' 같은 책도 나올테니...
 
사마천, 애덤 스미스의 뺨을 치다 21세기 역사 오디세이 1
오귀환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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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꽉 차 있는 서점의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직접 선을 보고 고르는 경우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책을 직접 못 보는 경우에는 인터넷 서점의 추천리뷰나 전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책을 선택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이런 저런 공간에서 필자였던 사람들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종종 묶어져 나오기도 하는데 이미 빠뜨리지 않고 읽다시피 했음에도 같은 글이 책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다시 독자 되기를 즐겁게 자처하는 반가운 책들이 있다. 이 책이 내게 그렇다.

오귀환 칼럼을 책으로 다시 만나다

2004년 1월부터 2005년 3월까지 <한겨레21>에 <오귀환의 디지털 사기열전>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칼럼을 보강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검색하던 중에 나에게 걸려 든 칼럼이 오귀환의 칼럼 한 꼭지였다. 그것이 하필 이 책 <사마천, 애덤 스미스의 뺨을 치다>의 제목을 달고 있는 문제의 칼럼이었다.

어느 공간에서 만나든 반가운 사마천의, 이제까지 모르고 있던 모습을 보는 재미와 그 재미를 바탕으로 지금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논하는 통찰에 감탄했는데, 다시 책으로 만나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할까.

이 책은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건, 시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건, 단순히 새로운 지식만을 찾으려 드는 사람이건 누구에게나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줄만한 책이다. 한 권에 몇 권의 분량을 족히 담고 있다.

책 속에서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20명의 역사적 인물들은 21세기와 과거,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다시 우리에게 좁혀 들어온다. "어? 이런 면이 있었나"하는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며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진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는, 일종의 우월감도 가졌었다.

이 책 속에서 만나는 사마천은, 제목에서처럼 서양경제 국부론의 주창자 애덤 스미스를 통쾌하게 앞지른다. 그것도 천년이나 앞서서 애덤 스미스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수요 공급의 법칙을 <화식열전>에서 주장해버렸다. "수요공급의 법칙을 사마천이 표절했나? 어? 그런데 사마천이 훨씬 먼저 사람 아닌가. 그럼 애덤 스미스가 사마천의 화식열전을 이미 읽었던 거야?" 이렇듯이 동서양을 넘나들고 역사를 넘나들며 저자와 함께 통쾌하게 뒤집어 본다.

"물건값이 싸다는 것은 장차 비싸질 조짐이며, 비싸다는 것은 싸질 조짐이다." 이 한마디로 국부론 주창자 애덤 스미스를 무색하게 만드는 사마천이다. 다시 말한다. 이 책 속에서 만나지는 사마천의 경제관과 직업관은 오늘날 우리들의 현실과 거리감이 거의 없어 보인다. 옛날사람 사마천 맞는가.

"대체로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는 길에는 농업이 공업만 못하고, 공업이 상업만 못하다. 비단에 수를 놓는 것이 저잣거리에서 장사하는 것만 못하다. 말단의 생업인 상업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를 얻는 길인 것이다."

놀랍다. 2100년 전에 사마천이 정의 내린 말이 맞는가, 싶을 만큼 오늘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말하고 있다. 어느 날 우루과이 라운드를 내밀더니 칠레, 그리고 이번에는 또 무엇이랴. 무너질 대로 무너져버린 우리의 농사.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라. 언제 우리에게 농사가 근본이던 시절이 있었던가. 사마천이 이미 농사로 먹고 살기 힘듦을 2100년 전에 말하고 있나니. 이 책 속에 빠져 있는 동안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볼 수 있다. 뒤집어 보면서 역사와 시대를 상상으로 활개하며 다시 이어보는 생각들. 이 책의 매력이랄까.

