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 속의 한국말 - 韓日 고유어 비교사전
김세택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유달리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해외 근무지에서 여러 외국어를 접하면서, 언어의 생성 그리고 언어가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나 문화의 형성과정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오랜 일본생활을 통해 일본어의 뿌리가 한국어에 있음을 몸소 체험 하였다. 일본말속에 감춰진 한국말을 하나하나 캐내기 시작한 지 20여 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천착해 온 노력과 연구와 탐색의 결과로 2005년 가을, <일본말속의 한국말-한일 고유어 비교사전>은 빛을 보게 되었다-저자 약력 중에서

<일본말속의 한국말-한일 고유어 비교사전>은 오랜 외교관 생활을 해 온 전직대사인 저자의 20년 열정의 산물이다. 543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 속에는 수많은 일본말이 나온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일본말속에 우리말이 어떻게 일본말을 만들어 냈는지를 저자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황국사관, 식민사관, 대한 종주국사관 등으로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며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알려주기를 두려워하는 일본의 지식인들이 보면 뜨끔할만한 귀한 성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36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저자가 '자신들의 자생력으로 단독적으로 발전해 온 것처럼 의기양양대는 일본말의 실체를 우리 민족적 자긍심'으로 낱낱이 밝혀낸다.

그간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는 일본어'를 알려주는 사전이나 설명글들은 많이 있어 왔다. 그런데 이렇게 일본말을 직접 예로 들어서 낱낱이 분석하고 일본어의 뿌리가 우리말, 즉 고대한국어임을 증명해내는 책은 없었다. 그리고 일본말이나 문화는 우리에게서 비롯되었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글도 간혹 있었지만 이렇게 낱말 하나하나를 예로 들면서 증명해내는 책은 전혀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기념비적인 자랑거리랄 수 있겠다.

일본말을 파헤치고 그 뿌리를 찾아 설명하는 보기는 이렇다. 일본어를 이미 배운 사람들은 물론 일본어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일지라도 나름의 성과는 얻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つ[津], つなみ[津波]
(1) 진津(つ)은 나루터, 항구를 뜻한다. 요즘 항구도 그렇지만 옛날 나루터도 사람의 왕래나 짐의 운반을 위하여 둑을 쌓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둑 자체가 나루터가 된다. '둑'에서 '두-つ'로 이어진다. 일본에서 제일 큰 호수가 びわこら인데 주변에 있는 도시 중 제일 큰 도시가 大津(おおつ)이다. 제일 큰 둑이 있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으로 보인다.

(2) 진파津波(つなみ)는 둑으로 몰려오는 큰 파도(大波)라는 뜻이다. 한국어에서 파도가 크게 치는 것을 너울거린다, 너울진다고 표현하는데 동명사형은 '널음'이 된다. 파도(津波)를 뜻하는 波(なみ)는 한국어 '널음'에서 '너음-넘-남-なみ'로 이어지고, 津(つ)와 합성되어 津波(つなみ)로 이어진다.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つなみ가 20만 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가면서 국제어 tsunami가 되었는데 알고 보면 본래의 어원은 고유 한국어이다. - 본문 중에서


