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대가들 - 역설과 위트, 논리와 상상력의 39가지 철학우화
로베르토 카사티.아킬레 바르치 지음, 이현경 옮김, 김영건 추천 / 열대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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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논쟁의 대가들이라고 해서 역사적으로 논쟁을 잘 했던, 한 마디로 말빨이 좋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쉽게 착각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들의 어떤 논쟁의 역사를 이야기 한 것이 아니고, 논쟁을 벌이는 불특정한 인물, 익명의 가공인물을 통하여 대가들이나 펼칠법한 논쟁을 풀어주고 있다.

 

이 책은 철학서적이고, 그 중에서도 논리학에 가깝다.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여겨지는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3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에피소드들은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 스탐파"에 실렸던 내용들이라고 한다.

 

정말, 우리가 생각했을 때, 쓸데없는 것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어떻게 확인하는가? 촉감으로? 거울에 비춰봤을때? 그렇다면 거울에 비춰본 나는 좌우가 바뀌고 있는데, 그 좌우가 바뀐 내가 나와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은 어떻게 증명하는가? 나의 의식은 어디까지인가? 의식을 잠재우고 기억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시간의 기준은 무엇인가? 1월 2일에 태어난 사람은 지역에 따라 그 날짜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뉴욕에서 1월 2일에 태어난 아이와 파리에서 1월 2일에 태어난 아이는 생일이 같은가 다른가.

 

어떻게 보면 논리학이라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핑계로 나 역시 중국에서 학부 공부를 할 때 내 짧은 중국어로는 도저히 논리학을 패스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면, 그 존재와 언어는 불가분의 관계로서 어쩌면 언어가 존재하지 않으면 한 존재도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매우 난해한 문제가 나타난다.

 

이 책은 3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언뜻 보기엔 매우 쉽게 읽을 수 있을 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술술술 읽고 책을 덮으면 그만인 책들이 있는 반면, 한 꼭지 읽고 한 박자 쉬고 생각을 해야하는 책들이 있다. 어차피 독서라는 게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방법으로 남의 생각들을 엿보고 훔쳐내는 것이라면, 이런 책들은 그 생각들을 빌려 또 다른 생각을 창조해내지 않으면 완전한 독서로 이루어지지 않는 책일 게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논술교재로서 매우 좋을 듯 하다. 대학생들의 논리학 스터디 교재로서도 손색이 없을 듯하고.

누군가에게 논술을 다시 가르치게 된다면 한 권 구비해두어야 겠다 싶은 책.

 

20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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