21세기에 다시 읽는 최부자 이야기

불경기, 서민들의 흉년에 책 속에서 만나는 또 한 사람 최부자의 이야기는 다시 지금의 우리 현실을 비통하게 만든다. 흉년에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맬 곳 없는 허리를 졸라매며 죽음까지 생각해야 하는 절망스런 상황이지만 부자들은 이때야말로 돈을 벌기에 최적이 된다. 대부분 부자들이 그렇다. 간혹 이 법칙을 깨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최부자가 그 감동스런 모델이다.

"서기 1671년 현종 신해년 삼남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경주 최부자 최국선의 집 바깥마당에 큰 솥이 내걸렸다. 주인의 명으로 그 집의 곳간이 헐린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굶어죽을 형편인데 나 혼자 재물을 가지고 있어 무엇 하겠느냐. 모든 굶는 이들에게 죽을 끓여 먹이도록 하라. 그리고 헐벗은 이에게는 옷을 지어 입혀주도록 하라.' 큰 솥에선 매일같이 죽을 끓였고, 인근은 물론 멀리서도 굶어죽을 지경이 된 어려운 이들이 소문을 듣고 서로를 부축하며 최부잣집을 찾아 몰려들었다.…

흉년이 들면 한해 수천, 수만이 죽어나가는 참화 속에서도 경주 인근에선 주린 자를 먹여 살리는 한 부잣집을 찾아가면 살길이 있었다.… 그해 이후 이 집에는 가훈 한 가지가 덧붙여진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21세기 힘든 대한민국에 사는 어른이 동화처럼 이미 읽었던 최부자 이야기를 다시 대하는 것은 감동 그 이상이다. 벌어들인 이익 몇 할만 고작 내밀며 자사 홍보나 다른 목적이 있기 일쑤인 이 풍토에 최부자는 곳간을 아예 헐어버린다. 자물쇠를 열고 선심 쓰듯이 아니라 아예 곳간 자체를 헐어버리는 최부자.

서민경제의 구제책이라고 거창하게 내밀었던 끈을 잡아 보려던 사람들은 아마 알 것이다. 어린 시절에 호랑이에게 내밀었던 썩은 동아줄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문의 일화를 통하여 지금 나를 다시 생각하고 무디어지려는 내 의식을 깨운다.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최국선은 아들에게 서궤 서랍에 있는 담보서약 문서를 모두 가지고 오게 한다. '돈을 갚을 사람이면 이러한 담보가 없더라도 갚을 것이요, 못 갚을 사람이면 이러한 담보가 있어도 여전히 못 갚을 것이다. 이런 담보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겠느냐. 땅이나 집문서들은 모두 주인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모두 불 태우거라'…"

담보, 문서… 오늘 우리의 무엇들이 그 시절에도 있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무엇들인가. 역사를 통하여, 열전을 통하여 우리는 결국 무엇을 얻으려 함인가. 열전을 왜 읽어야 하는가. 이미 지나간 사람들에게서 우리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머리말에서 고난에 대하여 제법 길게 말한 저자가 인생선배로서 젊은 세대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이렇다.

"앞으로 자네들이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어쩔 수 없이 고난이나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될 거야. 선배나 친구의 조언도 좋지만, 깊은 밤 홀로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시게나."

역사인물들의 이면을 새롭게 해석

더 소개하면 ▲콜럼버스보다 71년 앞서서 신대륙을 발견하였던 명나라 제독 정화 함대 ▲울돌목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끈, 불의에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이순신 ▲난세를 치유했던 한민족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 ▲벤처창업의 동명성왕 ▲어떤 남자보다 용기 있는 유관순 ▲정복지의 백성 140만을 살린 야율초재 ▲인류 최초로 재테크를 성공시킨 요셉 ▲로스차일드 가문 ▲석가 ▲마호메트 ▲엘리자베스 여왕 등 독창적이고 남다른 시각으로 다시 만나는 역사 속 인물들은 또 다른 감동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알아야 할 인물들의 이면을 통하여 현재 우리가 고난을 이기고 살아갈 그 길을 연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핵심이랄 수 있는, 역사인물들의 새로운 면을 새롭게 해석한다.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며, 역사적인 인물이 태어난 시대부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까지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지금 논쟁 중이며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들을 21세기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저자만의 특이한 시선으로 다양한 방법과 해석을 이끈다.

