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귑 마흐푸즈의 미다끄 골목을 오늘 다 읽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는 내가 일부러 피하는 이들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 작품 몇 개 읽다가 이해 못하고 졸기만 한 경험이 있어서. 어렸을 때 잘못된 체험이 삶의 보석들을 놓치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집트 카이로 미다끄 골목에 터를 잡고 사는 여러 사람들의 잔잔한 삶 모습을 훔쳐보는 재미, 대단하다. 이 작품 하나로 마흐푸즈는 내 관심에 들어왔다. 대표작이 카이로 3부작이라는데 그것도 찾아봐야겠다. 잔잔한 삶이라고 앞에 쓴 건 다시 생각해 보니 틀리다. 대체로 잔잔하지만 이따금 격정적으로 폭발하는 이라고 쓰는 게 옳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순진남 이발사 압바스가 미다끄 최고의 미인이자 악녀 하미다를 사랑하는 얘기와 가짜 치과의사 -이런 걸 야메라고 부르든가?-랑 거지가 사람들 무덤 도굴해서 시체랑 함께 묻힌 보물 훔치는 얘기였다. 압바스랑 하미다 얘기에선 순진한 사람이 못된 사람 사랑하면 성별에 관계없이 손해 많이 보고 괴롭다는 걸 깨달았고 무덤도둑 얘기는 옛날에 한국 살 때 본 드라마 생각과 황석영 대하소설 장길산 한 대목을 생각나게끔 했다. 그 드라마에선 전원일기에서 일룡이로 나왔던 배우가 무덤도둑질하다 들켜 몰매맞아 죽었지.

어제 한국에서는 어린이날 이곳 뉴질랜드에선 그냥 수요일엔 007 황금총을 든 사나이를 한 번 더 읽고 블링크 읽던 걸 다 끝냈고 미다끄 골목 3장에서부터 시작했다. 그게 오늘 밤에야 끝났지. 블링크에서 한국 박정희 암살하려다 육영수만 죽은 얘기도 나오더라.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책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나머지 책들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 개는 뭘 봤는가도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읽을 책은 점점 늘어만 간다. 속독술을 배워야겠다. 

참 미다끄 골목 관심간 게 쎌마 하옉 주연으로 카이로가 아닌 씨우닷 데 메히꼬로 무대를 바꾼 영화판 미다끄 골목 디비디 표지를 보타니 도서관에서 본 거 때문이었다. 좋은 책을 만나게 해 준 디비디 표지사진에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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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가서 책 빌려옴. 이 동네 도서관은 한국책 많아서 좋음. 8권 빌려왔는데 

김애란 1)달려라 아비 2)침이 고인다 3)칼자국 2008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 

김영하 4)빛의 제국 5)오빠가 돌아왔다 6)보물선 2004황순원문학상수상작품집 

이대흠 7)청앵 

정미경 8)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찾아보니 박민규,심윤경,정이현,오현종 작품도 있다. 물론 내가 읽고파 하던 작품이 모두 있진 않지만. 2000년대 들어선 뒤 한국소설은 거의 안 읽었는데 서서히 따라잡아야겠다. 

책 빌려오며 JB Hi Fi 들려 아바 골드를 샀다. 단돈 13뉴질랜드달러. 어머니날 선물은 이걸로 끝.

오늘 다 읽은 책은 권지예의 아름다운 지옥. 문학사상사에서 04년에 나왔고 두 권이다. 훌륭한 작품이다. 은희경 새의 선물을 읽을 때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다시 느꼈다. 박완서의 싱아, 그 산도 그렇고 신경숙의 외딴 방도 그랬듯이 작가들의 성장기이야기는 읽어서 실망한 적이 드물다. 주인공 김혜진이 작가의 분신인 건 알겠는데 과연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궁금해진다. 암으로 꽃다운 나이에 죽는 혜진의 동생 혜선처럼 권지예의 여동생도 죽었을까? 혜진이 처음 살 섞는 대목이 소설엔 있는데 그게 사실일까 상상일까? 불량한 독자의 쓸데없는 호기심은 끝을 모르고 날뛴다. 1권 42쪽에 트리코모나스라는 낱말이 나와 찾아봤더니 성병을 일으키는 벌레라고 한다. 의학상식도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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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장 클로드 반담 나오는 타임캅과 짐 캐리 마스크. 
94년 9월 이민온 다음 영어 배우느라 이나라 사람 집에 하숙살 때 하숙집 애들이랑 같이 가서 봤다. 둘 가운데 어느 걸 먼저 봤는지 기억 안 남. 

