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산책자의 변명
김병익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바빠 죽겠다'에 내리는 처방, '잠시 한걸음 멈추고...'

정작 무엇에 그리 바쁜지도 모르면서 "바빠 죽겠다"가 입에 붙었었다. 가게서 집으로 오고 가며 '가게일 틈틈이 아이들', '집안일 틈틈이 가게일'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며 어린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안 바쁘면 그게 더 이상할 거야. 그런데 일을 가진 엄마들이 많은 것처럼 가게와 집만 오고 가면 그냥 바쁘고 말텐데 스스로 저것이 궁금하고, 이것도 하고 싶은 촉수 높은 호기심이 문제다.

'느릿느릿 달팽이'를 들여다보면 느린 자신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세상에 대한 촉수를 자주 내민다. 바라보고 있다가 장난기가 발동하여 '툭~!' 손으로 건드리면 재빨리 접어 넣는 순간 다시 촉수를 내민다. 달팽이의 촉수에서 나의 호기심, 스스로 조급해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내 스스로 바쁜 걸 만들고 자처하고 정신없이 살아내며 '바빠 죽겠다'인 것이지 그 바쁜 만큼 이룸이 많거나 작은 이룸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것이다.

나는 매일, 매순간 무엇에 그리 바쁜가. 어느 날 누가 나에게 나로서는 섭섭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섭섭하다고 말하며 돌아서고 보니 그 사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탓할 것이었다. 남들에게 이름 한 번 더 남기자고 바쁘게 움직이는 한동안 스스로의 마음 속 이야기는 방치되어 있었다. 무엇에 그리 들떠 있었던지, 스스로 자책하며 돌아보는 지난날은 씁쓸하다. 그러나 덕분에 바쁘게 내달리던 생활에 쉼표 하나 잠시 찍어 본다.

'바빠 죽겠다'와, 잠시라도 손에서 책이나 일을 놓으면 퇴보하는 것처럼 조급해지기 일쑤인 자신에게 잠시 쉬어 볼 것을 처방하는 마음으로 선택하여 읽은 것이 김병익 산문집 <게으른 산책자의 변명>이다.

호흡이 다소 느리다. 느린 호흡으로 바라보니 나의 호흡은 그간 너무 숨 가쁘고 거칠었으며 가다듬을 틈조차 없어 걸러지지도 않기 예사로 하였다는 것을 본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늘 자신에게 있다.

느린 호흡, 김병익 산문집은 편안한 글들이다

<게으른 산책자의 변명>은 젊은 날에 한 출판사를 이끌며, 혹은 글을 쓰며 열심히 살아낸 한 언론인의 산문집으로 휴일 날, '아점(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한잔 타들고 펼쳐들어 읽기 시작하였는데, 이 책은 나처럼 매사에 조급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한가로운 휴일에 읽으면 바쁘다는 변명으로 잊고 살았던 것들을 제대로 돌아보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다.

저자 '김병익'은 1975년 도서출판 '문학과 지성사'를 창간하여 수많은 책을 만들어 내는데 젊은 날을 바쳤다. 2000년에 25년 넘게 열정을 바치던 출판사(문학과 지성사)의 대표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주고 이젠 은퇴자로서, 이미 젊은 날을 열정으로 살아 온 사람으로 다시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나 지난날을 돌아보는 글들이 이 <게으른 산책자의 변명>의 글들이다. 문학과 지성사의 책들을 통하여 많은 것을 얻은 독자들이라면 그 책들을 만들어 낸 사람이 지난날을 돌아보는 글들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은퇴 후, <동서문학>과 <동아일보>에 '김병익 칼럼'이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가벼운 에세이들이나 미발표의 글 몇 편을 묶었다. 동아일보를 통하여 이미 읽었던 글들도 보이지만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다시 만나는 느낌이나 반가움은 또 다르다. 이제는 바쁘게 달리는 것에서 스스로 물러나 가볍게 산책하면서 삶을 돌아보고 깊이 있는 삶에 한 발 딛게 하는 그런 글들이다. 자~ 바쁨을 잠시 접고 느리게, 느리게 머물러 보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첫 번째 장 <길들이기>의 글들은 삼십여 년간 머물던 연신내 땅집(저자 스스로 개인 주택을 이렇게 말함)에서 얼떨결에 일산 신도시 복합 주상아파트로 이사하는 과정을 적은 '헌 것 버리기'부터 시작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사 이야기지만 이 글을 통하여 저자의 삶과, 일을 놓고 난 후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는 마음가짐이나 과정을 볼 수 있다. 휴일에 세수 안하고 얼마든 뒹굴어도 마음 편안한 것처럼 편안한 글들이다.