7부 2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30여컷의 일러스트나 사진 등은 보는 즐거움까지 더하며, 각 장마다 끝에 색다른 발상 전환의 박스글로 읽는 사람들에게 불로소득 같은 것도 더해준다. '온+오프 항해지도'는 중고생과 대학생 이상의 독자가 더 읽을만한 특별한 자료들이다. 전체적으로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글 흐름, 또 다른 지식의 항해가 가능한 세심한 자료 제시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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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07-1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알라딘에도 이 리뷰를 올려주시려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장 읽어봐야 겠어요^^
 
대지의 수호자 잡초
조셉 코케이너 지음, 양금철.구자옥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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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지금도 버려지고 있는 이른 봄의 수많은 잡초들은 인간에게 유용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여름, 잡초가 무성한 여름 잡초 밭은 보호막과 먹이를 제공하는 동물들의 가장 이상적인 은신처가 된다. 가을, 일찍 발견돼 뽑혀져 나가지 않기 위해 잡초들은 대개 농부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란다. 겨울, 잡초가 자라는 땅은 일찍 따뜻해진다. 눈보라 치는 겨울날 사슴은 잡초 밭으로 몸을 숨긴다 - <대지의 수호자 잡초> 서문 중

내가 어릴 적엔 돼지감자가 있었다. 추수가 끝난 빈들의 언덕배기나 밭 울타리 가에 있는 멀대같은 줄기를 걷어내면 땅 속에서 울퉁불퉁 아무렇게나 생긴 돼지감자가 쏟아져 나왔다. 아삭 아삭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에 잠시 흥분했다가 다시 잊고 말았지만 이듬해 11월, 다시 찾은 그곳에선 어김없이 돼지감자가 쏟아져 나왔다. 돼지감자는 특별하게 가꾸지 않고 버려지다시피한 잡초일 뿐인데 늘 반가운 모습으로 아삭하고 달콤한 맛을 안겨주었다.
아주 오래 전에 사람들이 이 돼지감자를 작물로 재배하였다면 지금 우리들은 돼지감자를 잡초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즐기는 만큼 현대인들의 당뇨수치도 낮았으리라. 시금치 대신 민들레를 작물로 재배하였다면 인간의 위는 좀 더 편안하여 위암으로 인한 사망의 기록도 줄었으리라(돼지감자는 당뇨병에 좋다. 최근 얼마 전 천연 인슐린이란 별칭으로 일본 학회에서 그 효능을 입증, 발표했다. 민들레는 위에 좋을 뿐더러 다른 약효로 뿌리부터 꽃까지, 홀씨를 제외한 전체를 약으로 쓴다고 한다).

제발 잡초를 하찮고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잡초는 생태계의 한 존재로서 뿌리내리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분명 있으며, '쓸모 있음'에 의해 선택받아 재배되고 있는 작물 못지않게 우수한 먹을거리며 아주 유용한 약초다. 또 잡초는 황폐한 토양의 개척자이자 모성식물로서 오늘도 오염된 토양을 묵묵히 바꾸어간다.

이 책은 잡초 이야기다. '제 자리를 벗어나 자라는 모든 식물'이란 개념으로 우리들이 하찮게 여기고, 우리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작물을 위하여 뽑아내는 천덕꾸러기 잡초를 칭송하기 위해 씌어진 책이다. 1940년대에, 씌어진 책이지만 시대적인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환경학과 생물학을 평생 연구하였던 저자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잡초들이 자라날 수 없는 위기의 환경과 토양의 척박이 염려되어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 책은 세계에서 최초로 잡초의 이용을 옹호한 선구적인 저작물로 이미 유명하다.