3. 엘에이 칸피델샬.
동생,전지현,조지현,조성민,박준상,배민수랑 같이. 

4. 인크레더블 필름 페스티발에서 본 많은 영화들.
나혼자. 뭘 봤더라? 98년엔 만청십대혹형,스코어 봤고 다음해엔 이것저것 다섯여섯개쯤 본 거 같고 2000년엔 최면이란 일본영화 하나 봤다.

5. 버티칼 리미트.
가족이랑 어느 해 마지막날에 봤는데 그 해가 2000이던가 20001이던가 1999던가? 

6. 화양연화.
혼자. 2000년인가 2001년인가 2002년쯤. 

7. 8. 혼팅 이라는 공포영화랑 곤 인 씩쓰티 쎄컨즈.
둘 다 동생,동생친구들이랑 봤는데 어느게 먼전지는 기억 안 남. 

9. 10. 디 아더스랑 맨 처음 해리 포터.
극장에서 표 하나 값으로 두 개 본다길래 가서 아버지랑 같이 봤던 거 같다. 동생은 없었고 어머니도 같이 보셨던가?? 

11. 로드 오브 더 링즈 첫 편.
봤는데 생각보다 별로여서 2편은 텔레비전으로 봤고 3편은 텔레비전에서 해 주는 것도 놓쳐서 아직 못 보고 있음. 또 별로 볼 생각도 없음. 동생이랑 둘이 본 거 같음.

12. 슈렉 1편. 엄마랑 같이. 좋았음. 

13. 마이노리티 리포트. 준상과 둘이서. 

14. 15. 16. 17. 18. 2002년이었나 집까지 찾아온 영업사원, 중국 아가씨였는데 그 미모에 혹해 영화 다섯 편 반값에 보는 큐폰을 멍청하게 사고 말았다, 1,2월에 하나 3,4월에 하나, 5,6월에 하나, 7월에 하나, 8월에 하나였던 거 같은데 내가 본 5편은 순서대로 시카고,킬빌1,매트릭스 리로디드,이탈리안 잡,인톨러러블 크루얼티였다. 만족도는 시카고>킬빌1>이탈리안 잡>리로디드>인톨러러블. 이탈리안 잡은 엄마랑 둘이서. 나머지는 혼자. 아니 시카고는 부모님이랑 봤던가?

19. 20. 은별이네 엄마가 공짜 큐폰이 생겼다며 초대해서 에이트 빌로우를 봤고 헤어지면서 은별이네 어머니가 영화 하나 더 보라며 주신 큐폰으로 인싸이드 맨을 봤지. 2005년쯤??

21. 다크 나이트. 부모님이랑. 아버지는 보시다가 밖에 나가서 차에서 주무심. 2008년 6월쯤? 

22. 23. 24. 롤 모델즈.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 웟치멘. 2009년에. 웟치멘 혼자 나머진 가족이랑. 

25. 트랜스포머 리벤지 오브 더 폴른. 2009년 7,8월 쯤에 동생,동생친구들이랑. 

26. 순서로 따지면 이게 22번이었어야 할 거 같은데 콴텀 오브 쏠라쓰. 부모님이랑. 2009년 1,2월.

27-31. 2010년 올해 들어 2월에 혼자 나인보고 부모님이랑 아바타 3월쯤에 보고 4월쯤에 보이,셔터아일랜드,그린존 혼자 봤다. 보이,셔터아일랜드,그린존은 하루에 다 몰아보느라 고생했지. 동생이 생일선물로 큐폰을 줬는데 큐폰 조건이 하루에 큐폰에 적힌 금액을 다 써야 하는 거라서 보고보고 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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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0-05-0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7.8 이랑 9,10 사이쯤에 글라디에이터를 엄마랑 둘이서 봤다.

심술 2010-05-0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과 19 사이에 킹콩을 아버지랑 봤다. 그거 아니면 인싸이드맨이 아마 마누카우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였을 걸. 옛 마누카우극장 건물은 아직 서 있던데 요샌 뭐 하는지 모르겠다. 새 건물은 옛 건물에서 600미터쯤 떨어진 위치에 현대식으로 지어 놨다.
 

마지막으로 알라딘에 글 쓴 걸 찾아보니 지난해 11월. 그러고보면 나도 참 게으르다. 