이사를 가기 위해 헌것을 버린다. 누구에게 소용되는 것이 있으면 넘겨주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린다. 버리기, 남에게 아낌없이 주기, 하나씩 개별적으로 넘겨주는가 하면 수백 권의 책을 한꺼번에 실어 대학 도서관에 기증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얻는 것은 이제는 젊음을 보냈지만 정년의 나이에 다시 새로운 삶에 스스로를 길들여 살아가는 것이다. 살 집을 옮기면서 몸도 새로운 도시로 가지만 글들에서, 일에서 물러난 노년의 삶, 그 새로운 길에 대한 심정을 읽는다.

젊은 날 달리는 차 안에서마저 바쁘고 달려가기에 조급해야 했다면 이제는 한가로이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작은 깨달음을 구한다. 바쁘게 달리면서 못 보았던 것들이 이젠 비로소 보인다. 그래서 고리를 물고 다시 이어지는 글들은 '물러나있음을 누리기', '느리게 살기', '자전거타기', '디지털 익히기', '사람-읽기의 즐거움' 등 아홉 편의 신변잡기적인 글들은 글쓴이를 솔직하고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두 번째 장의 글들은 타인들, 혹은 다른 존재들과 그 소통을 위한 길트기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리하여 저자가 이 땅의 지식인으로서 바라보고 판단하는 냉철한 비판의 글도 많이 보인다. 소득의 불균형과 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지금 이 사회를 저자는 타인에 대한 정상적인 소통 대신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 앞세우다 보니, 혹은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으로 타인을 향하여 문을 닫아버린 '자폐증'적인 병으로 간주하여 이렇게 말한다.

"나의 이익만 눈앞의 목표로 설정되어 있지 너와 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이익, 너와 나를 뛰어 넘는 공동체적 이익에 대한 고려는 거의 하지 않고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이처럼 혼란스럽고, 토머스 홉스의 말처럼 만인이 만인에 대해 이리가 되는 상태에 빠졌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집단과 집단, 지역과 지역, 세대와 세대, 너와 나 사이에는 처지와 생각을 바꾸어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사유법이 개입되지 않고 있다."-<'우왕좌왕'에서 '역지사지'로> 중에서

세 번째 주제 글들은 문단에서, 혹은 책을 만드는 출판인으로서 오래 머무는 동안 인정과 지성을 나누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인데 같은 출판인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서출판 범우사' 윤형두 사장에 대한 글이나 예술적인 책의 기준, 그 잣대를 읽을 수 있다. 하루하루 조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과, 이 책의 저자를 우선 만나 볼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의 글이 본문에 나온다.

"낚시꾼인 소설가 홍성원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며 생각을 하고 정리를 한다는 말을 부인하면서, 사실은 찌만 바라보며 물고기와 씨름을 하는 데 신경을 쓰기 때문에 머리가 텅 비고 생각들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내가 느리게 걷는 산보를 해보고서야 그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의 이런저런 것들을 비워내고 내면을 맑게 청소하는 일이 사실은 끊임없이 반추하고 뒤집고 다시 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글을 써야 할 때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하게 되는 대부분의 기회를 바로 이런 게으른 산책길에서 얻어내곤 했었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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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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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병원이나 제약회사는 공급자, 우리들은 다만 그 수요자일 뿐

"나는 '윌'을 먹는다. 헬리코박터를 없앤다는 요구르트 음료 말이다. '윌'을 먹는 이유는 내 친구인 홍혜걸이 텔레비전에 나와 먹으라고 권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 음료가 악의 온상인 헬리코박터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그런 특수한 기능이 있으니 '윌'의 가격은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보다 1천원 더 비싸다. …사실 내가 학교 다닐 무렵만 해도 헬리코박터가 나쁜 균이라는 얘기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1994년, 헬리코박터는 위염과 위궤양, 심지어 위암까지 일으키는 나쁜 균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거다.

우리나라 인구의 54.3%가 헬리코박터에게 감염되어있는데, 왜 극히 일부에게서만 위암이 발생하는 걸까?…" -'헬리코박터가 유죄인가' 중에서


또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헬리코박터를 가지고 있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80~85%가 헬리코박터 보균자임에도 위암 발병률은 우리나라의 100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교수나 의사들은 위암의 주범으로 헬리코박터를 몰아붙인다. 사회에 떠도는 것처럼 정말 헬리코박터가 위암의 주범일까? 헬리코박터를 물리치는 것만이 위암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비단 헬리코박터뿐이랴. 이 책으로 만나는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제약회사가 건강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이런 걸 잘 알면서도 의사들이 묵인하거나 협력하는 실정을 저자는 근거 있는 자료 제시와 함께 낱낱이 들려준다. 솔직하고 시원하여 통쾌하지만 한편으로 제약회사의 이익에 좌지우지되는 소비자로서 환자라는 사실에 씁쓸해지기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세이의 법칙'을 적용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의사와 제약회사는 다른 직종처럼 이익을 먼저 앞세우는 공급자에 불과하고, 병원에 가든 약국에서 약을 사먹든 우리들은 소비자에 불과하다는 걸 씁쓸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좋은 예이다. 의사들이 제시하는 콜레스테롤이나 당뇨수치는 과연 절대적인 수치인가. 진실로 환자들을 염려한 양심적인 수치인가.

