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알라딘에 글 쓴 걸 찾아보니 지난해 11월. 그러고보면 나도 참 게으르다.
플레밍의 007 씨리즈를 다 읽고 있다. 요새 뉴질랜드 1번채널에서 이온프로덕션이 만든 007영화 22 가운데 첫 20을 매주 토요일 8시반마다 해 주는 데서 영감받았다. 도서관에 가 보니 플레밍이 쓴 건 다 있더군. 플레밍이 죽은 뒤에도 여러 작가가 본드를 주인공으로 씨리즈를 만들어나갔다. 가장 최근 나온 본드 소설은 쎄바스티안 포크스의 데블 메이 케어. 플레밍은 소설 12권, 단편선 2권을 남겼는데 소설은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하나 단편선은 Octopussy & the living daylights 하나를 남겨두고 있다.
플레밍 원작소설의 제임스 본드는 영화의 본드랑 좀 다르다. 뭐 아주 크게 다른 건 아니고 영화 본드는, 특히 로저 무어 본드는, 코믹한데 소설 원작 본드는 코미디랑은 별 관계 없는 마음의 상처를 억누르고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숀 코너리,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씨 달튼, 피어스 브로스난, 다니엘 크레이그 가운데 크레이그랑 가장 닮았다고 생각된다. 크레이그 본드는 너무 살벌하고 본드보다는 매트 데이먼이 연기한 제이슨 본에 가깝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원작의 본드 모습이 그런 거 같다.
소설 본드는 피를 많이 흘리고 다치기도 많이 다친다. 영화 본드는 그런 모습이 거의 없다. 늘 그렇진 않지만 대개 여유만만하고 쉽게 적들을 놀려가며 물리쳤지. 그런 면에서 2006년작 카지노 로얄에서 다친 본드가 세수하며 피를 닦는 모습이나 르 쉬프르에게 고문받는 모습 같은 건 오락성과 코미디를 많이 받아들였던 영화가 원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봐야겠다.
안토니 에버릿의 하드리아누스를 거의 두 주에 걸쳐 읽었는데 한국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거 같다. 에버릿의 로마 인물전기 셋짼데 첫째 치체로와 둘째 아우구스뚜스는 한국에도 나와 있다. 로마인이야기 9권에서 본 하드리아누스 덕분에 이해하기가 쉬웠다. 어제 4월 29일 목요일 끝냈다.
하드리아누스를 끝내자마자 이병주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읽었다. 대학교 때, 아마 2학년 때인 97년이었던 거 같은데, 관부연락선을 읽은 뒤로 내 관심저자 목록에 든 작가다. 대학 도서관에서 낙엽이랑 망향이란 작품도 읽었는데 그 둘은 관부연락선만큼 재밌고 감동스럽지 않았다. 둘 가운데 하나는 세로쓰기 오래된 책이었는데 어느 쪽이었는지는 이제 잊었다. 대학 졸업 뒤였나 아직 3학년일 때였나 전지현한테 빌려서 지리산도 읽었다. 관부연락선이 가장 낫다. 오래 이병주를 안 읽다가 알렉산드리아를 어제 읽었는데 여전히 관부연락선의 작가로 난 이병주를 기억할 거 같다. 알렉산드리아가 나쁜 건 아닌데 관부연락선이 아주 뛰어나다.
제목대로 알렉산드리아가 무대가 되나 했는데 정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가 무대다. 에쓰빠냐 바스크 지방 게르니까에서 온 무용수 여자랑 제3제국에 남동생을 잃은 독일사람 남자가 남자의 남동생을 고문해 죽인 알렉산드리아에 숨어사는 게슈타포를 찾아내 죽인 다음 재판받는 얘기다. 이야기 화자는 권력자의 마음을 거스르는 글을 써서 감옥에 갖힌 지식인 형을 둔 알렉산드리아에 살게 된 한국인 남자. 소설 곳곳에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지식인 형이 동생에게 보낸 편지가 나온다. 지식인 형은 바로 작가 이병주의 분신. 이병주에게 진짜 남동생이 있나 읽다가 궁금해졌다. 재판받는 얘기다 보니 카프카 심판이나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이방인 뫼르소 약간 이런 심각한 분위기엔 안 어울리지만 새의 선물 주인공이 담임선생 거웃에 불 붙이는 생각하고 상상 속에서 받는 재판 생각도 났다.
알렉산드리아를 읽고는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로 넘어갔다. 최근 10년간 한국문학은 거의 안 읽었는데 밀린 숙제를 할 참으로 도서관에서 골라왔다. 그러고 보면 뉴질랜드 도서관 훌륭하다. 한국말책까지 마련해 놓고. 읽다 글래드웰 블링크도 좀 뒤적이다 나귑 마흐푸즈 미다끄 골목도 한 장 읽다 딴 짓을 했다. Naguib 이라고 쓰고 영어권 사람들은 분명 나귑이라고 읽는데 우리나라에선 왜 나집 마흐푸즈로 읽을까? 언제 아랍어 아는 사람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그러고 새벽 4시에 자고 아침 11시에 느지막히 일어나 아내가 결혼했다를 다 읽었을 때는 낮 3시. 참 재밌게 읽었다. 박현욱은 좋은 작가다. 기억해 둬야겠다. 앞서 말했듯 최근 10년, 그러고보니 한국말엔 decade랑 millennium에 딱 맞는 말이 없다. 쎈추리는 세기란 말이 있어 좋은데, 한국소설 안 읽어서 박민규 작품도 06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 대상 정이현 삼풍백화점에 수록된 비치보이즈라는 단편 하나만 읽은 거 같은데 무한경쟁사회를 야구 비유를 들어 풍자했다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이 작품이랑 왠지 비슷할 거 같다. 읽어서 확인해 봐야지. 손예진 주연 영화도 기회 있음 봐야지.
아내가 결혼했다엔 삶을 축구에 비유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주인공 아내도 아내가 남편이랑 이혼도 하지 않고 또 결혼한 새 남편도 모두 축구광으로 나온다. 나도 축구 좋아해서 비유를 어렵지 않게 따라갔다. 읽다 보니 내 잡다한 축구지식이 박현욱보다 나은 걸 깨달았다. 뭐 이런 거 알아서 삶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하나하나 틀린 구석을 짚고 가 보자. 이 소설 초판1쇄발행은 060310 내가 읽은 건 초판34쇄060920. 1)221쪽. 86월드컵이 끝나고 마라도나가 나폴리로 간 걸로 돼 있는데 아니다. 나폴리는 이미 84년에 마라도나를 데려왔다. 2)275쪽. 82월드컵부터 02월드컵까지 이탈리아는 단지 3번 졌다고 나왔는데 실은 4번이다. 86 16강전 프랑스 0-2, 94 조별리그 아일랜드 0-1, 02 조별리그 크로아티아 1-2, 02 16강 한국 1-2.
아내결혼 끝내고 권지예 아름다운 지옥 1권을 반쯤 읽었다. 글래드웰 블링크랑 마흐푸즈 미다끄 골목도 읽어야 하고 007 남은 두 권도 읽어야 된다. 빨리 읽자.
피에쓰 - 세계문학상은 한국의 나오키상이 되고 싶어하는 거 같다. 검색해 보니 책들 이름에서 오락성이 꽤 배어나오는 거 같다. 배어나오는 베어나오는 어느 게 맞는 거지?? 축구 얘기 나와서 말인데 며칠 뒤 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인터밀란이 이길까 바이에른이 이길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