플레밍의 007 씨리즈를 다 읽고 있다. 요새 뉴질랜드 1번채널에서 이온프로덕션이 만든 007영화 22 가운데 첫 20을 매주 토요일 8시반마다 해 주는 데서 영감받았다. 도서관에 가 보니 플레밍이 쓴 건 다 있더군. 플레밍이 죽은 뒤에도 여러 작가가 본드를 주인공으로 씨리즈를 만들어나갔다. 가장 최근 나온 본드 소설은 쎄바스티안 포크스의 데블 메이 케어. 플레밍은 소설 12권, 단편선 2권을 남겼는데 소설은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하나 단편선은 Octopussy & the living daylights 하나를 남겨두고 있다. 

플레밍 원작소설의 제임스 본드는 영화의 본드랑 좀 다르다. 뭐 아주 크게 다른 건 아니고 영화 본드는, 특히 로저 무어 본드는, 코믹한데 소설 원작 본드는 코미디랑은 별 관계 없는 마음의 상처를 억누르고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숀 코너리,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씨 달튼, 피어스 브로스난, 다니엘 크레이그 가운데 크레이그랑 가장 닮았다고 생각된다. 크레이그 본드는 너무 살벌하고 본드보다는 매트 데이먼이 연기한 제이슨 본에 가깝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원작의 본드 모습이 그런 거 같다. 

소설 본드는 피를 많이 흘리고 다치기도 많이 다친다. 영화 본드는 그런 모습이 거의 없다. 늘 그렇진 않지만 대개 여유만만하고 쉽게 적들을 놀려가며 물리쳤지. 그런 면에서 2006년작 카지노 로얄에서 다친 본드가 세수하며 피를 닦는 모습이나 르 쉬프르에게 고문받는 모습 같은 건 오락성과 코미디를 많이 받아들였던 영화가 원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봐야겠다. 

안토니 에버릿의 하드리아누스를 거의 두 주에 걸쳐 읽었는데 한국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거 같다. 에버릿의 로마 인물전기 셋짼데 첫째 치체로와 둘째 아우구스뚜스는 한국에도 나와 있다. 로마인이야기 9권에서 본 하드리아누스 덕분에 이해하기가 쉬웠다. 어제 4월 29일 목요일 끝냈다.

하드리아누스를 끝내자마자 이병주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읽었다. 대학교 때, 아마 2학년 때인 97년이었던 거 같은데, 관부연락선을 읽은 뒤로 내 관심저자 목록에 든 작가다. 대학 도서관에서 낙엽이랑 망향이란 작품도 읽었는데 그 둘은 관부연락선만큼 재밌고 감동스럽지 않았다. 둘 가운데 하나는 세로쓰기 오래된 책이었는데 어느 쪽이었는지는 이제 잊었다. 대학 졸업 뒤였나 아직 3학년일 때였나 전지현한테 빌려서 지리산도 읽었다. 관부연락선이 가장 낫다. 오래 이병주를 안 읽다가 알렉산드리아를 어제 읽었는데 여전히 관부연락선의 작가로 난 이병주를 기억할 거 같다. 알렉산드리아가 나쁜 건 아닌데 관부연락선이 아주 뛰어나다. 

제목대로 알렉산드리아가 무대가 되나 했는데 정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가 무대다. 에쓰빠냐 바스크 지방 게르니까에서 온 무용수 여자랑 제3제국에 남동생을 잃은 독일사람 남자가 남자의 남동생을 고문해 죽인 알렉산드리아에 숨어사는 게슈타포를 찾아내 죽인 다음 재판받는 얘기다. 이야기 화자는 권력자의 마음을 거스르는 글을 써서 감옥에 갖힌 지식인 형을 둔 알렉산드리아에 살게 된 한국인 남자. 소설 곳곳에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지식인 형이 동생에게 보낸 편지가 나온다. 지식인 형은 바로 작가 이병주의 분신. 이병주에게 진짜 남동생이 있나 읽다가 궁금해졌다. 재판받는 얘기다 보니 카프카 심판이나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이방인 뫼르소 약간 이런 심각한 분위기엔 안 어울리지만 새의 선물 주인공이 담임선생 거웃에 불 붙이는 생각하고 상상 속에서 받는 재판 생각도 났다.