콜레스테롤이든, 당뇨든 정상수치라고 제시하는 수치에 10%만 더하거나 빼내면 조금 전까지 정상수치에 있던 사람들 중 몇 퍼센트는 고혈압 위험환자가 되고 당뇨위험수치에 들게 된다. 이걸 이용하여 제약회사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때 의사나 제약회사의 주요 고객인 우리들은 소비자에 불과하고 속된말로 '봉'인 것이다. 진실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오래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게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보편적인 믿음과 어긋난다고 해서 꼭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병에는 귀천이 없다? 정말 그럴까?"

변비, 설사, 대머리, 치질….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것이면서 쉽게 드러내놓고 말하기 꺼리는 것들을 두 번째 장에서 말하고 있다. 이런 질환들은 우선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그냥 방치하면 건강한 생활을 방해한다. 당연히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의사들이 먼저 전공을 꺼린다. 점잖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리하여 선뜻 치료하지 못하여 음지의 질환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위와 간의 병에 대해서는 첨단과학을 이용한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지만, 변비의 치료법은 예나 지금이나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고, 치질의 치료는 '뜨뜻한 물에 엉덩이를 담그는' 게 고작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음지의 질환을 천시하는 풍토, 과연 이대로 좋은가.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병에 귀천이 없는 건강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

이 음지의 질환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누구나 쉽게 고민을 해결하고 떳떳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배려해주는 글들이 두 번째 장에 해당한다. 특히 많은 아이들이 누구나 당연히 거치는 '틱(Tic)'에 대한 의사들의 횡포를 들려주는가 하면, 변비에 관한 이야기 중에 변비를 줄이기 위한 변기형태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나, 공중 화장실 사용시간 제한 같은 주장은 다소 엉뚱한 듯 하지만 획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에 박수를 보냈다.

'탈모 그 슬픔의 대안'에 관한 글은 탈모나 대머리에 대한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아 특별한 줄긋기를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탈모의 원인에 샴푸사용은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탈모와 관련하여 '유언비어 전쟁'이란 글을 보면 우리가 근거 없이 떠도는 말들에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맹신하여 잘못된 정보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음을 반성하게 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게 개인적인 주장이다. 우리 몸의 질병에 대해 가려운 곳을 이렇게 속 시원히 긁어준 책이 언제 있었던가. 그간 우리가 이런 저런 증상에 대해 궁금하여 찾아보는 책들은 어려운 의학용어와 함께 증상과 치료법을 나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어느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들로서 읽고나도 미심쩍기는 여전하였었다. 그러나 이 책은 솔직하며 시원하다.

세 번째 장 <바른 생활을 하자>의 글들은 몇 번이고 참고하였으면 좋은 것들이다. 우리들에게 가장 많이 적용되면서 사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으로 이야기 되지만 실상은 우리가 다소 잘못 알고 있는 것들로서 '건강한 삶'을 위하여 무엇보다 세 번째 장의 이야기들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우리 스스로 몸에 대한 주치의가 되어 건강하고 이성적인 삶을 위해 실천했으면 좋은 것들이다.

도대체 어떤 것들을 다루었기에?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하여 열거해보면 이렇다.

"▲육식과 채식, 육식은 과연 해로운가 ▲ 암 예방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오랫동안 감기약으로 써 온 PPA와 광우병 ▲포경수술에 대한 진실, 포경수술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포경수술의 역사, 포경수술 이로운가? ▲최고 정력제는 두엄? 정력에 대한 진실과 정의 ▲콘돔만이 살길이다. 콘돔을 쓰자 ▲제왕절개 선진국 우리나라, 무엇이 문제인가 ▲ 늦게 자라는 아이, 성장클리닉에 가야 하나? ▲ 비타민, 제대로 알자. 비타민 보편적으로 꼭 먹어야 하나.

솔직한 사람이 좋듯 솔직한 책이 좋다

좋은 책의 조건중 하나로 "재미있는 책"을 꼭 말하고 싶다. 특히 이런 전문적인 분야의 내용으로 일반인을 독자로 한 '실용서'라면 깊으면서 실속 있는 정보 못지않게 흥미로워야 하지 않을까. 특히 실용서는 많이 읽는 것이 대수이랴. 한권을 통해서라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참고삼기위해 밑줄을 많이 긋는 책. 정독을 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거나 나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사람처럼 내가 늘 알고 싶었는데 속 시원히 그 정보를 들려주는 책이었으면 더 좋겠다.