'본방(本邦,즉 본국(本國)이 망하여 의지할 곳도 말할 곳도 없다'고 일본의 사이메이 천황이 통곡했다는 것이 <일본서기>에 기록되어있다. 또한 이미 항복한 백제를 구하기 위하여 멀리 츠쿠시(지금의 규수)까지 가서 객사하면서까지 부흥군 파견을 독려하고 준비한다. 결국 구원군 27,000명을 파병했지만 백촌강 전투에서 패배하고 백제가 영원히 멸망하자(663년) 야마토 조정의 신하들이 '백제의 이름이 오늘로 끊겼으니 조상의 묘소에 어찌 다시 갈수 있겠는가'라고 절규하였다는 기록까지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오늘날 전해지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조상은 우리의 조상인 것이다. 일본서기의 앞서 기록들을 보면 백제인들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더 자세히 드러난다. 일본서기 720년의 기록을 보면 한반도에 정치적인 격변이 있을 때마다 일본열도로의 집단이동이 있었다. 특히 백제의 이동이 심했는데 고구려의 남하정책으로 수십 차례의 전쟁이 있었던 5세기 초에는 집단이주가 더 많았다.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한 백제인들의 집단이주는 일본 야마토 정권의 발전의 주축이 되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7세기 중엽에 백제가 멸망하면서 백제의 왕족을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망명하여 일본(日本)이라는 국호를 정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일본에 망명한 백제 인들은 나라시대의 기틀을 잡는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였고, 백제의 왕족을 포함한 지도층들의 집단적인 망명은 일본사람들에게 문화다운 문화를 꽃피우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천황들이 백제촌이 많은 야마토지역의 백제강 부근에 백제궁과 백제대사를 지었으며 백제음악을 즐기고 천황의 시신을 모시는 안치소 이름을 백제대빈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서기의 기록을 일본의 지식인들은 이미 보았을 것이며, 잘 알고 있을 터인데도 그들은 끊임없이 '일본의 신라침공'이나 '임나일본부를 통한 한반도 지배설'을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보았자 일본의 뿌리는 우리조상임을 역사는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인 기록들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발굴해내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할수록 그 제대로 된 실체를 드러낼 수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아무리 발뺌을 하고 왜곡을 겹겹으로 하여도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분명한 실체를 드러낼 양국의 역사적 진실이지 않겠는가.

한 민족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가장 우선적인 것이 언어라고 보면 언어적인 면에서 일본말의 뿌리는 우리말임을 세세히 증명해주는 이런 책이 가치가 높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다. 일본어를 배우지 않아 우리말 설명을 통하여 일본말을 유추해보았지만 책을 넘겨나가며 저자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내안에 민족적 자긍심은 뭉클뭉클 감동으로 가득 차 올랐다. 이름 없는 독자지만 헝클어진 두 나라의 역사를 바로잡을 뿌리가 될 계기의 이 책이 참 자랑스럽다. 좀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관심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36년간의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한국어가 수많은 한자어를 수용한 예를 보더라도, 일본 지식인들의 주장처럼 고대사에서 일본이 임나일본부를 설치하여 200여 년 동안 한반도를 지배하고 특히 백제를 속국으로 다스렸다면 당연히 일본어(야마토어)가 지배어로서 군림하면서 당시의 한국어는 '힘없는 언어'로 사멸되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사멸되었어야 할 한국어는 오늘에 이어지고 있으며, 지배어로 군림했어야 할 야마토어는 오늘의 한국어 어디에서도 그 흔적과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역사적 문헌이나 기록, 문화적 정황, 일본에 산재한 유물이나 유적, 일본 각지에 널려있는 수많은 한국과 연관된 지명에서 한반도 세력이 주력이 되어 일본을 이끌어 갔다는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마땅히 한국어가 지배언어였을 것이고 그 뿌리가 일본어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단정 지어 이야기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 김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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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들의 다이어리 활용법 - 개정판
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권일영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일년은 365일, 8760시간!

무심한 나의 시간관념은 365일만 알았지, 8760이란 시간을 전혀 몰랐다. 그러다보니 늘 시간이 없었고 바쁘다는 이유로 까막까막 잊고 부산하기 일쑤였다. 누군가의 약속이나 어떤 모임에 먼저 가서 미리 준비하고 기다려 본 적이 많은가. 아니면 만남 장소로 가는 중에 언제쯤 올 것인가의 전화를 받는 일이 더 많은가. 무엇이든 엄청 해내고 사는 것처럼 하루하루 바쁘게 허둥대면서 살지만 막상 무엇을 이루고 사는가?

메모의 중요성을 자주 들어서 비교적 메모를 자주 하였지만 어느 수첩에 무엇을 적어두었는지 정작 모른다. 그래서 어느 날 적어 둔 것이 필요하여 찾으려면 이 노트, 저 수첩을 넘기고 넘기면서 정신없이 뒤집기도 한다. 기록은 하였지만 필요할 때 쉽게 찾아 써 먹을 수 없는 죽은 정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써먹지 못할 정보의 기록은 그다지 가치가 없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되풀이하여 해마다 책 한 권 값과 맞먹는 다이어리를 샀고 무엇이든 적어 두었다.