알렉산드리아를 읽고는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로 넘어갔다. 최근 10년간 한국문학은 거의 안 읽었는데 밀린 숙제를 할 참으로 도서관에서 골라왔다. 그러고 보면 뉴질랜드 도서관 훌륭하다. 한국말책까지 마련해 놓고. 읽다 글래드웰 블링크도 좀 뒤적이다 나귑 마흐푸즈 미다끄 골목도 한 장 읽다 딴 짓을 했다. Naguib 이라고 쓰고 영어권 사람들은 분명 나귑이라고 읽는데 우리나라에선 왜 나집 마흐푸즈로 읽을까? 언제 아랍어 아는 사람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그러고 새벽 4시에 자고 아침 11시에 느지막히 일어나 아내가 결혼했다를 다 읽었을 때는 낮 3시. 참 재밌게 읽었다. 박현욱은 좋은 작가다. 기억해 둬야겠다. 앞서 말했듯 최근 10년, 그러고보니 한국말엔 decade랑 millennium에 딱 맞는 말이 없다. 쎈추리는 세기란 말이 있어 좋은데, 한국소설 안 읽어서 박민규 작품도 06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 대상 정이현 삼풍백화점에 수록된 비치보이즈라는 단편 하나만 읽은 거 같은데 무한경쟁사회를 야구 비유를 들어 풍자했다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이 작품이랑 왠지 비슷할 거 같다. 읽어서 확인해 봐야지. 손예진 주연 영화도 기회 있음 봐야지.

아내가 결혼했다엔 삶을 축구에 비유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주인공 아내도 아내가 남편이랑 이혼도 하지 않고 또 결혼한 새 남편도 모두 축구광으로 나온다. 나도 축구 좋아해서 비유를 어렵지 않게 따라갔다. 읽다 보니 내 잡다한 축구지식이 박현욱보다 나은 걸 깨달았다. 뭐 이런 거 알아서 삶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하나하나 틀린 구석을 짚고 가 보자. 이 소설 초판1쇄발행은 060310 내가 읽은 건 초판34쇄060920. 1)221쪽. 86월드컵이 끝나고 마라도나가 나폴리로 간 걸로 돼 있는데 아니다. 나폴리는 이미 84년에 마라도나를 데려왔다. 2)275쪽. 82월드컵부터 02월드컵까지 이탈리아는 단지 3번 졌다고 나왔는데 실은 4번이다. 86 16강전 프랑스 0-2, 94 조별리그 아일랜드 0-1, 02 조별리그 크로아티아 1-2, 02 16강 한국 1-2. 

아내결혼 끝내고 권지예 아름다운 지옥 1권을 반쯤 읽었다. 글래드웰 블링크랑 마흐푸즈 미다끄 골목도 읽어야 하고 007 남은 두 권도 읽어야 된다. 빨리 읽자. 

피에쓰 - 세계문학상은 한국의 나오키상이 되고 싶어하는 거 같다. 검색해 보니 책들 이름에서 오락성이 꽤 배어나오는 거 같다. 배어나오는 베어나오는 어느 게 맞는 거지?? 축구 얘기 나와서 말인데 며칠 뒤 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인터밀란이 이길까 바이에른이 이길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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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0-05-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가 결혼했다 축구지식 오류 한 개 더 추가. 3) 피구가 2000 유로대회 엠브이피라고 적었는데 사실 아니다. 대회 엠브이피는 지단이다.
 