시원하고 솔직하여 만남이 유쾌한 사람처럼 속 시원한 책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거듭 확인하였다. 요즘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을 꼭 읽어 볼 것을 권하곤 한다. 이 책은 제목부터 우선 재미있어서 읽어볼 것을 유혹하더니 두고두고 펼쳐보면서 참고삼았으면 좋을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시원하게, 그동안 가려워서 답답하였던 것들을 속 시원히 긁어주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다른 사람에게까지 서슴지 않고 권하게 만드는 책이다.

하나가 예쁘면 다른 것은 덩달아 예쁘다고 문화적인 상식까지 인용하여 들려주는 것 또한 마음에 쏙 들어서 여간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위한 훌륭한 주치의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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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0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터님의 리뷴, 무슨 보고서 같아요^^

2005-09-06 0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녘 일상의 풍경
안해룡 지음, 리만근 사진 / 현실문화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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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를 쓴 노인이 꼴망태와 꼴을 메고, 한가로이 시골길을 가고 있다. 저 멀리 야트막한 산이 있고 노인 뒤에는 하얀 염소가 뒤따르고 있다. 벼는 쑥쑥 자라나 푸름을 더하고 있으며 작은 자갈이 구르는 한적한 비포장 도로에 지금이라도 버스 한대가 불쑥 나타나 먼지를 일으키고 달아날 듯 하다. 그럼 노인은 비켜서며 우리 쪽을 향해 설까?

북한의 일상을 담은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누군가 붙잡고, 묻고 싶다. 사진집을 펴기 전 이 표지를 보면서 산업, 문명이 덜 발달한 만큼 오염되지 않은 북한의 농촌 들녘을 생각했다. 또 말로만 들었던 친정 아버지의 고향 '함경남도 원산'을 막연히 떠올려 보았다.

▲ <북녘 일상의 풍경>표지 사진 '년로보장'
ⓒ2005 리만근
손가락 떨리는 강한 충격

"그럼 그렇지. 북한도 우리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칠순 친정 아버지께 실향의 세월은 얼마나 남아 있는 것일까? 하루라도 빨리 통일이 되어, 당신 소원대로 가고 싶을 때 가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데, 간혹 우리에게 전해지는 탈북자들의 말처럼 죽을 만큼이야 되겠어?..." 이렇듯 막연한 기대감을을 가지고 사진집을 열었다.

<북녘 일상의 풍경>이란 사진집의 표지를 장식한 이 사진의 제목은 '년로보장'이다. 우리말로는 '정년퇴직'에 해당하는 순수 북한용어로 정년퇴직한 노인이 한가로운(?) 북한의 들녘을 걷는 모습이다. 북한이라는 이질적인 공간에 대한 호기심에 사진집을 구했지만 우리 농촌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에 다소 실망했다.

그러나 책머리에 밝힌 사진가 '리만근' '안해룡'의 긴 말도 읽지 않고 우선 호기심만으로 설렁설렁 넘겨보다가 손가락이 떨리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더 할 말이 없었다. 더 느낄 감정조차 없었다. 다만 충격이었다. 사진집 속에 있는 사진들은 더러 보아왔던 우리의 1920년 1930년...동족상잔의 아픔, 그 피난민 시절의 모습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사진 설명을 따라, 혹은 사진마다 한쪽 귀퉁이에 새겨진 날짜는 11 6 '02...그러니까 2002년 11월 6일인가? 우리들의 뜨겁던 월드컵 함성, 붉은 물결. 물질적, 문화적으로 풍요 속에 있던 우리들의 붉은 함성이었다. 그해는.

그러나 우리의 한쪽은 더 모질게 살아내야 하는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쩜 저 노인은 친정 아버지의 어릴 적 동무일지도 모른다.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은 철저한 조직의 감시 속에서 살아 내 긴장되어 있고 자신의 남은 생을 보장해주는, 생명 줄이나 다름없는 염소를 묶은 끈을 바짝 거머쥐고 있다. 이 염소는 자신은 물론 온 가족에게 없으면 안 될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사유재산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북한에서 최근 몇 년 전부터 염소를 개인재산으로 허용해주고 있다.(염소 외에 몇 가지를 최소한으로) 그리하여 능력이 있는 가정에서는 염소를 사서 키울 수 있으며, 새끼라도 낳는다면 대단한 재산증식이다. 젖을 짜서 식구들에게 먹일 수 있으며,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장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다. 염소는 노인에게 그런 존재였다.