이십 여 년 동안 다이어리를 해마다 샀으며 나름으로는 기록과 정리(?)를 하였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미리 메모한 덕분에 모임을 잊은 적이 없었고, 기록해 둔 덕에 자칫 상대방과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명쾌하게 확인된 경우도 있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두었던 것을 우연히 다시 들춰 읽으며 좋은 글감을 얻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나의 다이어리는, 그간의 무수한 시간들은 대체적으로 얼마나 나의 삶과 연결되고 있었는가?

이십 여 년 동안 내가 써 온 다이어리는 나에게 무엇이었는가? 단순히 살아 온 날을, 살아가는 날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고 말진 않는가? 다이어리의 본래 목적이란 무엇이며 어떤 사용이 가장 적합하고 현명할까?

<성공하는 사람들의 다이어리 활용법>이나 < 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내용을 말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시간관리, 인맥관리, 정보수집과 그 활용방법들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수행할 수 있는 자기관리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같은 방식을 두 권이 각각 또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앞의 책이 '다이어리 활용'에 초점을 맞춘다면 뒤의 책은 '시간관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처럼 유명한 방송인도 아니고 일 년에 열 권 넘는 책을 내는 것도 바라지 않지만 이제까지 그냥 무턱대고 써 온 다이어리를 새해에는 좀 멋지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과 기대가 생겼다. 다이어리 활용의 고수인 저자가 말해주는 것들을 하나씩 따라 가다보니 그간 나의 다이어리 사용법은 너무나 계획이 없었고 '다이어리를 왜 쓰는가?'란 목적에 잘못이 있었다.

내가 써 온 그간의 다이어리와 분명 달랐다. 달라도 한참 달랐다. 365일만 있었지 365일을 이루는 8760시간은 대부분 부재 중이었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면 된다는 나의 방식은 너무 막연했으며 무책임하였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1년 365일, 그리고 8760시간. 어떻게 활용하고 살 것인가?

시간을 만들어 내는 도구 다이어리, 자본 없는 사람에게 시간은 무기이고 자원

다이어리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도구! 매일 관리한 10분이 당신의 성공을 가져온다. 빈손으로 회의에 들어오는 사람과 다이어리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은 분명 다르다. 뛰어난 비즈니스맨이라고 평가받는 사람치고 다이어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전략적으로 관리, 활용하고 있을까?

다이어리는 스케줄을 메우는 공간이 아니다. 다이어리의 진짜 역할은 업무나 회의의 일정을 빼곡히 적어 넣어 실행하기 위함이 아니다. 스케줄 사이에서 공백의 '시간'을 찾아내는 데 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창출하고 활용하여 자기계발에 힘을 쏟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인맥을 관리하고, 어떻게 정보를 관리해 낼 것인가?


책 속에서 만나는 우리 사회의 다이어리 활용 고수, 정보 인맥 시간관리의 고수 몇 사람을 만날 수 있다. 30여 년간 메모한 수첩이 500여개로 의원들에게 메모 습관의 붐을 일으키게 한 민주당 이정일 의원의 이야기를 비롯한 화제의 인물 몇 사람 이야기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메모와 시간관리가 얼마나 큰 비중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몇 가지 타입별 다이어리 기록을 책 속에서 볼 수 있는데 다이어리를 어떻게 써나갈지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각 주제마다 머릿속에 넣어 연상시킬 수 있는 'Diary Point'의 요약이 돋보인다. 길을 가면서 쇼윈도나 도로를 보면서도 정보를 수집하여 방송에 이용하고 자신의 정보를 만들어 활용하는 기술이 또한 신선하고 인상 깊다. 저자의 이력과 왕성한 활동, 5~6년간의 70여권에 이르는 집필은 분명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 두 권의 책은, '읽는 사람이 실천을 하는 만큼에 따라 빛을 볼까? 묻혀질까? 의 자기계발서'이다. 이 책을 가장 성실히 읽는 방법은 결국 높은 활용도에 있을 것이다. 다이어리를 잘 활용하지 못하지만 해마다 이즈음 구입하지 않으면 왠지 아쉬워 사기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나 사회 첫걸음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초년생들에게 효과적인 다이어리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큰 자산이란 생각까지 든다. 좋은 말을 해주는 인생선배는 많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중요한 자산증식(?)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었다.