재니스 리 "한국 알파걸의 피가 내 몸에 흐르는것 같아요" people.incruit.com/news/newsview.asp?gcd=23&newsno=561037
한경  2009.10.26 23:08
'피아노 교사'로 美서 돌풍
한인 2세 인기소설가 재니스 리
첫 장편소설을 탈고할 즈음 그는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누운 상태에서 퇴고를 거듭했다. 그 작업을 끝낸 후에 바로 쌍둥이를 출산했다. 그렇게 쓴 소설 《피아노 교사》(문학동네,김안나 옮김)는 200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픽션 부문 우수작품으로 뽑혀 주목받았고,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현재 23개국 출간이 확정된 상태다.
한인 2세 소설가 재니스 Y.K.리(36 · 사진)에겐 '한국인 알파걸'의 피가 흐른다. 무명 작가의 데뷔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출판 후 5주 동안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이 소설은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0만부 가량 팔려나갔다.
《피아노 교사》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방한한 그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어를 간간이 섞어가며 "항상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한국인이라는 걸 강조한다"면서 "나의 모국인 한국에서 소설이 출간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사업을 했던 아버지(이내건 전 홍콩한인상공회장)를 둔 그는 1973년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5세에 미국으로 가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잡지 '엘르'에서 에디터로 일하다 헌터 대학 대학원에서 재미 소설가 이창래 교수에게 소설 창작을 수학했다. 《피아노 교사》와 함께 태어난 것이나 진배없는 쌍둥이 등 네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만나 24세에 결혼한 남편 조셉 배(사모펀드 KKR 아시아 대표)의 사업 때문에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다. 생활 반경이 홍콩과 미국이었지만 부모의 영향으로 한국을 자주 찾았다. 그는 "한국인의 뿌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1년에 한달은 한국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 한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2005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한국,미국,홍콩 어느 곳에 가든 집처럼 편안하다"고 표현하는 그가 쓴 《피아노 교사》는 얼핏 보면 저자가 한국계라고 짐작하기 힘들어 보인다. 소설은 홍콩을 무대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0년대 초반과 종전은 됐지만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1950년대를 넘나들며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보여준다. 1941년 홍콩으로 온 영국인 윌 트루스데일은 중국인 아버지와 포르투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트루디 리앙과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홍콩이 일본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윌은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감금되고,트루디는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하다 일본군 실세에게 이용당하게 된다. 트루디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윌 앞에 10년 후 중국 부유층 집안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영국 여성 클레어가 나타나면서 그동안 감춰져 왔던 비밀이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사실 《피아노 교사》의 성공은 지금도 꿈같은 일"이라면서 "이국적인 배경에서 진행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 관심을 모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나 재미 한국인에 대한 단편소설을 여럿 썼으나 아직 장편소설로 발전되지 못한 상태"라며 "차기작은 한국에 대해 쓰고 싶지만,그러면 큰 기대에 부응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석영씨의 《오래된 정원》,조경란씨의 《혀》,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 등을 접했다는 그는 "모국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하긴 힘들지만,한국 역사에 대해 읽기 시작하고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아이들이 크면 나의 부모가 그랬듯 한국에 보낼 생각이며,남편이 한국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한국에 머무를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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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910/h2009102622322886330.htm
"소설쓰기는 어릴 적부터의 꿈, 세계적으로 인기 끌 줄 몰랐어요"
소설 '피아노 교사' 한인 작가 재니스 리 방한 인터뷰
이왕구기자 fab4@hk.co.kr
1940~50년대 홍콩의 상류사회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장편소설 <피아노 교사>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한인 2세 재니스 리(36ㆍ한국명 이윤경ㆍ사진)가 소설의 한국어판(문학동네 발행)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재니스 리의 첫 소설인 <피아노 여자>는 2007년 미출간 원고 상태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돼 픽션 부문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고, 정식 출간되고는 세계적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국 독일 스페인 중국 등 23개국의 유수 출판사와 판권계약을 맺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재니스 리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만 출간돼도 바랄 것이 없었는데, 이렇게 여러나라에서 사랑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매력적인 영국인 남성 윌 트루드데일, 미모와 재력을 갖춘 사교계 여인 트루디 리앙, 중국인 거부의 피아노 교사로 고용된 영국인 유부녀 클레어 펜들턴이다. 세 인물이 사랑에 빠지고 배신하고 좌절하고 제각각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스승인 재미 소설가 이창래(재니스 리는 헌터대 대학원에서 그의 제자였다)를 비롯한 재외 한국인 작가들이 주로 국외자로서 한인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것과 달리, 재니스 리의 등단작은 홍콩을 무대로 영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뉴욕에 사는 한국인 이야기라면 좀더 쉽게 쓸 수 있었겠지만, 내 얘기라는 데 부담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는 "유대인 남성 작가가 '게이샤의 추억'을 썼듯이 남의 얘기를 쓸 때 작가로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홍콩에 거주하던 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하버드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엘르'지 기자로 일했던 재니스 리는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던 글쓰기를 위해 잡지사를 그만두고 헌터대 대학원에서 예술분야 석사과정을 밟으며 소설을 공부했다. <피아노 여자>는 그가 2002년부터 쓴 소설이다. 현재 남편과 네 자녀와 홍콩에 살고 있는 작가는 "첫 작품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둬 차기작에 큰 부담을 느낀다"며 "언제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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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3937