한가로움 뒤에 숨어있는 북한 실정 고스란히

다른 사진 한 장, 땔감을 둘러맨 사람이 어미염소 한 마리와 새끼 염소 두 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가고 있다. 어미염소는 제 머리보다 크게 퉁퉁 불은 젖을 헝겊으로 꼭 싸매고 있다. 젖몸살이라도 난걸까? 아니, 아니다. 새끼 염소가 빨지 못하도록 꼭 싸맨 것이다. 새끼 염소가 빨아 먹어치우면 가족에게 줄 것이 없다. 염소에게는 매정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살자면. <212페이지 사진, 염소젖싸개>

논 한 귀퉁이에 북한 주민들은 먹을 수 있는 '피'를 심고 거둬들여 식량이 바닥난 겨울에 '피죽'이나 '피 쌀'을 만들고 끓여 목숨을 연명한다. 식량이 부족한 북한 주민들에게 '피'는 버려진 잡초가 아니라 주린 배를 채워 목숨을 연명하는 소중한 곡식이 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한 뼘의 크기, 잡초 한포기라도 자랄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씨를 뿌린다. <128페이지, 피 수확/110 페이지, 뙈기밭 수수재배>

사진집의 표지 사진을 실제로 보면(A4 용지 크기에 가까움) 사진 한 장에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다. 능선보다는 계단식으로 밭을 개간해 한 톨이라도 더 거두어 들여야 하는 절박함과, 사람만큼 헐벗은 산일망정 귀한 땔감마련을 위해 오르내리는 헐벗은 사람들의 주린 배와 겨울바람 속에 드러난 맨살들이 보인다. 언뜻 한가로운 표지사진은 이런 북한의 실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진 한장 한장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마음 아프다. 걸러지지 않은 현실 그대로를 고스란히 알려주는 그 모습들을 통해 헐벗은 북한 보통 주민들의 실정을 보며 마음이 한참 아팠다. 할 말은 없지만, 무언가 끝없이 나오려는 말들을 참고 참아야했다. 지나친 나의 감상일까? 감시의 눈을 피하여 한 사진가가 셔터를 눌러 우리에게 비로소 알려지고 있지만, 미처 다 담지 못한 숨은 현실은 또 오죽할까 싶다.

꾸며지지 않은 '북한 민중 다큐멘터리'

이 사진집은 90년 대 말부터 10여 년간 북한에 머물게 된 어느 사진가가 렌즈를 들이 댈 수 없는 상황에서 숨을 죽여 가며 수천 번 눌렀던 셔터, 그중에서 103점을 묶어 낸 것이다. 우리의 서민에 해당하는 북한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비교적 다양하게 담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중 일부에 해당할 것이다. 미처 전해지지 못한 아픔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간 우리에게 알려진 북한의 자료들이 어떤 목적을 두고 제시된 선전용이었거나, 북한이 제시하는 일정 공간, 일정시간에 감시를 받으며 눌러진 셔터라면, 이 사진집 속에 있는 사진들은 발각되는 순간 생명까지 위험한 환경조건에서 조심스럽고 살벌하게 눌러진 셔터들이다. 그런 만큼 북한에서는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꾸며지지 않은 북녘 일상의 풍경, '북한의 민중 생활사 다큐멘터리'다.

북한의 민중들, 그 보통 사람들의 현실, 이제까지 어떤 곳에도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현실이 이 사진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혹시 이산이나 실향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월은 한없이 흘렀건만 가슴 속에서는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고향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사진집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겨울이면 추위에 떨고, 식량이 부족하여 굶주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혹은 그 때보다 더 헐벗은 산천을 보며 눈시울 적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픈 마음에 차라리 외면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김없이 우리의 한쪽이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정치보다는 살아가는 것들이 더 절실하듯 이들에게도 먹고 사는 것이 더 절실하다. 어떤 이데올로기를 떠나 우리들의 반쪽으로 우리들이 안아야만 한다.

리만근과 안해룡

▲ 북녘일상의 풍경
ⓒ리만근
리만근은 사진가다. 1990년 대 후반부터 수 년 동안 북한에 머무르면서 사진 촬영할 기회를 얻었다.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 일상을 꼼꼼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또 사진에 담겨 있는 세세한 정보들을 철저하게 확인하면서 메모했다. 그의 사진 작업은 남한 사람들에게 현재의 북한 모습을 정확하게 이해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에서 나온 산물이다.(책 앞표지 안에서)

안해룡은 사진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재일동포 민족교육 문제에 관한 기록 작업을 10여 년이 넘게 계속해 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한국과 일본의 잡지,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다. 그는 리만근의 사진 작업 속에 담겨진 북한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리만근과 수차례 만나면서 그의 체험과 기록을 정리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책 앞표지 안에서)

이런 사진집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사진집은 그 특성상 일부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끌다 보니 어지간한 소신 없이는 출간이 힘든 현실이다. 게다가 이 사진집에 있는 사진 103점은 그동안 어디에도 공개된 적이 없는 북한 민중들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 한 장마다 수많은 이야기가 나올 법 하다.