이미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나 다이어리를 활용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뻔한 이야기들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처럼 노트북이나 PDA의 활용도가 높은 디지털시대에 손으로 일일이 적는 다이어리는 시대에 뒤처지는 방식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그럴까? 저자는 말한다. 다이어리는 아날로그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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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2-2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도에는 다이어리를 잘 활용해 봐야 겠군요. 의욕 불끈!!^^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화학첨가물 유전자조작 자폐증까지
스테파니 케이브 지음, 차혜경.유정미 옮김 / 바람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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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수은, 알루미늄, 페놀, 포르말린 등의 독성 화학물질들이 '보기도 아까운' 아이들에게 투여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부동액 원료인 에틸렌글리콜도 들어있었습니다. 몇몇 현명한 엄마들을 제외하고, 그런 독성 화학물질들이 내 아이가 맞는 예방주사 안에 포함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 옮긴이 차혜경

수은, 알루미늄, 페놀, 포르말린 그리고 부동액 원료인 에틸렌글리콜까지? 설마…. 황당무계한 듯한 이 주장은 큰 충격이었다. 아이를 얻은 설렘과 뿌듯함으로 내 아이를 위하여 처음으로 접종한 B형간염 주사액에 독성물질 알루미늄이 들어 있었다니.

대부분의 신생아는 아무것도 먹이지 않은 채로 몇 시간을 지나서야 보리차를 먹이고 젓을 물린다. 그런데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그 시간에 B형간염 예방접종은 한다. 태어난 아기에게 우리들이 처음으로 먹이는 물질이 알루미늄이라니. 그것도 무방비 상태인 아이의 혈관에 주사하여 더 치명적인 B형간염을 신생아에게 무조건 접종해야 할까.

아이를 낳아 본 부모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주사액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의심도 하기 전, 의사와 보건부가 제시한 날짜를 믿고 따른다. 대략 한 아이는 두 돐까지 10가지, 30여 차례의 예방접종을 한다. 돌이킬 수 없는 병에 걸리는 것만큼은 예방해 주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기초적인 도리라고 생각하여 한 번이라도 빠뜨리지 않고, 하루라도 늦으면 안된다는 조바심으로 예방접종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놀랍게도 백신마다 신생아는 물론 성장이 멈추어 버린 어른들에게도 치명적인 독성 물질들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독성물질들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름만으로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알루미늄, 수은, 페놀, 포르말린. 정말 아기들에게 주사하는 백신에 이런 것들이 들어 있다고? 좀더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알루미늄은 DTP, DTaP, B형간염예방 백신에 항체 생산을 증진시킨다는 목적으로 추가되는데 이 금속물질은 경련, 알츠하이머, 뇌손상,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받아 왔었다. 미국 등에서 알루미늄이 들어간 백신과 그렇지 않은 백신을 비교한 논문까지 발표되었으며, 알루미늄이 들어간 백일해 백신을 맞은 아이들만 알레르기를 겪었다는 확실한 근거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백신에 쓰이고 있다.

방부제 포름알데히드는 발암물질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새집 증후군의 주범이며, 시체를 방부 처리하는데 쓰인다. 또한 살균제, 살충제, 폭약과 화학섬유제조에도 쓰이는데 페놀 같은 다른 물질과 배합되면 독성은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진다. 백신에 들어있는 액체상태는 포르말린으로 불리는데 몇몇 학자들이 '예방접종의 위험요소' 같은 책을 통하여 위험을 경고하였음에도 여전히 몇 개의 백신에 쓰이고 있다.