글쓴이 롤러코스터 readersu@naver.com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법 같은 경험” - 『피아노 교사』 재니스 리
“197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영국인 피아노 교사와 학생에 관한 단편을 쓴 적이 있었어요. 실제의 경험을 소설로 쓰긴 했지만 이전의 단편과는 달랐고, 이 단편을 통해 화자와 주인공을 분리시킬 수 있었죠. 화자와 주인공이 분리되자 글을 쓰는 데 좀 더 자유로워졌고, 장편을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홍콩에 관한 역사를 공부하면서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무렵인 1940년대는 제게 있어 영화에서나 존재하던 세계였지만 역사 속에 나오는 그 당시 홍콩엔 홍콩 거주 영국인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삶이 굉장한 스케일을 가진 삶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단편으로 썼던 피아노 교사의 이야기를 1940년의 배경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해서 『피아노 교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피아노 교사』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홍콩을 배경으로 윌이라는 한 남자와 트루디와 클레어라는 두 여자와의 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이야기는 십여 년의 시간을 교차하며 전개되는데 ‘물질적 풍요와 불확실한 낙관’으로 들떠 있던 홍콩의 상류사회 모습과 그 소용돌이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세 명의 사랑과 좌절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200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통해 선보이며 출간 전부터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며 올해 초 영국과 미국에서 책이 출간되자마자 세계 23개국에서 판권을 사 들였다고 한다. 더구나 작가가 한인 2세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뉴스화가 되었다. 이후 『피아노 교사』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겸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한국어판 『피아노 교사』가 출간된 직후 방한한 작가 재니스 리는 강연과 인터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으며, YES24와 문학동네 주최의 독자와 만남에서 그녀를 만날 수가 있었다. 『피아노 교사』가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라 책에 대한 내용보다는 ‘작가로서의 삶과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강연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강연이 끝난 후 독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국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의미 전달을 위해 영어를 사용했으며 통역은 김소연 님이 맡았다.

책은 마법이다. 읽고, 읽고, 또 읽어라

재니스 리는 어린 시절을 홍콩에서 보냈다. 1970년대 홍콩에서는 여행이 자유로운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니스 리는 많은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다. 바로 책을 통해서였다. 어릴 때 그녀는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이나 TV에 빠져 있듯이 책에 빠져 살았는데 『작은 아씨들』을 읽고 안락한 벽난로와 애플파이를 먹을 수 있는 네 자매의 집으로 여행을 떠났고, 인도의 찌는 듯한 정글로, 제인 오스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영국의 저택과 초원의 집이 나오는 동네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또한 로알드 달의 자이언트 피처 속에 살아보기도 하고 고집스러운 지네를 벗 삼아 놀기도 했다고 한다. 현실로는 불가능한 여행이었지만 책을 통하면 가보지 못할 곳이 없었던 거다. 책이 많은 도서관은 재니스 리를 넓고 큰 세상으로 내보내는 마법의 세계와 같은 곳이었고, 책은 그 세계로 통하는 차표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글이 쓰고 싶었고, 작가가 되고 싶었으며, 작가야말로 재니스 리에게 있어 최고의 직업으로 다가왔다. 그런 재니스 리에게 놀라운 문장력의 표현을 보여 준 작가가 둘 있는데 바로 영화로도 유명한 『The Hours』의 작가 마이클 커닝햄과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였다. 

1988년 <뉴요커>에 실린 마이클 커닝햄의 단편 「White Angel」은 재니스 리에게 터트리기를 기다리는 폭탄처럼 다가왔다.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재니스 리는 마이클 커닝햄이 풀어놓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언어에 놀랐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지극히 현대적인 방식의 스토리가 새로웠단다. 이전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방식이었던 거다. 세월이 흘러도 「White Angel」의 어떤 이미지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마지막 몇 줄은 지금 읽어도 눈물이 날 정도라고 한다. 그 당시 재니스 리는 「White Angel」을 읽고 며칠 동안 거리를 헤매며 숨이 멎을 정도의 강한 느낌을 받았단다. 그래서 그녀는 이 소설 한 편으로도 마이클 커닝햄의 글쓰기 능력은 인정하고 남는다 했다.

또 한 사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어느 곳에 있었는지 기억을 할 것이다. 재니스 리도 마찬가지다. 인생에서 주목할 변화를 갖게 했던 순간, 바로 『롤리타』를 읽던 순간이었다. 그때 재니스 리는 하버드 대학 신입생이었고 도서관에 있었으며 수업 과제로 『롤리타』를 읽고 있었다. 이전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단위의 아드레날린이 그녀의 몸에 주입되는 듯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또 다른 마이클 커닝햄이었던 거다. 언어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유혹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더구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유머 감각까지 있었다. 이들을 만나기 전엔 도스토옙스키나 조지 오웰 같은 작가만이 천재라고 생각했다. 작가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26자의 알파벳을 사용한다. 근데 똑같은 알파벳을 사용하면서 작가들이 내놓는 놀라운 글들은 마술이나 마찬가지다. 연금술이 아닌 마법인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한 재니스 리의 노력

책을 읽고 또 읽고 수없이 많은 책을 읽으며 보낸 학창시절을 끝내고 재니스 리는 뉴욕으로 진출한다. 글쓰기를 희망했으니 글을 쓸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했다. 그녀는 잡지를 좋아했다. 특히 여성지에 실린 아주 잘 쓰인 글들을 눈여겨보았고 많은 잡지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엘르>에 입사하게 된다.