잡초를 뽑아내야만 하는 하찮고 버려진 것, 쓸모없는 것으로 알고 성장하던 소년에게 어느 날 솔 벤슨이 들려주는 옥수수 밭의 쇠비름 이야기는 이후 조셉 코케이너가 50년 동안 잡초와 토양연구에 몰두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물보호를 위하여 뽑아내던 쇠비름과 옥수수의 관계를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는 솔 벤슨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확실히 옥수수가 자라는 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이 쇠비름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없었다.

"벤슨 아저씨,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하지만 잡초가 가축사료나 야채요리 말고는 쓸모가 있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아요."

"나도 알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옛날사람들을 생각해봐, 그들이 그렇게 믿었던 이유는 무지하거나 오류에 빠졌기 때문이야."

순간 나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무엇이 있었다. 사람들이 지구의 모양에 대해 무지하거나 오류에 빠졌다면, 잡초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해야만 했다. 쇠비름이 옥수수가 자라는데 도움을 준 자는 사실은 대부분의 현상들을 받아들이는데 기지가 넘쳤던 솔 벤슨의 몫이었다!


우리에게 유익한 콩도 처음에는 잡초였다. 콩을 발견한 탐험대가 넝쿨 무성한 콩 옆을 스쳤다 하더라도 마침 꼬투리 없는 콩이었다면 선택받지 못했을 것이며 우리들의 돼지감자처럼 잊혀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우리 인간들이 식물에 들이댄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선택은 그다지 믿을 것이 못된다.

잡초에서 작물이 되어 인간에게 유익한 콩의 발견, 그 역사를 보자.

여러 날을 헤매던 어느 날 탐험대는 우연히 끝도 안 보이게 높이 자란 넝쿨 식물을 발견하였다. 그 식물에는 아주 탐스러운 열매로 채워진 꼬투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 고심 끝에 그들은 제비뽑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열매를 먹어 볼 희생자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콩이 발견되었다. - 책 본문 중

요즘에는, 친환경적인 농사를 도모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그들은 봄이면 한해 농사를 앞둔 논에 자운영 같은 사료작물로 인정받은 잡초를 끌어들여 땅을 비옥하게 한다. 옛날에는 시골마을마다 일손이 잠시 쉬는 한여름에 퇴비 만들기 공동작업을 했다. 산과 들에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베어서 쌓은 뒤 거름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대량생산과 손쉽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비료로 대체되면서 땅은 척박해지고, 자라나는 작물은 면역력이 약해져서 농약사용량이 늘었다. 그래도 비집고 뿌리를 깊숙이 내려 보란 듯이 자라나는 것은 잡초다.

동의보감 같은 책이나 민간요법을 보면 산야에 자라는 대부분의 풀들이 약으로 사용되고 있어왔음을 알 수 있다. 관심을 두고 보면 지천에 널려 있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훌륭한 먹을거리다. 다만 우리가 이미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렇게 말하면 지금 우리가 맛나게 먹고 있는 모든 야채나 과일도 선택받아 재배되기 전에는 널려 있는 잡초 같은 존재였을 뿐이다. 우리의 주식인 쌀이나 빵의 주재료인 밀도 마찬가지다.

조셉 코케이너는 50년 동안 생물학과 환경 보존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잡초가 생태와 환경뿐 아니라 농작물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에 따르면 잡초는 토양의 상태를 알아보는 지표이며, 모성작물로서, 혹은 초지개척자로서 잡초는 유능한 토양의 일꾼이며 작물의 친구다. 이 책을 통하여 만나지는 잡초의 우수성과 이용가치는 놀라울 정도다. 이 책의 목적은 이렇다.

