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이곳에서 놀아요!
한은희 지음 / 이가서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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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아깝지 않은 여행을! - 여행에는 기술도, 여행기술자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행에 남다른 조예가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이 들려주는 멋진 여행기를 듣다 보면 무언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사전에 좀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하여 멋진 여행을 해보리라 마음먹지만 마음먹을 때 뿐 휴일을 특별하게 보내려고 문득 떠올리는 곳들은 언제나 되풀이 하였던 여행지들이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놀이공원에 간다. 그런데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두어서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는 제한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부부 중 한사람은 아이를 위하여 기다리고 서성인다. 가족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놀이기구는 그렇게 많지 않아서 가족끼리 동시에 감동을 맛보며 유쾌한 함성을 지르며 느껴보는 재미도 없이 하루해가 저물었다. 모처럼 쉬는 휴일, 멋진 여행을 꿈꾸었지만 나들이로 끝나고 말았다.

아이들과 함께 이름난 문화유적지나 박물관에 가기도 한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학습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듯하여 좋다. 하지만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도심 속에서일망정 행사에 직접 참여하여 조물락거리며 만들어 보고 느꼈던 것을 더 신나게 말한다. 그래서 문화유적지처럼 당연히 알아야 할 곳과 함께 체험학습이 함께 짜여진 여행이라면 무척 좋을 것이란 생각을 종종 하였다.

<엄마, 우리 이곳에서 놀아요!>가 마침 눈에 띄었다. 이 책은 가족 여행전문가 한은희의 체험학습 여행 길잡이다. 언뜻, 주 5일제 근무나 현장체험학습 확대와 함께 상술에 적당히 편승한 책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의 충실도를 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올 컬러 사진들을 앞세우고 도로 정보, 숙박이니 음식점의 전화번호 몇 개 긁어 올린 책들과는 전혀 다르다.

에세이 한편을 읽는 듯 여행지마다 서정이 펼쳐지며, 관련 여행지 추천이 돋보인다. 여행지와 관련하여 얻을 수 있는 지식들도 많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런 길잡이를 참고삼아 계획을 하고 나선다면 오래도록 의미 있는 여행이 되겠다. 그야말로 기름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거리를 움직이며 최대한의 것들을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도록 자세하고 꼼꼼하며 폭넓게 계획한 여행지 32곳에 대한 소개서다.

가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학교로

예술체험, 전통문화체험, 도예·염색체험, 자연생태체험, 재미·호기심체험, 농장·농원체험 등 6개의 큰 주제로 우선 나누어 주제별로 가족들끼리 가면 좋을 여행지 몇 곳을 소개, 전체적으로 32곳을 소개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행지와 그곳의 체험 테마들은 그냥 눈으로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것들로 아이들이 방학하면 꼭 가고 싶어서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들썩이는데 아이들은 좀 좋아할까?

유리공예, 라이트 클레이, 흙으로 인형 만들기 등 공예체험부터 염색하기, 떡메치기, 연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민물고기 잡기 등까지 흥미로운 '놀이학습'거리가 풍성하다.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눈높이가 우선이지만 어른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아이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체험코스도 많이 있어서 반드시 가고 싶어지는 곳들도 제법 보인다.

책에는 각 여행지마다 꼼꼼한 정보와 사진, 지도, 읽을거리 등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실었다. 주변 관광지 정보도 제법 충실해 책에 나온 대로 따라갈 수 있는 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가 이끌어 주는 여행 코스는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경남 남해의 '해오름예술촌'은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예술체험 공간으로 숯, 황토, 먹, 밤, 감 등 자연 재료를 이용한 천연 염색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예, 한지공예, 알 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2층에는 우리 차 마시는 법을 배우는 다도체험관, 독일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독일 와인 문화관이 있다. 5분 거리에 있는 독일마을에서 독일문화를 엿보고 근처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에서 묵고 오면 좋고 여름이라면 상주·미조 해수욕장을 들러 올 것을 권한다. 이정도의 짜 맞춤식 계획을 잡은 여행이라면 가족과 일정을 다양하고 충실하게 보낼 수 있겠다.

한반도의 탄생과 함께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포늪은 생태학습지로 반드시 가보아야 할 곳이다.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의 늪지로 이뤄진 우포늪에는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사계절 내내 철새들로 가득 찬 우포늪에 이맘쯤이면 댕기물떼새, 큰부리큰기러기, 고방오리,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많이 날아다닌다. 우포늪에서는 탐조여행의 백미랄 수 있는 새들의 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새들을 관찰하는 여행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까지 자세하게 적어 두고 있다. 아이들에게 단순한 호기심은 물론 학습과 연결시키고, 제대로 된 여행자의 예절까지 갖추게 한다고 할까.

우리를 기다리는 곳들, 그러나 우리가 몰라서 못가는 곳 몇 군데

전북 고창의 고인돌 공원 일대에는 무려 447기의 고인돌이 있어서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교과서를 통해서만 보던 선사시대 문화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국내 유일의 커피 공장인 강원도 강릉 '테라로사'에서의 커피나무구경과 커피생두가 원두로 구워지는 과정은 커피를 좋아하는 어른들의 호기심도 맘껏 충족할 수 있겠다. 전남 강진의 고려청자체험장에서는 도공들의 살아있는 혼을 느낄 수도 있다.

세계 최초 거미박물관인 경기도 남양주의 '아라크노피아'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맘껏 충족시킬 뿐더러 아이들이 곤충을 무조건 혐오스러워 하거나 두려워 하는 것을 해소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기도 양평의 민물고기 생태학습관에서의 민물고기체험도 참 알지겠다. 이곳에서는 희귀어종의 복원을 꿈꾸는데 연어와 같은 습성을 지닌 철갑상어 대량 부화에도 성공했다. 우리가 아이들과 찾아가면 이곳에서 알에서 부화하여 성어가 될 때까지의 과정은 물론 민물고기의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다.

특별하고 멋진 가족 여행,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감동과 체험이 있는 곳들을 그야말로 알토란같은 정보를 책 속에 꽉꽉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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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2-0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당장 살래요~^^

가시장미 2005-12-0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좋은 책이군요. ^-^ 그런데 엄마가 된다음에 보겠습니다. 으흐흐흐

2005-12-11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2-1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리뷰가 자세하네요... 사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아직 아기가 어리네요. 몇년후엔 업데이트가 되어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아가야 기다려라 엄마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