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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 미래를 위한 자기발전 독서법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좋은 책은 두 번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작가에 의해서 한번은 독자에 의해서다"-안상헌의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5.자신만의 밑줄을 그어라' 중에서
'나는 어떤 독자인가.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가. 단지 책이 나에게 '좋은 책'이기만을 바라는 건 아닌가. 나의 책 읽기는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좋은 책을 거듭 나게 할 수 있는가. 나는 책을 통하여 어느 정도의 골수를 취할 수 있는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에 어떤 사람이 내게 인터넷의 화려한 클릭을 격찬하며 종이책이란 이제 박물관에나 전시되고 말 유물 취급하며, 책을 끼고 사는 사람들을 시대를 거슬러 퇴행하는 사람쯤으로 안쓰러워했다. 그는 다시 의기양양하게 덧붙이기를 "학생들의 교과서마저도 사라질 것이다. 머잖아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선생님은 컴퓨터를 통하여 모니터로만 공부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책읽기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으며 이제 책읽기는 더 높은 비중으로 점수와 연결되었다. 또한 '책을 위한 책들'이 최근 몇 년간 많이 나왔으며, 인터넷에서 폼 나고 똑 부러지게 글 쓰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까지, 소비자(?)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나오는 책들 앞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거듭 탄성을 지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몇 년 새, 책은 참으로 다양해졌으며 개성이 뚜렷해졌다. 책을 위한 책들도 많이 보이고, 글을 쓰기 위한 책도 많이 나오며, 이런 인터넷 공간에서 공감의 애정으로 탄생한 책까지, 누구나 자기의 전공 분야에서 애정과 열정이 뒷받침되면 다시 책으로 만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의 수다스러움-사는 이야기나 개인 블로그의 일상 이야기- 그 속의 진솔까지도 애정이 깃들어 있다면 책이 될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우리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맘껏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상헌의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미래를 위한 자기발전 독서법>은 책이 좋아 책을 늘 끼고 살며 책읽기에 전문적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읽기에 대한 여러 각도의 견해를 밝힌 글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책에 미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책이 좋아서 책에 미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또한 책과 사귀고 싶지만 막연히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책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그 길잡이라고 해도 좋겠다.
"책읽기, 그 내공을 쌓는데 훌륭한 길잡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급이면 좋은 책을 선택할 수 있는 법, 가급이면 같은 책을 읽더라고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며 읽어 나가며 자기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좋은 책을 읽었으면 나만의 글로 만들어 보는 것…. 말하자면 책에 미치더라도 제대로 미치자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잡기 중에서 책으로 시간 보냄을 제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방식과 안목을 제시하여 주는 책이다.
고백하건대, 그간 책이라면 어지간히 달려들어 볶아대며-밑줄 긋고, 떠오르는 생각들도 수없이 적어가며, 이리 저리 끌고(? 들고)다니며- 보았음에도 나의 책 읽기는 그다지 생산적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이 책 속에서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은 다른 책을 읽는 중에 곁들여 틈틈이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다시 보면 또 다른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은 절대로 책장에는 꽂아지지 못할 성 싶다.(가까운 곳에 두고두고 자주 보기를 희망하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제시하는 50가지 주제마다 달고 있는 부제가 좀 더 구체적인 책읽기 실천 방법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저자의 독서노트가 들어 있는데 한 작품에 대한 짧지만 함축적인 메모에서 얻어지는 것들도 많다. 저자의 풍부하고 다양한 상식을 곁들인 내용들은 전체적으로 쉽다.
혹자는 물을지도 모른다. "책읽기도 생산적이어야 할까? 그냥 좋으면 읽고 감동하고 말면 그만이지. 재미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지.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뭐가 될 것도 아니면서 그냥 일반 독자일 뿐인데 재밌으면 되는 거 아냐?…."
맞다. 책읽기는 그냥 우선 재미있어야 하며 읽는 동안 기분 좋고, 읽고나서 기분 좋으면 그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꼭 그럴까? 아니 가급이면 책을 읽으며 좀 남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자기만의 남다름을 이 책은 바라고 있다.
사실, 우리에게 널려있는 정보는 무한하다. 이 책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몇 번이고 재탄생 할 수도 있고 묻혀버릴 수도 있다. 누구나 활용하기 나름일 것이다. 이 책은 뭐 거창하게 어떤 용어들을 쓰지도 않는다. 그냥 저자의 순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뿐인데 왜 자꾸만 매력이 느껴지는 걸까? 선택하여 느끼는 사람의 몫으로 돌린다.
각 주제마다 곁들여 둔 독서노트도 꽤 쏠쏠하다. 나도 한때 보았던 책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책도 만난다. 저자보다 내 스스로 훨씬 멋있게 정의 내려버린 책도 만나며, 나는 이 생각을 왜 못했던가 싶어지고, 짧게 메모해 둔 노트에 감탄도 하고, 그러면서 역시 나는 책에 미쳐 사는 보람을 인생 최대의 행운으로 오늘도 자족한다. 그리하여 다시 들볶아대며 책을 만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책에 메모를 하거나 줄을 긋는 것이 책을 망치기라도 하는 양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룬다. 각자 개성이겠지만 책을 지나치게 소중하게 생각해서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비싸고 좋은 술을 장식장에 진열만 해놓아서는 술의 진정한 맛을 음미할 수 없다. 꺼내서 마셔봐야 술맛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에서
저자의 말처럼 나에게 좋은 책이란 밑줄을 긋고, 다시 거듭 그어가며, 관련한 것이 생각나면 메모해 두기도 하고,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여백에 몇 줄 생각나는 안부 글이라도 적어보고… 일도 해야 하고 책도 마음에 맴돌고 일 하는 틈틈이 여기저기로 끌고 다니며, 들볶아가면서 보는 책… 이런 책을 나는 좋은 책으로 생각한다.
이 책은 진즉에 나에게 속내를 들켰는데, 여전히 들볶아대기를 틈나는 대로 하고 있는 그런 책이다. 좋은 책이란 또한 수시로 펼쳐 들기를 희망하는 그런 책일 것이다. 문득 펼친 페이지에서 또 다른 것을 알게 하는 책… 펼칠 때마다 새로운 내용에 다시 밑줄을 긋고 그었다. 수많은 밑줄 긋기에서 자기 발전으로 가급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 것, 무엇보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인데 그 활용법이 이 책 어딘가에 있었다. 앞으로 종종 펼쳐 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책이다.
문득 다시 펼쳐든 페이지는 '홀로서기 50'이라는 독서 노트다.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 GS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기업 등에서 강의 중인 저자는 강의안을 만들거나 어떤 주제로 고민할 때 책을 참고삼는다고 한다. 어떤 일에나 자신만의 키워드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책읽기에도 자신만의 키워드의 필요함을 강조한다. 자신만의 키워드를 통하여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 생각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책읽기를 혁신함이라.
"안상헌… '책 읽기는 자신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다'. 현실을 벗어난 공허한 메아리 같은 책읽기를 탈피하고 자신의 생활과 책읽기를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들을 찾아가는 것이 그가 책을 읽는 이유다.-책표지 저자 소개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