사진마다 촬영 장소, 촬영 년도, 북한 용어 그대로의 설명이 들어 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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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이권우 지음 / 해토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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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하는 것이라고는 책을 열심히 읽는다는 것뿐입니다. 이 책의 제목대로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갈 따름 입니다'… 제가 찾고자 하는 희망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책 읽기를 디딤돌로 삼아 더 나은 세상을 꿈꾸어 보자는 것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함께 손을 잡아 보자는 것입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특히 '쉬운 소개 글'로 책에 관심을 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도서 평론가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난, 언제나 저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또 저렇게 쉬우면서도 간결한 글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읽은 책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을까?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는 책이 좋아 스스로 '도서 평론가'라는 직업을 만들어 부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에 소신을 두고 있는 이권우씨의 세 번 째 책으로, 서평을 모은 '서평에세이집'이다.

방송이든, 이런 인터넷 매체든, '좋은 책 좀 많이 읽자'며 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도서 평론가가 '좋은 책'이라고 말하는 책은 어떤 것들일까? 소개하는 책들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몇 권쯤일까? 남들에게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는 글은 어떤 식으로 써야 할까?

이 책에서는 55편의 작품을 48개의 글로 만날 수 있다. 문학이나 고전, 사회과학, 예술은 물론 신화, 판타지, 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 못지않게 동양과 서양, 옛 시대와 현재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책을 사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 방법 중 하나는 어떤 책을 읽다가 인용하는 글에서 책이름이나 또 다른 저자 이름이 나오면 그 책을 잊지 않고 찾아보는 것이다. '확장의 독서'랄까. 이 책은 나의 그런 독서 방법을 맘껏 즐길 수 있게 하였다.

노혜경의 책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에 대한 글 제목은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누군가 좋은 책을 말해달라고 하면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점에서 이 서평에세이는 나를 불편하게 한 책이다. 그간 책을 읽어 온 나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였으니 말이다.

돌아보면 그래도 남들보다 책을 좀 많이 읽는 편에 속했으며, 늘 끼고 사는 편이었다. 한 권을 읽으면서 다른 읽을 책을 발견하고 다시 또 다른 책을 급하게 읽어 나갔다. 책을 읽고 난 후 간추려 메모하거나 생각을 정리하여 적어 두는 것에 게을렀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리석은 독서였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한 걸음 쉬고 잠시 정리한 뒤 다른 씨앗을 심었다면 훨씬 튼실한 열매를 맺었을 것인데…. 그때 이런 좋은 길잡이를 만났다면 좀 더 현명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서 좀 더 현명하고 체계적인 책읽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이 책 속에서 만나는 책들을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면 아래와 같다. 그러나 가급 선택하여 글의 맛을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글 뒤에 숨은 글(김병익), 사람풍경(김형경) 우리시대의 초상(이윤기), 암흑의 핵심(조셉 콘라드),손님(황석영),거세된 희망(폴리 토인비),한글세대가 본 논어(배병삼), 숲의 생활사(차윤정), 곶감과 수필(윤오영), 한국 철학에세이(김교빈), 신영복의 엽서,예술가로 산다는 것(박영택),검은꽃(김영하),만화로 읽는 사기(쿠보타 센타로),모차르트 평전(필립 솔레로스), 태평양 횡단특급(듀나),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조정육)…

나도 저자처럼 누군가에게 '이 책은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는 말을 완벽하고 자신 있게 해보고 싶다. 아직은 지나친 욕심이겠지만, 부지런히 읽고 모방하여, 나만의 색깔로 만들어 이왕 읽은 것 가급적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

'2005 한국출판연감'에 보면 지난해 일년 동안 국내에 총 3만5394종의 신간이 나왔다고 한다. 하루에 100권이 쏟아진 셈이다. 어지간한 책벌레들도 좋은 책을 일일이 만나 내 책으로 만나기는 그야말로 불가능하다. 마침 좋은 책이지 싶어 선택하였지만 쏟는 시간이 아까워 접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해 막연한 갈증과 필요성을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일상인으로서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막상 선택하였는데 기대와 먼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런 '서평에세이'는 '좋은 책'과 '읽어 볼 만한 책'에 대한 어떤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 좋은 책을 미처 다 읽지 못하지만 우선 아쉬운 대로 만날 수 있는 다행스러움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염두에 두면 좋은 것은 ▲이미 읽었던 책이면 저자의 마음을 엿보면서 나의 느낌과 비교해본다 ▲이미 읽어야 할 목록에 두었던 책이면 저자의 글을 통하여 다시 검토하거나 필요성에 따라 읽기를 결정한다 ▲이미 만났던 책 중에 그다지 재미있지 않아서 몇 쪽 읽다가 던져 둔 책이 보이면 글을 통하여 다시 꺼내 읽어본다 ▲낯선 책이름과 저자라면 염두에 두거나 서점에 가는 길에 검토하여 본다 하는 것 등이다.

이 책은 책의 세계에서 자주 기웃거리다가 얻은 대단한 보너스다. 소문난 책벌레가 수많은 책들 중에서 골라낸 책들이란다. 책벌레를 울고 웃게 하였으며 새로운 책으로 건너가게 하였다는 책들이란다. 그만큼 감동 깊은 책이어서 또 다른 독자들과 함께 교감을 하였으면 좋겠다고 자신 있게 추천하는 책들이다.