페놀? 치메로살? 이 물질들은 물감, 살충제, 플라스틱, 방부제, 살균제를 만들 때 사용하는데 맹독성 물질이어서 면역계 교란 정도로 그치지 않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장티푸스 등의 백신 제조에 사용하는데 페놀을 백신에 사용함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백신의 목적과 정반대인 것이다. 에틸 수은을 50% 포함하고 있는 치메로살은 수은의 맹독을 그대로 갖고 있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거의 모든 백신에 사용되고 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밖에 부동액의 주요 성분인 에틸렌글리콜은 소아마비, DTaP, HiB, B형간염 백신에 방부제로 첨가되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진 젤라틴은 수두백신과 MMR백신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염화벤젠토늄은 탄저병 백신에, 글루타민산염은 수두백신에서 발견된다. 네오마이신은 MMR과 수두백신에, 스트렙토마이신은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과 주사용 소아마비 백신에서 발견된다.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는 예방접종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의학박사로 현재 동료의사 에이미 홈즈와 자폐계열장애가 있는 700명 이상의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리고 간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병원과 보건소에 근무하였던 번역자는 자신의 아이가 예방접종 후유증으로 발달장애, 아토피, 경련을 얻었다는 뼈아픈 이야기를 머리말에 적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절대적으로 예방접종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안전하고 꼭 필요한 예방접종의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수은, 포르말린, 페놀 등을 더 이상 백신 속에 집어 넣지 말게 하자는 것이다. 치메로살(수은)이 아무 문제 없다고 제약회사들은 큰소리 쳤지만 엄마들이 수은이 없는 백신을 찾자, 수은 없는 백신을 만들었듯 포르말린 없는 백신을 요구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B형간염처럼 굳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모든 신생아에게 접종시켜선 안된다는 것이다. B형간염의 특성에 맞추어 접종하자는 것이다. 인간에게 면역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그 면역이 가능하지 못하도록 독성물질이 있는 예방접종으로 미리 주사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예방접종의 후유증은 어떤지, 피해보상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예방접종을 둘러싼 우리들의 당연한 권리를 찾자는 것이다. 제대로 보호 받으려면, 제대로 요구하려면 우리들이 어느 정도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저자가 미국인이어서 미국만의 사정이라고? 백신은 전세계를 공통으로 하고 있고 한 국가에서는 전국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 미국의 예방 백신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우리나라의 예방접종 실태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의심도 없이 믿고 있는 예방접종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잘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 피해 사례까지 자세히 들려 준다.

전 세계적으로 예방 의학의 문제점을 둘러싼 논쟁이 늘고 있는 추세다. 관련한 참고문헌과 관련 용어까지 자세히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아돌연사나 아토피, 알레르기 등 예방접종 피해사례가 늘면서 관련 사이트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미국은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통하여 소아마비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전세계의 예방체계는 거의 같고 백신들도 거의 함께 사용된다고 한다.

예방의학은 많은 사람들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희망으로 우리 곁에 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백신들은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엄격히 말하면 임상실험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예방접종의 부작용은 바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예방의학과 관련된 이 책의 내용들은 아이들만이 아닌 백신을 맞는 모든 대상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 예방주사를 통하여 우리 몸에 축적된 독성물질들이 우리의 면역계를 교란시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산업재해는 끝도 없이 증가하고 있으며, 농작물 생산증대를 위하여 사용된 많은 농약등의 중금속 물질들이 소리없이 축적되었다가 몇 십년이 지난 최근에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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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몸 - 그림 속 여자, 그녀들의 섹슈얼리티
신성림 지음 / 시공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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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실의 여성에 만족하지 못한 조각가는 자신의 관념과 환상대로 아름다운 여인 갈라테이아를 만들어 깊은 사랑에 빠졌다. 피조물 여인(몸)에 대한 사랑에 신이 감동한 걸까? 이 딱딱한 조각품에 생명이 부여되고 피가 돌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조각해낼 수 있는 조각가에게 현실의 여성들은 지나가는 대상에 불과하고, 피조물 갈라테이아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일 뿐이다. 갈라테이아의 눈은 남자를 쳐다보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여받은 생명에 대한 감사로 의미없이 조각가를 향하여 포옹할 뿐이다.

고대조각가 피그말리온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해낸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갈라테이아의 다리에는 생명이 깃들지 않아 여전히 딱딱한 조각대 받침에 고정되어 있을 뿐이다. 그녀는 끝까지 수동적이다.

