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나 제약회사는 공급자, 우리들은 다만 그 수요자일 뿐
"나는 '윌'을 먹는다. 헬리코박터를 없앤다는 요구르트 음료 말이다. '윌'을 먹는 이유는 내 친구인 홍혜걸이 텔레비전에 나와 먹으라고 권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 음료가 악의 온상인 헬리코박터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그런 특수한 기능이 있으니 '윌'의 가격은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보다 1천원 더 비싸다. …사실 내가 학교 다닐 무렵만 해도 헬리코박터가 나쁜 균이라는 얘기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1994년, 헬리코박터는 위염과 위궤양, 심지어 위암까지 일으키는 나쁜 균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거다.
우리나라 인구의 54.3%가 헬리코박터에게 감염되어있는데, 왜 극히 일부에게서만 위암이 발생하는 걸까?…" -'헬리코박터가 유죄인가' 중에서
또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헬리코박터를 가지고 있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80~85%가 헬리코박터 보균자임에도 위암 발병률은 우리나라의 100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교수나 의사들은 위암의 주범으로 헬리코박터를 몰아붙인다. 사회에 떠도는 것처럼 정말 헬리코박터가 위암의 주범일까? 헬리코박터를 물리치는 것만이 위암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비단 헬리코박터뿐이랴. 이 책으로 만나는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제약회사가 건강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이런 걸 잘 알면서도 의사들이 묵인하거나 협력하는 실정을 저자는 근거 있는 자료 제시와 함께 낱낱이 들려준다. 솔직하고 시원하여 통쾌하지만 한편으로 제약회사의 이익에 좌지우지되는 소비자로서 환자라는 사실에 씁쓸해지기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세이의 법칙'을 적용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의사와 제약회사는 다른 직종처럼 이익을 먼저 앞세우는 공급자에 불과하고, 병원에 가든 약국에서 약을 사먹든 우리들은 소비자에 불과하다는 걸 씁쓸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좋은 예이다. 의사들이 제시하는 콜레스테롤이나 당뇨수치는 과연 절대적인 수치인가. 진실로 환자들을 염려한 양심적인 수치인가.
콜레스테롤이든, 당뇨든 정상수치라고 제시하는 수치에 10%만 더하거나 빼내면 조금 전까지 정상수치에 있던 사람들 중 몇 퍼센트는 고혈압 위험환자가 되고 당뇨위험수치에 들게 된다. 이걸 이용하여 제약회사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때 의사나 제약회사의 주요 고객인 우리들은 소비자에 불과하고 속된말로 '봉'인 것이다. 진실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오래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게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보편적인 믿음과 어긋난다고 해서 꼭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병에는 귀천이 없다? 정말 그럴까?"
변비, 설사, 대머리, 치질….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것이면서 쉽게 드러내놓고 말하기 꺼리는 것들을 두 번째 장에서 말하고 있다. 이런 질환들은 우선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그냥 방치하면 건강한 생활을 방해한다. 당연히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의사들이 먼저 전공을 꺼린다. 점잖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리하여 선뜻 치료하지 못하여 음지의 질환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위와 간의 병에 대해서는 첨단과학을 이용한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지만, 변비의 치료법은 예나 지금이나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고, 치질의 치료는 '뜨뜻한 물에 엉덩이를 담그는' 게 고작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음지의 질환을 천시하는 풍토, 과연 이대로 좋은가.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병에 귀천이 없는 건강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
이 음지의 질환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누구나 쉽게 고민을 해결하고 떳떳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배려해주는 글들이 두 번째 장에 해당한다. 특히 많은 아이들이 누구나 당연히 거치는 '틱(Tic)'에 대한 의사들의 횡포를 들려주는가 하면, 변비에 관한 이야기 중에 변비를 줄이기 위한 변기형태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나, 공중 화장실 사용시간 제한 같은 주장은 다소 엉뚱한 듯 하지만 획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에 박수를 보냈다.
'탈모 그 슬픔의 대안'에 관한 글은 탈모나 대머리에 대한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아 특별한 줄긋기를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탈모의 원인에 샴푸사용은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탈모와 관련하여 '유언비어 전쟁'이란 글을 보면 우리가 근거 없이 떠도는 말들에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맹신하여 잘못된 정보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음을 반성하게 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게 개인적인 주장이다. 우리 몸의 질병에 대해 가려운 곳을 이렇게 속 시원히 긁어준 책이 언제 있었던가. 그간 우리가 이런 저런 증상에 대해 궁금하여 찾아보는 책들은 어려운 의학용어와 함께 증상과 치료법을 나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어느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들로서 읽고나도 미심쩍기는 여전하였었다. 그러나 이 책은 솔직하며 시원하다.
세 번째 장 <바른 생활을 하자>의 글들은 몇 번이고 참고하였으면 좋은 것들이다. 우리들에게 가장 많이 적용되면서 사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으로 이야기 되지만 실상은 우리가 다소 잘못 알고 있는 것들로서 '건강한 삶'을 위하여 무엇보다 세 번째 장의 이야기들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우리 스스로 몸에 대한 주치의가 되어 건강하고 이성적인 삶을 위해 실천했으면 좋은 것들이다.
도대체 어떤 것들을 다루었기에?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하여 열거해보면 이렇다.
"▲육식과 채식, 육식은 과연 해로운가 ▲ 암 예방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오랫동안 감기약으로 써 온 PPA와 광우병 ▲포경수술에 대한 진실, 포경수술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포경수술의 역사, 포경수술 이로운가? ▲최고 정력제는 두엄? 정력에 대한 진실과 정의 ▲콘돔만이 살길이다. 콘돔을 쓰자 ▲제왕절개 선진국 우리나라, 무엇이 문제인가 ▲ 늦게 자라는 아이, 성장클리닉에 가야 하나? ▲ 비타민, 제대로 알자. 비타민 보편적으로 꼭 먹어야 하나.
솔직한 사람이 좋듯 솔직한 책이 좋다
좋은 책의 조건중 하나로 "재미있는 책"을 꼭 말하고 싶다. 특히 이런 전문적인 분야의 내용으로 일반인을 독자로 한 '실용서'라면 깊으면서 실속 있는 정보 못지않게 흥미로워야 하지 않을까. 특히 실용서는 많이 읽는 것이 대수이랴. 한권을 통해서라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참고삼기위해 밑줄을 많이 긋는 책. 정독을 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거나 나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사람처럼 내가 늘 알고 싶었는데 속 시원히 그 정보를 들려주는 책이었으면 더 좋겠다.
시원하고 솔직하여 만남이 유쾌한 사람처럼 속 시원한 책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거듭 확인하였다. 요즘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을 꼭 읽어 볼 것을 권하곤 한다. 이 책은 제목부터 우선 재미있어서 읽어볼 것을 유혹하더니 두고두고 펼쳐보면서 참고삼았으면 좋을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시원하게, 그동안 가려워서 답답하였던 것들을 속 시원히 긁어주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다른 사람에게까지 서슴지 않고 권하게 만드는 책이다.
하나가 예쁘면 다른 것은 덩달아 예쁘다고 문화적인 상식까지 인용하여 들려주는 것 또한 마음에 쏙 들어서 여간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위한 훌륭한 주치의 같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