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치지 않아
'달콤 살벌한 연인'과 '2층의 악당'의 손재곤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온다.
안재홍,강소라,박영규. 배우진도 기대해 볼 만 하다.
망한 동물원에서 사람이 동물 탈 쓰고 연기하는 내용이라는데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었던 강태식 작가의 '굿바이 동물원'을 영화화한 줄 알았다.
그 소설에도 사람이 동물원에서 탈 쓰고 아르바이트하는 이야기가 나오거든.
알고 보니 '해치지 않아'라는 웹툰이 원작이라고.
그러고 보니 최동훈 감독 '암살' 나왔을 때도
어느 소설가가 제 작품 발상을 무단도용했다고 소송 걸었지.
그 때는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하는 여성이 나오는 것'만 가지고는
무단도용이라 보기 어렵다는 원고패소 판결 났었지.
흠, 표절과 우연의 일치 경계는 어디일까?
2. 남산의 부장들
90년대 초반에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정치비사실록이 원작.
내가 중학생이었을 땐데 그 때 아저씨들이 흥미진진하게 읽으시고 이야기거리로 삼으시던 걸 기억한다.
난 나중에 2013년 쯤에야 헌책방서 구해 읽었다.
민주화열망을 바라는 시민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 87년 6월항쟁 뒤 집권해서 박정희,전두환 때만큼 노골적으로 언론탄압을 할 수 없었지만 강기훈유서대필사건 같은 걸 꾸밀 만큼 군사독재의 여력이 아직 남았던 노태우 정부 때였으니 동아일보로서는 꽤 과감한 시도를 한 셈이다. 조선,중앙,문화,매경,한경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구신문이 된 2020년 현재의 동아일보라면 하지 않았을 기획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동아일보 쓸만 했었다. 동아의 이 연재가 큰 인기를 얻자 부랴부랴 중앙은 '청와대비서실', 한국일보는 '실록 청와대'라는 기획을 긴급히 마련했고 덕분에 시민들은 그동안 베일에 가렸던 현대사의 숨은 곳을 알게 됐다.
나도 2013년과 14년에 이 책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또 하나 읽으며 느꼈던 게 이들 책에 소개된 이야기가 영화화된 게 꽤 많다는 거였다.
청와대비서실2권에 소개된 대통령 전담 이발사 얘기는 각색을 꽤 많이 거친 뒤 송강호 주연 '효자동 이발사'가 됐고 남산의부장들2권 끝무렵과 실록청와대1권궁정동총소리에서 다룬 박정희 살해는 임상수 감독 한석규.백윤식 주연 '그때 그 사람들'로 영화화됐다. 두 주 뒤 설을 노리고 개봉하는 우민호 감독 이병헌 주연 '남산의 부장들'도 이 얘기를 다시 다룬다. 책남산의부장들에서 다룬 선거판의 여우 엄창록 얘기도 곧 설경구,이선균 주연 '킹메이커'로 개봉된다 한다.
곧 개봉하는 영화 '남산의부장들'은 원작의 일부만 다룬 거고 앞으로도 원작의 다른 얘기를 영화화할 시도는 이어지리라 본다.
영화 얘기로 돌아오면 우선 기대가 크다.
우민호 감독의 다섯째 장편영화인데 전작들 가운데 가장 크게 흥행했던 <내부자들>을 함께했던 이병헌과 다시 만난 데다 이희준,곽도원,이성민 등 다른 배우들도 다 연기력 뛰어나고 주제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3) 어제 라디오 문화공감 들으며 나온 영화들
화요일마다 문화공감은 영화 얘기를 나누는데 고정손님으로 허남웅 영화평론가와 씨네21 김현수 기자가 나온다. 둘이 올해 기대작 셋씩 꼽았다.
허남웅은 단편 '몸값'으로 기대주가 된 이충현 감독 <콜>과 <탑건:매버릭>과 <승리호>를 꼽았다. <콜>은 박신헤,전종서 여성 투탑이 이야기를 이끌고 <매버릭>은 35년만에 속편으로 돌아오는 블락바쓰터고 <승리호>는 한국형 sf로 기대를 모은다고.
김현수는 다니엘 크레이그 007 은퇴작 <노 타임 투 다이>, 류승완 <탈출: 모가디슈>, 윤제균 <영웅>을 꼽았다. <베를린>에서 남북 스파이들 첩보전을 그렸던 류승완은 <탈출>에서 내전에 빠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협력해서 탈출한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을 그린 뮤지칼을 <색즉시공>,<해운대>,<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영화화한다고.
<콜>,<승리호>,<탈출:모가디슈>,<노 타임 투 다이> 네 작품은 일단 관심권 안에 두고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