또 다른 화가 '마그리트'는 피그말리온 그림에 '불가능에 대한 시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다. 남성의 잣대와 관념에 의해 여성(몸)을 재단하고 만들어내지만, 남성이 절대 임신할 수 없는 것처럼 남성의 환상과 관념에 의해 되풀이되는 여성의 완전한 몸은 불가능한 시도일 뿐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남자들은 자신의 환상과 관념만으로 여성의 몸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재단되고 만들어진다. 대체 왜? 어떻게?

<여자의 몸>은 '그림 속 여자, 그녀들의 섹슈얼리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야말로 그림 속 여자들, 미술 작품속의 여자들 이야기요, 대부분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몸)이야기다. 여성의 의지대로 그려진 그림이라고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1597~1651)의 그림뿐이다.

'태초의 몸, 그녀는 왜 빛나는가?'라는 주제에 의하여 거론되는 여자의 몸. 그녀의 허리, 그녀의 손, 그녀의 젖가슴, 그녀의 눈, 그녀의 입, 그녀의 머리카락, 그녀의 엉덩이, 그녀의 발과 다리, 그리고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그녀의 몸 이야기다.

책 내용을 가닥 잡아 보려면 어쩔 수 없이 그림 한 점을 더 거론해야만 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이 그림의 다른 이름은 '회화의 알레고리로서 자화상'이다. 화가 자신을 그린 것인데, 나만 그럴까? 화가에 대한 아무런 상식없이 이 그림과 만났을 때 여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자기가 그리는 그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결연한 의지의 한 인간만 보일뿐이다.

화가의 몸에서는 여성으로서 연약하거나 요염한 모습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붓을 쥐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있고, 붓만이 아니라 그 무엇이든 거머쥘 수 있을 만큼 튼튼해 보인다. 그리고 팔레트를 쥔 손도 어깨부터 아주 튼튼하여 세상의 많은 일에 맞설 수 있어 보인다. 몸은 쓸데없는 살집도, 육감의 살집도 전혀 보이지 않고 아주 당당하고 굳건해 보인다. 남성에 의해서가 아닌 여성 스스로 그려낸 여성이다.

화가는 그림 그리는 것에만 몰두할 뿐 관객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오직 칼 대신 선택한 붓과, 붓으로 난폭한 앗시리아 군대의 대장 홀로페르네스를 죽이는 유디트를 잔혹하게 그릴 뿐이다. 아름다운 유디트는 자신의 나라에 침입하여 수많은 남자와 아이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강간한 홀로페르네스를 죽여 유대민족을 구했다. (우리의 논개 이야기와 기본적인 이야기가 비슷하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유디트의 영웅적인 모습보다는 섹스로 남자를 유혹해 살해한 에로틱한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어 음탕한 여자로 입에 올리고, 그림으로 그렸으며, 즐겼다. 그래서 이 여성 화가는 최대한 여성을 없애고 가장 잔혹하게 유디트를 그렸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명망 있는 화가에게 그림을 배우다 강간당한 뒤 재판까지 끌고 갔지만 재판과정에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된 화가 자신의 이야기였다.

남성과 남성들의 터무니없는 환상과 관념에 대한 복수의 칼날대신 선택한 붓이었다.

만약 화가가 발끝까지 이 그림의 구도를 잡았다면 치마는 복사뼈쯤에서 끝나고 다리는 신발을 신고 당당하고 끄떡없이 서 있지 않을까? 남자들의 성에 의해 유린당한 수많은 중국인들의 전족이 아닌 언제든 자신의 의지대로 걸어 나갈 수 있는 그런, 남자들이 원하는 각선미보다는 살아가는 동안 지구의 둘레를 4바퀴나 돌아도 끄덕 없는 '삶의 다리'로서 말이다.

나의 이런 추측이 지나친 걸까? '피그말리온 신화'와 '아르테미시아의 붓을 든 손'이 많은 화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미술을 거론하는 책마다 꼭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에 대하여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간 몰랐던 어떤 갈래들이 가닥 잡혀지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대부분 화가들이 남성이었던 서양미술사의 '명화'라는 찬사를 얻고 있는 그림 속 여자들을 통하여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까지 갖게 한다.