취미도, 특기도 직업도 책읽기라고 말하는 소문난 책벌레의 좋은 책을 같이 나누어 보자. 좋은 책을 어떻게 만나는지, 책과 어떻게 교감을 갖는지, 그리하여 또 다른 사람에게 어떤 마음 글로 추천해줄 수 있는지 함께 나누어 보았으면 싶다.

“정말, 뼛속까지 내려가 써보라. 그리하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맨얼굴의, 흉악할 수도 있는 자신의 낯선 얼굴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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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0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가능한 빨리 주문할지도^^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 - 르 피가로 기자가 쓴 지구온난화 뒤집기
장 폴 크루아제 지음, 문신원 옮김 / 앨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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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뜨겁다면 진짜 뜨거운 거야."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란 책 속에서 찾은 주제어인데 많은 뜻을 품고 있는 말이다. 지구촌 기상이변에 그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라니까."
기상이변 앞에 툭하면 지구 온난화(온실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말에 조금만 더 보태면 지구는 점점 갈수록 활활 불타오르고 결국 인간은 지구의 종말과 함께 파멸하고 말 것이다. 2100년이면 지구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말 지경이다.

그리하여 기상학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보통 시민과 정치인들까지도 '온실효과'란 말만 들어도 두려움에 떨 지경이 되었다. IPCC같은 엘리트 과학자 집단이 만장일치로 던지는 경고를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유엔의 후광 아래 전 세계 100여 국가에서 모인 회원들은 과연 최고 수준의 엘리트들이다... 생태학자나 정치 분석가, 경제학자, 사회학자등 '비 기후분야 전문가'들이 1천명 넘게 포함돼 있다.

이들이 내리는 평가는 기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기후 변화와 우리 경제와 생태, 사회, 정치에 가져 올 영향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기후 변화 그 자체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IPCC에서 기후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유능한 기후 전문가의 숫자는 100명을 넘지 않는다. '뜨거워지는 지구'의 미래를 이들 소수의 전문가가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이다.<책 속에서>


그런데 지구는, 정작 100년 사이에 불과 0.6도의 온도만 높아졌을 뿐이다. 그러나 지구촌에 재해가 발생하면 이들은 "날로 심각해져가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다. 정말 그럴까? 중국의 발전이 지구 전체를 위하여 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나라들은 이른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로서 그들 스스로는 절대로 오염수치를 낮추기 위하여 기꺼이 노력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들의 강한 세계적 입지 조건으로 그 이기의 특혜를 누린다.

전문 집단에서 내린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의 100년 사이 '0.6의 온도'를 일상적인 기온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물론 잘못이지만, 온도계가 발명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측정된 기록적인 수치에 비하면 0.6도란 얼마나 미비한가. 그럼에도 그간 있어 온 모든 자연재해의 주범은 '지구 온난화'요. 앞으로도 여전히 지구를 종말에, 인류를 위협하는 이 지구 온난화의 진실을 규명한다. 이 책의 주제다.

우리들은 올해도 예고 없는 게릴라성 폭우에 재산과 인명을 잃었다. 또한 이젠 본격적으로 태풍이 몰려오는 계절이다. 우리의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자연재해나 이상기후, 온도계가 평균 기온 '약간 위나 아래'만 머물러도 '오염된 환경=지구 온난화(지구 온실화)'를 들먹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말 지구 온난화가 대부분의 기상이변, 그 주범이며 막연히 불안할 만큼 위험한 수준인가?

2003년 프랑스에서는 폭염으로 1만5천명이 죽었으며, 같은 해 우리나라에는 초속 60m 최대풍속 매미가 130명의 인명피해와 5조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매스컴마다 지목하는 범인은 또 어김없이 '지구 온난화'다.

100년만의 폭염, 80년만의 홍수라…. 그렇다면 100년 전에도, 80년 전에도 이런 기상은 있었다는 이야기다. 원래 기상이란 이렇게 일정한 주기를 두고 변화하기 때문이며, 계절이란 아예 없었다고 한다. 또한 오염이 없던 시절에도 온난화는 당연히 있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프랑스의 살인적인 폭염 그 훨씬 이전인 1923년에 44.1도의 온도가 측정되었으며 지금까지 갱신이 안 되는 기록적인 대단한 더위다.

그런데도 툭하면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모든 문제를 뒤집어 씌운다. 지금처럼 산업이 발전하지 않은 지난날에도 기상이변은 늘 있었으며 그 기상 이변들 중에는 지금까지 기록이 갱신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그럼에도 이미 앞서서 일정한 기준의 고도성장을 끝마쳐 버린 선진 국가들은 '산업발전과 함께 하는 대기오염과 지구 온난화' 가 문제라고 여전히 말한다. 앞으로도 종종 우리나라나 중국 같은 나라들의 산업 발전의 조짐이 보일수록 그들은 더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뒤집어 지구의 기상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동안 환경전문 저널리스트가 들려주는 기상과 환경에 대한 흥미롭고 신기한 날씨 이야기는 재미있다. 날씨란 사실 우리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날씨를 예측해 온 역사는 고작 150년에 불과하며, 지금 현재 비교할 수 있는 참고자료까지 빈약하다고 한다. 지난 역사속의 날씨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저자는 우리들의 날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는 해소시켜 준다.