저자는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시금치나 요리된 야채들에 비하여 흰 명아주가 결코 덜하지 않게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코케이너 교수는 잡초가 농장이나 정원을 무성하게 해도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선구적 역할은 잡초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정상적인 생태학이고, 또한 토양을 잘 보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농부나 정원사에게 진정한 이익을 증명하는데 있다. - 서문 중

농사와는 무관하게 다만 지천으로 널려 있는 잡초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되면 수없이 거론되는 잡초들의 쓰임새에 대하여 놀랄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 먹을거리로써 가치에 놀랄 것이다. 이 책엔 먹을거리와 약재로 쓰이는 잡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최근 몇 년간, 산야에서 자라는 식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몇 해 전에 많이 읽혀진 <야생초편지> <잡초는 없다> <산야초 이야기> 등이 잡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이런 책에 관심을 두었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더 깊은 근본적인 안목을 트여주는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어제까지 무심하게 자라던 잡초들이 좀 더 근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이젠 잡초를 다만 하찮고 쓸모없어서 버려진 존재들로만 생각하지 말자.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훌륭한 존재들이다. 사람이 판단하는 쓸모 있고 없음에 얽매일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우주를 품고 있는 생태계의 한 일원이다.

약간 빗나가는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장미는 지금도 찔레순에서 얻어내며, 달고 맛난 감은 고염에서 얻어진다. 포도 또한 머루에서 얻어진다. 생약성분의 많은 약들은 잡초에서 얻는다.

쓸모없음, 버려진 것들, 하찮은 존재들, 작물의 성장을 막는 방해꾼 등등 잡초에 대한 이런 생각을 이젠 버려야 한다. 그 생각을 버리는 데 이 책은 훌륭한 조언자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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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유래사 - 인류와 함께 한 문명의 모든 것들에 관한 숨은 역사
피에르 제르마 지음, 김혜경 옮김 / 하늘연못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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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최초로 먹은 채소는? 인류가 지배한 최초의 식민지는? 피임의 역사는 언제부터? 처음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사람은? 인류최초의 주식회사와 전당포의 기원? 음주측정기와 손목시계의 기원? 최초의 스튜어디스는 누구? 타자기와 포켓북을 처음 만든 사람은? 흔들의자와 부부침대의 유래? 비누와 중앙난방 시설을 갖춘 최초의 민족은? 감자잎벌레와 나치들? 생굴 먹기에 가장 적당한 계절? 프랑스 혁명은 커피 때문에 시작되었다? 인류의 전쟁사와 맞물린 성형 수술? 백화점의 기원과 고삐 풀린 소녀? 브래지어 발명과 특허권 분쟁? 멜빵과 팬티스타킹의 기원? 통조림 특허와 관련된 사건? 아스피린의 유구한 역사? 최초의 수세식 변기의 배수처리문제? 함무라비 왕이 내건 광고 문구는? - <표지에서>

<피에르 재르마의 만물의 유래사>는 인간 생활의 문명의 전반에 관한 그 시작과 유래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522가지를 담고 있다. 우리가 생활에서 만나거나 늘 사용하고 있는 도구들, 혹은 관습이나 사회제도, 언어, 동식물, 의학, 과학, 예술 등등 인류 전반에 관계된 것들이 이야기꺼리이다.

아주 사소한 물건부터, 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물건이나 사건들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바늘이나 단추, 비누나 쓰레기통처럼 별 의문 없이 스치고 마는 것들부터 시험관 아기나 심장이식, 혹은 잘 알려진 커피나 소금의 역사 등 다양한 내용들은 박학다식과 함께 소설 몇 권은 읽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궁금했던 것들을 목차에서 발견하고 페이지를 넘겨보거나, 우연히 넘긴 페이지에서 궁금 하지조차 않았던 것을 발견하고 읽어 나가다보면 달짝지근한 것을 나만 아는 곳에 숨겨두고 야금야금 하나씩 빼먹는 은밀한 재미랄까. 나만 알고 있는 특정장소에 살금살금 오고가며 하나씩 무언가 가질 수 있는 그런 재미랄까.

