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귑 마흐푸즈의 미다끄 골목을 오늘 다 읽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는 내가 일부러 피하는 이들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 작품 몇 개 읽다가 이해 못하고 졸기만 한 경험이 있어서. 어렸을 때 잘못된 체험이 삶의 보석들을 놓치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집트 카이로 미다끄 골목에 터를 잡고 사는 여러 사람들의 잔잔한 삶 모습을 훔쳐보는 재미, 대단하다. 이 작품 하나로 마흐푸즈는 내 관심에 들어왔다. 대표작이 카이로 3부작이라는데 그것도 찾아봐야겠다. 잔잔한 삶이라고 앞에 쓴 건 다시 생각해 보니 틀리다. 대체로 잔잔하지만 이따금 격정적으로 폭발하는 이라고 쓰는 게 옳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순진남 이발사 압바스가 미다끄 최고의 미인이자 악녀 하미다를 사랑하는 얘기와 가짜 치과의사 -이런 걸 야메라고 부르든가?-랑 거지가 사람들 무덤 도굴해서 시체랑 함께 묻힌 보물 훔치는 얘기였다. 압바스랑 하미다 얘기에선 순진한 사람이 못된 사람 사랑하면 성별에 관계없이 손해 많이 보고 괴롭다는 걸 깨달았고 무덤도둑 얘기는 옛날에 한국 살 때 본 드라마 생각과 황석영 대하소설 장길산 한 대목을 생각나게끔 했다. 그 드라마에선 전원일기에서 일룡이로 나왔던 배우가 무덤도둑질하다 들켜 몰매맞아 죽었지.

어제 한국에서는 어린이날 이곳 뉴질랜드에선 그냥 수요일엔 007 황금총을 든 사나이를 한 번 더 읽고 블링크 읽던 걸 다 끝냈고 미다끄 골목 3장에서부터 시작했다. 그게 오늘 밤에야 끝났지. 블링크에서 한국 박정희 암살하려다 육영수만 죽은 얘기도 나오더라.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책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나머지 책들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 개는 뭘 봤는가도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읽을 책은 점점 늘어만 간다. 속독술을 배워야겠다. 

참 미다끄 골목 관심간 게 쎌마 하옉 주연으로 카이로가 아닌 씨우닷 데 메히꼬로 무대를 바꾼 영화판 미다끄 골목 디비디 표지를 보타니 도서관에서 본 거 때문이었다. 좋은 책을 만나게 해 준 디비디 표지사진에 경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