<엘르>에서 피처 에디터로 5년을 보내는 동안 재니스 리는 글쓰기로서의 기본과 테크닉을 배웠고 에디터를 하면서는 절대로 작가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많은 작가를 만났고, 북 파티에도 참석을 했으며 정말 유명한 작가를 만나기도 했다. 글쓰기를 생업으로 하는 작가들도 만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을 만나보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들을 통해 작가라는 직업이 집세를 내기 위해 혹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또한 작가들은 외롭고 불안하며 동시에 교만하고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혼자 작업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인간 교류를 갈망하면서도 한편으론 혐오스러워 하는 것이 작가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읽고, 읽고 또 읽었다는 점이다. <엘르>에서의 직책이 피처 에디터였던 만큼 제니스 리는 많은 책을 읽어야 했다. 정말 열심히 읽었다. 그곳의 환경과 북 섹션에서 배운 문장들은 후에 재니스 리가 소설 쓸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곳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니스 리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많은 에디터들이 작가가 되고자 희망을 한다. 퇴근 후 밤에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책을 펴낸 저자들도 있었다. 인류학이라거나 자기계발서, 혹은 미스터리나 처세서 등을 출간했지만 궁극적으로 재니스 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분야의 책들이 아니라 <엘르>의 북 섹션에 올라오는 그런 책들, 즉 문학적인 책들을 쓰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에디터를 직업으로 둔 작가는 없었다.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고 글과 싸우며 보낸 에디터들이 집에 돌아가 자신의 글을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거의 상반된 관계인 에디터와 작가를 병행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걸 에디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결국 5년의 에디터 생활을 마감하고 작가로서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동안 제니스 리는 여러 편의 단편을 썼다. 여러 명과 같이 하는 워크숍의 과정도 갖고 소설가로 불리기 위해 출판사에 글을 보내기도 했으나 수없이 거절당했다. 『피아노 교사』가 출간되고 성공하자 다들 운이 좋다고 말을 하는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그동안 투자가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수천 장의 글, 수백만 장에 달하는 독서, 글을 쓰기 위해 보낸 수많은 시간들 등등 이런 것이 바로 작가가 되었을 때 기억해야 할 일이다. 그 어떤 일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거다.

일을 그만두고 재니스 리는 결혼을 했다. 돈을 벌 필요도 없었고 아이도 낳았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해 영감을 얻으려고 했으나 그 또한 쉽지 않았다. 뭔가 체계적인 것이 필요한 때였고 마침 뉴욕의 대학원 중에 이창래 교수의 프로그램이 눈에 띄어 그에게 소설 창작을 배우게 되었다. 글쓰기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거다.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해 누군가 이해하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일은 글 쓰는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재니스 리는 몇 편의 단편을 쓰게 되었고 『피아노 교사』의 발단이 되는 단편을 쓰기도 했다.

글 쓰는 과정은 재니스 리에게 있어 조각과 같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단다. 오랜 시간 동안 캐릭터 연구를 해야 했고, 매일 조금씩 써나가며 문장을 고치고,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고, 또 다시 글을 쓰고 검토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글을 쓰고 있다고 해서 직업이 되는 일도 아니었기에 친구들이나 가족에겐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도 없었으며 이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설사 책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책이 잘 나가는지 걱정을 하게 된다. 최고의 작가라도 자기 작품과 본인에 대해 의문과 혐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했다. 글은 한 작품이 검토의 검토를 거쳐 끝날 시점이 되어서야 그 작품의 모양을 알 수 있다. 재니스 리로서는 이제 한 편의 장편을 세상에 내놓았고 다른 언어로 출간되어 본인의 글이 읽히고 있으니 그녀로서는 하나의 조각품을 완성시킨 셈이다. 