<17~18,거울>먼 옛날부터 금속 거울이 사용되었다. 시돈에서 제작된 유리 거울을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플리니우스로 추정된다. 초기 황제 치세하에 로마와 브린디지의 유리제조공들은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방인들의 침입 이전에 그들 중 몇 몇은 베니스로 몸을 피했다. 15세기부터 주석과 수은 합금을 칠한 유리 거울은 영광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다. 카트린느 드 메디치의 가구목록을 보면 한 캐비닛 안에 베니스 거울 119장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17세기 중반까지 거울에 수은을 칠하는 기술은 일급비밀이었다. 1660년 콜베르가 베니스의 유리공들을 파리로 불러들였다. 그는 유리와 거울을 제작하는 이 베니스인들에게 여러 가지 특권을 부여해주며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책 속에서>

눈앞에 있는 무언가가 궁금할 때 그냥 지나치는 편인가. 아니면 알아보고자 노력하는 편인가. 알아본다면 어떤 방법으로 알아보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검색하면 되는 데 뭘~"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컴퓨터의 모든 검색의 결과는 누군가가 입력해두어야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컴퓨터가 인간의 기억을 웃돌고 어마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결국 인간의 머리나, 그 머리에서 비롯된 지식이나 감정이 컴퓨터를 지배한다.

결국 우리가 컴퓨터의 검색을 통해 알게 되는 정보는 사람이나 책이 키워드의 핵심인 셈이다. 컴퓨터에서 원하는 정보를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어도 머리가 요구하는 만큼에 불과 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522가지 이야기는 좀 더 넓은 검색을 열어가는 그 키워드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혹자는 사소하면서도 별것 아닌 것을 굳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현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것만을 뽑아 낼 수 있는 기술까지 필요로 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사소한 것들이 그 시대에는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의 생활전반에 계속 이어져 흐르고 있다. 또한 무엇이든, 어떤 물건이든 전혀 근거 없는 곳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이미 있는 것에서 만들어지고 유래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모든 것들도 훗날 다시 이렇듯 책 한권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힌트를 얻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회전의자>투시력을 지닌 정치가, 인쇄업자, 신문기자, 저술가, 철학자, 과학자 등이 벤야민 프랭클린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이다. 그는 우리 일상생활에 이용되는 실용적인 물건을 개발한 발명가로도 유명하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분야인 전기 관련 분야를 실험을 하면서 프랭클린은 피뢰침을 발명했다. 그 결과 그의 집은 아무리 번개가 내리쳐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또 나무로 된 오픈 난로를 발명했다. 또한 독서가들의 꿈이었던 흔들의자를 발명하여 따뜻한 난로 앞에서 마음껏 독서할 수 있도록 했다. 생애의 50세로 접어들면서 책에서 눈을 뗄 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그에게 생겼다. 이때의 불편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는 이중 초점 안경을 발명했다. - <책 속에서>

사람들은 족보라는 것을 본다. 태어난 내력을 알고 싶을 때 족보를 펼쳐 보지만 이 족보가 사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물건이나 사회관습에는 그것의 탄생과 발전, 영향 등이 당연히 제각기 다른 배경으로 숨어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족보랄 수 있겠다. 이들의 족보는 이들 것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관습이나 풍습, 물건의 족보는 그 사용자인 우리들의 족보에 깊게 여러 형태로 관련한다.

프랑스인이 저술하였으며, 프랑스에서 출간되었기 때문에 어쩌다 간혹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저술된 부분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옥의 티'다. 이점만 감안하여 읽는다면 좀 더 알아지고 싶은 일상의 모든 것에 대한 훌륭한 키워드다.