100년 전,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으로 변하던 파리 블로뉴숲이 있었다. 기원전 1만 년 전에 가라앉은 아틀란티스는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은 건 아닐까?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는 초원의 섬으로 온난화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얼음 섬이 되었다.

어느새 진짜가 되어버린 만약인가. 할리우드 엉터리 공포 영화들은 지구촌 사람들을 막연한 기후 공포에 시달리게 한다. 이 책은 환경전문가 저널리스트의 눈을 통하여 진실을 밝혀내고 이른바 국제적 소수 엘리트들의 자국적인 이익만을 위한 음모를 파헤친다. 이 책은 흥미롭고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냥 덮어버릴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을 제시한다.

기후전쟁. 왜 하필 베트남 전쟁에 비가 많이 내렸을까? 기후전쟁과 관련한 이야기는 미국 같은 선진열강들의 자국을 위한 날씨 이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외에도 알래스카에 미국이 세운 안테나망은 어떤 용도 일까?

세계열강들은 경제적으로든 전략적으로든 기후무기를 가지고 있다. 날씨를 조절하여 적을 물리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아프리카 주술사들은 가뭄을 적셔줄 비를 내려 달라고 불을 지폈으며, 제갈 공명은 동남풍을 빌었다. 미국은 베트남 전에서 공산군(베트공)에 밀리자, 그 당시 사이공으로 이어지는 길이 계속되는 큰비로 물에 잠기는 상상을 하였다. 그리하여 미군 수송기는 거대한 적운을 형성할 구름씨 파종을 위해 요오드화은을 싣고 태평양의 열대 구름띠 한가운데 투입되었으며 1970년대 초반, 계절풍이 불때마다 베트남 지역에 큰비가 쏟아졌다.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스트라디바리우스… 이탈리아의 유명한 현악기 명장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바이올린의 특별함은 당시 닥친 혹독한 추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17세기 말~18세기 초에 지구 대기가 급격히 냉각 되었는데, 스트라디바리가 바이올린을 만들 때 사용한 나무가 바로 이때 자란 나무라는 것이다. 추위는 나무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대신 그 밀도를 높였다. 여기에 장인의 솜씨가 더해져 명기가 탄생한 것이다.<책 속에서>

우리 가까이에서 늘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데도 날씨 관련 책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지구촌 환경을 염려하는 측면도 강하다. 그러나 중점적인 주제는 기상이변의 범인 지구 온난화에 대한 진실이다. 우리들이 예사로 말하는 지구 온난화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으며, 물론 전문가들이나 일부 엘리트 집단에서 결론짓고 제시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기상이변을 발생시키는 범인도 아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여전히 그들은 말할 것이다. "지나친 산업 발전에서 오는 지구 온난화가 문제야. 앞으로는 더 할 것이기에…."

환경전문 저널리스트이자, 파리 일간지인 르 피가로지 기자 장 폴 크루아제가 밝히는 진실을 통하여 지구촌 한사람으로서 기상에 대한 나의 권리를 찾고, 세계의 기상마저 자기들의 이익계산으로 좌지우지하는 열강, 선진국을 고발한다.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도 스스로의 오염수치를 줄이기는커녕 다른 나라의 발전을 음모하는 그들의 오만에 경고한다.

2100년 지구절반이 물에 잠긴다고? 이제 이런 막연한 두려움은 접어두고 그보다 기후가 무엇인지, 어떻게 변해왔는지 등 실질적인 것에 좀 더 눈을 돌리자. 매스컴이 말하는 대로 지구는 마냥 뜨거워지고 있는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한다. 또한 지금처럼 산업으로 인한 오염이 거의 없던 시절에도 자연재해는 주기적으로 되풀이 하였다고 한다. 그럼 막연히 두려워 할 것인가. 아님 대기의 온도 상승이 우리에게 끼치는 이로움과 해로움에 관심을 두고 우선 알아 볼 것인가?

지구는 진짜 뜨거워지고 있나? 언제부터 온실효과가 역적이 되었나? 바다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는? 이산화탄소가 문제일까? 메탄이 문제일까? 미국은 알레스카에서 무얼 하고 있나? 온난화 말고 한랭화가 찾아 올 가능성은? 지구 온난화를 이용해먹을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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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9-0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터님의 리뷰들만 다 읽어도 얻는 것이 너무나 많겠어요. 이 책도 얼른 담으러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