재니스 리는 자신의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린 글을 읽는 일은 굉장한 경험이라고 했다. <뉴요커>나 <타임스> 같은 평생 읽어온 지면이면 더욱 그렇단다. 평론가들이 그녀의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인지를 이해하고 비평을 하는 일은 더할 나위 없는 전율을 느끼게 했다. 또한 책이 나오고 독자를 만나는 과정 역시 새로웠는데 글을 쓰는 동안은 고독 속에 홀로 외로이 글을 썼지만 지금은 공인으로 세상에 나와 독자와 공유하며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마치 현재의 상황이 초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보낸 지난 5년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며 공유하는 북투어나 낭독회 같은 것에도 이젠 익숙해졌다. 또한 인터넷 세상이라고 불리는 요즘 세상에 독자들과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된 일은 고마운 일이라 했다. 사람들이 책이나 글쓰기의 종말론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말하지만 그런 종말은 책뿐만이 아니라, 일어날 일이라면 인터넷이나 TV도 마찬가지라 했다. 그러나 이번 만남처럼 책을 사랑하고 읽는 사람을 만나거나 낭독회가 끝난 후 감동에 젖어 우는 사람이나 책을 읽은 후 열띤 토론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일 누군가는 책을 읽고 어디론가 여행을 한다. 매일 새로운 독자가 태어나고 그중 한 사람은 언젠가 책을 쓰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왜 제가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답을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니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재니스 리와 독자와의 사소하고 소소한 질의응답

한글로 번역된 책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한국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려 자세히 읽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언어로 나온 책을 읽는 것은 작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글이라도 언어에 따라 정보 전달 목적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여성 잡지사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여성지의 경우 글 쓰는 데 어떤 도움을 주던가요?

여성 잡지를 택한 이유는 제가 여성 잡지를 즐겨봤기 때문입니다. 일간지는 너무 빠르고 계간지나 책의 출판은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여성 잡지에서는 예술이나 영화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읽을 수 있기도 하죠. 그래서 제 성격에 잘 맞는 여성 잡지사를 택했고, <엘르>에서 글 쓰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좋았습니다. 또한 <엘르>의 북 섹션은 몇 페이지 되지 않지만 그 몇 페이지를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읽고 노력하고, 시간 투자하는 것을 보며 <엘르>의 북 섹션에 대한 퀄러티quality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잡지사에서 글을 쓰는 것은 문학작품과는 다르며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배우는 셈이죠. 다양한 글들을 읽다 보면 그림을 보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지니는 것처럼 글에서도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미국에도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사가 있을 텐데?

네, 문학 잡지사가 있으며 한동안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적은 수의 직원이 있는 곳이었고 매번 천 개에 가까운 글들을 읽어야 했어요. 그런 경험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그런 경험을 한번 겪었기 때문에 좀 더 넓은 세상, 다양한 글들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죠. <엘르>와 같은 여성잡지사로. 

에디터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는 일은 과연 불가능할까요? 또 작가가 되려고 했을 때, 책을 좋아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확신이 있었나요?

물론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에디터로 일하면서 사무실에 앉아 스무 개 정도의 책을 읽으며 문장과 씨름을 하고 집에 가서 글을 쓰려면 머릿속에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거죠. 직업을 가지고 글을 쓰고 싶다면 글쓰기와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독서가라면 훌륭한 독서가가 될 진 몰라도 글까지 잘 쓸 순 없겠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건 확실합니다. 또 어떤 확신으로 글을 쓴 것이냐면, 스스로 나를 꽤 괜찮은 작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보다 괜찮은 작가들이 많지만 내가 좋은 작가라는 것은 스스로 실험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교사』는 읽다 보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혹시 영화 제의는 들어오지 않았나요? 개인적으로 클레어나 윌, 트루디의 역할에 어울릴 만한 배우를 생각하신 적은 있나요?

책을 읽으며 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부러 그걸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장편은 단편의 기법과 좀 달라 장편을 쓸 때는 영화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글쓰기와 시나리오는 달라서 작가는 영화에 판권을 넘기고 나면 참여를 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영화사 측에서 제의가 들어온다면 서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클레어 역할엔 케이트 윈슬렛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고, 윌의 경우는 대니얼 클락, 그리고 트루디의 역할은 이번 제 책을 계기로 아시아의 어느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얻게 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피아노 교사』를 아직까지 읽지 않은 분들에게 작가로서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피아노 교사』를 이제 읽으려고 한다면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세요.

책이 나오고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일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되어 버렸지만 아직까지 외국 작가를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고 이렇게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일은 더더구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자리는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던 것 같다. 5년에 걸쳐 장편을 탈고하는 작가인 만큼 두 번째 소설의 경우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으나 기억력 약한 독자들을 위해 작가의 이름을 잊어버리기 전에 두 번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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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님이 예스24 에도 글을 올리시는 걸 오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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