인류가 먹은 최초의 채소는 양파였다. 4000년 전부터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재배됐다." "음주운전 적발도구가 된 알코올 측정기는 1961년 5월 1일 독일 드라위게르베크 회사가 알코올중독자 진찰도구로 처음 개발했다." "최초로 타자기로 소설을 쓴 작가는 마크 트웨인, 속기를 활용한 작가는 찰스 디킨스, 셰익스피어 문학의 출발점은 다른 곳이 아닌 선술집 '머메이드 테번'이었다."

"발자크는 <결혼 생리학>이라는 저서에서 가장 원만한 부부생활을 위해 부부가 택할 수 있는 침대 사용법 세 가지를 꼽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세 가지 방식이란 한 방에서 한 침대를 쓰는 법, 방도 따로 침대도 따로 쓰는 법, 한 방을 쓰되 침대는 따로 쓰는 법을 말한다. 그는 자신은 첫 번째 방식으로 살고 있지만 사실은 두 번째 방법을 더 선호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제롬 카르코피노의 <로마의 일상생활>을 보면 발자크가 제정로마시대의 관습을 체계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책 속 내용 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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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장윈청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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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만약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스스로 옷을 입고, 세수를 하고, 밤을 꼬박 새는 한이 있더라도 어머니 대신 셋째형의 몸을 돌려 줄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 드려 편안한 잠을 주무시게…. 내가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어머니의 얄팍한 어깨에서 무거운 물통을 내려 내 어깨에 지겠다. 어머니 대신 남의 집 일을 할 것이다. 어머니가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때 분연히 일어서겠다. 어머니를 건장한 내 뒤에 세우고 그 악인에게 호통을 칠 것이다.

내가 만약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전력을 다해 일하고 돈을 벌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가장 드시고 싶어 하면서도 차마 못 사시는 바나나를 사드리고 행복하게 모실 것이다. 내가 3일만 살 수 있다면 그동안 부모님과 다른 가족에게 진 모든 빚을 돌려드리고 싶다.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책 속에서>


무심히 보내 버리기 일쑤인 우리의 3일이 윈청에게 주어진다면…. 윈청의 이런 소박한 꿈은 사실 처절한 바람이다. 이미 예정된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하고 싶고 자신을 세상에 낳아준 어머님을 위해서 살고 싶다고 고백하는 책, <3일만 걸을 수 있다면>은 한 인간의 처절하고도 따뜻한 바람이자 기록이다. 그리고 흔들리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다.

3세 때부터 근육병을 앓기 시작해 이제 물 한 컵조차 자신의 의지로는 들어 올릴 수 없는, 게다가 28살에 예정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아름다운 청년 윈청이 단 3일만이라도 걸을 수 있다면, 이루고 하고 싶은 절실한 바람이다.

윈청은 어려운 집안 형편과 온몸이 마비되는 병으로 정규교육이라고는 단 하루 받는데 그쳤다. 그러나 윈청은 세상에 따뜻한 희망을 전하는 작가가 되기 위하여, 사형수가 죽을 날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예정된 죽음을 가지고 살아가며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쓸모(?)를 위하여 독학으로 글을 깨우쳤다.

하루 더 사는 만큼 점점 더 심하게 마비되어가는 몸으로 죽음 직전까지 이르며 한 자 한 자 글자를 쓰고 글을 썼다. 이 책은 아름다운 청년의 따스한 삶의 기록이다. 희망의 메시지다. 몸은 비록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강한 의지로 영원한 삶을 일구어낸 한 생명의 위대한 기록이다.

좁은 방안에 수북이 쌓인 빈 링거병들. 팔뚝에 달고 살다시피하는 링거로 인해 핏기가 가신 손은 아프도록 퉁퉁 부어올랐다. 펜을 쥐는 것조차 힘들다. 글을 몇 자 쓰기도 전에 손가락은 금세 굳어져버리고, 마비된 손 위로 쏟아지는 동통을 달래려고 남은 한 손을 들어 쓸어내리는 것도 여간 힘든 노릇이 아니다.