인간은 생명과 진화를 되풀이하면서 일정한 모습을 갖추었다. 보이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남성들은 자신이 태어난 자궁을 가진 여성의 본질을 자기들만의 관념으로 꿈꾸고 만들어 냈다. 그래서 갈라테시아는 얼굴부터 생명을 얻는다. 여성의 가능성은 나중 문제고 늘 눈에 보이는 미모와 '여성의 몸'이 우선인 것이다. 갈라테시아의 다리는 생명을 얻건 말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여하간 남자하면 한 인간을 우선 떠올리지만, 여자하면 인간의 본질보다는 '몸'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여자의 몸'은 항상 민감하다. 서양 미술사에서 지난 날 대부분 화가가 남성이어서? 꼭 그럴까? 이 책은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그림 속 여자들을 통하여 여성의 자아인식의 변천사까지 아울러 볼 수 있게 한다. 이야기들은 그림 속 여자들 이야기만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이야기로 날카롭게 이어진다.

앞표지는 머리를 잡은 여인이 등을 보인 채 서있고 뒤표지는 강간당한 성에 대해 복수의 칼날 대신 붓을 든 손, 즉 자화상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표지다. 여성의 머리는 무엇이었으며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남자들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여성을 자신들의 관념으로 꿈꾸고 만들어 냈다. 면사포는 여성의 사회성을 억압하는 또 하나의 차도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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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풍경 2 1920-1940 - 백두산을 찾아서
민태원 외 지음, 이지누 엮음 / 호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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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전,1898년 이방인의 눈에 비친 조선은?

"글로는 형용할 수 없고 사진으로도 전할 수 없다. 다만 그림을 그리는 붓이 필요할 뿐이다!"
"호수는 마법에 걸린 듯 평온한 적막에 쌓여 있었다. 우리와는 다른 생명이 숨쉬고 있는 듯했다. 뭔가 강렬한 생명체의 인상이 강하게 풍긴다."


말을 타고 백두산을 향하면서의 감동을 이렇게 적고 있다. 그리고 백두산 천지 앞에서의 숨 가쁘고 벅찬 감동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의 위용에 놀란 것일까? '민담수집'과 '조선 연구'의 목적으로 1898년 우리나라에 왔던 러시아 작가 가린 미하일브로스키가 남긴 기록을 좀 더 보면 이렇다.

"여러 가지 물건을 조금 값이 비싸게 팔려고도 하련만은 그들은 오히려 유쾌하게 우리를 대할 뿐 솔직하였다/ 학동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특히 습자의 필법이 훌륭하다. 그것을 보자니 조선인은 매우 쓸모가 있으며 재주가 있는 민족이라는 감상이 일어났다...

조선의 문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사내의 글이요. 하나는 여자의 글인데, 사내 글은 한자요, 여자 글은 조선 글이다. 조선 글은 전 국민의 반수는 안다./ 길가의 조선농부들은 산간에서 흐르는 조그만 계류도 버리지 않고 재치 있게 활용하여 물레방아를 돌린다."
- 책 속에서


가린은 9월 13일 두만강에 이르렀고 10월 18일까지 40여 일 동안 조선 땅에 머물면서 이방인의 눈으로 백두산과 조선의 모습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가린을 통하여 만나는 1898년의 조선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방인이 느낀 조선 사람들의 생활과 백두산 주변 풍광은? 우리나라의 많은 지식인들이 백두산을 기행하면서 자세히 적어 남기고 있지만 이국인 가린이 남긴 글에 자꾸 눈이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글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보아야 할 것은 여행자의 시각이다. 자기가 교육받고 소비하던 문화만이 우월하다는 식의 문하절대주의는 여행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흔히들 자신이 살아 온 환경보다 못한 곳을 여행할 때에는 오만해지기 쉽고 그보다 나은 곳을 여행할 때는 비굴해지기 쉽다.

이러한 것은 지극히 소극적인 여행일 뿐이다. 그러나 여행이란 다양한 문화와 모습들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가린이 조선을 이해하려는 관점은 아주 훌륭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엮은이의 기행문 설명 글


그렇다. 이 이방인은 철저하게 문화상대주의적인 관점으로 조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여행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와 일정한 거리를 두되 투명한 유리창을 통하여 보는 것과 같다.