그렇게 6년이 넘은 시간 동안 하루 같이 17만자를 써내려갔다. 겨울에는 가끔 펜을 들 때도 움직임이 원활하지가 않다. 30초 정도 시간을 들여야 편안한 손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바로 움켜쥐는 것도 불가능해서 조금씩 조금씩 힘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래서 매번 밥을 먹은 직후, 글을 쓰곤 한다. 그때가 그나마 몸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열이 나면 온몸이 찬 물을 뒤집어 쓴 듯 와들와들 떨린다. 명치가 아프고, 등도 아프고, 특히나 머리가, 뭔가를 생각하는 것조차 괴로울 정도로 지끈거린다. 하지만 나는 펜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한 번 열이 났다 하면 제때 약을 쓰더라도 일주일은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일주일 동안은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 그건 안 돼! 2시간 안에 갖가지 증상이 나타나 나를 괴롭히지만 200, 300자라도 더 써놔야 한다. 글을 마치고 나면 곧장 더욱 극심한 고통과 피로가 몰려오고 주의력은 온통 불편한 몸 상태로 쏠린다. 나는 서둘러 잠자리에 몸을 누이고 잠들기 전, 내가 쓴 글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면서 단잠에 빠져든다. <책 속에서>


글자 한 자 쓰는데 6분, 하루에 77자의 글씨를 쓰고 다시 고쳐 썼다. 이렇게 씌어진 17만자는 2003년 13억 중국인들을 울렸다. 그리하여 장윈청이 2004년 4월 10일, '2003년 올해의 아름다운 중국청년상'을 받을 때 시상식장에서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13억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린 장윈청은 이미 희망의 메시지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자신의 의지라고는 거의 없다시피한 3세에 앓기 시작한 불치병을 원망하며 자포자기하는 대신 받아들이며 사는 날까지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상과 꿈을 가진 장윈청. 이미 사형날짜를 알아버린 사형수 같은 운명의 윈청은 운명을 원망하는 대신 도리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하루 종일 한 칸 방에서 혼자 글씨를 터득하고 작문법을 공부하였다. 이상이야말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으며 작가로서의 꿈을 향하여 처절하게 싸웠던 것이다.

윈청은 물 컵조차 자신의 의지로는 전혀 들 수 없는 그런 사람이다. 하루 종일 한 칸 방에서 늘 보고 자랐던 풍경만을 보고 살아 갈 뿐이다. 어쩌다가 어머니 등에 업혀 바람을 쐬러 가면 그동안 형에게 불편한 상황이 되었을까 조바심이 난다. 자신도 이미 병을 앓고 있어서 점점 마비되어가는 불편한 몸이지만 더 불편한 형의 몸이 마비될까봐 밤새 형의 몸을 돌아 뉘어 준다. 자신은 정규교육을 단 하루라도 받아 보았지만 그나마도 가져 보지 못한 형을,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형을 가엽게 여긴다. 그리고 고단한 몸으로 살아가는 어머니가 가련하다. 그래서 윈청은 만약의 꿈을 꿔본다.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장윈청의 이야기는 "안됐다"의 심정과 막연한 동정으로 읽혀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윈청은 우리들의 막연한 동정을 받을 만큼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이상을 가지고 절망적인 삶을 굳은 의지로 발효시켜 우리에게 제대로 된 희망과 삶을 보여주고 있다.

책 속 내용들은 윈청의 삶에 대한 건강한 감사, 강인한 의지, 식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간절한 바람들이다. 한 자 쓰는데 6분이 걸렸을 그 처절한 윈청의 의지가 투병과 함께 감동으로 펼쳐진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 정말 수만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4년 전만 해도 저는 담을 의지해서나마 꽤 멀리까지 걸을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지금은 단 한발자국도 걷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살아 있기만 하면 이 사회를 위해 뭔가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두 다리가 없다면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서문에서, 1996, 6월 장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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