여행자의 눈빛은, 여행하는 동안 자기가 머무는 곳에 최대한 흡수되면서 자신이 살아 온 것과는 전혀 다른 문화를 궁금해 하고 이해하려는 배려가 자주 보인다. 그리하여 여행하는 동안 사소한 것들에게까지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가린의 기행문은 조선의 다른 지식인의 글보다 길다. 그러나 날짜별로 비교적 세세하게 기록한, 50페이지를 넘기는 글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미 한 세기를 넘겨 버린 세월 속에 묻혀져 있던 우리의 모습이요, 분단으로 반세기가 지났지만 갈 수 없는 곳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이방인이 우리 땅을 여행하면서 기록한 글 속에 당시 조선의 산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아름답고 빼어나다' '정다웁고 재미있는(지혜롭고 재치있는) 백성이다' 등등. 여행자는 자주 출현하는 호랑이 때문에 여정을 미루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광에 감동하고 조선 사람들이 들려주는 민담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이국의 이방인, 여행자 가린의 자세한 기록은 백두산을 중심으로 근대 우리의 모습과 그 당시 백두산 기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가린의 글은 당시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눈빛이며 관심이라고 할 수도 있다.

1920~1940년 백두산, 국권을 상실한 암울한 민족의 희망의 이야기

<잃어버린 풍경- 백두산에서>는 민족의 명(영)산, 백두산의 여정을 담은 기행문집이다. 모두 9편을 모아 묶었는데, 당시 내로라하는 조선의 지식인들의 글 8편과 이방인 가린의 글 한편이 실려 있다.

민태원, 최남선, 박금, 이은상 등의 글인데 당시 이 기행문들을 잡지나 신문들이 서로 실으려고 다투었다고 한다. 글들의 배경이 되고 있는 1920~1940년은 국권을 상실한 울분이 컸고, 그리하여 민족의 명(영)산 백두산에 희망과 함께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렇게 모아졌으리라.

누구의 글이든 백두산을 답사하여 남긴 글들은 비교적 꾸밈없고 소박하며 담백하다. 또한 당시의 지식인들이 남긴 글들은 오늘날의 문장처럼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다. 화려한 수식어는 최대한 배제한 단아함과 간결함이 돋보인다.

양념을 최대한 쓰지 않고서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 소박하지만 깊은 맛의 정갈한 음식 같달까? 그런데 글들은 편안하다. 그리하여 잔잔하게 읽어 나가다가 수많은 활자 속에서 뭉클뭉클 솟아오르는 희열이 감동스럽다.

세월 속에 이미 많이 변해 버렸고 분단과 함께 우리가 미처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당시 모습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서 가치 있는 자료들로 행간을 옮기는 눈길이 무척 아쉬웠다. 마음으로는 선지식들이 글로 남긴 근대 조선의 여정을 모두 내 안에 담고 싶었다.

제한적인 사랑보다 차리리 애틋한 그리움으로!

암울한 시기에 민족의 정기를 품고 있는 백두산을 기행하며 기록으로 남긴 선지식들의 글 덕분에, 다시 우리가 읽기 편하도록 작업하여 돌려준 엮은이 덕에 만날 수 있는 행복이 크다.

한 해 동안 5만 킬로미터가 넘게 남녘땅을 돌아다니지만 나는 아직 금강산과 백두산을 가보지 않았다... 약속은 간단한 것이었다. 남녘땅을 쏘다니듯이 그렇게 자유롭게 다니지 못할 것 같으면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불쑥 생각나면 지리산을 오르거나 설악산을 가듯 그렇게 가지 못할 것이라면 아예 사랑을 시작하지 말자는 것이다.

제한적인 사랑을 하기보다 차라리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겨 두는 것 또한 깊은 사랑 못지않은 진한 사랑의 방법이니까 말이다... 이제 그리움은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가고 싶은 것이다... 내가 가지 못했으니 사진도 없다. 그것이 아쉬워 아등바등 거렸으나 오히려 사진이 없는 것이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행문집을 엮으며, 엮은이 이지누 머리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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